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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의 역사 - 검열제국
[대학로 연대기] ③표현의 자유-下

김석만_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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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대기

1) 6월항쟁[六月抗爭] :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4·13호헌조치」발표후, 6월 10일 을 정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민중항쟁이자 민주화운동.
  • 검열이 사라진 계기는 1987년 6월에 일어난 민주항쟁1) 이 제공하였다. 이승만1875~1965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1960년 4·19 혁명은 민주화의 바람을 불어왔고 혁명 열기에 고취된 학생들은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단극복을 위한 남북한의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때를 정권 탈취의 호기라고 판단한 박정희 군사집단은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며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숭고한 4·19 혁명이 가져온 민주화 열기를 짓밟고 말았다. 군사정권은 깡패들을 소탕하여 사회정화를 일으킨다는 명목아래 조직폭력배들에게 수갑을 채워 총을 든 군인들과 함께 거리행진을 시켰다. 이러한 장면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하였으나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일제치하에나 있을 법한 ‘검열’을 통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였다. 박정희의 18년간의 독재는 다시 전두환의 제5공화국으로 연결되어 ‘검열제국’의 탄압은 지속되었다. 1987년의 6월 민주항쟁 이후에야 검열폐지 공론에 힘입어 1989년 1월에 이르러 검열은 사라지고 만다.

    1960년 4·19 혁명 이후에 학생들은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구호를 외쳤다.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진보적인 통일운동 분위기를 진압하였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세력은 조직폭력배를 검거하여 사회정화운동에 나셨다. 한편 검열을 강화하여 1989년 검열이 폐지될 때까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였다.
     
    영화법이나 공연법은 영화진흥이나 공연진흥에 목적을 두지 않고 ‘통제’에 있었다. 당국은 대본 사전심사 제도를 만들어 공연 전에 영화 시나리오와 공연 대본에 붉은 줄을 그었고, 영화가 만들어지면 소위, 가위질을 하여 작품의 내용을 제멋대로 잘라버렸다. 유현목 감독 1925~2009 이 1961년에 만든 <오발탄>은 주인공 송철호의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내뱉는, “가자, 가자”라는 대사가 월북을 암시한다는 이유로 가위질 당했다. 1989년 1월에 검열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1988년 나는 검열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연법 개정에 앞서서 평화민주당에서 위촉한 공술인 자격으로 국회 문화공보위원회에 나가서 공연법 개정과 검열 폐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였다. 극단 연우무대 연출가로서 우리가 겪은 검열의 피해를 소상하게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제6공화국에서 노무현 의원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를 하는 도중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국회의원 명패를 집어던졌던 바로 그 청문회 장소에서 1980년대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행위에 대해서 진술하게 되었다. 방청석에는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간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가능하면 나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내 시선을 피해서 앉아 있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관객이 모두 일어나서 애국가 연주를 들어야했던 그 시절에 공연을 올리려면 서울특별시장에게 [공연신고서]를 내어야 했다. 이때 다음과 같은 구비서류와 함께 공연신고를 하면 [공연신고서]를 얻게 된다.

    1. 공연자 등록증(공연자등록을 한 자에 한한다) 사본 1부
    2. 각본 또는 대본 2부
    3. 각본 등 심사합격증
    3. *영화인 경우 영화검열합격증, 외국인 공연인 경우 외국인 공연허가서 사본 1부
    4. 출연자 명단

    연소자 관람여부와 함께 ‘공연신고를 받았읍니다’라는 서울특별시장의 직인이 찍힌 [공연신고서]가 없으면 공연장 대관을 할 수 없었다. [공연신고서]를 받기 위해서는 [대본심사합격증]을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받아야 했다. 공연윤리위원회에 대본을 제출하면 ‘심의필’이라는 붉은 도장을 찍어 주었다. 공연윤리위원회에다 대본을 제출하고 [대본심사합격증]을 받아서 서울특별시청에 공연신고를 한 다음 [공연신고서]를 받기까지 최소 2주 이상 걸린다. 공연장 대관이 확정되어야 공연포스터를 인쇄하고 홍보를 시작할 수 있으니 공연신고는 대략 한 달 전에 하기 마련이었다. 검열의 마수는 여기에 숨겨져 있다. 당시 공연법은 공연내용과 검열 받은 사전심의대본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경우 제재制裁 를 할 수 있었다. 공연내용은 공연 중에도 바꿀 수가 있는데 공연법은 이를 트집 잡아서 어떤 경우라도 법규위반으로 옭아맬 수 있었다. 공연윤리위원회에서 대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하면 대본 수정 지시가 내려온다. 하지만 이들은 검열의 근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극단 대표에게 전화를 걸거나 극단 대표를 사무실로 불러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다음에 다시 대본심의를 받으라고 종용했다.

