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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을 이동하는 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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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전에 창단한 극단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 수 년 전에 활동을 시작한 극단들이 요즈음 활동하는 이들과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면 단연 극단 이름의 작명일지도 모르겠다. 드러나는 이름만으로도 궁금함을 자아내게 그것, 때로는 시어(詩語)와 같은 문학적 함축성으로, 때로는 무대적 상상력을 뛰어넘어 스스로 가야할 좌표를 담아내는 상징으로 표기되는 이름들.
하여, 참 멋스럽다 생각되는 이름을 지닌 극단들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생각과 삶으로 궁금함이 확장된다. 한번 들으면, 아하! 그렇게 깊은 뜻이!,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면, 아하! 그렇구나! 손바닥 마주치게 되는 희열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들이 생기는 이유다. 극단 차이무가 바로 그런 극단이다. 차이무?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실 만하다.
실제 이름의 줄임말로 사용되는 터, 프로그램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차원이동무대선’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으실 것이니. 극단 차이무의 전 대표인 이상우 연출이 만든 극단 명에는 ‘관객을 태우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여,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보여준다’는 극단의 항해법, 즉 지향점이 숨어있다. 이 배를 움직이는 연료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2014년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차이무의 항로를 되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이들만의 유쾌한 무대는 거기서부터 시작됐고, 20여 년 동안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좌표아래 순항하고 있다.

극단 차원이동무대선

쉽지 않다. 음. 누구를 불러야 하나. 보통 극단 대표나 연출,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자리를 해온 극단 인터뷰니 새삼 고민할 필요는 없는데, 극단 차이무를 만나기로 하고선 약간 고민스럽다. 많다, 정말 많다. 만나고 싶은, 만날 수 있는 배우들이. 하하하. 아마도 차이무를 좋아하거나 조금 관심 있는 관객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많은 배우들이 극단 차이무의 식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양한 매체에서 만났던 많은 배우들이 여전히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하지 않고, 과감히(?) 극단 차이무의 단원이기도 했고,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차이무와 함께 공연을 만들어 온 (주)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차이무 이야기 좀 같이 하시죠! 그렇게 대부분의 공연에 함께 제작자로, 기획자로, 동료로, 제자로 함께했던 손상원 대표와 2003년부터 이상우 선생의 뒤를 이어, 극단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민복기 연출을 만났다. 역시나 자연스럽게 배우군단이라고 할만한, 차이무의 색깔 있는(?) 단원이야기로부터 이야기는 풀어진다.

색깔 있는 배우 군단

1995년 <플레이랜드>를 창단 공연으로 활동을 시작한 극단 차이무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선보인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이들의 작품을 공통적으로 수식하는 몇몇이 특징이 있다. 바로 웃음과 풍자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식은 직접적인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통쾌한 웃음으로 더 깊게 폐부를 찌른다.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가볍고 편안하게 하지만 묵직한 질감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희극성, 극단 차이무가 20여 년 동안 견지해온 차별화된 특성이자 연극언어이기도 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단연코 배우들이다. 또한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상우 선생을 중심으로 내로라할 연기파 배우들이 모이면서 출발한 극단 차이무의 흔들리지 않는 저력이기도 하다.

