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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다섯 번째 좌담

일시: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오후 8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사회: 정진세
참석: 김경란, 김현이, 성호현, 송재경
기록 및 편집: 김슬기

정진세정진세

정진세
안녕하세요. 웹진 「연극in」의 기획연재 좌담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연재는 이 시대 관객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오늘이 다섯 번째 좌담인데, 앞선 네 번의 모임에서는 창작자 분들과 기획자 분들의 얘기를 들어봤고요. 오늘 처음으로 관객 분들을 모시게 된 건데, 이렇게 직접 얼굴을 뵈니 굉장히 떨리네요. 오늘 이 좌담에 함께 해주신 분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관객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고 있는 몇몇 극단으로부터 추천받은 관객 분들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먼저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어떻게 이 자리에 나오게 되셨는지, 그리고 연극은 얼마나 자주 보시는지, 이런 얘기들도 간략하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을 시작하고 연극에 정착하기까지

김현이
저는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이라고 합니다. 2012년부터 연극을 보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100편정도 본 것 같고요. 한참 많이 보러 다닐 땐 한 달에 10작품 정도 봤었어요. 오늘 이 자리에는 달나라 동백꽃(이하 달동)의 김은성 작가님 연락을 받고 나오게 됐습니다.
송재경
사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이하 바키)의 이경성 씨가 어느 날 느닷없이 전화해서 나오게 됐는데요. 제가 낄 자리인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웃음) 나이가 있다 보니 연극이야 많이 봐왔지요. 학생시절부터 봤으니까요. 요즘은 한 달에 한 작품 정도 보는 것 같습니다. 실은 2013년에 바키의 <연극의 연습-인물 편>에 출연하면서 이들을 더 응원하게 됐지요.
성호현
저는 대학 때 ‘연극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처음 연극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아주 위험한 과목입니다.(웃음) 그러니까 2002년부터 시작해서 한창 볼 때는 1년에 160편정도 봤던 것 같아요. 요즘은 주 7일 일을 해서 120편정도 보고 있고요. 네, 공연은 많이 보는 편이고, 공연 보고 걸어 다니려고 한성대입구에 살고 있어요. 오늘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민준호 연출님 연락받고 왔습니다.
김경란
저는 연극은 한 달에 한 작품 정도 보는데요. 지금은 회사가 파주에 있어서 주로 주말에 공연을 보고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하 걸판)의 오세혁 작가 통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정진세
네, 아마 이런저런 극장에서 다들 마주치시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지금 대략 한 달에 어느 정도 연극을 보시는지 말씀해주셨는데, 공연 보기 가장 좋은 요일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공연을 보는 날 일상은 평소와 좀 다를 것 같은데요.
성호현
저는 팬 모임에 나가기도 하고 혼자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가 공연을 보기 시작했던 무렵은 연극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던 문화가 한창이던 시기였거든요. 그때부터 토요일 저녁 단관 뒤풀이 하던 것에 익숙해져서 지금도 주로 토요일 저녁에 사람들하고 같이 공연을 보는 편입니다.
김현이
아무래도 주말이 부담은 덜 되죠. 집이 일산이라 대학로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주말 공연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평일은 주말에 비해 극장에 관객이 많지 않아 한가롭게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송재경
저 같은 경우 일이 있을 땐 주말, 주중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요일이 좋아요.
김경란
말씀드렸지만 사무실이 파주에 있다 보니, 칼 퇴근을 해도 극장에 여덟시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있어요. 심지어 못 들어가고 그냥 돌아간 경험도 몇 번 있어서, 저도 주말에 공연을 보는 편이에요.
정진세
말씀을 듣고 보니, 요새는 저녁이 없는 삶이 일상화되어서 여덟시가 맞춰오기 넉넉한 시간이 아닌 거네요.
김현이
얼마 전에 <신춘문예 단막극제> 공연이 9시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공연 시간도 50분 정도였는데, 이렇게 러닝타임이 짧은 공연이면 8시보다 늦게 시작해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성호현성호현

