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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의 옛터에서 예술의 중심지로
[대학로 연대기] ①대학로의 기원-下

이진아_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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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대기

혜화문
혜화문
[출처] 서울육백년사
http://seoul600.seoul.go.kr/
  • 대학로가 속해 있는 종로구는 조선 건국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서울의 지리적 중심부이자 정치·행정의 중심부 역할을 담당해 온 곳이다. 때문에 대학로에도 이러한 역사의 유구함을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적잖이 남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대학 중 하나라 할 성균관을 비롯하여 삼선동과 혜화동의 경계에 남아있는 서울 성곽, 서울 성곽의 사소문四小門 중 하나인 혜화문惠化門, 조선시대의 정원 함춘원지含春苑址, 사적 제237호, 1908년 완공된 대한제국 시절의 서양식 근대의료기관 대한의원현 서울대학병원 의학박물관, 사적 제 248호, 구 서울대학교 본관사적 278호,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내외가 살던 이화장梨花莊 등 많은 역사적 유적들이 이곳 대학로에 있다.


    대학로에 새겨진 600년 도읍의 흔적
흥인지문
흥인지문
흥인지문
[출처] 서울육백년사
http://seoul600.seoul.go.kr
  • 도시 한복판에 등산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서울에 살면서 누리는 여러 축복 중 하나이다. 대학로에도 관극 전후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산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서울의 좌청룡에 해당되는 낙산駱山 으로 산의 모양이 마치 낙타와 같다고 하여 낙타산으로도 불리던 곳이다. 서울은 풍수지리에 따라 도읍으로 정해진 곳이다. 풍수지리상의 명당이란 소위 좌청룡, 우백호라 불리는, 주산을 호위하는 동시에 명당을 감싸는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는 곳을 이른다. 여기에 그 사이로 하천이 흐르면서 배산임수의 여건을 갖추면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인 것이다. 서울의 주산은 북악산이며, 청룡은 낙산, 백호는 인왕산이다. 낙산은 인왕산보다 낮고 기세가 약해 이를 보해야 했는데, 이 임무를 맡은 것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이었다. 낙산은 현재 공원으로 조성되어 산의 모습을 갖추었다 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숲이 우거지고 암석이 기이하며 맑은 물이 흐르는 절경이었다. 때문에 낙산의 일대에는 왕족, 문인, 가인들의 정자와 누각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로 덮여버려 옛 자취를 찾기는 어렵고 서울 성벽만이 산정에 홀로 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역사의 흔적은 서울대학병원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본래 조선시대 왕실의 정원인 함춘원含春苑 이었다. 함춘원이라 불리는 후원은 이곳 외에도 여러 곳이 있었다고 기록에 전해지지만, 입지나 규모로 보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곳, 창경궁 동쪽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이 자리한 곳이다. 함춘원 역시 풍수지리와 관련된 곳으로, 창경궁 동편의 지세를 보강하기 위하여 이곳에 나무를 심고 담을 둘러 잡인의 출입을 금하였던 것이 시작이다. 정식으로 함춘원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성종 24년인 1493년의 일이며, 이후 연산군이 이곳에 기묘한 화초를 심고 구역을 확장하면서 왕실 정원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갖추게 되었다. 함춘원에 역사적 의미를 더하는 것은 사도세자와 정조의 사연 때문이다. 정조는 비극적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기리며 함춘원에 있던 사도세자의 사당 수은묘垂恩廟 를 경모궁景慕宮, 사도세자와 그의 비 헌경왕후의 사당 으로 고쳐 지었는데, 이때 편액扁額, 건물이나 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을 친히 써 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함춘원은 일제강점기 이곳에 경성제국대학 의학부가 세워지면서 원래의 모습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오늘날 서울대학교병원 안으로 스윽 들어가 조금 걷다보면 바로 함춘원 터를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들이 불타 소실되었지만, 경모궁터의 석단돌계단 과 경모궁의 정문이었던 함춘문含春門 은 아직 남아 옛 이야기를 전한다.


    우아하고 고즈넉한 대학로의 근대 건축물
경성제국대학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본관과 함춘원
[출처] 북헌터 님의 블로그
오늘날의 함춘문
오늘날의 함춘문
[출처] 문화재청
www.cha.go.kr
  • 대학로에는 두 개의 근대 건축물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서울대학교병원 내에 위치한 의학박물관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가의 집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에 있는 의학박물관 건물은 대한제국시대의 서양식 근대 의료 기관이었던 대한의원 건물이다. 중앙에 높이 솟은 시계탑과 둥근 돔형의 지붕이 매우 인상적인 이 바로크풍의 건물은 1907년 대한제국 정부가 창경궁 후원 함춘원의 언덕에 지은 서양식 병원으로 1908년 완공되었다. 본래는 병동, 부검실, 의학교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본관건물만 남아 있다. 대한의원은 곧 조선총독부의원으로 바뀌었고, 1926년부터는 경성제국 대학 부속 대학병원이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의 본관이었다가 현재는 의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재청

    대한의원 [출처] 문화재청 www.cha.go.kr

  • 예술가의 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 서울대학교 본관 건물도 대학로의 대표적 근대 건축물이다. 조선총독부는 1922년 조선교육령을 제정하여 대학 설립의 근거를 마련하고 1924년 경성제국대학관제를 공포하면서 대학의 예과를 청량리에 개교했다. 이후 건립될 경성제국대학의 부지로는 노량진, 영등포, 청량리 등이 검토되었다고 하는데, 최종적으로 동숭동과 연건동이 결정된다. 일제가 굳이 이곳에 식민지 시대의 제국대학을 세우려 했던 배경에는 창덕궁, 창경궁, 종묘, 성균관 등이 인접했던 장소가 지니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1931년 완공되어 경성제국대학의 본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이후 서울대학교 본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본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0년부터는 예술계의 대표 커뮤니티 시설인 예술가의 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예술기관 및 국공립 극장의 입지

    ‘문화와 예술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현재 이미지가 있게 한 계기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을 비롯한 일련의 문화예술 관련 국공립 기관들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부터이다. 현재에도 대학로에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가의 집,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연극센터와 대학로 연습실, 서울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등 주요 문화예술관련 기관·단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개원은 한국의 문화예술정책에 있어 하나의 기점이자 전환점이었다. 1972년 제정 공포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하여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설치되었고, 1973년부터 문예진흥기금의 모금이 시작되었으며, 그해 10월 진흥원의 업무가 개시되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첫 사업은 아르코미술관의 전신인 미술회관과 아르코예술극장의 전신인 연극인회관을 개관한 것이다. 미술회관과 연극인회관은 개관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지 않았으나, 1976년 10월 종로구 동숭동 소재의 구 서울대학교 부지와 건물을 확보하면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본관, 미술회관, 연극인회관이 모두 대학로로 이전하게 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대학로 시대와 함께 새로이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 을 1981년 4월 개관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연극의 거리, 예술의 거리라는 명성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이전과 그 부설 극장인 문예회관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 이 기관들이 구심점이 되어 수많은 소극장들과 공연예술 관련 기관들이 속속 대학로로 자리를 옮기거나 새로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학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대학로의 상업화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상권의 확대와 유동인구의 증가로 인해 외관상 화려해 지기는 하였으나 ‘문화와 예술의 거리’라는 대학로의 문화적 정체성은 반대로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04년에는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 서울시에 의하여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적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로에서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영원한 낭만과 예술의 거리 대학로의 변치 않을 미래를 그려본다.

태그 이진아, 대학로, 문화예술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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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이진아 연극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본지 편집위원 
club.sookmyung.ac.kr/playgoer
웹진 13호   2012-12-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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