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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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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한지 10년에서 15년 이상이 된 극단, 그리고 2000년 전후 활동을 시작한 극단들은 한국연극계의 극단사(史)를 잇는 중견극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품 편수의 많고 적음이나, 활동영역을 떠나 연극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이기도 하다.
하여, 최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극단들의 새로운 연극적 형식과 미학에 대한 관심과는 사뭇 다른 의미, 즉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연극언어나 담론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오늘 만나게 되는 竹竹도 바로 그런 극단이다.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5년. 특별함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리 큰 주목을 받은 것 같지도 않지만, 竹竹의 이름으로 올리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김낙형이라는 연출가의 이름을 대할 때마다, 여전히 그 무대를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2013년 <밤의 연극>을 끝으로, 올해 역시 극단 竹竹의 작품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도대체 이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2015년에는 뭔가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가? 그 궁금함을 갖고 만났다. 극단 竹竹의 현재가 어떠한가를.

극단 竹竹

2008년 8월. 극단 竹竹의 <맥베드> 공연이 끝난 후 만났던 김낙형 연출과의 기억은 아직도 생경하다. “견딜 수 있을 줄 알았지?”라는 대사 하나가 공연을 압축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1년에 한편이라도 무대언어가 살아있는 창작극을 하는 게 목표라던 극단 竹竹. 이들을 처음 만났던 것은 2003년 <나의 교실>이다. 이후 2006년 <지상의 모든 밤들>로 주목을 받았던 竹竹은 다시 2년 만에 <맥베드>로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쓸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리고 <토란극>, <생사계>에 이어 2013년 <밤의 연극>까지.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극단 竹竹의 주요 작품 연혁을 놓고 보면 작품의 발표되는 시간의 사이가 여느 극단과는 다르게 조금 더 긴 호흡에 머물러 있음을 보게 된다. 1년에 한 편, 2년에 한 편 정도. 사실 이 정도의 스케줄을 갖고 있는 극단이라면, 그리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게 정말 너무 오랜 시간인가? 한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 그에 맞는 연극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인고의 시간, 그것을 적확하게 형상화시키는 연습의 과정이 있어야 가능한 연극시계에서. 그것이 시스템화 돼서, 좀 더 발 빠른 자기언어가 더해져서, 그 사이가 더 짧아지고 간결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너무 더딘 것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몇 년 더 이럴 수도!!

호흡이 길다는 것은 또 다른 기대가 생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쯤이면 뭐 하나 나올 때 됐는데, 하는. 보자, 竹竹이 2013년 했으니까 2015년쯤에는 뭐 하나 하겠는데? 도대체 뭘 준비하고 있기에 이렇게 잠잠할까. 극단 竹竹의 또 다른 무대언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생생한 그것을 먼저 추궁해보리라! 그런데, 음. 그런데, 하시는 말씀들. 김낙형 연출 “글쎄, 하긴 해야겠는데…”, 이창수 배우 “알바하면서, 다른 작품 알아보고 있습니다!”, 장미향 배우 “학교 갈 준비 하는 중이에요” 오오. 이런! 도대체 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최윤우
극단 작업이 올해는 없었다. 내년에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김낙형
음…. 있도록 해야지.
최윤우
물론 竹竹이 작품 편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안다.
이창수
하하하. 잘 아시면서! 저희는 양보다는 질로!
최윤우
정말인가? 처음 극단을 만들고, 최근까지 지내오면서 극단의 방향이나 삶의 방식, 비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잠시 또 정적)
김낙형
아, 그런데, 너 네 소금 안 필요하니?
(여기는 치킨 집, 후라이드를 한 마리 시켰다!) 뭘 물어봤죠?
최윤우
여기 소금이요! 하하하.
김낙형
작업이 소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찾고 있다. 10년 넘게 극단을 해오면서도 공연이 많지 않았던 것이 적확하게 필요한 연극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까 자기검열이 점점 심해지고, 작업이 뜸해지는 거 같다. 물론 불안해하고 긴장하고 있다. 어쩌면 그게 우리 극단의 힘인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과 긴장을 에너지로 삼는.
최윤우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이제 새로운 작품을 할 때가 됐나?
김낙형
언제든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면 많이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안하는 거니까. 활발하게 할 생각도 있고, 아니면 몇 년 더 이럴 수도 있고.

