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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섯 번째 좌담

2015년 5월 11일 월요일 오후 8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사회: 박해성
참석: 김정원, 신명숙, 임성덕, 황인진
기록 및 편집: 김슬기

박해성박해성

박해성
네, 안녕하세요. 어느덧 여섯 번째 기획 좌담을 이어가게 되었네요. 이미 몇 차례 연재가 되어서 이전 좌담들을 접하고 오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좌담에서는 우리 공연 생태계에서 그간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었던 ‘관객’을 화두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기획자에 이어서, 지난 좌담부터 실제 관객분들을 자리에 모셨는데요. 먼저 극단의 추천을 받은 관객들을 만나 뵀었고, 오늘은 말하자면, 극장 측의 관극 회원분들을 모셔봤습니다. 물론 특정 극장의 매개로 이 좌담에 함께 해주시게 되셨지만, 너무 그 극장에 개의치 마시고 이 시대 관객으로서 가감 없는 얘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간단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어떻게 해당 극장의 회원이 되신 건지 말씀 부탁드릴게요.

극장과 관계 맺기

임성덕
저 같은 경우 2013년도에 명동예술극장(이하 명동)에서 운영하는 시민연극교실에 참여하면서 극장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고 나중에 공연까지 올리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열의나 동기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거든요. 그러니 활동이 끝나고 나서 아무래도 극장과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계기로 올해는 모니터 요원으로 지원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신명숙
저는 게릴라극장(이하 게릴라)의 멤버십 회원입니다. 게릴라에는 크게 두 가지 회원제가 있는데, 제가 가입한 것은 1년에 10만 원을 결제하면 게릴라의 모든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저는 이게 극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관객을 위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원하는 공연을 마음껏 보기 위해서 멤버십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게릴라는 연희단 거리패(이하 연희단)라는 극단이랑 연계되어 있잖아요. 최근에는 극단이 소극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드문데, 그 극단을 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도 영향을 미쳤겠죠.
김정원
저는 두산아트센터(이하 두산) 회원입니다. 두산에서는 공연 기간이 아주 길진 않지만 비교적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같은 극단에 소속되어 있는 배우들끼리의 앙상블을 넘어 색깔이 다른 배우들과 연출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요. 아트랩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창작자들의 작업을 볼 수 있는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작품을 발전시켜 가는 걸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관객 입장에서는 큰 기쁨입니다.
황인진
저는 올해 남산예술센터(이하 남산) 모니터링에 참여를 하게 됐고요. 실은 공연을 즐겨 본지는 몇 년 안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공연을 보다 보니 흔히 말하는 상업극, 그러니까 입소문 많이 나고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을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예술가와 넓은 폭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남산을 알게 됐고,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실험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어떤 신선함이 주는 충족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을 취미로 보기 시작한 저로서는, 일종의 배움의 기회를 넓히면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을 하게 됐고요.
박해성
각 극장을 특별히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더불어 아쉬운 점을 얘기해주셔도 괜찮고요.
황인진
남산은 아무래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극장이다 보니 창작자와 관객 모두를 배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창작자 입장에서는 드라마투르그 선생님들과 함께 대본을 보완하면서 낭독극 등 단계를 거쳐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고, 관객 입장에서는 다른 극장에 비해 저렴한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김정원김정원

김정원
두산에서는 매년 경계인, 불신시대, 예외 등 주제를 정하고 폭넓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하잖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초창기보다 도전적인 게 좀 줄고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느낌도 있긴 있어요. 해외 작품 같은 경우 이미 충분히 인정받고 이슈가 된 공연들 위주로 작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거든요. 두산만의 기획을 좀 더 특화시켜서 국내 창작자들한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임성덕
명동은 실험적이고 창작적인 무대보다 기존에 익히 알려져 있는 것들을 각색하거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을 공연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충성 관객층이 꽤 넓은 편이고요. 또한 공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공연에 애착을 갖게 만들기도 하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신선함이나 새로움이 덜하다는 거죠. 아무래도 다른 극장을 찾을 때보다 명동엔 편안하게 가게 되거든요.
황인진
제가 남산에서 느끼는 것과 정반대의 얘기를 하시네요. 남산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극장이지만, 관객들한테는 어려운 극장이에요. 연극이 끝나고 나면 이게 무슨 뜻인가 한참 명상을 해야 하고 프로그램북도 뭔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편은 아니거든요. 반면에 명동은 클래식한 레퍼토리를 많이 하고 정통 연극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라, 내가 고민할 필요 없이 보여주는 대로 느끼면 되는 것 같아서요.
신명숙
게릴라는 일단 기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라인업이 없어요(웃음). 제가 알기론 스케줄도 자주 바뀌고요. 관객 입장에서는 그래서 일정 짜기가 오히려 재밌어요. 무슨 공연이 올라갈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1년 회원에 가입한다는 건 완전한 믿음인 거죠. 대개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수상한 젊은 연출가전, 연희단 신작 혹은 재공연, 그리고 여타 기획 작품들로 구성이 되고요. 그렇게 공연을 보다 보니 꼬리 물기가 돼요. 처음엔 무작정 봤는데 좋아하는 극단과 배우가 생기고, 여기서 본 공연들을 통해 알아가는 것들이 많아서, 말하자면 게릴라는 제가 연극을 계속 볼 수 있게 만들어준 극장이에요.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섯 번째 좌담

