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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연출가 방법론 : 여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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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출가 방법론 : 여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 엿보기
  • · 일 시 : 2014. 8. 20(수) 17시
  • · 장 소 :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
  • · 진 행 : 강량원(극단 동)
  • · 참석자 : 김재엽(극단 드림플레이), 박지혜(양손프로젝트), 윤한솔(극단 그린피그),
    이경성(Creative VaQi), 이양구(극단 해인), 장우재(극단 이와삼)
  • 이번호 기획특집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연출가들의 실제적인 작업의 방식을 엿보는 연출가 방법론 라운드테이블을 기록, 발췌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작품의 선정과정부터 주제 반영 방식, 연습과정, 공간과 무대 작업, 관객과 만나는 방식 등 그간 다른 지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연출가 각자의 개성적인 방법들을 들여다보고, 함께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강량원
강량원
  • 강량원: 오늘 이 자리는 연출가들이 모여서 공연 과정에 대한 아주 실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간 배우, 작가 등의 작업 과정은 여러 지면을 통해 엿볼 수 있었는데, 연출가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저 역시 많이 궁금하고 듣고 싶었다.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 작업 과정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쉽지는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작업준비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극단 운영은 연극 메소드와 연관은 없지만, 참석하신 분 모두 극단을 운영하거나 극단의 일원이셔서 이런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작품 선정 방식

    강량원: 장우재 연출이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미국아버지>인데 어떤 계기로 시작됐나?
    장우재: 저는 작, 연출을 겸하고 있어서 연출플랜 보다 작품을 쓰게 되는 것이 먼저다. 작품의 선택도 ‘어떤 작품을 쓰고 싶다’라는 것을 묵히고 있다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을 때 쓰고, 그 다음에 공연될 수 있는 프로덕션을 찾는다. 결국 ‘어떤 작품을 쓰려고 하느냐’가 작품의 선택이 된다. 그러나 그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연출 방법론이라고 딱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량원: 묵히는 과정이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을 텐데. 그간의 작품을 보면 시기적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것을 묵히면 적절한 시기가 지나버릴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장우재: 작품을 생각을 할 때 한 작품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2~3개 작품 생각하고 있다가 메모를 해 놓고 있으면, 그것이 어느 시기가 지나다가 ‘이때 이걸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메모를 꺼내는 순간! 그때가 시기적으로 맞는 때인 것 같다.
    강량원: 그때 메모를 꺼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장우재: 굳이 얘기하자면 동시대성인데, 갈수록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소명의식 같은 것…. 다들 비슷하지 않나?
    김재엽: 어떤 매뉴얼이나 공식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 갈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것들을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려고 하면 대부분 뜻대로 잘 안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배반한다. ‘대본이 너무 안 써진다고 해서 초조해 하지 말자’ 뭐 이렇게 된다던지. (웃음)
    강량원: 김재엽 연출의 작품은 시기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 같은데?
    김재엽: 아무래도 세상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 상태고,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 그러다보니, 직관적으로 보고 느낀 상태로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어떤 것은 굳이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알 것 같은 경우도 많다. 결국, 하나 더 넘어서 볼 수 있는 시선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장우재 연출님 얘기대로 묵히게 되는 게 있다. ‘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필요할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은 있지만, 이 얘기를 하려면 이 정도의 고민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묵히게 되는 거다. 예전에는 그런 거 없이 ‘일단은 써보는 거야’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머뭇머뭇 거리게 되는 것 같다.
    김재엽
    김재엽
    강량원: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 이런 방식을 정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때그때의 사안에 정확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재엽: 연출가로서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작가이다 보니까 이 연극을 왜 해야 하는지가 작품 속에서 보여 져야 하는 것 같다. 저는 솔직히 연출 잘 못한다. 완성도도 떨어지고. 연습도 많이 안하고, 잘 만들 자신도 없고. (웃음) 하지만 작, 연출 하면서 ‘이 연극을 왜 해야 할까’라는 것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잘 만드는 것 보다 좀 어설픈 대신에 ‘왜 하려고 하는 지는 좀 알 것 같다’는. 그게 보이면 되는 것 같다.
