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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희곡읽기모임, 소극장혜화당 <월요낭독극장>월요낭독극장 <초능력자>

안내하는 사람 없는 문을 지나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극장 안이 떠들썩했다. 관계자가 무대 위에 간이 책상을 펼쳐 두고 관객들에게 음료수를 권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무료는 아니었다. 병에 담겼던 음료수가 컵으로 이동만 하면, 몸값이 금방 열 배로 뛰었다. 그걸 알면서도 관객들은 줄을 서서 음료를 구매한다. 의미 있는 소비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이곳은 ‘소극장 혜화당’이다. 대학로에서 또 하나의 소극장이 사라졌다. ‘까망소극장’의 폐관 소식을 들은 창작자들이 모여 같은 극장을 2015년 6월에 ‘소극장 혜화당’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혜화당은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동인에서 출발하여, 10인의 운영위원 및 프로그래머가 공동운영한다.

좋은희곡읽기모임, 소극장혜화당 <월요낭독극장>

‘월요낭독극장’은 지난 6월부터 ‘좋은희곡읽기모임’과 ‘소극장 혜화당’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페스티벌 전문극장’을 표방하는 ‘소극장 혜화당’의 첫 번째 페스티벌인 샘이다. 장소가 비단 혜화당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연을 쉬는 월요일마다 빈 극장을 찾아다니며 아홉명의 연출가가 낭독극을 올렸다. 필자가 찾은 구운서 연출의 <파우스트 비극 제1부>가 그 여덟 번째 무대이다.

약속된 공연시간이 되자 어질러 놓았던 무대를 치우기 시작한다. 전혀 일사분란하지 못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줄곧 웃음을 참지 못한다. 스태프들은 관객에게 공연을 설명하는 연출가의 앞뒤로 지나다니며 우여곡절 끝에 보면대 네 개와 마이크 네 개를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마치 라디오 디제이와 같은 편안한 말투의 배우가 공연의 막을 연다. (이야기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서 본인이 괴테라고 밝히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정체를 몰랐을 터였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낭독극이 시작되었다.

등장인물의 성질을 살린 최소한의 분장을 한 배우들이 구운서 연출에 의해 각색된 대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각색본은 원작을 간결화 하긴 했지만 나름 충실히 원작의 흐름을 따라간다. 우측 상단에 영사되는 자막과 영상이 장면을 전환을 돕고. <파우스트>와 관련된 여러 곡들이 극 전반에 삽입되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대에는 파편화된 신체와 풍경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후에 본 공연과 전혀 관계없는 무대세트라는 것을 알게 된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좋은희곡읽기모임, 소극장혜화당 <월요낭독극장>월요낭독극장 <인세인, 수찌>

마치 읽던 책을 덮는 것처럼 극의 중간 지점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극 중 괴테이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관객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파우스트는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 ‘속세를 벗어나 번민하던 파우스트는 왜 세속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나’, ‘왜 그레트헨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구운서 연출이 각색하는 내내 가졌던 질문일 것이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배우들은 덮었던 책을 다시 편다.

‘월요낭독극장’은 스스로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거부하는 운동이라고 표명한다. 연극인으로서 연극을 지속해나가기 힘든 환경에서, 연극을 시작하게끔 만들었던 좋은 작품들을 상기하며 관객들에게 ‘잘 들려주기’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운동’이라는 것이 반가웠다. 편안했던 오늘과 같은 시간이 쌓여 관객으로 하여금 희곡이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연극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는 (본인들이 천명했던) ‘들려주기의 숭고함’과 같은 의지와 정신을 격려하는 문화 운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월요낭독극장 사무국 제공]

태그 좋은희곡읽기모임,소극장혜화당,월요낭독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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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74호   2015-08-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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