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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로서의 역할,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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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세실극장(이하 세실극장)이 2018년 4월 11일 재개관했다. 2018년 1월,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이 42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폐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3개월 만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연극의 태동과 함께 성장했던 1세대 극장들의 폐관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것처럼, 그렇게 특별한 논의를 만들지 못하고, 사라졌던 것처럼, 세실극장 역시 그렇게 기록된 역사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세실 재생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월 임차료를 지원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이후 서울연극협회가 운영단체로 선정되며 한국연극 태동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2015년 폐관됐던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은 2018년 6월 22일 재개관한다. 2017년 서울시가 10년 동안 장기 임차하면서 폐관 이후 3년 동안 멈춰 섰던 공연장이 다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1975년 개관한 이래 지난 40여 년간 소극장 운동의 발상지로, 수많은 연극인을 배출해 낸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해왔던 삼일로창고극장은 숱한 폐관의 위기를 덜어내고, 이제 공공극장으로서 또 다른 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연예술계에서 민간 소극장이 공공지원을 통해 재개관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동 세실극장과 삼일로창고극장이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연극의 태동의 역사를 품에 안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거이지만, 무엇보다 ‘민간’으로 출발했지만, 오랜 기간 ‘공공재’로서 기능해왔던 ‘역할’ 때문이다. 즉, 폐관 위기를 뒤로하고 다시 공연장으로써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실극장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될 것인가?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연극인회관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제1회부터 5회까지 대한민국연극제(현 서울연극제)’가 개최되었던 극장이다. 즉, 1981년 대학로에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이 개관하고, 1986년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소극장이 운집하며 대학로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세실극장은 명동, 충무로, 운니동(안국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1970년대 초반 소극장 시대를 잇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했다.
이러한 세실극장 역시 지난 42년 동안 폐관 위기는 지속돼 왔다. 1981년 문예회관이 개관하고 연극 활동의 주요 거점이 대학로로 이동하면서, 1981년 극단 마당이 성공회로부터 장기 임대를 받아 공연장을 운영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극장 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1997년 재정난을 이유로 극장 운영을 중단, 1998년 1년간 세실극장은 운영을 중단한 채 사실상 폐관됐었다. 성공회에서 공연장을 개조하여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1999년 극단 로뎀이 세실극장을 인수하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사실은 공연장과 기업체의 만남이다. 지금이야 메세나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공연예술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1999년 5월 제일화재는 세실극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제일화재세실극장’으로 이름을 개칭, 재개관하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는 ‘대기업의 동정적인 후원 대신 극장 이름에 기업명을 명기하는 등 기업에 충분한 보상을 하면서 후원을 받는’ 문화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제휴방안은 국내 최초의 시도로서 공연단체는 물론 대기업과 사회 전반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기업과 공연문화시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례를 만들었다는 데서 세실극장은 공연예술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선도적인 역할을 주지시켰다고 볼 수 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제일화재세실극장으로 운영되던 공연장은 2010년 제일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을 합친 한화손보가 출범하면서 ‘한화손보세실극장’으로 다시 극장 명을 개명하였으나, 2012년 한화손보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다시 한번 폐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극장을 운영하던 극단 로뎀은 새로운 기업 후원을 찾지 못하면서 운영을 중단하게 되고, 2013년부터 올해 1월까지 오씨어터가 운영하며 ‘세실극장’으로 명칭을 복원한 후 운영해왔다.

2018년 4월 세실극장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공연장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2018년 1월 폐관 소식 직후 서울시는 ‘세실 재생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임차료의 일부를 지원하고, 운영단체를 공모하여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유지 시켰다.
서울연극협회가 최종 운영단체로 선정되면서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12월까지 공연장을 운영하게 된다. 기본적인 운영은 서울시가 월 임차료로 1천만 원을 지원하고, 임차료의 차액 및 운영비는 운영단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서울연극협회는 일일 대관료를 35만 원으로 책정하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세실극장의 운영방향을 설정, 공연장을 대관하기 원하는 단체의 신청을 받아 심의를 통해 선정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즉, 세실극장은 기본적으로 기획제작이 아닌 대관형 극장으로서 운영될 예정이다. 상하반기 심의위원회를 통해 작품 선정 절차를 마쳤으며, 올해 12월까지 대관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
구체적인 운영방향은 현재도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 중이다. 다만, 지리적 위치와 특성을 감안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적인 방향은 ‘시민들이 믿고 볼 수 있는 공연장’이다. 공연장의 접근성을 높이고, 예술이 주는 교육적 효과, 즉, 공연을 접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예술이 주는 효과를 높인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근 세실극장은 어린이/청소년이 많이 찾는 공연장으로 운영돼 왔고, 실제로 그런 수요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역사를 짊어진 세실극장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다양한 의견도 공존한다.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세실 재생프로젝트’로 출발하며 공적 기금이 투입된 공간으로서, 비단 공연장 뿐 아니라, 공간을 활용한 지역에서의 역할 또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지점은 세실극장이 장기적 미션과 비전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2018년과 같은 연간 협약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되고, 이에 따른 운영방향이 세워져야 한다. 공연장의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인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세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그럼으로써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공연장의 신뢰도가 생길 수 있다.