    윤한솔: 제 경우 작품을 선택 하는 것은 연극을 왜 하는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작품을 선택하거나 연극을 하는 이유는 우울함에서 출발한다. 우울함을 해소하는 것은 일종의 적대, 분노다. 많은 경우 그 에너지를 사회라는 무대에 던지지 못하고 회수하게 되는데 그러면 우울증이 더 깊어진다. 내가 연극을 하는 것 자체가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나면 작품으로 설득한다. ‘너도 화나지?, 화나지?’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의 가장 많은 경우다. 조금 비겁하지만 ‘작품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생각 이전에,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기위한 최소한의 삶의 직접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랄까. 그런데 그것을 혼자하면 재미없지 않나. 그래서 같이 한다. 설득해서. 모든 창작자의 기본적인 불안, 관객과 만나는 시점에서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불안이 있다. 같이 한다고 해서 작품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이 불안한 거지. ‘너도 불안하지? 불안하지?’ 하면서 같이 하는 거다. 작품 선정 과정은 이런 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자! 하는 공동창작 과정이다. 그러다 가끔 누군가 ‘별로 화 안 나는데요?’ 그러면 접는다. (웃음)
    강량원: 선동과 동의가 안 되면 접는다, 그러면 작업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고 있고, 그 카드를 하나씩 꺼내는 방식과는 달리 작품선택의 기간이 짧겠다.
    윤한솔: 예를 들어 ‘세월호’라고 한다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얘기를 바로 하고 싶다. 즉각적으로. 그런데 하다 보니 조심해야 하는 지점이 생긴다. 사실, 이것을 즉각적으로 하고 싶은 이유는 굉장히 낭만적인 접근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동정과 분노. 다시, 내가 진정 이 사건을 사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앞서 김재엽 연출의 이야기와 비슷한 지점이다. 서랍 안에 대본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많다. 공연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예산, 배우 등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즉각적으로 저의 분노에 동의하지 않으면 넣어 놨다가 나중에 다시 설득한다.
    이경성: 저는 ‘연극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희곡 안에서의 ‘연극이 무엇인가’는 지금 당장은 관심이 없다. ‘연극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때그때 임시적인 정의가 매번 변하기 때문이다. ‘연극이 무엇인가’ 질문을 할 때 제가 근간으로 드는 일종의 창조배경이 매번 달라지는 것 같다. 남산예술센터에서 작품을 했을 때는 ‘극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이 되었던 거였고, 지금 진행 중인 작품의 경우에는 ‘70대 평범한 할머니’라는 인물이 창조배경이 된다. 저는 저의 정체성을 극작가가 아닌 공연작가로서 가지고 가려고 한다. 극작가와 공연작가의 경계를 명확히 하려고 찾아가는 중이다.
    이양구: 연극을 처음 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트라우마 치유과정이었다. 공연을 하면서는 상처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 단계가 된 것 같다. 어릴 때 상처 받은 기억이 많다 보니 트라우마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식민지, 분단, 이산 등 역사적 트라우마가 심각하지 않나? 작품의 선택 역시 역사적 트라우마 치유 쪽인 것 같다.
    강량원: 박지혜 연출의 경우는 어떠한가?
  • 박지혜
    박지혜
  • 박지혜: 개인적인 것보다는 극단의 작업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겠다.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3명, 연출 1명이 공동창작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선택의 방법론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작업들을 귀납적으로 추론해 봤을 때, 구성원 모두가 하고 싶은 것을 제안하고 단원들에게 작품의 매력을 어필하고 설득해서 모두가 오케이 할 때 작품을 한다. 구성원 모두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작품을 하고 싶어 한다. 이때 나머지 단원들 역시 그 욕망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많이 싸우기도 하고, 어떤 건 3년 뒤에 하자, 이렇게 결론이 나기도 한다.
    강량원: 단편소설을 계속 선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양손프로젝트가 하고 있는 작업형식 자체가 훨씬 연극적이기 때문인가?
    박지혜: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라는 작품을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단편소설 극장전’의 의뢰를 받고 작품을 찾다가 다자이 오사무에 구성원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있어 하게 됐다. 작품을 만들 때 특별히 빈 무대를 지향하거나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없이 하면 어떻게 할 수 있나? 라는 고민으로 시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대가 안 들어오게 됐다. 자연스럽게 없이 하게 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계속해서 회의를 한다. 1인극으로 할지 2인극으로 할지, 인형극으로 할지, 무언극으로 할지.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작품을 선정할 때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대신에 구성원 모두가 그 과정을 경험해 가게 되니까, 나중에 하나의 텍스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연습과정

    강량원: 자연스럽게 연습과정으로 넘어가보자. 양손프로젝트의 경우 이야기에 맞는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몸으로 찾아가는 것 같다.