    1984년 연우무대 제13회 정기공연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신고서
     

    1984년 극단 연우무대는 검열에 걸려 ‘6개월 공연정지’ 처분을 받았었다. 공연내용이 사전심의대본 내용과 달랐다는 게 공연법 위반사유였다. 검열에 걸린 작품은 연우무대 제13회 정기공연 <나의 살던 고향은>이었으나 정작 피해를 입은 작품은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이 확정된 제14회 정기공연 <한씨연대기>였다. 그해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는 극단 연우무대의 공연기간을 비워두고 연극제를 진행했다. 연우무대는 해를 넘겨 1985년에 <한씨연대기>를 다시 올릴 수 있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포스터(1984)
    공해풀이 마당굿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장면 (드라마센터)
    공동구성, 임진택 연출, 김명곤, 여균동 등 출연(1984)
     
2) 공해귀신 장면: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연우30년-창작극 개발의 여정』(연우무대 엮음, 한울, 2008) PP 94~95 참조.
  • 검열의 표면적 이유는 공연내용과 심의내용의 차이에 두었지만 정작 당국의 비위를 건드린 대목은 작품 중 공해귀신 장면2)과 문공부가 건전가요로 널리 퍼뜨렸던 가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아, 공해민국>으로 바꾼 가사였다. 당시 문공부는 모든 음반, 카세트를 발간할 때 건전가요 한곡을 의무적으로 넣게 하였다.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 싫어질 만큼 지겹게 들어야 했던 때라서 <아, 공해민국>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는 관객으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당국은 관객의 뜨거운 호응과 열기에 뜨겁게 대응해 주었다. 바꾼 노래 가사를 본 검열관은 국책으로 보급하는 건전가요의 마지막 구절을 바꾼 연우무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고 험한 인상을 짓기도 하였다.

     

    하늘엔 매연가스 떠 있고
    강물엔 중금속이 떠 있고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돈 있으면, 돈 있으면)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빽 있으면, 빽 있으면)
    …………

    아아 우리 공해민국 아아 공해민국 아아 영원토록 사양하리라.
3) 월북 작가 해금 :
1991년 ‘연극영화의해’에 극단 연우무대는 제1회 한국연극 재발견 시리즈로 월북 작가 함세덕의 <동승>과 송영의 <황혼>을 올렸다.

  • 연우무대 이외에도 공연윤리위원회의 대본사전심사제도에 걸려서 공연을 하지 못한 공연들이 더 있다. 체제 비판적이거나 외설적인 내용 등을 이유로 <오장군의 발톱>(박조열 작), <금지된 장난>(김훈 작), <춤추는 인형들>(엄한얼 작), <개뿔>(이강백 작), <통막살>(무세중 연출) 등도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검열이 사라지고 나서야 월북 작가들의 작품도 해금되어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3) 1960, 70년대 연극은 한국문화예술계의 중심에 서 있었으나 1980년대 어쩔 수 없이 공연을 올려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대본사전심의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후 그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개뿔> (이강백 작)

태그 김석만, 표현의 자유, 검열, 공연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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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만

김석만 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하였고<한씨연대기>,<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최선생>,<가극금강>을 연출하였다. 최근 전통공연예술의 현재화에 관심을 두고 <영원한 사랑 춘향이>,정가극
<이생규장전> 등을 연출하였다.『연기의 세계』,『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연출가처럼 생각하기』를 냈다. 페이스북facebook.com/proksm
웹진 17호   2013-02-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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