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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극단적인 연극사(私)] ④ 극단 수레무대

최윤우_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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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 1992년 창단을 했으니, 2013년 기준, 22년이나 되는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이들, 10주년이 되던 2003년 <꼬메디아 델 아르테 에피소드> 공연을 통해 극단의 색깔과 지향점을 공고히 하며 독특한 연극 언어를 견지해온 집단, 대표가 말만 좀 줄이면 더 잘(?) 됐을지도 모른다고(이건 순전히 필자의 견해다! 하하. 아마도 말을 겁나 빨리 하는 극단의 문법이 생겨난 이유가 따로 있을지도!!) 농을 건넬 만큼 열정적인 행동을 보였던 이들, 극단 동을 잇는 4번째 극단의 주인공은 바로 수레무대다.

    “대표님, 잘 지내시죠? 이차저차해서 수레무대 극단 인터뷰하려고요.” 오랜 시간 만나면서 이제 조금 편한 통화가 가능한 김태용 연출에게 극단 섭외 사실을 알렸다. 그렇다! 알린 거다. 사실, 이미 수레무대 배우들과 인터뷰 섭외 및 시간과 장소를 정했으므로. 그래도 예의상, 극단 인터뷰니까 대표에게는 알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찰나, 다급하고, 단호하게 잘라버린다. “노노. 극단 인터뷰는 우리 안 돼! 지금 쉬기로 했어”, 정보가 없었다면 분명 당황했을 터, 하지만 예상하고 있던 답이다. 그래서 다시 정중히 알려드렸다. “알아요. 그게 왜 그랬는지 알아보려고 하는 거예요.”, “오케이, 그렇다면!, 하지만 난 그날 시간이 안 돼”,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 해야겠네요.”

    아쉬운 목소리를 전함과 동시에 한쪽에서부터 과거 경험에 의해 밀려오는 어떤 해방감이 불쑥! 인터뷰 시간이 좀 짧아지겠군! 하하하. 그런데, 말이다. 역시 초록은 동색이라. 창단 멤버였던 배우 최진석, 가장 오랫동안 스트레이트로 극단 활동을 해왔던 배우 김동곤을 만나고 보니, 이들의 공력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그렇게 말 많은 극단이 잠시 말을 멈추기로 한, 그 과정을 나누려는 찰나, 최진석 배우가 운을 뗀다.

    “예전에 극단 취재한다고 KBS에서 3일간 쫓아다니면서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세밀하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3일 동안. 그리고 방송이 나왔는데 배우 한 명이 방송국에서 대놓고 욕을 했지. 방향이 그런지 몰랐는데, 이렇게 나온 거야. 예를 들어, 이 극단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하죠. 소품, 저건 주워온 거죠. 조명 같은 건 직접 답니다. 특별한 스태프는 없죠. 하하하.” 함께 웃었다. 그리고 이 인터뷰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살짝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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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레무대 출신 배우들이 만든 극단의 약진

    먼저, 극단 수레무대를 둘러싼 관계망을 추적해보기로 하자. 이유는 최근 수레무대 출신(?) 극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용주 연출이 이끄는 ‘벼랑끝 날다’가 그렇고, 이은진 연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바서커스’, 지난해까지 수레무대 소속 단원이었던 신인선 대표가 창단한 ‘인형극연구소 인스’, 그리고 올해 송영숙 배우를 중심으로 창단한 ‘유령극단’ 등이 그렇다. 한 극단의 줄기 속에서 새로운 연극 언어를 창조해가는 식구 극단이 생기는 일은 즐거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의 팀을 유지하면서 가기도 버거운 현실, 인적분산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수레무대는 그 사촌(?)극단이 많다.



    기왕에 수레무대가 쉬기로 했다 하였으니, 이렇게 물어보자. 수레무대는 대표인 김태용 연출 외에 어떤 작품도(지난해 문화역서울 284에서 공연된 <삐에르 빠뜨랑>이 김동곤 연출로 공연된 것이 유일하다.) 다른 연출이 이름을 올린 적 없는데, 이렇게 많은 극단이 수레무대 출신 배우들로부터 탄생하게 된 이유가 혹은 극단 내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배우가 되려면 배우의 삶을 살아야지!
    -특화된 생활 방식 이전과 이후


