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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덟 번째 좌담

일시: 2015년 6월 22일 월요일 오후 8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사회: 박해성
참석: 김현이(관객), 류주연(연출가), 성호현(관객), 신명숙(관객), 이경성(연출가), 조형준(기획자)
기록 및 편집: 김슬기

박해성박해성

박해성
안녕하세요. 웹진 [연극in] 의 2015년 상반기 기획연재 마지막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라는 주제로 창작자와 기획자, 그리고 관객 분들을 모시고 다양한 말씀들을 들어봤는데요. 오늘은 지난 좌담들에 함께 해주셨던 몇몇 분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시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간의 논의들을 확장시켜 보는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먼저 자리해 주신 분들 소개를 드리자면, 극단 달나라 동백꽃을 통해 관객 좌담을 함께해주셨던 김현이 관객님, 그리고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소개로 좌담에 나와 주셨던 성호현 관객님, 마지막으로 ‘게릴라 극장’의 회원이신 신명숙 관객님 다시 모셨습니다. 그리고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 연출님과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이경성 연출님, 기획자 그룹에서는 ‘안산문화재단’의 조형준 부장님이 나와 주셨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난 좌담들에서는 창작자, 기획자, 관객 그룹 내에서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를 전개시켰는데요. 오늘은 이렇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그 맥락과 관계에 따라 보다 생산적인 이야기가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좌담들에서 제기된 논의들을 확장시키거나 더 심도 깊은 의견 교류가 필요한 문제를 다시 제시해주셔도 좋고요. 혹은 당시에 미처 다 못하셨던 얘기들이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눠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박해성
그럼 본격적인 주제로 예열 없이 바로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난 몇 차례의 좌담들을 통해 나누었던 여러 이야기들은 관객도 창작자도 모두 행복한 연극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말씀해주시면 어떨까요.
신명숙
이미 했던 이야기들일 수 있는데 저는 끝나고 나서 무언가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공연이 좋더라고요. 관객이 공연의 일부 인물이 되어 볼 수도 있을 테고요. 요즘엔 특히나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공연이 많은데 그런 이슈를 연극으로 접했을 때 좋은 부분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일상이 쉽지 않았을 때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위로받았던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여전히 대답은 잘 못하겠어요.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매우 개인적인 거잖아요.
박해성
저도 연출을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늘 그 지점이 숙제였던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엔 재밌는데 관객들은 시큰둥해하기도 하고, 창작자가 생각하는 재미와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죠.
이경성
이렇게 관객 분들하고 함께 얘기하게 되니까 상당히 긴장이 되는데요. 저는 무엇보다 창작자가 의도했던 것들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게 100퍼센트 일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관객을 만나면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들은 생각지도 못한 다른 피드백이 들어올 때에요.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두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상정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류주연류주연

류주연
저는 창작자로서 연극을 좋아하지만 관객들은 보는 입장에서 연극을 좋아하는 거겠죠. 그런데 이를테면 과일 중에서 사과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사과의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것처럼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 저는 그런 관객을 만나고 싶은 것 같아요. 단맛과 신맛, 혹은 아오리일 수도, 홍옥일 수도 있겠죠. 그런 많은 것들을 느끼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계속해서 연극을 보러오지 않을까요.
신명숙
그런데 어찌 되었든 창작자가 의도한 것과 제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 선택을 후회하는 건 아니니까요. 관객들한테는 공연이 말하자면 어떤 일탈인데, 그 일탈을 통해서 다시 내 일상을 보니까 되도록이면 공연을 부정적으로 읽지 않으려고 해요. 공연을 막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전투적으로 보기도 했었는데, 많이 보다보니 점점 관극 스타일이 달라지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하고,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조형준
지난 좌담에서 제가 관객과 하객이라는 표현을 썼었는데요. 그러니까 연극은 결국 받아들이는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완성된다는 생각입니다. 대화라는 게 어차피 서로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반응이 없는 말걸기는 허공에 흩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공연이 끝난 후에 다양한 논의들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로 그 과정에서 연극이 진화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해성
이경성 연출님은 연극 형식 자체를 새롭게 상정하는 작업들을 하시잖아요. 연극이 관객과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얘기들을 넘어, 만나기 이전 창작자로서 그 형식을 디자인할 때는 어떤 맥락에서 관객을 생각하시나요?

