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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로서의 공연장, 어떤 논의로 확장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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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연극계에는 ‘공공재’로서의 공연장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단초를 연 것은 2015년 폐관된 이후 운영이 멈췄던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을 2017년 서울시가 임대하면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또한 2009년 서울시가 임대하여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던 남산예술센터의 계약 및 운영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2018년 4월12일 ‘공공재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시작으로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 2018년 1월 폐관 소식이 전해졌던 정동 세실극장은 서울시의 임대료 지원을 통해 4월 11일 재개관했습니다. 지금 언급된 3개의 공연장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말 그대로 연극계의 자산과도 같은 공연장입니다. 하여, 건물로서의 공연장 이전에 공간 자체가 지닌 상징성을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민간 공연장이었던 공간이 공공기금을 통해 재개관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 또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연재에서는 각 공연장의 재개관 과정 및 운영 방향이 무엇인가를 짚어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산예술센터의 현황을 공유함으로써 공공재로서의 공연장에 대해 논의를 확장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 연극계의 공연장은 90% 이상이 150석 미만의 소극장으로 출발했다. ‘공연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극, 공연예술의 장르적 특성상 예술가들이 공연을 발표하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공연장이다. 하여, 예술단체들은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 함께 늘 연습하고 실험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공연장을 꿈꿔왔고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높지 않았던, 대학로를 중심으로 100석가량의 소극장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명동 시절을 지나, 신촌지역에 존재하던 공연장들이 대학로로 넘어왔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로의 공연장은 10개소가 채 되지 않았다. 당시 발행되던 월간 <한국연극>의 월 공연연보1)에서는 이러한 당시의 창작환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후 1984년부터 대학로는 샘터파랑새극장(1984년), 바탕골소극장(1986년), 마로니에극장(1986년), 동숭아트센터(1987년), 연우소극장(1987년), 대학로극장(1987년), 단막극장(1988년) 등 대학로의 1세대 공연장이라고 일컬어졌던 공연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이 모이고 예술단체가 늘어나면서 공연을 발표할 공연장이 많아졌다.
2004년 5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기 전까지 종로구청에 등록된 공연장은 총 57개였으며, 공연장이 있는 건물의 건물주에게 다양한 조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2011년 무렵 이미 대학로의 공연장은 140여 개로 늘어났고, 2018년 현재 170여 개의 공연장이 운집하게 된다.
이렇듯 지난 민간 소극장의 전개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다시금 짚어보는 것은 개인 및 예술단체의 민간 자본으로 시작된 것이 공연장의 출발이었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약 40여 년간 한국연극에서 공연장은 특별한 공적지원 없이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지닌 채 공연을 창작하고 발표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지속적인 운영난에 시달리면서도 공연장은 ‘예술가 스스로의 의지’에 기댄 채 어렵게 그 명맥을 이어 왔는지도 모른다.

1) 1986년 4월호 월간 <한국연극>에 게재된 공연기록에서는 총 7개 단체의 공연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당시 한국연극협회 회원 단체가 아닌 경우 공연이 진행되었더라도 기록되지 않았을 경우가 있음을 밝힌다. -필자 주

가속화된 민간 공연장의 폐관 이후 시작된 공적지원에 대한 논의

물론, 공연장을 지원하는 공공지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여러 형태의 지원사업들이 신설되거나 폐지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이어져왔다. 공연장의 시설을 개선해주는 ‘소공연장시설개선 지원사업’, 공연장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했던 ‘예술창작발표공간지원사업’(현 특성화극장 지원사업), 안정적으로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증금을 지원했던 ‘예술공간 임차 보증금 지원사업’, 예술단체의 대관료를 지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공연장의 공실률을 낮추는 효과를 목적으로 한 ‘대관료지원사업’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지원 보다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공연장들, 특히 상징적이었던 1세대 공연장들의 폐관이 이어지면서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가져왔던 공연장의 ‘공적지원’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된 시기가 바로 2015년이다.

2015년 3월 ‘대학로극장’은 상승된 임대료로 운영난을 피하지 못하면서 폐관했다. 폐관 과정에서 진행된 ‘상여퍼포먼스’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주민이 이주하는 문화의 역진성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2015년 10월, 40여 년 가까이 운영되던 삼일로창고극장의 폐관 소식도 이어졌다. 1975년 개관한 이후 지속됐던 개·폐관의 과정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가며 한국연극의 산파 같은 역할을 하던 창고극장은 달리 손써볼 기회 없이 명운을 달리했다. 이후 대학로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공연장들이 수가 점점 늘어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증하듯, 2016년부터 서울시에서는 민간 공연장의 운영난을 상쇄하고, 창작활성화를 강화한다는 목적을 갖고 공연장의 임차료를 지원하는 ‘서울형창작극장’이라는 사업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가속화되는 사회적 비용 상승이 가져오는 창작환경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공연장 직접지원의 효과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임차료 지원’이라는 지원방식의 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술단체들의 창작발표의 공간으로서, 관객들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가까운 공간으로서,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관계 맺기’의 공간으로서 공연장이 갖는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의미 외에 창작공간으로서의 본질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구체화되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가운데, 올해 1월, 1976년 개관했던 정동 세실극장이 폐관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한국연극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졌던 세실극장 역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렇다 할 회생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사실이 몇몇 기사를 통해 확인될 뿐이었다.

