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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판'을 벌인다
[대학로연대기] ④서울공연예술제와 대학로 축제 - 下

최윤우_연극평론가, 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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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대기

    축제는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축제라는 이름 아래 모인 다양한 공연들의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공연들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됐는지 흥미와 함께 궁금증으로 확장되었을 것이다. 같은 형식 또는 같은 의도를 가진 예술가들이 함께 협업하여 조금 더 집약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축제는 주제와 형식, 주최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축제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수 년 또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연중 상시 개최되는 축제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내적, 외적 어려움을 겪으며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축제도 있다. 대학로 축제들은 ‘공연예술 활성화’라는 공통된 축제 개최 목적 아래, 서로 다른 시기, 다른 형식과 비전을 갖고 진행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학로 축제들은 이곳을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 축제에는 비수기가 없다
아시테지
  • 대학로에서 연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축제는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다.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이하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매년 12월에서 1월 사이에 개최한다. 여름에 진행하는 서울 아시테지 여름축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1, 2월은 대학로의 비수기다. 잠시 멈춘 듯했던 공연시계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가족들, 골목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살아나고, 꽁꽁 얼어붙었던 대학로는 활기를 찾는다. 이렇듯 겨울과 여름, 아이들의 방학기간 국내외 우수 아동청소년 공연을 볼 수 있는 아시테지 페스티벌은 1993년 시작된 서울어린이연극제가 전신이다. 1992년 시작된 서울어린이연극상을 확대,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모으면서 시작됐다. 1995년부터 해외 우수 아동극을 초청하며 규모를 넓혔다. 1997년 서울국제어린이공연예술제, 2001년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를 거쳐 2007년부터 ‘아시테지 페스티벌(AssiFe)’라는 이름으로 개최되고 있다. 영상드라마, 베이비드라마, 시각퍼포먼스, 교육연극, 참여연극,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우수한 아동· 청소년극을 만날 수 있는 축제다.
신춘문예 희곡 활용 단막무대 개설추진

  • 아시테지 페스티벌의 전신인 서울어린이연극제(1993) 참가작 선정
    [출처] 경향신문 1993년 04월 13일
    신춘문예 희곡 활용 「단막무대」개설 추진
    [출처] 동아일보 1984년 08월29일
     
    이어지는 축제는 신춘문예 단막극제다. 일간지에서 공모 선정한 신춘문예 당선 희곡들을 모아 3월에 열리는 축제로 대학로의 봄을 알린다. 우선은 시기적으로(3월) 그러하고, 연극무대를 이어갈 새로운 희곡작가들의 등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 있는 중견, 원로연출가들과 배우들이 가세하여 희곡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1970년대 초 부터 남산드라마센터(현 남산예술센터)를 필두로 삼일로창고극장, 민중극단 등에서 신춘문예 당선 희곡 공연이 이뤄졌었고, 페스티벌로 그 논의가 확장된 건 1984년이다. 이후 1988년 제1회 신춘문예 /단막극 페스티벌이 개최되었고 올해로 스물일곱 번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실험과 도전 그리고 다양성의 향연

    동인제로 운영되는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 역시 대학로의 빼놓을 수 없는 축제 중 하나다. 1994년, 극단 무천의 작업실로 사용되던 소극장 혜화동1번지, 그곳에 기국서, 김아라, 류근혜, 이병훈, 이윤택, 채승훈, 박찬빈 등의 중견연출가들이 경제적인 여건에 좌우되지 않는 실험적인 연극을 해보자는 뜻을 나누며 모였다. 공동운영방식으로 시작된 혜화동1번지의 활동은 새로운 연출가 후배들에게 이어졌고, 현재 5기 동인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시작된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은 매년 봄, 가을 시즌 타 극장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주제와 형식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문스크랩
    중견 연출가 7명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모임 발족
    [출처] 동아일보 1993년 07월20일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現 서울연극제)개막
    [출처] 동아일보 1977년 09월 09일
     
서울연극제
  • 지난 호에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던 서울연극제는 창작극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최초의 연극제다. 1977년 ‘연극제’라는 형식 자체가 없었던 당시, 서울연극제 개최는 그 자체로 문화예술계의 큰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극작 분야의 중요성에 비추어 우선적으로 창작 희곡의 촉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서울연극제의 취지는 34회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축제 속에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제시하는 신춘문예 단막극제나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과는 또 다른 성격의 서울연극제는 오랫동안 활동하며 예술적 완성도를 쌓아온 중견 극단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스타 연극인들을 배출하는 창구이기도 했다. 한국연극의 현재를 가늠해보고 미래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연극인들의 힘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 자리하며 매년 5, 6월 즈음 대학로에서 개최된다.

    연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축제 외에 공간(장소), 몸(신체), 극장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조금 특별한 축제도 있다. 대표적인 축제가 매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개최되는 서울변방연극제다. 서울변방연극제는 1999년 ‘주류의 연극제작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무대 미학을 찾기 위한 실험 정신, 새로운 제작방식과 창작방법 실험’을 모토로 개최된 ‘젊은 연출가들의 속셈전’을 시작으로 출발했다. 서울변방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자유로운 실험과 도전이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했으나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 그 방법을 고민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에 집중하고, 그것이 지속가능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데 힘이 될 수 있는 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공간 실험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후 대안공간 공연을 통해 공연예술의 새로운 무대공간을 발굴함으로써 정형화되지 않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변방연극제>

    2006년부터 시작된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신체의 움직임과 신체를 통한 표현에 집중되어 있는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축제다. 피지컬 씨어터는 섬세하고 파워풀한 배우의 몸을 통해 이야기와 주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공연을 말한다. 무대세트나 음악, 조명 등의 외적 장치들보다 움직임을 통해 연극의 원초적인 힘과 감동을 선보이겠다는 축제의 의도는 ‘공간, 배우 중심, 연극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신체극, 움직임극, 무용, 마임, 댄스씨어터 등 신체극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을 선보여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심리적 간극을 좁히고 피지컬 씨어터의 개념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마토 연극의 날을 아십니까?
  • 대학로는 150여개의 소극장이 밀집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며, 공연예술의 메카로서 현재의 대학로가 형성된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극장을 근간으로 진행되는 축제가 대학로소극장축제다. 매년 가을 개최되며 2000년 ‘마토 연극의 날’을 전신으로 이어진 축제다. 2007년부터 ‘대학로소극장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과 서울 소극장의 공연교류 및 소극장 활성화를 위해 극장공연, 거리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처 언급하지 못한 축제들도 많이 있다. 가난한 연극정신을 회복하자는 취지의 저예산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100페스티벌, 의사소통의 최소 단위인 두 명의 배우로 극을 끌어가는 2인극페스티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던 핀터 페스티벌 영국의 작가 해롤드 핀터의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2002년부터 시작된 작가주의 페스티벌 등 대학로는 연중 상시, 각각의 비전을 품은 다양한 형태의 축제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임에 틀림없다. 언젠가부터 볼거리가 생기니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더 많은 볼거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판’(축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뜻을 교환한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된 것도 있고, 대의명분 아래 관(官)에서부터 시작된 것도 있다. 민간에서 시작돼 관으로, 관에서 민간으로 운영 방식을 바꾼 축제도 있다. 저마다 운영 방식도, 찾는 사람들도, 즐기는 대상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분모는 명확하다. 그렇게 조금씩 쌓인 축제의 과정과 결과들이 지금의 대학로를 만든, 대학로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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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아시테지, 신춘문예 단막극제, 혜화동1번지, 서울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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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웹진 19호   2013-03-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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