이경성이경성

이경성
제가 도움을 받은 건 현대 공연예술 미학과 관련해 랑시에르가 『해방된 관객』에서 한 얘긴데요. 그에 따르면 관객이란 예술가들이 해방시켜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해방된 존재이며, 관객들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화 할 수 있는 저마다의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스승과 학생의 관계로 봤을 때 무언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려 하지 않아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그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걸 공연에 대입해보면 어떤 맹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의지를 어떻게 촉발시킬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박해성
지금 이 얘기가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은 무엇인지, 그리고 창작자가 원하는 관객은 어떤 관객인지에 대한 거라면, 여러분들이 말씀해주신 것들이 어느 정도 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관객이 바라는 연극도, 창작자가 함께 하고 싶은 관객도 만나는 지점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스스로 의미를 찾아낸다는 거죠.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덟 번째 좌담

공연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조형준
그런데 기획자 입장에서는 다소 다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매번 적극적으로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앞에서 얘기하신 맥락의 의지를 이미 가지고 계신 거잖아요. 하지만 저희로서는 1년에 한두 번쯤은 공연을 보러 올 의사가 있는 분들, 그런 관객들을 타겟으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박해성
그렇죠. 그런 관객들을 어떻게 잘 만나느냐에 따라 성공을 얘기할 수도 있을 테고요.

조형준조형준

조형준
이전에 호주에서 온 서커스 팀의 공연에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 관극을 온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서커스’는 동춘 서커스가 전부였는데 이 공연을 서커스라고 할 수 있는가, 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뜨거운 논의들이 있었죠. 그 학생들에게는, 이 공연이 새롭게 시야를 열어주거나 이런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된 셈인데, 공연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기획자들은 그런 공연과 관객을 매개하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새로운 지점들을 찾아가야 하는 거고요.
성호현
그 말씀을 하시니 저도 극단 동의 <비밀경찰>이란 공연을 봤을 때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저는 스토리 중심형 사람이라 공연 볼 때도 이미지보다는 개연성을 더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비록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마음이 가닿으면 좋다고 느끼는 거죠. 그런데 <비밀경찰>은 그것이 연극인지 마임인지, 혹은 뮤지컬인지 그 정체를 가르기가 힘들었어요. 공연이란 게 정말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죠.
박해성
연극이 관객에게 끼치는 영향도 있겠지만, 관객 역시 연극에 어떤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상품을 소비하는 주체로서의 관객도 존재하겠지만, 지난 좌담들을 되짚어 보면 상당히 여러 층위에서 관객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되었던 것 같아요. 아주 단적인 예로, 휴대 전화의 벨소리가 울려서 공연이 중단된 경우를 얘기하기도 했었죠. 무언가 결론을 도출한다기보다, 각자의 생각들을 나누다보면 창작자와 관객이 실제로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수용자로서의 관객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조형준
공연에 능동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창작자와 관객 사이에 공동의 숙제를 남기는 것을 관객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양쪽 모두 파트너십을 가져야 하는 거죠. 창작 과정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면서,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연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것이 감정싸움에 그치면 곤란하겠지만요.
이경성
휴대전화 벨소리 사건부터 얘기하자면, 저는 그 상황이 충분히 납득이 됐어요. 현재 한국에서는 공연예술을 서비스업으로 보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 문화 자체가 영미권의 지대한 영향 하에 있어서 오직 즐기기 위한 것으로만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연극을 엔터테인먼트라고만 생각했을 때 관객들이 누릴 수 있는 다른 권리들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데 있어요. 통상적인 서비스와 다르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연극들이 분명 있잖아요.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덟 번째 좌담

만남을 매개하는 방식

박해성
그렇다면 현장에서 공연과 관객을 매개하는 기획자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기획에서 제작, 그리고 홍보 마케팅까지 모두 아울러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관객 분들 입장에서 해주실 얘기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성호현
공연을 잘 모르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한테 그것을 소개해서 극장까지 오도록 만드는 것이 기획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거의 모든 티켓이 인터파크를 통해서 판매되니까 공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별도의 창구가 아예 없잖아요. 그런데 정작 내가 궁금한 것은 이 연극이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지, 작가나 연출은 어떤 작품들을 해왔는지에 대한 건데, 배우 얼굴 외에 다른 정보가 없는 공연 소개도 허다해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지점을 잘 찾아서 그걸 세련되게 전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류주연
사실 기획이라는 게 상품 포장 같은 면이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성향의 작품들을 좋아해서 지루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식의 피드백을 받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홍보 문구에 이 작품은 우울한 이야기이고 때로 졸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쓸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런저런 면에서 흥미진진할 수 있다고 쓰는데, 그러면서 가끔 내가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나는 흥미롭지만 관객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신명숙신명숙