이 시대 연극에 대한 고민, 작가이자 연출가 대표로써 갖는 의미와 배우들의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새로운 것을 찾는 데 있어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고, 한편으로는 계속 새로운 실험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 모든 경우 역시 그것의 기준점은 관객이 될 터, 극단 竹竹은 관객들과 만나는 접점 위한 그들만의 메소드를 찾기 위해 고군부투 중인지도 모르겠다.

극단 竹竹

거기? 괜찮지! 어떤 게?

그렇다면 극단 竹竹을 바라보는 대학로의 인식은 어떨까. 혹은 극단 竹竹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어떤 극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2005년부터 극단에서 활동해온 이창수 배우와 3년 전 막내로 들어온 배우 장미향에게 극단의 더딘 걸음은 이제 익숙한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체화되어 있다.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은 분명 배우들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은 시간임이다. 하지만, 그것이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 다른 연극인들 역시 극단 竹竹이 괜찮다고 하는 지점, 그거 참, 설명하기 힘든 아우라임에는 틀림없다.

최윤우
3년 전에 단원이 됐는데, 뭔가 혹하는 제안이 있었나?
장미향
전혀 아니다. 미아삼거리에서 순대랑 술을 많이 먹었다. 허파볶음이랑. 하하하.
최윤우
극단 미추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竹竹은 어떻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있었나?
장미향
내 또래의 친구들은 竹竹이라는 극단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근데 그게 나한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술자리나 다른 극단에서 극단 얘기를 들었을 때 괜찮은 극단이라고 하더라. 하하하
최윤우
어떤 게 좋다고 얘기하나?
장미향
어떤 게 좋다는 구체적인 말을 들은 적은 없다. 하하하.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표현을 굉장히 잘한다거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극단이라거나 어떤 특징적인 것을 명확하게 얘기해 주지는 않지만, 근데 좋다고는 한다. 그리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최윤우
극단에 들어와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장미향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잘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게 됐다.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몰랐던 것을 찾았다는 느낌? 당연히 배우는 무용적인 것이나, 발성, 연기적인 기법을 충분히 해내야 하지만,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연습을 하면서 다 같이 모여 있는 삶이 싫거나 좋은 게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 이 방식도 괜찮은 것 같다.
최윤우
지금 얘기 하는 건 사실, 극단의 저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창수
특별히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젊은 극단, 자기들 색깔대로 묵묵히 열심히 한다. 고집 있다. 그리고 무겁다, 어렵다, 그래도 계속 한다. 뭐 그런 것들…. 그리고 쉽게 하지 않는다.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그런 얘기 속에 깔려 있는 게 어떤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뭔가 내 바람이기도 하지만.
최윤우
단원으로서 배우로서 기대하는 희망은 무엇인가?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지금 해왔던 것처럼 내 얘기를 꼼수부리지 않고 하는 것. 그게 형식이든 형태든 그 방식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저 극단은 저 배우는 저 작품 했을 때 그래도 뭔가는 좀 색깔이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라는. 그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치열해야 될 대상이 뭔지를 알게 됐다는 것. 연극이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작은 정신의 변화를 주는 건데. 요즘 공부에 대해서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고,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그리고 그것이 ‘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되면 당연히 성적도 오르고 재미도 있는 것처럼. 우리 극단은 그런 것을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 배우 장미향
최윤우
연습과정, 특별한 극단의 메소드가 따로 있나?
이창수
공연이 끝나고 나면 연출님은 우리 극단만의 메소드가 성립되어 있지 않다는 게 늘 아쉽다고 말한다. 말하고자 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고 싶은 그런 욕심은 있는 것 같다.
최윤우
어떤 욕심인가?
김낙형
배우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다. 단편적인 게 아니어서.
장미향
일상극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와 몸을 동시에 같이 쓰게 한다든지 하는 것들
이창수
형식적인 면도 그렇지만, 추구하는 정신이 그런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의미를 어떻게 주어야 하나. 그런 것을 다층적으로 고민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많은 것을 해야 한다. 그래도 십년 동안 있지 않았나.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은 있으니까.

