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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질문을 품은 엉뚱한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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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연극은 연극의 사회적 역할, 미학적 관점에서의 좌표, 동시대의 현안들을 다루는 방식, 연극을 찾는 관객들과의 소통법 등 다양한 지점에서 무대를 확장시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이 시대에 연극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어떻게 관객들을 만나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품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명확한 해답은 없다. 작품을 만나는 관객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고, 한 편의 연극이 소용되는 형태도 다양하고,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들의 관점과 지향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연극무대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왜 연극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서로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수많은 극단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2009년, ‘조금은 엉뚱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출발한 공상집단 뚱딴지가 지닌 극단의 방향 역시 여기에 머문다.
연극만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말 그대로의 ‘뚱딴지’처럼 풀어갈 수 있는 무대, 창단 7년을 맞은 공상집단 뚱딴지의 현재는 이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깊어지고 있다.

공상집단 뚱딴지

2009년 창단한 공상집단 뚱딴지는 극단 유씨어터에서 활동하던 연출가 문삼화를 중심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거창한 비전도, 어떤 지향을 선언하며 활동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갖지 않은 채, 작가, 연출가, 작곡가, 배우 등 다섯 명의 지인들이 ‘엉뚱하고 재밌는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모였을 뿐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상집단 뚱딴지는 올해로 7년 차를 맞았고 13명의 단원이 활동하며 한 해 두 해 유의미한 흔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행동이나 사고방식 따위가 엉뚱한 사람’을 일컫는 뚱딴지의 사전적 의미처럼, 정형화된 관습을 지양하고, 조금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을 품고, 연극이라는 장르가 지닌 특성을 십분 활용한 무대를 꿈꿔왔던 이들의 행보는 조금씩 더 깊이 있는 울림으로 채워지고 있다.
창단 초기부터 함께 했던 동료이자 부대표인 배우 김지원과 하필, 오늘따라 연기가 안 풀려 침체돼(?) 있던 배우 오민석, 그리고 연출이자 대표인 문삼화를 2014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창작지원작 <먼로 엄마>(1.22~ 2.08, 쁘띠첼 씨어터) 개막을 이틀 앞둔 늦은 밤 연습실에서 만났다.

왜 연극이어야 하는가?

"문삼화 연출의 관점 이동과 변화는 아직도 그녀가 안주하지 않고 동시대와 인간, 연극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 제16회 김상열연극상 선정 사유 중

최근 선보이는 작품 편수는 물론,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할 만한 이슈를 남기며 연극계에 묵직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놓고 있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김상열 연극상에서 밝힌 심사평 역시 그렇다. 문삼화 연출의 ‘관점이동과 변화, 안주하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는 평처럼 뚱딴지는 창단 초기와는 또 다른 무대로 그들의 질문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창단 초기만 해도 연극이어야 하는 이유를 어려운 이야기, 뭔가 더 치열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연극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을 많이 했던 것 같고, 그게 2011년 <고령화가족>을 하면서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연극적인 것이 꼭 하드하고 치열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 고등학교 친구가 10년 넘게 제 작품을 보러 오는데 <거리의 사자>를 보고 나서는 화를 내더라고요. “내 삶도 힘들어 죽겠는데, 극장에 와서도 힘들어야겠냐?” 하하하.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론적으로 그렇게 됐던 거죠. <고령화가족>을 하면서 연극적인 재미는 살리되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 한번 생각이 전환이 된 것 같고, 다시 <일곱집매>를 하면서 또 바뀐 것 같아요. 사회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 연극일 수 있다는. 변화의 지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맥락은 똑같아요. 왜 연극이어야 하는가. 관객들이 굳이 이 작품을 연극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뭔가, 그 질문을 근간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던 것 같아요."
- 연출가 문삼화

그렇다. 연극은 아무리 잘 된다고 해도 영화처럼 1천만이 공연을 보러 올 수도 없고, 일상을 넘나드는 허구적 상상력의 드라마는 세상 곳곳에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다른 예술장르와 달리 현장성을 기반으로 한 연극무대가 견지해야 할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가. 연극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연극으로 봐야만 하는가. 연극으로 봤을 때 더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인가. 공상집단 뚱딴지의 작업이 예의 어떤 하나의 색깔로 묶여지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공상집단 뚱딴지

하나로 묶이는 것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활동영역은 주제와 소재, 관점과 대상 등 어떤 색깔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작가를 겸하지 않고 연출만 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는 문삼화 연출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하나의 지향점을 갖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난 7년의 시간을 이어오게 한 뿌리이기도 하다.