최윤우
단원이 정말 많죠?
민복기
글쎄, 그게, 대표가 단원이라는 사람도 있고, 대표는 아니라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손상원
심지어 공연은 안하는데 단원인 사람도 있고.
민복기
그렇지. 소속은 다른데 있는데, 우리 단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하하하. 그냥 연대 같은 느낌이죠.
손상원
초창기에는 재미로 단원을 색깔로 구분했던 적이 있어요. 노랑단원, 파랑단원, 그 중에 블랙단원이 가장 높은 거고,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색깔에 따라 약간 차등해서 개런티를 주고.
민복기
명계남 선배님이 일본에 갔다 오시면서 진짜로 색깔 손수건을 사오셨지, 가슴에 달고 다니라고. 하하하
최윤우
어떻게 단원을 뽑아요? 관심 있는 배우들이 많을 것 같은데.
민복기
이상우 선생님이 계실 때부터 단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되는 건데
손상원
기존 단원들의 반대가 없어야 하지 않았나?
민복기
맞아. 그렇지. 단원 중에 반대하는 사람 없이 만장일치가 되는 사람들이었지.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요즘 보면 다 청탁인 것 같아. 지인들 청탁! 하하하
손상원
차이무랑 같이 하고 싶은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뮤지컬 하는 배우들은 오디션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하니까. 차이무 배우들이 다른 장르에서 활동을 많이 하니까, 그럴 수 있는 연기를 배워보고 싶은 거지. 그런데 여기는 오디션이 없지. 하하하.
최윤우
단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다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민복기
그렇죠. 작품이 들어갈 때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좋은 건데, 끝물에 들어오면, 공연도 못하고, 조연출, 스태프로 일만하면서 노동력만 착취당하기도 하고.
손상원
맞네. 배회하다 떠난 사람도 있네.
민복기
어떤 면에서 운명 같아요. 작품이 들어갈 때, 필요한 친구가 딱 들어와서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그 친구는 말 그대로 물을 잘 못 만나 거고. 인생도 그런 거 같은데 평생 작업하다가 죽기 직전 또는 죽고 나서 뜨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에 시작할 때부터 잘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최윤우
다 마찬가지지만, 극단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민복기
극단을 위한 비용을 최소화 했죠. 사무실도 얻지 말자고 했으니까. 나중에 돈이 생겼을 때 더 나눌 수 있도록 고정 지출비용을 줄이는 거죠
손상원
그리고 모두 다 1인 2역이 원칙이었지. 이상우 선생님은 세트도 직접 하시고. 저는 기획을 하는데도 다른 역할을 요구해서 공연 때 오퍼레이터도 했었어요.
최윤우
그럼 한 번도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나요?
민복기
사무실은 필요하더라고요. 놀 수 있는 공간이. 선배들은 지금 바빠져서 모이지는 못하고. 후배들을 위한 공간이 되는 거죠.

극단 차원이동무대선

세상을 보는 방식, 그 같음과 다름의 20년

차이무의 20여년을 굳이 나눠본다면 사회구조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웃음으로 풀어내던 이상우 대표의 초기시절과 가족과 형제, 주변 이웃들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민복기 대표의 현재로 구분해볼 수는 있다. 사뭇,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같은 선상에 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들이 직시하고 있는 공통분모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방식, 연극무대를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질문의 본질이 같기 때문이며, 거기에서 극단만의 특성이 드러난다. 손상원 대표 역시, 이들의 최대의 강점, 차이무의 특성이 배우들의 연기방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배우들, 특히 30~40대 배우들의 연기가 열려 있어요. 어떤 환경이든. 항상 느끼는 게 차이무의 연극스타일은 프로시니엄에 갇혀 있는 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잘 해요. 작품에 따라서 액자형으로 들어가도 익숙하게 잘해요. 갑자기 너 열고 나와 바! 그러면 그 배우는 되게 힘들어 하거든요. 그게 다 훈련이 돼 있어요. 민복기 연출은 후배들에게 연기지도도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선배들의 호흡이나 차이무의 작품이 가진 특성을 자연스럽게 받으면서 열린 그런 배우가 많은 거죠. 그래서 다른 장르에서도 연기를 잘하고,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상우 선생님이나 민복기 연출님이나, 이들이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방법, 그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 대표 손상원

극단 차이무가 세상에 대해 말하는 방식, 민복기 연출은 스스로를 잘 못 본다며 대답을 잠시 회피(?)한다. 1996년, 대학 1학년 때 학교 연극동아리에서 봤던 <비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는 재차 질문해본다. 그 말하기 방식이라는 것은 희극성을 동반한 풍자 아니냐고.

손상원
96년 <비언소>는 그때 평단에서 작품으로도 인정 안했잖아.
민복기
그런 형태가 없었으니까. 그게 좋았던 것 같아.
손상원
개그 콘서트처럼 그렇게 꼭지별로 간 게 없었지, 그것도 굉장히 퀄리티 높게.
민복기
그게, 변별력이 떨어진 거죠. 지금은 더 감각적으로 풀어지니까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죠. 그러면서 생각해 보죠.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가까운 친구는 제 작품을 보고 너는 왜 어두운 이야기만 하냐고 말하기도 해요. 죽음 이런 이야기를 다루니까.
최윤우
차이무는 레퍼토리가 많은 극단이기도 해요. 시리즈로 다시 공연된 경우도 많고.
민복기
이상우 선생님은 굉장히 공들여서 쓰시지만 저는 질과 상관없이 무조건 써 놓고 봐요. 하하하. 그래도 계속 작품을 할 수는 있지만, 작품이 죽으면 못해요. 의미가 있어야지 할 수 있는 거니까. 흥행은 둘째 치더라도 만든 사람들이나 관객들의 만족도가 느껴지면 다시 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최윤우
물론이죠. 어떤 면에서 차이무가 해왔던 코미디, 그게 사실은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즈음은 풍자가 어려운 시대가 아닐까. 공공의 적이 없기 때문에. 반은 싫어하고 반은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그걸 풍자해버리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죠. 모든 사람이 핍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공감되기 쉬운데 지금은 그게 어려운 시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이 발전되면서 풍자보다 자극적인 말들이 오고가잖아요. 예전에는 무대예술의 풍자가 신선하고 재밌고 통쾌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게 없어진 거죠. 그 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는 진솔함이라는 축으로 가는 것 같아요. 재기발랄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냥 직구를 던지는 것도 있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의 속내를 바라보는 이야기들, 그 사람의 인생의 이야기들을 그냥 말로 풀어버리기도 하고."
- 대표 민복기