    박지혜: 그렇다. 그 전에 공통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끼고,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드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공유한다. 케이스마다 다른데 김동인 <감자>의 경우는 셋 다 좋아하지 않았다. 김동인의 삶이 너무 싫었다. 내가 왜 이 텍스트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갈등이 있었는데, 제가 싫었던 점이랑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비슷한 것이 있었다. 그 지점에서 공연과 만나게 됐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은 오만함과 우월감을 자랑스럽게 쓰고, 나는 지적이야, 하고 글에 썼는데, 처음에 그것들을 비판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 싫어했던 점들이 우리한테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때 이 사람을 우리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랑 만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하며 화해를 했다. 공연 과정에서는 키워드를 찾았다. ‘환경과 인간’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었다.
    강량원: 그럴 때 키워드는 극단 단원이 다 같이 뽑는 건가? 연출 콘셉트의 큰 흐름도 배우들과 함께 하는가? 그랬을 때 그 과정의 소요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박지혜: 처음보다 줄긴 했으나 그 과정이 연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습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구현하는 기간보다 길고 계속 바뀐다. 큰 컨셉이 바뀌지는 않더라도 공연 직전 또는 공연 중에도 계속 바뀐다. 키워드는 같이 뽑는다.
    김재엽: 개인적으로는 연습을 통해서 해결 되는 것과 나 혼자서 알아서 해결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오히려 연극과 무관한 타인들, 혹은 내가 가진 관심 테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사람들과의 직접 교류 자리를 갖는다. 일종의 여행을 가는 것 같은. 이런 교류가 과정이라면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양구
    이양구
    이양구: 트라우마의 당사자들로부터 출발한다. 당사자와 만나고, 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당사자로부터 출발한 작업은 당사자가 내 뒤에 있기 때문에 더 용기를 내게 되는 반면 그렇지 않았던 작업은 당사자를 마주하게 되면 멈추게 된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를 단발적, 소재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분야 관련 학자를 만난다. 역사학자, 여성학자 등 해당분야에서 관련 주제로 오랫동안 연구해 오신 분들과 일상적으로 만나서 평소에 이야기를 나눈다.
    강량원: 윤한솔 연출과 이경성 연출은 리서치를 오래한다고 들었다.
    윤한솔: 공부를 오래한다. 예를 들면 작품에서 다루어야 하는 시대가 있을 때 그 시대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전시회도 보러 다니고, 철길 탐방 같은 것들도 다니고. 우리 작업은 수행성인데 단순히 연기를 하고 마는 것의 문제라기보다 그 외에 배우들에게 수행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예를 들면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를 할 때는 배우들이 낯선 사람에게 담배 또는 김밥을 건네야하는 과제가 있었다. 12명 배우가 1개월 동안 수행 일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텍스트를 만든다.
    강량원: 수행일지를 쓰는 과정과 그것을 작업화 하는 과정이 다른가?
    윤한솔: 수행일지 작업을 마치면 배우들과 모두 함께 읽는다. 그중에 뽑는다. 이런 작업에서 재미있는 것은 읽다보면 그 과정에서 서사가 만들어 진다. 그 중에 선별한다. 몇 개씩 할래? 처음에는 10개씩을 뽑았는데, 공연시간이 3시간 40분이더라. (웃음) 그래서 조금 줄이고, 다시 선별하는 과정을 통해 공연으로 올렸다.
    강량원: 그 선별 작업은 배우들이 하는 건가?
