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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네 번째 좌담

일시: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사회: 최윤우
참석: 김요안, 손상원, 이정은, 허지혜
기록 및 편집: 김슬기

최윤우최윤우

최윤우
저희가 관객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 게 지난 3월부터였습니다. 두 번의 창작자 좌담에 이어 지난 좌담에서는 각자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시는 기획자 분들을 만나 뵀는데요. 오늘은 대학로, 혹은 대학로를 넘어서 기획과 제작을 겸하고 계신 분들을 모셨어요. 아무래도 앞선 그룹들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관객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두산아트센터(이하 두산)의 김요안 피디님, 이다 엔터테인먼트(이하 이다)의 손상원 대표님, 코르코르디움(이하 코르디움)의 이정은 피디님, 연극열전의 허지혜 대표님 나와 주셨습니다.

관객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최윤우
네 분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일을 하시면서도 조금씩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오늘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얘기들이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각자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시는지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릴게요.
허지혜
저는 2004년 처음 연극열전을 시작할 때 마케팅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요. 공격적으로 홍보마케팅을 하다 보니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 프로젝트 자체가 기존에 대학로에서 이루어지던 작업들과 분명 다른 지점이 있었잖아요. 계속해서 그것들을 이어가 보고자 회사가 설립되기도 한 거고요. 두산처럼 기업에서 이념과 비전을 가지고 극장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는 다를 거예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연극열전은 생존을 위해서 서서히 정체성이나 색깔을 바꿔온 것 같아요.
김요안
두산은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한테는 사실, 공연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게 중요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상업 프로덕션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것들에 관심을 갖고, 예술성을 고려하면서도 어떻게 사회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이정은
저희는 기획자 집단이고 마음이 맞는 창작자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제작을 생각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당장 전개시킬 정도는 아니고요. 사실 예술가나 극단들이 기획자인 건 아니잖아요. 그들이 하고 싶은 공연,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고 기획하면서 홍보마케팅까지 하는 게 우리 일인 것 같습니다.
손상원
코르디움에서 하시는 일이 사실 일종의 매니지먼트거든요. 이다도 한동안 그렇게 해보려고 했는데 제작을 겸하다 보니 그게 쉽지 않았고, 극장을 갖고 나서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기획을 해보고 싶었지만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죠. 좋은 예술가를 찾는 일도 시도해봤지만, 결국 공공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고요. 지금은 여러 실패를 겪고 나서, 그저 좋은 작품들로 관객들과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윤우
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볼게요. 사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었는지는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잖아요. 그리고 그 수입이 다음 작품의 제작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이런 맥락에서, 공연 제작에 있어 관객을 어느 정도로 고려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손상원
맞아요.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관객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이 연극이잖아요.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직접 마주하는 건데, 관객을 외면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죠. 일방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허지혜허지혜

허지혜
창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사실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그게 중요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제작할 때 창작자들의 얘기를 들어요. 그러면서 그것이 과연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얘기일까, 판단을 하는 거죠. 듣길 원하는 사람이 없는 얘기라면 굳이 큰돈 들여서 제작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우리 같은 민간 제작사들은 ‘창작자가 하고 싶은 얘기 =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 라는 등식이 성립하면 제작에 들어갑니다.
최윤우
창작자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기획자로서 내가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가 있다, 라고 정리를 해본다면, 지금 이 시대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라는 게 어떤 걸까요? 혹은 관객들은 어떤 것에 더 많이 공감하나요?
허지혜
저희는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하는데 사실 다 우리 얘기가 아니잖아요. 이를테면 인종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콘텐츠는 부담스러워요. 아무리 작품이 좋고 사회성 강하고, 동시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우리 관객은 관심이 없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러니한 건, 작품을 찾다보면 항상 독특한 소재를 원하지만 결국은 보편성으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그러니 소재가 무엇인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풀었는지가 중요해요. 너무 새롭고 듣고 싶은 얘기라면 당연히 관심이 가겠지만, 다 알고 있는 얘기라 하더라도 연극적 미학으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김요안
저는 지금 이 시대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지닌 공연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삶을 생각해보면, 그게 어디가 되었든 사람들이 유사한 고민을 가지고 있거든요. 다문화, 다인종 등의 이슈는 대도시 문화 속에서 지역권을 넘어 공통적으로 발생되는 것들이죠. 서울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런던이나 뉴욕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설정은 바뀔 수 있겠지만요. 중요한 건 ‘관객이 무엇을 좋아할 것이다’, 라고 미리 단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여지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일 같아요.
손상원
지금 김요안 피디님이 말씀하신 것에 전적으로 동감을 하는데요. 요즘 내수시장이 힘드니 프로듀서협회 차원에서 중국이나 웨스트엔드에 좋은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웨스트엔드에 파트너를 만들어서 한국 대본을 여러 개 보냈는데, 그쪽에서 최종 선택한 것은 남녀 둘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였어요. 영국에 있는 젊은이들도 사랑, 취업, 돈 같은 주제를 고민한다는 거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것도 있어요. 지금 40-50대들이 극장을 찾게 되면 연극이 흥행할 수 있다고 봐서 가족 이야기, 엄마 이야기 같은 것들이 공연화되는데 그렇다고 그 나이 또래들이 모두 그런 걸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찾아서