    극단 수레무대가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갖고 있는 극단으로 인식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들의 생활 방식에서 기인한다. 바로 합숙 체제다. 1992년 창단한 수레무대는 합숙 훈련을 근간으로 한 그들의 작업 방식을 1998년 ‘요일레퍼토리’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후 고정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킨다. 그리고 그때부터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던 극단의 작업 방식은 하나의 완전체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우와, 합숙? 이게 실제로 가능한가? 도시 한복판, 실제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합숙 체제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극단 수레무대만의 특화된 극단 운영 방식으로 인식됐던 생활 방식, 그것은 김태용 대표의 확고부동한 고집으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배우를 하려면 배우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에 동의하고, 그 삶이 맞았던 배우들은 기꺼이 합숙이라는 생활공동체를 선택하며 극단 활동을 이어왔다. 질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게 삶을 공유하면 연극적 언어를 공유하는 것 이상의 강력한 무엇이 생기는 걸까?



    합숙 체제로 10여 년을 넘게 유지해온 극단 수레무대. 배우 김동곤이 그 시스템의 특징을 쉬이 말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마치 네 삶은 어때? 뭐가 특별한 거 같아? 라고 묻는 것과 다름없는 우매한 질문 때문이다. 아, 실수다. 이런~! 수레무대에게 합숙이란, 초기에는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차용한 방법이었을지 모르지만, 이후에는 그 자체로 삶이 됐다. 삶의 방식을 동의한 이들은 자유 선택에 따라 공동숙소로, 어떤 이들은 연습실 근처에서 집을 얻어서, 그들의 연극 언어를 함께 공유하는 데 필요한 방식을 택한 것뿐이다. 그렇다. 본질은 거기에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건, 이러한 합숙 체제를 가능케 한 시스템이다.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이들에게 프로그램화된 시스템이 무엇인가 하는 것 말이다.
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 얘기를 듣다보니 특별한 시스템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수레무대 공연을 보면 대부분을 관통하는 화술, 문법이 있다. ‘다다다다, 쉬고, 다시 다다다다다’ 굉장히 스피드하게 전개하는 대사 사용법이 그렇다. 그건 분명 훈련으로 가능한 것 같은데.



    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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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해체?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말!

    2013년 6월, 극단 수레무대는 잠시 극단 활동을 쉬기로 결정했다. 1992년 10월 31일에 창단, 1993년 경남 통영군 잠포마을이라는 조그마한 어촌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 이후, 2000년 동자동에서 합숙 체제의 극단 활동을 선언한 이후, 그렇게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잠시 잠깐의 숨고르기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해체는 아니다. 초기 수레무대가 공연을 하고 헤어졌다 다시 모여 공연을 했던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처럼 단지, 이쯤에서 쉬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것이 조금은 늦은(?) 시기 때문에, 그간에 커져버린 극단의 살림 탓에, 극단이 없어졌나, 하는 오해를 받는 것일 뿐. 그래도 궁금했다. 왜 쉬기로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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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 때를 구분하지 않는 그것이 wagon stage다

    수레무대의 영문 이름이 wagon stage다. ‘언제 어디서고 공연을 원하는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서슴지 않고 무대를 펼쳐 신명나게 한바탕 굿을 벌릴 수 있는 이동 가능한 바퀴 달린 무대’를 뜻하는 이 말은 극단 수레무대가 그간 선보였던 다양한 작품 속에서 현존했다.

    정해진 시공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잠깐 쉬고 말고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실이 아닌 무대를 지향해왔던 수레무대. 오히려, 가야할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프지만 그것을 실천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굳이 대외적으로 극단이 잠깐 쉬기로 했다는 것을 알릴 필요도 없는 일을 애써 그렇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이유가 있는 것처럼, 다만, 이러한 쉼의 기간의 그리 오래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 시간이 쌓이면서 공고해지는 것들이 있다. 극단의 합을 찾고, 이 시대의 극단의 언어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왔고, 새로운 기술들을 작품에 접목해보려고 시도했으며, 아무도 하지 않을 때 사람을 키워내는 일을 했던 극단 수레무대는 공연의 성패를 떠나, 극단의 외연이 어떠한가를 너머 한국 연극계의 큰 질서 속에서 선배 극단으로서의 제 몫을 감당해왔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자. 극단 수레무대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처럼, 꼭 그렇게 다시 극단만의 언어로, 이전보다 더 명확한 꼬메디아 전문 극단 수레무대의 독특하고 날선 언어를 갖고 귀환할 것임을 확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는 것이 그랬던 것처럼 서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

태그 수레무대, 최진석, 김동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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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43호   2014-05-0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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