성호현
한창 공연을 많이 볼 때는 일주일에 네댓 작품은 보니까, 주중에 최대한 야근을 안 하기 위해 낮 동안에는 엄청 빠릿하게 움직여야 했어요. 그러다보면 일주일이 무지 빡빡하게 돌아가죠. 그럼에도 10년 넘게 지루해하지 않고, 질리지 않고 연극을 찾게 되는 건 매번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현존하는 가장 고령의 관객이 되는 게 꿈이에요. (웃음)
송재경
저는 어쩌다 나들이처럼 공연을 보는데요. 일단 대학로에 오면 굉장히 좋아요. 이런 세계가 있었지, 싶은 거예요. 주로 그 시간엔 집에 있으니까요. 약간 흥분도 되고, 그래서 연극 끝나면 그냥 집에 가고 싶지 않아서 많이 걸어요. 한 번은 친구들하고 같이 연극을 봤는데, 다들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싫어서 오래도록 걷고 얘기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었나 봐요. 열두시 넘어가니까 남편들이 전화로 찾고 난리가 났었죠.
김현이
저 개인적으로는 극장에 가는 날은 공연의 재미를 떠나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혼자 볼 때도 있지만, 친구랑 다닐 때도 많고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연을 함께 보고 맥주 한 잔 하는 시간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마어마한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김경란
저는 좀 다른데, 평일에는 퇴근하고 극장에 가면 무조건 졸아요. 아무리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이었어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 공연을 예매해놓으면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쉬다가 극장에 가죠. 주변에 연극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혼자 다니기도 하지만, 공연 끝나고도 뭘 안 하는 편이에요. 연극 한 편 보면 너무 피곤하거든요. 극장에서 물질적으로 다가오는 배우들의 에너지라는 게 엄청나잖아요. 집에 돌아오면 TV도 안 켜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빨리 잠들려고 하는 편이에요.

팬질, 어디까지 해봤니?

정진세
그렇다면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오늘 이 자리를 매개해준 각 극단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말씀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김경란
몇 년 전, 제가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작품을 냈을 때, 오세혁 작가가 등단을 했고 저는 최종심에 들었어요. 당시 이윤택 선생님이 최종심에 들어간 작가들 희곡을 다 공연으로 올려주셨거든요. 그때 오 작가랑 친해졌고 그 이후 걸판 공연은 꾸준히 보러 다녔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정말 게으른 관객이거든요. 실은 걸판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아주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연극에 임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좋아서 의무적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물론 공연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연극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도 응원하고 싶고요.
성호현
간다 창단 공연인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데 객석이 그게 다 전달되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공연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포털 사이트에 있는 극단 카페에 가입하면, 운영자 주도로 단관을 하고 공연 후에 배우들하고 같이 뒤풀이를 하곤 했죠. 저는 거기 모이는 분들 중에 나이가 좀 많은 편이었는데, 그만두지 않고 계속 나가니 극단 식구들이 기억을 해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니까 관객들끼리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꾸준히 함께 극단을 지켜보게 된 것 같습니다.
송재경
저는 사실 교회에서 경성 씨를 만났어요. 작품 할 때면 꼭 홍보를 하니까 바키 공연은 잘 챙겨봤죠. 근데 어느 날 <연극의 연습>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거예요. 왜 나를 불렀느냐 물었더니 교회 와서 나를 보고는,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 느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참여해보니, 만들어진 작품을 보는 것과는 정말 달랐어요. 모두가 함께 나누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확장되고, 각자 성장하면서도 치유되는 부분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그 전에는 공연에 무언가 메타포도 많은 것 같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참여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 거죠.
김현이
저는 연극을 좋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2012년 <로풍찬 유랑극장>이란 공연으로 달동을 처음 알게 됐어요. 입소문이 너무 좋은 공연이었는데 못 봐서 아쉬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달나라 연속극>을 공연하기에 재빨리 예매했죠.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이었어요. 내 삶과 가까이 맞닿은 곳에서 감동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뒤통수를 좀 맞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파인 땡큐 앤드 유> 볼 땐 달동이 이런 얘기도 하는구나, 싶었는데 <뺑뺑뺑>, <작은문공장> 같은 작품들까지 보고 나니 한 극단에서 이렇게 색깔이 다른 공연을 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정진세
얘기를 듣다 보니, 다들 식구, 가족 같은 표현을 쓰시네요. 어떻게 하면 그런 관계들을 맺을 수 있는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특정 배우, 작가, 연출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그런 경험들을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김현이김현이