최윤우
그간의 작품을 보면 다양한 시도들이 보인다. 그래도 뚱딴지만의 변하지 않는 색깔이 있다면 어떤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지원
밖에서는 뚱딴지를 어떻다고 말하나요? 뚱딴지는 어떤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최윤우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흐름이 잘 보이지 않죠.
문삼화
그게 뚱딴지인 것 같아요. 제가 작(作)을 안 하니까. 극단의 색깔은 뭐냐고 물어봤을 때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이름을 ‘뚱딴지’로 지은 것처럼, 엉뚱한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었고, 어떤 것을 규정하지 말자는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김지원
누구는 빨간색이라고 하고 파란색이라고도 하고 그런 것 같아. 뚱딴지 색깔은 중구난방?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문삼화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날 것의 느낌이 뭘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는데, 저는 궁극적으로 연극은 배우를 통해 구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에게 맞는 작품, 작가를 쫓아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최윤우
의뢰받는 작품도 많이 늘었죠?
문삼화
네. 그렇죠. 그래서 극단에서 늘 작품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도 있고요. 최근에는 역사적인 관점을 소재로 한 작품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또 옛날에는 번역극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하고.
오민석
우리가 진짜, 일관성은 없어! 그치?
최윤우
고정관객은 있어요?
문삼화
아. 음. 다섯 명은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하하하. <바람직한 청소년> 하면서 좀 늘었어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오더라고 하하하. 그 중에 두 분은 <봄은 한철이다>, <비잔틴 레스토랑>도 와서 보고, <먼로 엄마>도 예약했더라고. 우리 극단의 팬이 된 거지.
김지원
후원회원도 있어요. 한 40-50명 되는데, 처음에는 지인들부터 시작해서 공연을 같이 보러오셨다가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주시는 분들이죠.
문삼화
한 100명은 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뚱딴지 들어오고 싶은 배우들도 많아요.
최윤우
음. 그건 뭐 확인이 안 되니까. 하하하.
"워크숍을 통해서 <고령화가족>을 각색해서 올리기도 했고, 연출님께 의뢰가 온 작품에 투입돼서 작품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극단에서 한 달에 한번 스터디를 하는데, 거기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만들어지는 작품도 있어요. 정말 다양한데, 배우로서는 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더 좋죠."
- 배우 오민석

소박하게 핵심을 말할 수 있는 무대

규정화된 양식도, 정해진 언어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도 작품마다 달라지는 자유로움 가운데 현재 공상집단 뚱딴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동시대를 어떻게 안고 갈 수 있는가에 닿아 있다. 치열한 담론을 무대에 올렸던 초기를 지나, 보편성으로 확장됐던 작업의 방식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조의 면면들을 조금 더 깊게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다.

공상집단 뚱딴지

"예전에 제가 작품을 하면서 잘난 척 했었다면, 만약 그랬다면, 이제는 점점 더 쉬워지고 낮아지는, 그러니까 소박하게 핵심을 말하고 싶은 게 앞으로 하고 싶은 방향이에요. 왜 연극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계속 변할 것 같아요. 분명히 연극의 힘이 있다고 믿어요. 진짜 치유의 기능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전에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아이들하고 연극을 했었는데, 그 거친 아이들이 공연을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인내하더라고요. 지금은 청소년 쪽에 더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장애인,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공연을 같이 해볼 수 있는, 그렇게 작업을 병행하고 싶어요. 이것도 역시 왜 연극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에요. 그 이유를 까먹지 않으려고 하는 거고."
- 연출가 문삼화

2009년에 창단을 했으니, 사실 공상집단 뚱딴지는 아직 신진 극단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견의 포스가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하하하. 문삼화 연출의 말 대로 극단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높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극단의 제작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문삼화 연출 개인의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개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작품으로, 즉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그리고 이제 공연되는 <먼로 엄마>까지. 13명의 단원들이 거의 쉼 없이 작품에 투입될 만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뚱딴지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개개인의 활동이 하나의 팀으로 읽힐 만큼 서로의 공통언어가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오롯이 극단의 작업을 완성도 있게 견인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엉뚱한 상상이 유쾌하고 기발한 무대로, 지금 우리 시대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는 사유의 장으로 더 넓고 깊어지기를 바래본다.

오민석
연극은 정말 위안이 되는 것 같아. 치유의 수단도 되는 것 같고. 역할을 하면서 그 힘을 빌려서 울기도 하고 그러잖아. 워낙에 활달하지 못한 성격인데, 연극을 만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는 것 같고.
문삼화
그래도 연극이 재밌지 않냐?
오민석
재밌죠.
최윤우
오늘은 힘이 없어 보여요. 전에 다른 자리에서 만났을 때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셨던 것 같은데. 하하하
오민석
공연이 안 풀려서…
김지원
넌 우리만 없으면 즐겁니?
최윤우
하하하. 서로서로 보듬고 안아주고 그런다면서요?
문삼화
적당히 알코올의 힘을 빌려야 해. 우리 극단이 수다스러운 사람, 쾌활한 애들이 별로 없어.
오민석
그치. 연기로 말을 하거나, 술자리를 가져야 해.
김지원
술 취하면 누구나 다 말이 많아지는 거지 뭐.
문삼화
내가 조용하면 화났냐고 그러잖아. 나도 원래 조용한 사람인데….

[사진: 임진원(limjinwon@gmail.com)]

태그 극단적인 연극사,공상집단 뚱딴지,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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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60호   2015-01-2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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