관객을 위한 배려는 비용의 문제인가

박해성
사실 요즘은 여러 가지 마케팅, 프로모션 등이 많아지면서 특정 극장의 관극 회원으로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해당 극장뿐 아니라 여러 극장들의 공연을 보실 테니, 다른 극장들에 대한 얘기도 더불어 해주시면 어떨까요.
신명숙
규모의 차이를 감안할 필요는 있어요. 저도 명동의 모니터 회원을 해봤는데 그에 비하면 아무래도 소극장은 덜 체계적일 수밖에 없죠. 극장마다 홈페이지를 갖기도 어렵지만 블로그나 카페 같은 것도 운영이 잘 안 되고요. 그런데 그런 한계들을 관객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서비스업은 아니잖아요.

임성덕임성덕

임성덕
제가 연극을 보러 다닌 지 30년이 좀 안 되었는데요. 80년대 후반에 대학로에 연극 보러 오면 공연장이 정말 형편없었어요. 천장이 낮아서 구부정하게 계단을 올라 객석에 앉거나 의자도 없어서 바닥에 방석 깔고 공연 볼 때도 많았고요. 그런데 이제 극장 시설은 정말 좋아졌잖아요. 소극장 의자에도 등받이 다 있고요. 하지만 티켓 가격은 그때랑 별반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엔 소극장 공연 보러 가면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김정원
저 또한 게릴라 회원이기도 하고, 명동에서 모니터 활동도 했는데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극장들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게 맞는 혜택이나 제도를 누리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해마다 1월이 되면 한해 라인업을 공지하는데 그때 패키지를 구매하면서 1년 공연 스케줄을 잡게 되죠. 그렇게 보면 금전적인 혜택은 분명히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관객을 너무 상업적인 맥락에서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가 가장 참기 힘든 건, 공연 시작 시간이 지났는데 단체 관극 온 학생들이 계속 들어올 때인데요. 그런 경우는 관객으로서 하지 않아도 될 감수를 해야 한다고 느껴져서요.
신명숙
저는 최근 중극장들이 많아지면서 관객들이 그런 극장들과 같은 기준을 소극장에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물론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 그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소극장들도 체계를 잡아갈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근데 극장을 정말 사랑하는 관객들은 그걸 불만으로 얘기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내가 3만 원을 내고 왔으니 투자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김정원
그건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태도가 슈퍼 갑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뭐랄까, 공연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뮤지컬 쪽은 좀 더 심한 것 같고요.
황인진
사실 제가 뮤지컬 덕후로 시작을 해서 속으로 뜨끔했어요(웃음). 그리고 여기 오신 분들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고요. 저는 단순하게 생각을 해요. 중극장이든 소극장이든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입소문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일 자주 나오는 질문은 그 극장은 단차가 어떤가, 그 작품은 어디서 봐야 재밌나, 소리는 잘 들리나, 이런 것들이에요. 특히 큰 극장의 경우 객석마다 등급이 정해져 있으니, 그 자리가 과연 내가 돈 낸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자리인가, 그만큼 생생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인가, 이런 게 중요하다는 거죠.
박해성
단순히 질이 높은 것보다는 얼마나 관객을 배려하느냐의 문제가 있는 거겠죠. 좋은 극장이라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불쾌할 수 있고, 아무리 열악해도 극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에 소극장의 매력을 즐길 수도 있겠고요.
김정원
그리고 이건 아주 실질적인 문제인데, 주말 공연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예를 들어 게릴라에서 주말에 공연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는데, 공연이 4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다른 극장으로 저녁 공연을 보러 가기 어렵다는 거예요.
박해성
하루에 공연을 두 편씩 보는 게 더 나은가요? 사실 주말 저녁 공연이 사라졌던 이유는 관객들이 안 오기 때문이었어요. 두 번 공연의 관객을 합쳐도 한 회 객석도 못 채운다는 거였죠.
김정원
잘되는 공연은 여전히 주말 2회 올라가기도 하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낮 공연 보고 저녁 공연 보기 전까지 식사하고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공연 시간이 중요해요. 그런데 게릴라는 4시에 공연 보고 대학로 아닌 곳으로 이동하기가 힘들어서요. 어쩔 수 없이 주말엔 낮에는 명동, 밤에는 남산 공연을 보는 식으로 일정을 잡게 되죠.
신명숙
게릴라에서 오레스테스 3부작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화목에 1부, 수금에 2,3부를 나눠서 공연했거든요. 주말엔 한꺼번에 1,2,3부를 볼 수 있게 했고요. 그런데 평일엔 관객이 별로 없었고 주말에 사람들이 많았어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극장에 이틀 나오기보다 이왕 나간 김에 전체를 다 보려는 생각이었던 거죠.