둘째는 재보수 예산 등 직접 지원을 통해 시설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어떤 공간이든 그 용도와 목적에 따라 그에 맞는 시설이 투자되어야 한다. 세실극장의 경우 1999년 전면적인 개보수 공사를 통해 시설을 정비한 이후 현재까지 그 상태가 유지돼 왔기 때문에 시설 재보수 예산의 확보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반 환경의 정비가 선행된 후 정동 세실극장이 본질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동시대의 흐름을 견지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 세실극장이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물론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공연장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공기금을 통해 지난 가치와 역사를 안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연장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 가치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세실극장에는 한국연극 태동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공연장이 더 이상의 공연사적 의미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처럼, 공연장이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감만큼, 보다 명확하게 시민들과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왜 이 공연장을 보전하고 지킬 필요가 있는가’를 설명하는 가장 명확한 논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공공극장으로서의 삼일로창고극장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2015년 폐관했던 삼일로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이 6월22일 재개관한다. 2017년 서울시가 10년간의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서울문화재단이 운영단체로 확정된 지 1년여 만이다. 당초 2017년 9월 재개관할 예정이었던 창고극장은 건축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정상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식개관 일정이 늦어졌다.
세실극장보다 개관 시기는 늦어졌지만, 폐관된 공연장이 공적기금을 통해 다시 운영하는 과정을 겪은 것은 삼일로창고극장이 거의 유일했다. 때문에 서울시가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과 공공극장으로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공연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민간 공연장의 역사성과 가치를 공공의 영역에서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원고에서 밝힌바 대로, 장기임차 비용 및 10년이라는 기간에 따른 운영방향,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이름을 놓고도 여러 논의가 진행됐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연극사적 가치를 지닌 창고극장의 재개관은 분명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창고극장은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의 열정과 정신이 녹아 있는 곳이자, 한국연극계에서는 처음으로 일극단(一劇團), 일극장주의(一劇場主義)를 실현해 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 40여 년 간 <대머리 여가수>, <고도를 기다리며>, <출구 없는 방>, <빨간 피터의 고백>, <금관의 예수> 등 한국연극사의 주옥같은 작품과 수많은 연극인들을 배출해낸 연극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재정난으로 늘 존폐위기에 휩싸이면서도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근간에는 바로 이러한 창고극장의 역사가 여전히 한국연극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술현장과 함께 하는 동시대 창작 플랫폼 삼일로창고극장은 프로듀서 시스템의 도입과 젊은 연극인들의 발굴과 양성에 크게 기여한 소극장이자 대한민국 소극장운동의 상징적 존재로서 의의가 깊은 곳입니다. (중략) 앞으로의 삼일로창고극장은 지난 삼일로창고극장의 청년정신과 실험정신을 잇고 동시대 창작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예술현장과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극장이 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과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운영위원회는 사업의 기획, 운영, 예산에 이르기까지 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공동 운영 주체입니다. 예술현장과 지속적인 관계맺음을 통해 예술현장과 동행하는 창작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 극장 소개 중

창고극장의 재개관으로 가장 크게 변화된 대목은 민간 공연장이 공공극장으로 변모했다는 데 있다.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으로 위치 지어졌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넘어 명확하게 공적기금을 받는 공공극장으로서의 역할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극장이 단순히 공공극장으로서 시민들의 편익을 대변하는 것만으로 운영될 수는 없을 터, 동시대성을 담고 예술의 창작과 실현의 장으로서 기능할 때 창고극장의 재개관의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서울문화재단은 민간 운영위원회를 두었고, 위원회를 중심으로 창고극장의 방향성과 미션을 세웠다. 재개관 프로그램 외에 운영위원회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작품, 그리고 청년 예술가들의 플랫폼으로서 운영방향에 맞는 다양한 창작자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무수히 배출되는 연극 관련 졸업논문에 주목하여 그 저자에게 논문을 수행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퍼포논문>, 삼일로창고극장이 개방성을 가진 장소가 될 수 있도록 2주간 극장의 모든 공간을 점거하는 <창고개방(가제)>, 삼일로창고극장의 운영방향을 논의하는 <창고포럼>, 만남, 발견, 확장을 키워드로 주제를 선정해 함께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창고공부방>, 주체적인 예술문화 형성에 관심 있는 그룹 간의 만남의 자리 <창고사랑방> 등이 올해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삼일로창고극장과 정동 세실극장 두 극장의 공통점은 지난 40년 간 숱한 위기 속에서도 ‘한국연극의 태동과 흐름을 같이 한다’는 상징과 무게감 속에서 오랜 세월을 쌓아왔던 힘에 있다. 무엇보다 이 공간들에 위치되어 있는 공공재라는 자연스러운 합의는 이 극장들이 버텨 왔던 가장 큰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공연장은 한 걸음 더 공공재로서의 영역으로 성큼 예술가와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치고, 이전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폐관된 공연장의 ‘재개관’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창고극장과 세실극장. 극장을 활용하고 이용하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주목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은 단순히 한 두 개의 공연장이 공적지원을 받아 다시 운영된다는 현상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그 세실극장,삼일로창고극장,재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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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역임했다. 연극평론가 및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술정책 및 제도, 특히 예술 현장에 적합한 지원정책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parodia@naver.com
제142호   2018-06-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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