김현이
공연을 보고 좋으면 사인도 받고 직접 만나보고 싶거든요. 뮤지컬은 공연 끝나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 연극은 사실 그렇진 않잖아요. 강기둥 오빠를 좋아해서 달동 공연 말고 외부 작업들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정말 반갑게 대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한 배우를 통해서 극단 전체랑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한 번은, <파인 땡큐 앤드 유> 할 때였는데, 열심히 하는 분들 응원하고픈 마음에 간식 사들고 연습실에 간 적이 있어요. 가족이란 단어가 진심으로 와 닿을 만큼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성호현
저는 사실 좋은 팬은 아니에요. 공연 끝나고 인사도 잘 못해서, 보고선 왜 그냥 갔냐는 얘기도 들어요. 아마 저를 이 자리에 추천해주신 건,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오랜 기간 계속해서 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일 거예요. 민준호 연출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현존하는 연출가 중에 가장 미남이라고 늘 얘기해요.(웃음) 연출로서는 물론이고, 배우로서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글도 직접 쓰시잖아요. 정말 재능이 많은 분인데 그 재능을 사람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김경란
저도 소심한 관객이거든요. 걸판 공연에는 항상 사람이 바글거리니까 티켓 있냐고 물어보기도 그렇고요. 조용히 보고 뭐 하나 사다 넣어놓는 그런 편이에요. 가끔은 돈지랄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는데, 저는 그냥 티 나지 않는 유료 관객이고 싶어요. 오세혁 작가는 친구이긴 하지만 늘 대단하다 생각하고요. 겉으로 보기엔 만날 놀러만 다니고 허허실실 같지만, 언제나 현장에 있고, 굉장히 노력하는 창작자예요.
김현이
저는 학교에서 중앙 연극동아리를 했거든요. 오세혁 작가님 같은 경우 특히 작품에 열려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동아리 들어가서 처음 올린 작품이 <홀연했던 사나이>이었는데, 정말 흔쾌히 공연도 허락해주시고, 되게 반가워해주셨거든요.
김경란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제가 걸판 작품 중에 뭘 봤나 헤아려 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본 게 정말 몇 편 안 되더라고요. 1년에 100편을 넘게 하니까 팬질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웃음)
송재경
저는 같이 출연을 했으니 바키 배우들하고는 굉장히 친해졌죠. 성수연, 나경민, 최수진 다들 가끔 만나서 밥도 사주고 그래요. 모두들 정말 성숙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내가 선택한 공연은 내가 평가한다

정진세
우리 모두는 개인이긴 하지만, 친구와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단관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객석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그 시간을 함께 하고요. 극장에서의 본인을 개인으로 느끼는지 집단의 구성원으로 느끼는지, 그리고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합니다.
성호현
배우 지인 반응이 일반 관객 입장에서 티가 나는데, 맥락과 상관없이 빵 터지거나 하면 좀 거슬려요. 힘든 시간을 내서 나는 오롯이 이 공연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는데 작업하는 사람들이 왜 그것을 가벼이 여길까, 공연을 아끼는 것은 진정 관객뿐인가, 이런 느낌이 들거든요.
김현이
주변 관객들 반응에 저도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쓸데없는 부분에 웃음을 터뜨리면 신경 쓰이고, 다들 너무 조용한데, 나만 반응해서 눈치 보이는 경우도 있고요. 공연을 볼수록 관객이 공연을 완성하는 데 진짜 중요한 요소구나 라는 걸 느껴요. 저도 동아리에서 연극을 했었지만, 관객들이 보러 와줘야만 공연이라는 게 가능한 거잖아요.
김경란
저는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이긴 한데, 다 웃는데 나만 안 웃으면 배우들이 속상해 할까봐 웃어줄 때도 있긴 해요. 특히 걸판 공연은 웃긴데 눈물 날 때가 있거든요.
송재경
맞아요. 공연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 반응 없는데 혼자 운다든가 할 때가 있죠.
정진세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공연 리뷰랄지, 내가 본 공연, 혹은 내가 볼 공연에 대한 얘기들에는 어떤 영향을 받으시는지요.