공공기금을 통해서 재개관 된 삼일로창고극장과 정동 세실극장
그리고 공공재로서의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남산예술센터

앞서 언급했던 바대로 2015년 폐관했던 삼일로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은 2017년 서울시가 건물주와 10년의 장기계약을 맺고,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에 운영을 위탁하면서 재개관하게 됐다. 당초 2017년 9월 재개관할 예정이었던 창고극장은 건축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정상의 문제가 불거져 공식 개관을 미룬 이후 올해 6월 재개관을 목표로 일련의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가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창고극장이 폐관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은 연극계에는 상당한 의미로 다가왔다. 민간 공연장의 역사성과 가치를 공공의 영역에서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임차 비용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기도 했다. 매입이 아닌 상황에서 높은 임차료를 지불하며 10년이라는 기간을 운영한 이후의 존폐는 또 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닌 민간 공연장의 폐관이 이어질 경우 계속 공공기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어떻게 삼을 것이냐 하는 것 등이 그렇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창고극장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향을 논의할 민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자문회의 등을 통해 연극계가 인식하는 극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재개관되는 창고극장의 좌표를 그려가고 있다.

정동 세실극장(이하 세실극장) 역시 2018년 1월, 폐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잖은 충격이 더해졌으나, 2018년 서울시가 정동일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세실극장을 보전하기 위한 ‘세실 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월 1천만 원의 임차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난 4월 11일 재개관 했다.
서울시는 세실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적극 협력해 세실극장을 장기 임대하고, 극장 운영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세실극장을 보전·운영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이후 극장 운영단체 공모를 거쳐, 지난 4월9일 서울연극협회를 최종 운영단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정동 세실극장의 경우 폐관, 공모, 재개관의 과정이 상당히 짧은 기간에 이뤄지면서 창고극장만큼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보다 폭넓게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폐관 기간이 오래되어 다른 공간으로 재구성될 경우, 이러한 논의자체를 이어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운영의 장기적 계획과 방향에 대한 논의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공연장 운영단체와의 협약기간이 선정 이후부터 12월 31일까지로 되어있다는 것이 그렇다. 공연장은 단기적 계획으로 운영의 방향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실극장의 연극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견은 많지 않다. 세실극장 역시 연극계의 분명한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실극장의 재개관 과정과 운영의 방향, 공공재로서 변모한 공연장의 방향성은 더 깊은 논의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11일 진행된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 행사 ‘정동, 문화재생으로 꽃 피우다 <다시만난 세실극장>’

지난 4월 12일 남산예술센터에서는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에서 ‘공공재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진행됐고, 5월 14일 ‘국가자산 드라마센터, 그 행방을 묻는다-일제 식민권력으로부터 미국냉전권력의 심장부로’라는 주제의 2차 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공공재’에 대한 논의가 급격하게 다시 시작된 단초는 남산예술센터를 소유하고 있는 동랑예술원의 계약 종료 요구에 따른 폐관 위기에서부터 비롯됐다.
남산예술센터는 1962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연장이라는 수식을 갖고 ‘드라마센터’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이후 공연장으로서의 운영은 지속되지 못하고, 연구기관으로 기능을 달리하다 서울예술대학으로 바뀌었고 이후부터는 대학의 부속 공연장으로 운영되었다.
2009년 서울시가 동랑예술원과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연간 10억 원의 임차료를 지원, 서울문화재단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2009년 드라마센터는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갖고 재개관했으며, 3년마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며 지난 10년 동안 공공극장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던 중 동랑예술원이 2019년 6월까지로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밝히면서 남산예술센터의 폐관 여부와 함께 이 문제는 공공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됐다.
이러한 논의가 최근에 이르러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62년 드라마센터 개관 당시 공연장의 건립자금 및 토지 등이 공적 기금으로 활용되었던 증언과 기록이 있었다. 특히 해외의 공적기금 투입이 ‘공공 공연장’이라는 목적으로 조성되었다는 사실은 드라마센터가 동랑예술원의 사유재산이어야 하는가, 공공재인가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근거였다.
최근 이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고 있는 것은 법적으로 소유권을 갖고 있는 동랑예술원과의 분쟁이 목적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공공극장으로 기능해왔던 공간에 대한 공공재로서의 공연장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기인한다.

공공재에 대한 논의를 확장해야 할 때

삼일로창고극장, 정동 세실극장, 남산예술센터는 최근 몇 개월 사이 거론되고 있는 연극계의 주요 이슈다. 공공기금이 투입된 공연장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단순한 문제의식을 넘어, 이러한 사례를 통해 ‘공공재’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 공유되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사례라는 특이점도 있고, 그것이 모두 공연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저마다의 역할과 운영방향 역시 다르게 설정될 것이고, 그 공간을 활용하고 사용하는 단체 역시 서로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작된 논의는 다음 단계의 공공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으로 작용될 것이다.

태그 공연장,최윤우,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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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역임했다. 연극평론가 및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술정책 및 제도, 특히 예술 현장에 적합한 지원정책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parodia@naver.com
제139호   2018-05-1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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