극단 竹竹

배우로부터 출발하는, 실재하는 텍스트

竹竹의 15년, 그간 알게 모르게 생긴 변화, 한국연극계에서 극단의 생존 방식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깊은 지금, 극단 竹竹은 새로운 연극 제작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즉 새로운 시스템이 생성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간 수업이 되풀이 돼 온 연극제작과 발표의 과정, 그것을 보는 몇 되지 않은 관객들과의 만남,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듯한 이러한 과정의 연속이 그 어떤 것보다 창작행위를 지치게 한다는 김낙형 연출의 생각은 한국연극 제작 시스템과는 상반되는 시선에 닿아있다.

김낙형
언젠가 술을 먹다가 사람들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연극을 해보고 싶다. 극단도 그렇고.
최윤우
새로운 방식이라면?
김낙형
지금 한국연극 제작 지원방식에 전혀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감수해야 해야 하는 건데, 예를 들어서 6개월 연습 과정이다. 처음에는 다른 공연에 방해가 안 되게끔 ‘신체훈련’을 일주일에 3일정도 3시간씩 3개월을 하는 거다. 그리고 3개월은 모인 사람들과 함께 텍스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최윤우
텍스트를 없는 상태, 공동체의 훈련 과정으로부터 이야기를 창작한다는 건가?
김낙형
그렇다. 서로서로 영감을 받는 거다. 모이는 사람 자체가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절박하게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6개월 후에 공연이니까.
최윤우
결국 수행성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제작방식의 흐름과 비슷한 맥락 아닌가?
김낙형
그거랑은 다르다. 그때 모인 사람들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메소드가 되는 거다. 형태는 나중에 잡아가는 거고. 한 작품을 잘 하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근원적인 것부터 출발하는 거다. 나는 그 과정이 메소드라고 생각하고, 그런 걸 해 보고 싶다. 기존 작품이든, 고전 작품이든 창작극이든.
최윤우
방식은 이해가 되는데, 지금 한국연극계 환경에서는 정말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겠다.
김낙형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는 연출가가 작가보다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글자를 무대언어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함께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텍스트중심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좋은 원작을 가져와 새롭게 각색하는 작업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창작극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런 것들을 2년, 3년 해볼 마음이 있다.
최윤우
바람인데, 지금 생각하는 그런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공연까지는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볼 수 있는 건가?
김낙형
2년 안에 시작하겠다. 하하하
최윤우
2년 놀고, 또 2년 후에 하신다는 거냐?
김낙형
아니 뭐… 우리도 남들 하는 것 좀 하다가. 하하하.

언제 어느 때 안 그랬을까마는 최근 한국연극계는 극단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단순히 운영경비가 없다거나, 공간이 없어서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만이 아닌, 연극창작에 대한 제작방식과 그것의 수용에 있다. 즉,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창작하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로 돌아온다. 거기서부터 극단의 생존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극단 竹竹

극단 竹竹의 현재도 이와 같다. 2014년 극단 제작 작품을 내지 못하고, 2015년에도 명확한 계획은 아직 없다. 극단은 존재하고 있는데, 단원들이 모이는 횟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상황이 이러니 극단을 해체할 것인가? 정말 그게 답인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극단 생존의 방식은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가. 중견 극단들의 고민의 수위가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다.
극단 竹竹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는 활동이 거의 없어 대상이 맞는지 모르겠다던 연출가의 사양을 아무 상관없다고 했던 이유는 한 가지다. 뜸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10여년 넘게 竹竹은 자기 언어를 실험하고 도전하며 공연을 이어왔던 세월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지금 활동이 어려운 상황 역시 지금 한국연극에서 극단이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극단 竹竹은 새로운 제작 시스템, 2014년 한국연극이 직면한 다양한 모습을 토대로 새로운 자기언어를 개발하기 위한 숨고르기를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 임진원 limjinwon@gmail.com]

태그 극단적인 연극사,극단 竹竹,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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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 56호   2014-11-20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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