송재경송재경

송재경
경성 씨 연극은 대학 때 만든 것부터 쭈욱 봤는데, <서울 연습-모델, 하우스> 때가 생각나요. 그때 같이 본 친구는 도대체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좋았거든요. 나하고 이렇게 성향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친구조차도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는 다를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요. 하물며 그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들을 갖고 있겠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어떤 것들에도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 것 같아요.
성호현
평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는데 오래 공연을 보다보니 코드가 맞는 사람들의 추천 같은 건 적중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작품이라고 내가 감동을 받을 것도 아니고, 시시하다고 말해도 한 순간에 느껴지는 게 있다면 충분한 것 같아요.
정진세
응원하는 극단이 나쁜 평을 받거나 열심히 준비한 것들에 비해 평이 좋지 않을 땐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김경란
제 주변에 많지는 않지만 연극을 보러 다니고, 작품성 있는 공연을 골라보시는 분들한테 들으면, 걸판 공연에 대해 산만하고 시끄럽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런 얘기를 해요. 물론 다 취향이지만 저는 그런 얘기 들으면 오히려, 자아도취적이고 자기연민적인 공연만 보러 다니지 말라고 말하죠.(웃음) 사실 걸판의 공연은 다루는 내용 자체가 고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런 방식이 필요한 거잖아요.
김현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고민이 되면 다른 평들을 찾아보고 공연을 보러 가긴 해요. 하지만 내가 좋은 공연에 대해 누군가 최악이라 얘기를 해도 너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개의치 않고요. 물론 내가 미처 캐치하지 못한 것들을 읽어내는 반응들은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무엇보다 자기 필터링을 통해서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진세
웹진 [연극in] 에도 꽃점 제도가 있는데요. 혹 참고를 하시나요? 작품에 따라서는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점수가 상당히 차이가 날 때가 있어 흥미로운데, 평론가들의 리뷰는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현이
꽃점은 잘 참고 안 해요. 저 자체가 공연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관객이니 평론가의 시선으로 보는 것과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성호현
연애를 해도 내 남친을 친구들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평론은 평론으로서의 역할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연극을 좋은 취미나 여가로 느끼는 사람들한테 설득력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렇게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고요. 어느 해인가, 베스트 공연에 꼽힌 작품 중 제가 정말 싫어하는 공연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정진세
그렇다면 창작자들이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성호현
언젠가 한 번은, 관객의 어떤 질문에 대해 연출가가 자신도 문제를 알고 있고 계속 정리해나갈 테니 나중에 공연을 다시 보러 와주십사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창작자들의 태도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김현이
궁금했던 것들이 해소되었던 경험도 있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오히려 공연에 대한 감흥이 반감될 때도 있었어요. 엄청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뭔가 숨은 의도도 있을 줄 알았는데, 답변이 너무 평범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성호현
최근에 보니 변정주 연출님이 이런 대화를 하시더라고요. 트위터로 들어오는 질문을 공식적으로 답변해주시는 거예요.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소통일 텐데, 정말로 소통을 원한다면 방법은 많다고 생각해요 .

연극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진세
최근 공연들은 정서적으로 풍성해지는 것 외에도, 사회 참여, 비판 등을 통해서 관객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각성시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공연에서 그런 걸 접하시면 어떤가요?
송재경
바키 공연이 매우 그런 편이죠. 특히 <남산 도큐멘타> 때에는 굉장히 리얼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관객들 중에는 그런 것에 끌려서 소문을 듣고 오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는 공연을 보면서 배우는 편이죠. 젊은 사람들이 저런 시각을 갖고 있구나, 하면서 사고가 확장되거나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김현이
사실 저는 평소에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니거든요. 말하자면 저 같은 경우가 정치사회에 무관심한 20대의 전형일 텐데, 연극을 보면서 경각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달동의 <파인 땡큐 앤드 유>나 <뺑뺑뺑>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어요. 당연히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되죠. 저처럼 이런 것들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연극을 더 많이 봐야겠다, 싶기도 하고, 연극을 통해서 반성도 많이 해요.
성호현
저는 일상에서 사회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보니 공연을 볼 때는 마음의 위로나 치유를 해줄 수 있는 작품을 골라요. 그런데 두 가지 면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공연들이 간혹 있죠. <알리바이 연대기> 같은 작품이 대표적일 것 같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알지 못하는 내용을 부담 없이 보게 하면서 고민거리를 세련되게 던지는 것 같았어요.