공연을 찾아보는 관객, 그들의 관극 방법론

박해성
이제, 극장에 한정된 얘기를 넘어 좀 더 보편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여러분들의 일상과 공연을 보는 양상은 어떻게 맞물리나요?
신명숙
저는 월요일 공연이 있으면 무조건 보는 편이고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서너 편 정도는 보니까 연극을 보는 게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반에는 혼자 보는 게 뻘쭘해서 주변 사람들하고 같이 봤는데 서로 취향이 다르니 힘들어지는 순간이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친구 만나서 밥 먹을 돈으로 공연을 한 편 더 볼 수 있겠더라고요(웃음)
임성덕
저는 한 달에 서너 편 정도 보는데요.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주말보다는 덜 번잡스러운 주중 저녁을 선호해요. 20년 넘게 연극을 봤는데, 여전히 보러 가는 길에서부터 정말 좋아요. 극장 들어가면 스트레스도 확 풀리고, 삶이 건조하고 무의미하다 느끼다가도 연극 한 편이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에 평안과 즐거움을 주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김정원
제가 공연을 보기 시작한 건 16년 정도 되었고, 한 달에 25~26편까지 볼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일 때문에 그렇게는 못 보고요. 그런데도 올라오는 공연들이 내가 보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있어요(웃음). 심지어 선택할 공연이 없을 때는 강제적으로 쉬게 되기도 하고요. 제 주변에도 저랑 같이 1, 2년 열심히 보다가 떨어져 나가는 친구들이 있긴 한데요. 극장에 혼자 앉아 있으면 눈에 익은 관객들이 되게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혼자 보고 내 감정을 오롯이 정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임성덕
옛날에는 꼭 누구랑 같이 보러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혼자 가는 게 편하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기회가 되는대로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때마다 사람을 찾아서 연락을 하는 게 너무 소모적이라고 느껴져서요. 그런데 공연이 정말 좋을 때는 끝나고 나서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그걸 못해서 아쉽기도 해요.
황인진
저도 지금 말씀하신 것들에 굉장히 공감해요. 특히 티켓 가격이 비싼 대형 뮤지컬 같은 경우, 다른 사람이랑 같이 보면 예매하는 데서부터 좀 번거롭거든요. 내가 두 자리를 예매하고 친구가 돈을 계좌 입금해주거나 같이 대기하다가 옆자리를 예매하거나 그런 게 좀 복잡해서요. 그리고 막상 공연에 데려갔는데 취향이 안 맞을 수도 있고요. 공연 내내 친구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어서 그게 내 관극을 방해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박해성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주로 어떤 소스를 통해 공연의 정보를 얻으시나요? 특별히 선호하시는 채널이 있는지, 또 그 정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나만의 기준, 경험담, 노하우 같은 것들이 궁금합니다.
임성덕
특별한 경로는 없고 공연장을 자주 찾으니까 현장에서 제공되는 브로셔는 자연스럽게 집어 들게 되고, 관련 사이트는 습관적으로 거의 매일 들러서 새로운 작품들이나 공연에 대한 평가를 챙겨 보는 편이에요.

신명숙신명숙

신명숙
요즘 웹전단에 보면 맨 위에 나와 있는 정보가 대개 할인율인데, 사실 저는 가격 보고 공연 고르라는 것 같아서 좀 불쾌해요. 관객들에게 정말 줘야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진짜 관심 있는 관객들은 기본적인 정보만 줘도 찾아가요.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관객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김정원
저 같은 경우, 트위터를 하다 보니 그곳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을 체크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래도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공연들은 유심히 보게 돼요. 오히려 평론가 선생님들이 쓰시는 20자평 같은 건 공감이 안 갈 때가 있어요. 그보다는 제 직감을 믿고, 제가 신뢰하는 다른 관객들을 살피는 편이에요.
신명숙
그런데 이런 점은 좀 안타까워요. SNS를 하지 않는 극단, 배우, 기획사 들도 있잖아요. 트위터만 열심히 하는 관객들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정보들도 있다는 거예요. 정보의 홍수인 동시에 정보의 가뭄이기도 하죠. 소극장 공연은 시작 1주일 전에 티켓 오픈 하는 경우도 있는데 관객이 공연을 선택하게 하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물론 소규모의 극단들 입장에서는 여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관객들은 계속해서 그들을 기다리고 정보를 찾아 헤매게 된다는 거죠.
황인진
사실 저는 아직 취향이랄 게 없어서요. 인터파크 같은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들어가요. 그리고 공연 제목이나 포스터를 보고 일단 끌리면 클릭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는 거죠. 그렇게 뉴스 기사나 동영상 예고, 배우 인터뷰 들을 확인하고 괜찮다 싶으면 공연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거예요. 특히 조기예매를 하는 단계라면 커뮤니티에서 이들이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는가를 참고하기도 해요. 어떤 식의 가치판단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죠.
김정원
1년에 한두 편 보는 분들은 관극평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실 텐데, 이미 자기 취향이 생긴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평가는 크게 의미가 없죠.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섯 번째 좌담