생존의 방식? 바둑을 두듯, 놀이를 하듯

20여 년, 관객과 함께 배를 타고 차원이동을 하며, 무대를 항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극단은 혹은 연극은 생존을 위한 고민의 지점이 아닌, ‘바둑을 두는 것처럼,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하나의 물결처럼 보인다. 연극이 아닌 것 같다는 혹평을 듣기도 하고, 한 때는 연극계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아보기도 하고, 연극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었던 작품들이 오히려 공전의 히트를 기록, 극단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 재밌을 것 같다, 하나의 마음으로 지나온 세월은 어느덧 극단 차이무만의 견고함으로 남아있다.

민복기
사실 저도 <거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 작품이 처음 올라갔을 때 상당히 센세이셔널 했잖아.
손상원
그렇지. 우리도 고민 많이 했으니까. 과연 이게 공연이 될까? 하고.
민복기
관객들이 분명히 다 잘 거다. 다섯 명의 배우가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만 하는데 그걸 관객이 좋아할까? 그리고 배우들은 그게 될까? 그런데, 그걸 정말 재밌게 보더라고요. 아, 이런 것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결국은 배우들의 진솔함이 그냥 관객과 교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거죠. 그런 영향으로 나온 게 <양덕원 이야기>에요. 더 말 안 해 보고 더 포즈를 길게 잡아보고 <슬픈 연극>에서도 그런 방식도 쓸 수 있었던 거고, 연기도 그렇게 가는 거죠.
손상원
사실 배우들은 많이 힘들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게 훈련이 안 돼 있으면 안 된다니까.
민복기
과하게 하지 않는 순간에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이거든요. 마치 빗물이 막 떨어질 때는 안 보이지만 물이 잠잠해지면 물속이 깨끗하게 보이는 것처럼, 배우가 무대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때 보다 가만히 평정한 상태를 갖고 가면 관객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연기가 정말 어려워요. 순간조차도 연기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걸 비우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거니까. 앞서 손 대표가 이야기 했던, 배우가 열려있다고 하는 의미와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최윤우
그렇죠. 날 것으로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가진 내공이 보이는 거니까요.
손상원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에요. 오래 길게 가야지만 그런 작업이 가능해진다고 봐요. 한번 두 번 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고.

극단 차원이동무대선

오랜 극단의 활동 지점에서는 다양한 변화의 시기가 있었을 터, 그것이 때로는 작품이 되기고 하고, 관계가 되기도 하고, 흐름 속에서 찾아오는 환경적 변화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차이무의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이 있었다면, 역시 이상우 대표에서 민복기 대표로의 체제변화다. 이야기의 소재도, 글쓰기의 방식도 글쓰기의 방식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인데, 20주년을 맞아 차이무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는 특별한 변화가 있다. 바로 이상우 선생의 신작이다.

민복기
만약, 20주년이니까 해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 두세 작품 정도를 묶어서 한번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오랜만에 이상우 선생님의 신작이 세상에 나오게 될 거에요. <돼지사냥> 다음이니까 14년 만에 보게 되는 거죠.
손상원
사실, 그거 하나만 해도 20주년의 의미가 되는 거지. 하하하.
"이상우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연극을 모여서 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누군가 이 모든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면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니, 연극을 할 때만큼은 모여서 즐겁게 하고 얻은 만큼 나누고, 평소에는 각자의 일을 열심히 살자! 연극이란 작업은 사실 돈을 벌 수 있는 작업은 아닌데, 누군가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 한 것일 수 있다는 거죠. 나가서 일 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모여서 연극을 할 때 더 열심히 연극을 하고. 그런 게 차이무가 연극을 하는 힘인 것 같고, 그렇게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죠."

[사진: 임진원 limjinwon@gmail.com]

태그 극단적인 연극사,극단 차원이동무대선,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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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57호   2014-12-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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