김경란김경란

김경란
걸판이 하는 공연들은 자칫 촌스러운 구호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이런 경험이 있어요. 2년 전 시골에서 엄마를 모셔 와서 처음 연극을 보여드렸는데, 저희 엄마가 걸판 연극에 나오는 딱 그런 사람이었어요. 안 그래도 힘든데, 자기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거든요. 엄마도 의식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얘기는 듣기 싫어라 하세요.
정진세
걸판 공연을 보신 어머니 반응은 어떠셨나요?
김경란
그런데 걸판 공연은 아무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보시더라고요. 오세혁 작가가 워낙 그런 얘기들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아직 연극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얘기하잖아요? 다른 데서 그런 얘기를 들었으면 분명 닳고 닳은 위로라고 생각했을 텐데, 당사자들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니까 어떤 진정성 같은 게 다가오더라고요. 오세혁 작가 공연은 미워할 수 없고, 그들이 하면 믿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정진세
어떻게 보면 지금 여러분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극단을 통해서 연극과 관계 맺기를 하고 계시는데, 한국연극계의 여러 극단들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다면 더 말씀해주세요.
성호현
예전보다는 극단 자체 활동들이 많이 없는 편인데, 명맥은 있지만 활동이 주춤한 극단들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저마다 극단의 색깔들이 있었는데, 작품이 계속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여서 그 극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현이
앞으로도 새롭게 시도하려는 극단이 있고 그 코드가 저랑 맞는다면 저는 계속해서 그 활동들을 지켜보고 싶어요. 얼마 전 동아리에서 창작극을 써서 무대에 올렸는데, 사실 저는 처음에 좀 반대했었거든요. 기성 극단에서도 쉽지 않은 걸 우리가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데, 막상 하고 보니 다들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들만의 것을 만든다는 기분을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여러 극단들에서 이런 시도들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란
저는 솔직히 아는 극단들이 별로 없어서요. 그런데 진짜 엉뚱하고 엉망진창인 극단도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이상한 짓을 하는 극단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송재경
저도 좋은 작품들 만들어주는 극단들에 후원도 많이 하고, 더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닐 수 있게 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정진세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이 없어지긴 했죠. 이제 정말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앞으로 관객으로서 어떤 활동들을 어떻게 하실지 얘기해주세요.
김현이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여러 번 보게 되어서 더 많은 작품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더 다양한 작품들을 보려고 합니다.
송재경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보니 더더욱, 다양하게 연극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은 저한테 굉장히 좋게 남은 공연은 다 예전 연극이에요. <에쿠우스>, <삼류배우> 같은 작품들이요. 이제는 요즘 공연들을 더 봐야겠다 싶어요.
성호현
저는 아직까지는 공연이라는 창을 통해서 보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아요. <히스토리 보이즈>의 작가가 일흔 살에 그 작품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살다가 그 나이 즘에 그런 작품을 쓰면 행복하겠다, 생각해요.
김경란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일상을 살면서 연극 덕분에 사람들을 눈여겨보는 경우가 생겨요. 어떤 상황이 벌어졌다 하면 의식적으로 그걸 관찰하고, 생활에서 그런 것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결국 그게 다시 공연을 보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걸판이 나중에 지역에 극장을 짓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데, 언젠가 그 일에 후원하고 싶다, 이런 계획은 있습니다.
정진세
이렇게 가까이 관객 분들을 만나 뵙고 보니, 각자의 방식으로 연극을 아끼면서도 굉장히 지혜롭게 극장을 찾으신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관객들의 관용이 작동하는 범위가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구나, 더 다양하게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결국 창작자들이 성장 동력이 없어지지 않으려면 관객들을 더 긴밀하게 만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자리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태그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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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호   2015-05-21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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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단관이란 말은 단체관람이란 말인가요?

2015-05-21댓글쓰기 댓글삭제

정진세
네네, 맞습니다. 단관은 '단체관람' 의 줄임말인데 업계에서 자주쓰는 말이라 풀어내지 못하고 그 용어를 그대로 써버렸네요. 질문 감사합니다^^

2015-05-23댓글쓰기 댓글삭제

lovenadu
관객을 관계자가 모셔온 모양새??? 관객 대표로~~
혜화동 1번지에서 열은 받았고... 찬찬히 읽어보고 댓글을 지울지 말것인지 결정해야할 듯!

2015-06-07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