    윤한솔: 그렇다. 저는 공연시간이 얼마가 걸리던지 괜찮다. 거기에 제동을 거는 건 언제나 배우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을 계획하지 않는다. 연습을 계획해서 하니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하고 있더라. 전에 배우들이 효율적인 연습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다. 당혹스러웠다. 효율이 무엇이냐?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 것이냐에 대해 얘기하다가 술을 마셨다. 여기에서 암묵적인 동의는 ‘이렇게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이고, 암묵적인 이해는 효율적인 것을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이렇게 관객을 만나도 되는가에 대한 불안이다. 우리가 하는 효율적 연습에 대한 고민이 우리가 보여줄 작업에 포함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관객을 만났을 때 이 불안 또한 보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상한 물음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강량원: 컨셉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결국 배우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보여지기 보다는 배우들은 계속 뭔가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컨셉이 나와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것은 연출에 의해 의도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윤한솔: 제가 연출을 하는 것은 마지막 3일이다. 디자인도 지문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기 이만큼 구멍이야’ 하고는 ‘그냥 여기서 해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는 이 구멍이 뭔지 만들어 본다. 막판 3일에 하는 것은 배우들과 2~3개월 작업 한 것에 대해 제 의도에 따른 재배치다. 강량원 연출님이 말씀하신 의도가 보인다는 지점은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까 간혹 연기자가 획득하는 것 보다 강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과 공연을 다 봤을 때 차이가 생긴다.
  • 이경성
    이경성
  • 이경성: 제 경우는 그때그때 정한 창조배경에 따라 리서치가 달라진다. 광화문에서 했을 때는 광화문의 역사나 물리적인 구조들을 가지고 시작했다. 밖에서 했던 수행적인 것들을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이 잘 되지는 않았다. 윤한솔 연출 이야기대로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들(연출제안에 대한 배우의 반감들)이 무대화가 된다. 배우 전체와 합의하고 시작하지 않고 제가 주도하고 설득한다. 설득이 안 된 부분들은 계속 수면위로 드러낸다. 연출입장에서의 고민은 장우재 연출이 말씀하신 이야기가 처음부터 없기 때문에 파편적 재료를 어떤 논리로 어떻게 엮을 것인가에 있다. 이것이 항상 마지막 공연 올라갈 때 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설익어서 올라가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이양구: 제 경우 텍스트는 매순간 다르게 보인다. 소재가 무엇이건 상관없다. 어떤 소재이건 누구와 하건 ‘지금 이 순간의 고민’을 담으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의 고민에 따라서 특정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소재, 형식 이전에 연출가 자신이 이 세계에 가지고 있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 위치에 대한 냉혹한 자각. 전제는 연극으로 그것을 만나겠다는 것에 있다. 그것을 소재로 쓰지 않고 삶의 본질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구경꾼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으로 접근한다.
    강량원: 장우재 연출은 테이블 작업을 오래한다고 들었다.
    장우재: 난 몰랐는데 우리 배우들이 그러더라. 리허설 준비가 안돼서 미뤄지는 거다.
    윤한솔: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나?
    장우재
    장우재
    장우재: 배우들이 앞사람이 무슨 얘기 하는지 또는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그렇다.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테이블 연습과정이 긴 이유를 생각해 봤다. 제가 계속 되뇌는 것은 ‘배우’와 ‘이야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내 연극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다. 첫 번째,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이 진행 되려면 수행하는 배우들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인식하고 수행해야 한다. 자기 역할/장면에만 빠져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게 결국 연기겠지만. 마음을 쓰는 건지, 연기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건지 관객은 바로 안다. 마음이 쓰여 질 때 적당한 형식이 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테이블 작업이 길어지는 것 같다. 작가로서 저 역시도 세상에 대한 반작용의 느낌(반감/저항)이 들어서 작품을 한다. 하지만 작품을 할 때는 그 반감만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 순수하게 반감을 제거하고 그러고도 가치 있는 무엇을 발견할 때, 그때 작품이 되는 것 같다.
    강량원: 테이블 작업을 할 때 배우들은 어떤 형식의 연극이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나? 혹은 알게 되는 때는 언제인가?
    장우재: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연극이란, ‘이야기가 되어야지’와 ‘라이브한 무엇이야’ 하는 두 개의 질문이 공존했다. 이야기를 중요시하는 것은 내 개인의 선택이지만, 반면 그것은 동시대성을 포착하기에 조금 어렵다. 그래서 파편화된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는 것 같다.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남는 게 없어 허망해지기도 쉽다. 이런 방법론에 대해서 같이 논의해야 할 시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재엽: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이라는 표어를 붙인 이유가 그 드라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드라마의 형식을 만들어 낸 것인데 쓰다보면, 말이 되는데 집중하고 있고,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라는 틀 자체가 원래 하고 싶은 얘기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 드라마에는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제 그런 틀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왜냐면 말이 된다, 안 된다, 에 집중하는 순간부터 현실을 담지 못하고 과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서로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대본을 써서 배우들한테 주었을 때부터, 수행의 과정이 된다. 내게는 배우들이 최초의 관객이다. 배우들이 아는가 모르는가, 그러면서 내가 잘 못 썼구나 하는 지점도 알게 된다. 이상하게 읽히면 얼른 고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 배우들이 창작과정에서 제안하는 경험.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생기고, 어떤 영화를 봐야하겠다든지 하는 것들이 연습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배우들을 만족시키는 텍스트가 전달되어야 배우들과의 교감이 활발하게 이뤄지니까. 이것이 숙제고 과제다. 배우들 역시 거침없이 말해준다. 텍스트를 가지고 서로가 놀 수 있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제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강량원: 그때 텍스트는 무엇인가. 몸과 말이 형성되어 있는 단위를 말하는 것인가?
