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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스크린을 압도하는 웃음의 힘
[색色다른시선] 영화 <웃음의 대학> vs 연극 <웃음의 대학>

김주연 _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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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키 코키
미타키 코키
三谷幸喜, Koki Mitani
각본가, 극작가, 배우

미타니 고키 는 일본의 극작가이자 각본가, 연출가, 배우, 영화 감독이다. 도쿄 도 세타가야 구 출신으로, 세타 학원 고등학교를 거쳐, 니혼 대학 예술학부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움베르토 에코의 유명한 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면 ‘금지된 책’을 읽은 수도사들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가공할 책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 웃음과 희극에 대한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접근을 금지한 노 수도사는 왜 그렇게 웃음을 막으려 했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웃음은 두려움을 없애니까.” 마녀사냥과 종교재판 등 무시무시한 공포를 통해 사람들을 순종시키려했던 중세에,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웃음’은 그 어떤 사상이나 무기보다 더 위험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미타니 코키 작 <웃음의 대학>은 이렇듯 강력한 웃음의 힘을 압축적이고 유쾌한 상황을 통해 풀어내는 2인극이다. 작가 미타니 코키가 직접 연출한 무대가 1996년 초연되었고, 2004년에는 호시 마모루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코미디 전문 작가 미타니 코키의 이름은 이미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매직 아워> <멋진 악몽> 등의 영화를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유머와 위트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한편, 인간적이고 정감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언제나 따스한 여운을 남겨주곤 한다.

웃음의 대학
미타니 코키 작가의 작품,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매직 아워, 웃음의 대학,
멋진 악몽(왼쪽부터,[출처]씨네21 www.cine21.com)


일주일간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

평생 연극 한 편 본 적이 없는 냉철한 검열관과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젊은 작가. <웃음의 대학>은 이 두 사람이 대본 검열을 놓고 벌이는 7일 간의 해프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우 단순한 플롯이지만 미타니 코키는 이 과정 속에 웃음의 본질과 위력, 그리고 압력에 대항하는 작가의 선택 등 많은 이야기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공연 허가를 두고 벌어지는 검열관과 작가의 대본 수정 과정은 그야말로 두 사람 사이의 한판승부로 ‘밀고 당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검열관은 위급한 전시戰時에 이렇게 가벼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공연을 포기시키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요구들을 늘어놓는다. 극중 뜬금없는 대사를 넣거나 쓸데없는 인물을 등장시키라는 등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요구들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요구들에 황당해하면서도 결국 이를 모두 받아들여 작품을 고쳐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수정을 통해 작품이 점점 더 웃기고 재미있어진다는 설정이다. 웃음이란 억지로 금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막으면 막을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이렇게 대본의 희극성을 없애려 했던 검열관의 요구는 역설적으로 작품의 희극성을 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어버리고, 이 과정 속에서 검열관과 작가는 함께 작품을 완성해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특히 냉랭한 무관심으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디테일한 대사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서 연출에까지 관여하는 검열관의 극적인 변화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의 대학
연극<웃음의 대학>, [출처](주)연극열전 제공

한편 극중 작가는 검열관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되 이를 이용해 더 웃기게 만드는 것이 희극작가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자 압력에 맞서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작가의 본심을 눈치 채고 더 이상 수정 요구만으로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검열관은 마지막 요구를 제시한다. 희극적인 요소를 모두 삭제한 희극을 써오라는 것. ‘웃을 수 없는 희극’이란 모순적인 과제를 받고서 작가는 오히려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보다 더 웃기는, 그야말로 ‘웃음 종결판’을 가지고 찾아온다. 때마침 징집 명령서를 받음으로써 검열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어버리자 마지막으로 희극작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다 쏟아낸 것이다. 죽음을 선고받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 이토록 유쾌한 작품을 써낼 수 있다는 사실에 검열관은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떤 두려움으로도 굴복시키지 못하는 웃음의 강력한 힘이 또렷하게 도드라지는 장면이다.