최윤우
코르디움 같은 경우, 같이 작업하는 극단들이 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잖아요. 거의 전속처럼 작업을 하시는 극단들도 있는데 매진에 대한 압박이라든가 그런 건 좀 덜하지 않나요?

이정은이정은

이정은
그걸 드러내놓고 요구하시진 않지만 기대는 항상 하시죠. 어찌 되었든 본인이 만족해서 끝낼 게 아니라면 무조건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더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장기로 공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기본적으로 연극은 2주, 무용은 이틀, 다원도 하루 이틀 정도 공연을 하는데,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올라갔다가 끝나버리니까 무언가를 준비하고 홍보한다는 게 사실 너무 힘들어요. 새로운 관객층을 고민하지만 계속 답은 못 찾고 있고요.
손상원
전체 연극 시장이라는 게 변하지 않는데,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려고 비용이 많이 드는 광고를 하거나 그런 건 힘들죠. 규모의 경제로 가게 되면 당연히 2주 공연으로는 답이 없고 3개월을 하더라도 안돼요. 그러니 우선적으로 소수지만 마니아들한테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을 움직여서 구전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유효한 방법이죠. 천만 원짜리 전광판 광고를 할 순 없으니까요.
허지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천 가지 정도는 리스트가 나올 거예요. 각각이 얼마나 유효한 전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저희 같은 경우 지하철 무가지에 광고를 내보자고 했던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엄청 보니까요. 그런데 광고 내놓고 나서 효과가 측정이 안 되잖아요? 여기 쿠폰을 붙여봤죠. 근데 그걸 가지고 오는 사람은 4명? 물론 그렇다고 그 광고가 티켓 4장만큼의 효과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이걸 보고 유입이 되었지만 구매는 예매 사이트에서 하니까 효과 측정이 안 되는 거죠. 혹은 처음에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회원 DB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서울경기 여성들에게 뿌려서 이중 5퍼센트만 와도 성공이다, 라고요. 그런데 연극이라는 소비재의 특성상 마트에서 홍보전단 보고 물건 사듯이 공연을 보러 오진 않거든요.
손상원
이제는 참 안 쓰는 방법이긴 한데 회원제를 운영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요즘은 티켓이 다 온라인상에서 판매가 되니까 이게 별 의미가 없어요. 이전엔 공연 보고 엽서를 보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명확히 충성도 높은 회원들이 있었고, 그런 회원들을 어느 정도 모으면 성공한다, 이런 예상이 가능했죠. 요즘은 어디 그런가요. 그래서 어느 순간 회원 데이터를 다 폐기했는데, 최근엔 도리어 차별성을 가지려면 내 공연에 맞는 회원들을 모아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지혜
연극열전 같은 경우 유료회원, 무료회원을 모두 합치면 그 수가 만 명이 넘어요. 하지만 초기 회원들은 연극열전이라는 콘셉트에 동의를 하셨던 분들이 분명한데요. 지금은 그 브랜드를 알고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굉장히 극소수에요. 특정 작품을 보고 싶은데 회원 가입하면 할인해주니까 하는 식이거든요.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유효하지는 않은 거죠. 전체 중 몇 퍼센트가 유효할지를 고민하다가 채택한 게 결국 유료회원제였습니다. 지금은 관객들이 더 적극적이 되어서 예전과는 다른 관극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유료회원조차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돈을 내고 회원가입을 할 정도면 충성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비슷했어요.
김요안
두산은 2007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4만 3천 명 정도의 무료회원을 모았는데, 유료로 했다면 이 기간에 이 정도까지 회원이 늘어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미국 등의 외국에서는 회원 제도를 통해 시즌 티켓을 예매하게 하는 경우들이 많고, 일본 사례는 좀 특별한데 극단이나 예술가가 관객과 맺는 관계가 굉장히 친밀하고 단단한 편이어서 규모는 작더라도 해당 회원 또는 팬에 집중화된 마케팅을 통해 저비용으로 관객을 끄는 효율성이 높은 구조죠. 이렇듯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회원 제도의 운영 방법도 달라질 텐데요. 두산 같은 경우는 회원할인제 외에도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 것이 회원제를 정착시키고 키워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허지혜
한 가지 다행스럽다 여겨지는 건, 공연을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건데, 실제로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같은 경우 그런 채널이 우리보다 불편하거든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연극을 보고 싶어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마음만 있다면 정보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예술 교육 같은 인프라 구축이 훨씬 더 본질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좋은 작품은 전제인 거니까

