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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극장쓰기를 시작하는 동네극장 ‘천장산 우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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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에 극장이 생겼다는 얘기를 지인에게서 들었다. 월곡에?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도 이태원도 강남도 아닌 월곡? 주택가만 즐비하고 북부간선도로를 타고 가는 차들로 을씨년스러운 도로가 펼쳐진 월곡에 극장? 대안공간을 마련하더라도 예술가들이 모여 있거나 유동인구가 확보된 곳을 물색하기 마련이다. 의아했다. 그러고 나서 월곡에 극장이 있는데, 시설이 괜찮다는 얘기를 어느 연출가에게서 들었다. 접근성은 좋지 않지만 공간 자체는 좋나 보군. 얼마나 좋길래? 이런 정보와 질문으로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싶었던 곳이다. 제대로 찾아보니 위치는 6호선 상월곡역에 인접한 성북정보도서관 지하 1층이었다.
도서관에 극장이?
성북정보도서관은 종종 다녔던 곳이다. 대개의 관공서처럼 트인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 주택가 사이에 있어서 지도검색을 해서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실내는 여느 도서관과 같다.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린이도서관이 있고,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SNS를 통해 도서관에서 장소 특정형 연극을 한다는 소식을 종종 보긴 했었다. 그런데 아예 극장이 생겼다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마련한 ‘빈 공간’ 정도일 줄 알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음향 시설과 조명 시설, 가변형 객석이 갖춰진 제대로 된 블랙박스형 극장이 있었다.
주민들이 필요해서 만든 동네극장
원래 강당이었던 컨벤션룸은 격식 있는 행사가 없을 때에는 버려진 공간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과 월장석 친구들1)이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서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진단하고, 주민들을 위해, 주민들이 사용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바꿔내고자 극장을 만들었다. 이런 탄생 배경 때문에 민관협치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필요에 의해 주민 스스로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 천장산 우화극장 프로그래밍과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1) 도서관을 거점으로 월곡동, 장위동, 석관동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시민, 예술가, 기획자, 행정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 기반의 자발적인 예술마을 만들기 네트워크. ‘월장석친구들’은 성북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문화생태계의 공존과 협력을 위해 활동하는 커뮤니티인 공유성북원탁회의의 지역 예술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의 일원이기도 하다.

주민이 목적이자 존재이유인 ‘천장산 우화극장’
9개월 동안 천장산 우화극장은 예술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선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서히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해 연극을 구성하는 빛과 음향에 대해 배우고, 직접 공연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연극인 신체워크숍, 시민극단 공연발표, 현재 가장 민감한 이슈인 인권감수성 교육, 공간파티(네트워킹을 위한) 등 주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기획했다. 연극과 전시, 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민들이 다양한 매체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주민인 예술가들에게 천장산 우화극장은 지역네트워크의 거점으로도 기능한다. 도서관 주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만나고 기획하고 창작해냄으로써 예술가 스스로가 창작기반을 마련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동시에 지역문화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도서관을 찾는, 둘러싼 지역주민과 만남으로써 신선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월장석친구들’은 스스로 새로운 공동체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다만 정해진 인원으로 계속해서 기획과 창작과 운영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궁금하다.
천장산 전시 <시그니처>(사진: 월장석친구들 제공)
블랙박스인 극장은 상당히 깔끔하다. 대학로극장들은 해진 부분도 많고, 천장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천장도 높고 빛과 소리 차단이 가능하다. 객석도 변형할 수 있다. 무용과 전시와 연극 모두가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에 복합장르도 시도해볼 만하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있던 날에 도서관을 찾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자연스레 전시도 보면서 건물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이 물리적으로는 변한 게 없지만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지하 1층까지 발길을 늘임으로써 공간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대개의 지역문화사업은 지역의 ‘특색’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꾸며내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천장산 우화극장은 외부의 시선에서 독특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요소를 살리기보다 애초의 취지대로 주민을 위한 극장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것이 자연스레 천장산 우화극장만의 정체성이 되고, 도서관에서 싹을 틔운 주민 주도 극장으로써 문화생태계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천장산 우화극장의 짧은 여정을 보며 질문이 든다. 지금 우리가 찾는 ‘극장’들은 우리에게 어떤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할까. 주민들이 만든 천장산 우화극장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다.

태그 김연재,천장산우회극장,동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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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김연재 연출가
요지컴퍼니 소속. 연극과 전시를 하며 작가, 연출가, 드라마터그, 월간 <한국연극>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candylock@naver.com
제154호   2018-12-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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