비장한 결말과 훈훈한 마무리

2004년 제작된 영화 <웃음의 대학>은 원작 자체가 연극 대본이어서 그런지 매우 연극적인 미장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리나 극장 장면이 가끔 나오긴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밀폐된 검열실에서 검열관과 작가 두 사람이 벌이는 설전으로 이루어져 있고, 카메라의 시선 역시 그들의 얼굴에서 거의 떠나지 않는다. 두 인물의 캐릭터나 갈등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스크린으로 옮겨간 연극 무대를 그대로 보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웃음의 대학
영화<웃음의 대학>, [출처]씨네21 www.cine21.com

오히려 연극 <웃음의 대학>과 영화 <웃음의 대학> 사이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연극과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라기보다 한국어로 번안된 연극 버전과 일본어 그대로 사용되는 영화 버전 각각이 보여주는 문화적 차이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야기의 틀과 큰 흐름은 거의 같지만, 일본어 특유의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나 일본문화의 배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유머 코드들이 연극무대에서는 모두 한국적으로 각색되거나 순화되어 등장한다. 소소한 부분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객들에게 웃음의 코드를 전달하기 위해 이러한 각색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영화와 연극의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으로는 검열관과 작가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들 수 있다. 입영통지서를 받고 ‘조국을 위해 죽겠다’며 비장하게 돌아서는 작가와 그런 작가를 ‘꼭 살아 돌아오라’며 애통하게 배웅하는 검열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간의 웃음과 사뭇 다른, 비장한 감동을 강조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덕분에 영화의 여운은 길고 뭉클하게 이어지지만,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할 때 이러한 설정이 우리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연극버전은 이런 비장한 결말 대신, 검열관과 작가가 마주앉아 마지막까지 대본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두 배우의 호흡이 관건
웃음의 대학
2008년 국내 초연 당시
공연포스터 [출처]플레이DB
www.playdb.co.kr
<웃음의 대학>은 검열관과 작가, 오로지 두 사람의 실랑이만으로 이끌어가는 극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 <웃음의 대학>에서는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검열관 역을, 인기그룹 SMAP 멤버 이나카기 고로가 작가 역을 맡아 각기 개성과 매력 넘치는 연기를 펼쳐보였다. 특히 야쿠쇼 코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뜬금없이 내뱉는 대사와 어색함을 가장한 연기는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선사하며 명배우의 노련함을 확인시켜주었다.

카메라로 따로따로 화면을 잡는 영화에서는 배우 각자의 매력이 더 도드라진데 반해, 오로지 두 배우의 연기로 무대를 채우고 이끌어가야 하는 연극의 경우는 무엇보다 두 배우의 호흡과 앙상블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인 송영창, 황정민에 이어 주진모, 안석환, 엄효섭, 정재성, 정웅인, 조희봉, 정경호, 백원길, 최재섭, 김도현, 전병욱, 김지훈, 봉태규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김낙형 연출과 함께 새롭게 막을 올린 <웃음의 대학> 공연에는 송영창, 서현철, 조재윤과 김승대, 정태우, 류덕환이 각기 검열관과 작가로 분해 3색의 조합을 선보이고 있다. 대사 사이에 숨겨진 웃음의 코드를 전하는 노련한 연기도 연기지만, 상대의 숨소리 하나, 눈빛 하나에도 금세 반응이 달라지는 두 배우의 액션과 리액션을 쫓아가는 것 역시 연극 관극의 묘미다.
웃음의 대학
2013년 연극 <웃음의 대학>
[출처](주)연극열전 제공
웃음의 대학
최근 새롭게 막을 올린 <웃음의 대학> 3색의 조합, 서현철, 김승대(왼쪽),
서현철, 정태우(가운데), 송영창, 류덕환(오른쪽)

연극 <웃음의 대학>은 지난 2008년 초연 이후, 높은 객석 점유율을 자랑하며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왔다. 사실 <웃음의 대학>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전시 하의 일본이다. 역사적으로 보나 시대적으로 보나 우리에겐 이질적인 것을 넘어 불편할 수 있기까지 한 배경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이토록 꾸준한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어찌 보면 이 또한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웃음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태그 웃음의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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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김주연 공연 칼럼니스트와 드라마터그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월간 [객석]에서 연극 담당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연극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공연 칼럼니스트와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teatralka@gmail.com
웹진 36호   2013-11-21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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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웃음의 대학 연극만 봤는데 영화도 꼭 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3-11-2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