    김재엽: 작품별로 다르긴 한데, 대본까지 못가고 에피소드만 모인 텍스트인 경우가 많다. <알리바이 연대기>처럼 에세이 형식 같은. 형식을 찾기 전에 배우들과 함께 자기 경험과 섞어서 이야기 하는 과정이 있었고, 형식이나 구조에 대해 먼저 결정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배우들이 저에게 영감을 많이 줬다.
    강량원: <알리바이 연대기> 이전 작업에도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연극이 계속 추구되었다. 그렇다면 배우들이 자신의 해석으로 채워가는 과정이 작업과정이 되는 것인가?
    김재엽: 그렇다. 거꾸로 배우들이 저에게 피드백을 준다. 희곡 자체가 움직여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같은 편이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 같이 고쳐야 하는 것이다. 관객을 만나는 것은 결국 배우다. 내 텍스트에 대한 최초의 관객인 배우의 피드백을 열심히 듣고, 배우가 수긍이 가야 그들이 관객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연습이 더디다. 저에게 있어 연극은 예술보다는 소통을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느냐에 있다. ‘공연 잘 봤어!’ 했는데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그런 연극은 저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윤한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예술가가 될래? 연극쟁이가 될래?’ 즉, 직업이 될래? 삶의 방식이 될래? 하고 묻는 것이다. 저는 내 삶의 방식이 되고 싶은 것이지 직업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이렇게 묻고 싶다. 고흐는 언제 그림을 그리다가 멈췄을까? 언제 그것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그냥 어느 순간 멈춘 것이다.
    장우재: 오래된 고민이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데, 최근에 든 생각이 구상체가 있고, 의도를 포함하여 비구상의 상태로 넘어가는 상태가 있는데, 여기서 멈춘 세잔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거다. 결국 그것은 밸런스일 텐데, 작가마다 그 밸런스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 윤한솔
    윤한솔
  • 윤한솔: 장우재 연출과 김재엽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재엽 연출이 하려던 이야기는 ‘어쨌든 연극이다’ 라는 얘기다. 과거에 연극이라고 지칭되었던 문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저는 제가 하는 것이 다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연극이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면 삶의 의미들은 너무 많다. 연극은 왜 단일한 의미로 이야기해야 하나? 그것은 억압이고 폭력이다. 무의미함의 공허함, 그 불안, 그 공포에 굴복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게 된다. 아까 얘기한 파편화된 것들을 어떻게 병치시켜야 하는지 하는 것들 말이다. 새로운 형식은 미완성이고 종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실패를 목격하는 것이다. 그게 형식에 있어서의 유일한 성공이다. 저는 김재엽 연출이 드라마를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드라마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장우재 연출이 배우들이 작가의 말의 의미를 알아야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저는 배우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지 말고 종이 위의 글씨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고민을 해보자고 한다. 연출을 할 때는 대본의 토씨하나 안 고치고 작업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작가의 의도대로 되지도 않는 것 같다. 공연 가까이 올 때 까지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장우재: 시대에 따라 연극에 대한 당위나 방법론은 변화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연극의 비언어적 요소들을 연출의 방법론에 항목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문제이고 젊은 연출가들이 형식적으로 구체화해야 하니 이 얘기를 하는데 까지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을 만나는 방식

    강량원: 관객은 어떻게 만나는가. 공연 중에 관객이 많이 참여하나?