최윤우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그 뻔하다고 느끼는 방법을 넘어서는 것들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왔던 분들조차도 특별한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면, 연극은 관객들하고 어떤 방법으로 만나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전제인 거고요. 20년 전 관객과 지금의 관객이 동일하게 20-30대라 가정한다면, 과연 그 분들은 2015년의 삶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 나오면 언제든 연극을 찾을까요?
손상원
고민하자면 끝도 없는 것 같아요. 제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죠. 그런데 관객이 느는 건 결국 작품의 힘이에요. 팬이 많은 배우들도 있고, 특정 공연을 좋아하는 마니아 관객들도 있지만 이분들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 만족하는 거거든요.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관객 얘기를 하기 힘든 것 같아요. 뻔한 대답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허지혜
특정 타겟이 있다면 거기에 맞게끔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긴 하는데 지나고 보면 결국 작품이었어요. 그건 좋은 희곡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극열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귀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고 봐요. 두산에서 제작하면 믿고 본다, 그런 게 돈 안들이고 하는 가장 좋은 마케팅이죠. 이를테면 우리가 대행을 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극단 자체를 홍보하려고 하거든요. 그렇게 몇 작품 정도 하다보면 관객들이 좀 쌓이는 것 같아요.
손상원
하지만 한 극단이 여러 공연장을 옮겨 다니면서 공연을 하니 브랜드를 높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 연극계가 극단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20년 전 극장을 중심으로 해서 시작했다면, 그리고 그것 자체를 브랜드화 했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풍경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윤우
그런데 대학로연극실태조사 같은 것을 참고하면 시장 규모는 늘었다고 나오기도 하잖아요. 물론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부분들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지만요.
손상원
현장에서 느끼기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기획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한쪽에선 관객에게 맞춘 공연들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면 작품들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나타나죠. 예를 들어 요즘 로맨틱 코미디가 잘된다더라, 하면 그런 작품들이 쏟아지는 거예요. 물론 이 작품들이 마니아 관객들에서 일반 대중들로 관객 시장을 넓힌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연극이란 게 관객과 더불어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깊은 고민 없이 상품처럼 생산된 것을 공급해도 되나, 라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허지혜
이를테면 마니아 관객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이전엔 마니아라고 하면 1년에 서너 편정도 연극을 보는 사람을 의미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좋은 연극을 찾아서 본다기보다 특정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관객들을 마니아라고 부르게 됐죠. 어떤 이벤트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연극을 즐기는 관객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고, 긍정적인 차원으로는 뮤지컬 배우들이 연극에 출연하면서 그 관객들이 넘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손상원
저는 연극을 보는 관객 자체가 줄었다고 보진 않아요. 명동예술극장이나 남산예술센터 같은 공공 극장 등에서 어느 순간부터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공연되는데, 제작 환경이 현장이랑 같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호하는 거고요. 결국 대학로를 찾던 관객들이 제작극장에서 만드는 웰메이드 작품들을 찾아 떠나고, 그 시점에 대학로는 대중적 성격의 작품들로 채워진 것 같아요. 최근 관객의 변화는 이런 차원인 것 같고요.
이정은
그러니 저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홍보마케팅 툴을 개발한다기보다 연극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그 관객층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단시간에 개별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니지만요.
허지혜
배우 캐스팅 같은 걸로 관객들 이목을 끌 수는 있겠지요. 결과적으로 연극이란 게 사람들이 만드는 상품이니까 이 원자재들이 스타성 있는 사람이라면 홍보에 도움이 되죠. 꼭 유명 스타라기보다 관객들한테 주목받는 배우도 될 수 있고요. 원자재가 좋으면 작품이 잘 나오고 작품이 좋으면 사람들이 찾게 되니까요.