관객이 보는 관객, 관객이 보는 관계자

박해성
비슷한 얘기를 조금 더 확장을 해볼까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지금의 관객들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정원
사실 객석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보면 그들이 어떤 관객인지 알 수 있어요. 이를테면 맨 앞쪽 자리는 조기예매한 사람들이고요. 요즘은 소셜 커머스에서 굉장히 싼 가격에 공연 티켓을 파는데 이런 루트를 통해서 오는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자리를 구하진 못하죠. 물론 모든 공연들에 다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고요. 어찌 되었든 제가 보기에 표면적으로 관객이 는 건 확실한데 그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어요.
신명숙
그 중 한 명이라도 공연을 계속 본다면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그저 한 번 웃고 떠들고 잊히는 공연을 보고 나서, 지속적으로 극장을 찾게 될지는 의문이에요.
임성덕
분명히 관객이 많아지고 다양해진 것 같다고 느껴요. 대중에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 결과겠죠. 잘 알려진 연예인을 출연시킨다든가, 오픈런 같은 공연들도 많아졌고요.
김정원
어쨌거나 공연에도 스타가 필요하고 그러면서 공연이 자리 잡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단지 특정 배우가 좋아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두고, 정말 확장된 관객이라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일 때 유명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의 관객 수가 현저히 차이 나는 걸 보면 좀 씁쓸하죠.

황인진황인진

황인진
제가 느끼기에도 극을 쫓기보다 배우를 쫓는 관객이 늘어난 것 같아요.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고 연극도 그런 경우가 많아져서, 가끔 작품을 보러 온 건지 연예인 구경을 온 건지 모르겠다 싶은 관객들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관객들이 극장에서 지켜야 하는 질서와 매너를 교육하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흔히 ‘관크’라고 얘기하잖아요. 이런 맥락에서는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자기 출혈을 동반하는 무리한 마케팅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박해성
네,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서의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관극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이어서요, 마지막으로 창작자나 기획자, 동시대 연극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들을 부탁드릴게요.
임성덕
저는 극장이 고유의 개성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 분들에게 당부를 드리자면 너무 시류나 트렌드를 쫓아 관객 중심의 선택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덧붙여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해서도 관객들과 함께 개선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정원
우선은 이 나라에서 연극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드리고 싶어요. 이 어려운 환경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작업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느끼다 보니 저는 사실 안 좋게 본 공연에 대해서는 아예 평을 안 하는 편이에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하거든요. 간혹 욕을 하더라도 말로 하지 글로 남기진 않으려고 해요. 대신 칭찬은 되도록 크게 하고요. 무엇보다 관객을 존중하되 과도하게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명숙
그게 과연 관객이 원한 것인가 혹은 작업자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하는 부분이 있겠죠. 관객들은 당연히 이런 걸 좋아하니까 이렇게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보이면 창작자로서의 태도에 의문이 생겨요. 그리고 아까 관크 얘기를 하셨는데, 관객들 정서가 많이 달라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요즘,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반드시 웃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거든요.
황인진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데까지 극장, 극단, 관객 모두 수많은 선택이 가능할 텐데, 그 가운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는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앞으로 계속 연극을 찾아올 관객들, 다른 바운더리에 있다가 넘어올 수도 있는 관객들을 위해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되 그에 대해 좀 더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친절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명숙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블로그를 하는데요. 처음에는 그저 제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요즘 들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극단이 문을 닫고 극장이 문을 닫는 시대잖아요. 저는 연극이 더 좋아지려면 연극하는 사람들이 연극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게 결국 관객의 몫이라고 믿고 있고요. 그런 솔직한 심정을 블로그에 쓰다 보니 칭찬 아닌 것을 얘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게 역기능이 좀 있더라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겠지만요, 무엇보다 연극인들과 관객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해성
네, 오랜 시간 좋은 말씀들 많이 들었고요. 앞으로도 이 기획 연재나 웹진 [연극in] 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극을 아끼고 다양한 공연들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태그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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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호   2015-06-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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