    윤한솔: 저는 제가 만드는 공연들이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연을 하는 것은 ‘말 꺼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지 알고 와라’가 관객에 대한 나의 태도다. 내가 대화할 대상이 누구인지 사전에 내가 알 수 없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대화를 하기 위해 만나러 와달라는 것이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집에서 TV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일정한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오는 일종의 일탈이다. 그렇게 공연장에 왔으면 좋겠다. 저 역시 관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단 쎈! 관객이 왔으면 좋겠다. 쎈! 관객이라는 것은 공연이 떠 먹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서 이것을 해석하고자 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관객을 말하는 것이다.
    장우재: 쎈! 관객 중 하나가 나다. 그린피그의 작품은 일단은 불온하다. (웃음) 그 불온을 감당하는 이상한 모럴리티(morality)가 있다.
    강량원: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작품의 형식과 방향이 만들어지고 하는가?
    윤한솔: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에서는 관객을 서로 마주보게 했다. 우리를 보는 것 보다 우리를 보는 서로를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실 모든 공연에서 마찬가지다. 관객은 누구냐, 관객을 어떻게 만날 것이냐, 관객이 스스로 의도하지 않게, 모르게, 깊숙하게 관여하게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한다.
    박지혜: 사실 관객에 대해 논의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관객과의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제가 관객일 때, 내가 연극과 만났을 때 어땠었나를 생각한다. 내가 관객보다 많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늘 자각한다. 평소의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이 불특정 다수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특정한 관객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최근에 관객의 공연 중 개입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다.
    강량원: 김재엽 연출님은 관객이 어떤 경험을 갖게 하는가?
    김재엽: 연습과정에서는 ‘내가 관객이다’라고 생각하고 본다. 내용을 모르고 있는 상태로 봤을 때 내가 납득이 되나, 이해가 되나, 생각한다. 제대로 구현하려고 했느냐 하는 연출가적 시선이 아니라 관객으로서의 태도를 가지려고 한다. 쓴 사람입장으로만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제 작품이 디테일이 약한 이유가 구석구석은 잘 안보이고 전체 진행되는 것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드백을 하는 방식도 관객의 입장으로 한다. 공연은 나를 보여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입장으로 생각을 해본다. 사회비판적인 입장을 얘기 할 때도 생각이 같은 입장의 사람들과 소통 하려고 하는 작품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았을 때 자기 생각에 대해 반추할 수 있는, 설득 또는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저는 제 공연을 어떤 사람들이 보러왔는지 궁금하다.
    강량원: 탈 드라마 구조를 지향한다고 했을 때 관객들은 그 구조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재엽 연출은 관객의 눈으로 본다고 했는데, 탈 드라마 구조하고 어떻게 연관되는가?
    김재엽: 우리는 드라마구조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일종의 리얼리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생각에 일반 관객들은 거꾸로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의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저는 고전을 평생 못할지도 모르겠다. (웃음) 왜냐하면 고전은 책을 읽는 것이 정면 대결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현존하는 배우의 힘이 굉장히 크다. 현존하게 하는 힘이 리얼리티가 되는 것이다. 서사, 드라마구조 등에서 나오는 것은 다른 장르에서 이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게임이 오히려 어린 친구들에게는 리얼리티가 있다. 우리에게 게임은 판타지이지만.
    장우재: 연극이 대단한 무엇이어서 관객을 압도 하려는 태도는 지양한다. 하지만 일정한 형식을 가지려고는 한다. 어떤 면에서 드라마보다는 내러티브(narrative)가 중요한 것 같다. 드라마가 없어도 내러티브가 있으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간 말고 한 인간! 즉, 하나의 객체를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관객은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평가 하려고 한다. 저는 그 마음을 열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낮은 자세로 내려놓고 이야기를 한다. 당신보다 못한 사람 이야기에요, 라고. 그러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작품이 ‘정말 좋았다’라는 관객은 피한다. 그들은 위험하다. (웃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것은 당신의 복이다. 나도 그런 당신이 부럽다고 말한다.
    윤한솔: 처음 혜화동1번지 공연이 매진이 됐을 때, 난 우리 엄마가 표를 다 산줄 알았다. (웃음)
    강량원: 시간이 많지 않아서 충분히 하고 싶은 주제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하지만, 이런 이 자리를 시작으로 연출의 방법론에 대해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리: 최윤우(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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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51호   2014-09-04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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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진짜 멋지다! 연극in 짱이에요 알라뷰~♥

    2014-09-04댓글쓰기 댓글삭제

    임인자
    이야기 2탄을 기대해봅니다

    2014-09-1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