김요안김요안

김요안
한편으로 요즘은 전통적인 형태의 광고 영향력은 많이 줄었고, 관객들 자신의 레퍼런스 그룹 내에서의 평가가 작품 선택과정에서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기획자는 관객과 그들의 레퍼런스 그룹에게 적절한 컨텍스트를 만들어 제안할 필요가 있죠. 저희는 두산인문극장 같은 시리즈를 통해서 어떤 맥락을 만들고 제안하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연극이라는 것 자체가 영화나 방송 등과는 다른 형태의 생산물이니까요. 극장에서 만들어낸 공연 프로그램과 더불어 페이스북 같은 매체를 통해서 제공되는 관련된 이야기들, 관객들이 이런 걸 참조하면서 그로부터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더라고요. 물론 관심 갖는 이들이 나아가 유료관객이 되어줄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요.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

최윤우
그렇다면 관객을 조금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소통이라는 게 단순하지가 않잖아요. 다들 관객들과의 소통을 말하고 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요안
앞서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부분인데, 두산은 공연 정보, 티켓 할인 외에 무료 예술 강연 등 부대 행사를 연계해서, 회원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실제로 회원들과의 소통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간 동안 많은 회원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잠재관객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이 다 연극 관객으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아서요. 그걸 만들어가는 게 저희의 다음 과제인 것 같아요.
허지혜
공연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니까 소통이 중요하긴 한데, 그게 친구와 소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관객이 뭔가 질문을 했을 때 창작자나 기획자가 답변을 해주는 게 소통인가요? 혹은, 관객이 마이크를 써달라고 주문했는데 그렇게 해드릴게요, 할 수도 없는 거고 그게 소통인 것도 아니잖아요.
최윤우
결국은 그 공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판이 있느냐의 문제겠죠.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들을 찾는 게 소통이라면, 그걸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느냐는 거예요.
허지혜
그게 일반화된 게 관객과의 대화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관객들의 참여가 저조해요. 만나고 싶은 연출가나 배우가 있어서 자리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질문을 하거나 그런 경우는 드물거든요. 오히려 창작자들이 작품 창작 과정에서 관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그런 식의 적극적인 소통은 가능할 것 같은데요. 우리 입장에서 소통이 뭔지 물으면 정말 쉽지 않은 거죠.
김요안
저는 공연에서 일정한 긴 시간, 이를테면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직접적인 대면의 관계로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도 강력한 체험인 것 같습니다. 다른 형태로 대체되기 어려운 거죠. 연극은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현대 사회에는 이와는 다른 굉장히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잖아요. 그런데 연극이 그런 것들에 소홀했다면, 그리고 지금 관객들이 그런 툴을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면, 이젠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는 있어요. 예전처럼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부분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봐요.

손상원손상원

손상원
체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우리는 관객 얘기를 하면서도 왜 청소년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거의 없잖아요. 창작자들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어릴 때 봤던 게 어떤 식의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한데요. 그렇다고 그들이 연극을 하게끔 만들자는 건 아니고요. 한 번의 좋은 경험이 공연장을 찾는 기회가 되니까 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윤우
네, 다음 좌담부터는 관객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실제 관객들이 생각하는 바를 공유함으로써, 또 조금은 다른 것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극이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준다면, 저는 그게 연극의 어떤 속성으로부터 생겨나는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그만큼 더 깊이를 가지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들을 좀 말씀해주세요.
이정은
코르디움은 올해부턴 홈페이지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어요. 사실 그런 걸 여태껏 안했었는데요. 저희가 같이 작업하는 개별 극단들의 팬들, 혹은 개별 작품에 대한 관객들은 분명히 있잖아요. 그 규모가 크지 않아서 문제죠. 그래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이 예술가에 관심 있는 관객들이 저 극단으로 찾아가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상원
사실 지금 경기도 안 좋고 공급이 많다는 이야기에도 다들 공감하실 텐데, 그래서 일을 벌이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을 했고요. 내실을 다지면서 작품을 준비하고 견뎌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허지혜
올해 레퍼토리 작품들 하고 내년 준비하는 게 큰 숙제죠. 격년제로 신작들을 소개하는 시스템이 어떻게 자리 잡아 갈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김요안
두산에서는 인문극장을 3년째 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그 동안 사회적 이슈, 담론들에 대한 통합적 기획을 시도했었는데 이것을 이제는 깊이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개발된 관객, 회원들이 공연이나 전시 쪽으로 연계될 수 있게 하는 고민 또한 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그간 모토로 해왔던 아트인큐베이팅을 관객들과 더불어 보다 다각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동안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고민했는데, 결국은 그들의 시도를 믿고 봐줄 수 있는 관객들이 필요한 거니까요.
최윤우
네, 오늘 좌담은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여기서 얘기되었던 많은 것들이 결국 지금 우리의 현실이겠지요. 이런 것들을 공론화해서 얘기할 수 있는 장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공연계 내에서도 창작자들과 기획자들 사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고요. 긴 시간 감사합니다.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태그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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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호   2015-05-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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