신명숙
가끔 정말로 극장에 관객이 많을 때,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 공연을 알고 여기에 와있을까, 싶어요. 정말 좋은 작품을 보러 가면 남는 자리가 없잖아요. 사실 관객은 그런 공연을 만나고 싶어서 늘 기다리고 있거든요. 공연이 상품인가 아닌가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것을 상품으로만 보는 관객이 그 생각을 넘어서는 순간 극장을 또 찾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주변에 좋은 공연을 소개할 때 이거 3만 원짜리야, 라고 얘기하진 않는단 말이죠.
조형준
실제로 이전에는 홍보 담당자들이 대본 한 번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는데, 분명 환경적인 맥락이 있었을 테니 무작정 비판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기획 콘셉트를 잡는다든지, 여타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든지 기획자의 역할과 영역도 확장되었고요. 다만 갈등이 생기는 지점은 양쪽 모두 관객을 소비자로서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기획자들 역시 창작자들만큼이나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관객과 파트너십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주연
저희는 극단 내에서 자체 기획을 하는데, 이게 영세 가내수공업하고 비슷해요.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쉽지 않죠. 그런 맥락에서 저는, 자체 기획을 한다는 게 결국 관객과 가까이 만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극단 내부 작업이 아닌 작품을 할 때는 기획 담당자가 매개 역할을 해주는데, 극단에서는 그 일을 직접 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왜 이 공연을 하는지, 작품의 줄거리 한 줄을 쓰더라도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저 개인적으로는 그때 관객과 만난다는 두근거림을 가장 많이 느껴요.
신명숙
최근에 제가 본 어떤 공연은 아무리 뒤져도 공연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간신히 찾아서 공연을 보러 갔는데, 저는 이런 경우 완전히 책임의 문제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초연도 아니고 재공연이었는데, 그럼 공연 사진이나 자료들도 다 가지고 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관객들한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정말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떻게든 찾아봐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도 있는데, 창작자들이 진정으로 더 새롭고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고 싶고, 또 그들이 다시 공연을 찾게 만들고 싶다면 제대로 된 정보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현이김현이

김현이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관객인데도 불구하고 공연 정보를 접할 수 없다면, 그건 창작자의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지인 장사다, 라는 생각이 읽혀서요. 저도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공연을 만들면 어차피 우리 친구들이 올 텐데 무슨 홍보야,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오히려 외부에서 전혀 모르는 관객들이 오면 반응이 더 안 좋은 게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아무 의미도 없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낙관적인 태도로 관객을 만나려는 시도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박해성
창작자들은 내 공연을 찾아줄 관객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관객들은 내가 원하는 공연을 찾기 위해서 계속 방황하고 있는 거군요.
성호현
다양한 창작자들이 있듯이 다양한 관객들이 있는 거고, 보다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올해 올라오는 모든 공연들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 같은 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조형준
그런데 이전부터 예매 사이트에 의식적으로 티켓 오픈을 하지 않으려는 작업자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인 건데, 그것이 스스로의 만족감 외에 여타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그런 맥락에서 이전 좌담에서 나온 얘기이기도 하지만, 정보를 큐레이팅해서 공연을 소개하려는 움직임도 시도되지 않을까 싶고요.
류주연
극단이나 작가, 연출가를 소개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관객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호현
사실 ‘간다’에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은데 극단과 작품을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창단 초창기 포털 사이트에 있었던 극단 클럽에서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했던 게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끼리의 소통이란 게, 그런 판이 만들어져 있으면 거기서 놀기는 어렵지 않거든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그런 커뮤니티들이 많이 사라졌고, 극단 자체의 공연도 줄었지만 극단을 찾는 적극적 관객도 줄었어요. 그런 매개가 없는 상황에서 관객들이 극단으로 뛰어 들어가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 여덟 번째 좌담

남는 건 의지와 태도의 문제

박해성
결국 창작자들은 긴 호흡으로 여러 차례의 창작 사이클을 통해서, 나와 가장 잘 맞는 관객을 만나는 소통에 대해 고민하게 될 텐데요. 지금 우리에게 관객 개발이란 무엇일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신명숙
소위 말해서 회전문 관객, 그러니까 한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관객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함부로 얘기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디 가서도 연극 좋아한다는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공연 제목이 뭔지도 모르면서 누구누구 나오는 연극 봤어? 라고 질문 받는 게 싫어서요. 그런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게 관객들 탓은 아니잖아요.
류주연
한 사람의 창작자가 탄생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 주변의 희생 같은 것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관객도 창작자와 같은 영역에 존재하는 거라면, 한 사람의 관객이 탄생하기 위한 에너지와 시행착오가 당연히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성호현
어떤 창작자의 경우, 저는 몇 번의 공연을 보고 나서 이제는 더 이상 안 찾아보게 됐거든요. 매 공연마다 난 할 만큼 했으니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이걸 아는 사람만 같이 가면 돼, 하는 식의 태도가 느껴졌어요. 그렇다면 나는 계속 못 알아먹을 테니 이제 그만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초보 관객들의 영역을 넓혀주는 시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내 작품을 관객들이 어렵게 느낀다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창구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건 관객을 대접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소통 의지잖아요.
이경성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홍보에 대해서는 별로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나마 그동안 모아진 정보를 활용해 언론사들에 보도자료를 보내고, 각 학교 연극 관련 학과에 알리는 정도였던 거죠. 수집해놓은 관객 데이터도 없으니 SNS에 연습 사진 올리고 공연 일정을 공지하는 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나름의 태도에 대한 거라면, 연출의 글을 성심성의껏 쓰려는 노력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한다기보다 관객을 만나기 이전까지의 과정들을, 관객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쓰려고 해요. 너무 심각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그게 저의 방법인 거죠.
류주연
저는 연출의 글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제 작품은 제가 기획을 하니까 재미있다고 홍보를 하긴 하면서도 엄청 적극적이 되지는 못해요. 아직도 부족하고, 계속해서 헤매고 있지만 그렇게 쓸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연출 의도를 쓰는 건 할 수 있겠는데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김현이
아무리 성심성의껏 만들었어도 관객들이 과연 이걸 좋아할까 생각하면 작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마음을 갖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잖아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관객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낙관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박해성
네, 이야기가 만남에 있어 의지와 태도의 문제까지 전개가 되었는데요. 이제 슬슬 좌담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호간의 소통에 도움이 될 만한 바람이나 제언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조형준
관객과 창작자, 기획자 어떤 관계의 소통에서도 언제나 일정 정도의 틈이나 오해가 존재한다면 그 양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주체들 간에 권리나 욕망의 충돌보다는 생각이나 사유가 얽혀서 나타나는 갈등 혹은 통합이 필요한 거죠. 공연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경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요. 무엇보다 솔직하게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면서 깨질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경성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만인을 위한 홍보 방식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극단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홍보 전략을 찾아야 하는 거고요. 저는 홍보와 작업을 별개로 두는 게 아니라 작업 자체가 홍보와 어떻게 전략적으로 엮일 수 있을까, 작업의 과정들이 홍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관객들이 이 극단은 이런 전략을 쓰는구나, 라고 인식하면 그걸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류주연
보통의 창작자들이 그렇지만 저도 1년에 두세 편 정도 공연을 만드니까, 오히려 관객 입장일 때가 더 많거든요.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이기도 하고, 관객 분들이 해주신 얘기들에 공감하는 것들도 많아요. 하지만 결국 연극은 핸드메이드라고 생각하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접점을 조금씩 늘려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다단계 방식 같은 건데, 나 혼자 이걸 좋아하는 게 아쉬워서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 사람을 직접 만나면서 해나갈 수 있는 것, 그게 연극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호현성호현

성호현
창작자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관객들은 그걸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듣는 사람이 잘 안 들린다고, 잘 모르겠다고 하면 다른 말로 표현은 못하더라도 조금 더 크게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 정도 합의를 전제한 상태에서 만나는 거라는 인식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느끼고 찾아가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대답을 들었을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명숙
저는 창작자들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저마다의 색깔이 있고, 관객 입장에서도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다만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잘 찾아야 하는 것 같고, 결국 이것이 창작자와 관객 모두의 노력과 책임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이야기판을 만들거나 홍보를 하거나 뭐가 됐든지, 그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게 아니라 보여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죠. 창작자, 기획자, 관객 그 어느 쪽이 되었든, 그리고 그 방식이 무엇이 되었든 서로 행동하게 되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해성
말씀들을 들어보니 각자의 입장과 사유의 차이가 노골적으로 충돌함으로써 소통의 계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판할 지점이나, 논쟁이 필요한 사안들, 그것들이 첨예하게 부딪힐 때 연극계가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지금 이 좌담도 그렇지만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그 과정들을 통해서 찾아지는 것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결국 무대와 객석, 그리고 극장에서 우리 모두가 이어가야 할 숙제가 남은 게 아닐까 싶은데요. 긴 시간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좌담을 마치겠습니다.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태그 연극 관객이 완성한다,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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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호   2015-07-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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