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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방법론Ⅱ : 다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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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기획특집으로는 최근 다양한 방식과 독특한 개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연출가들의 작업 방식을 공유하는 ‘연출가 방법론, 그 두 번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20일 여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를 엿봤던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마련된 자리로써 작품의 선정과정, 작품을 구체화시키는 연습의 과정, 주제성 그리고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솔직하고 실체적인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연출가 방법론Ⅱ : 다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 엿보기

일시: 2015. 7. 29(수) 오후 2시 30분
장소: 서울연극센터 2층 아카데미룸
사회: 강량원(극단 동)
참석: 김수희(극단 미인), 김현탁(극단 성북동 비둘기), 부새롬(극단 달나라동백꽃)
성기웅(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적극(다페르튜토스튜디오)

강량원강량원

강량원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은 독특한 자신의 방법을 가진 연출가들이 어떻게 그 작업을 해 나가는지에 함께 공유해보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공유의 대상이 관객이라기보다는 좀 더 연극에 관련 있는, 연극 연출가를 지망하는, 혹은 연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분들의 연출방법을 알려주는 굉장히 실용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전체 이야기는 작품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선택된 작품을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이를 통해서 결국에 관객들과 어떻게 만나려고 하는가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먼저 어떤 식으로 작품을 택하시는지, 지금 작품을 하고 계신 연출님들부터 말씀해 주세요.

작품의 선택과정
- 나로부터, 사회로부터, 관계로부터, 시기로부터

성기웅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은 때에 올릴만한 여건이 잘 되지는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100% 주체적으로 작품을 결정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나름대로 일련의 작업들을 하려고 애를 씁니다. 어떤 주제이든지, 어떤 방식이든지,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되는 것을 지향하지만, 연극은 약간 비어있고, 공연으로서 관객들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까요.
강량원
그러면 다음 작업이 그 이전의 작업에 의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나요?
성기웅
근대초기, 일제강점기를 꾸준히 다뤄왔는데, 거기에 소설가 구보씨가 나오고, 이상이 나오는 이야기를 이 정도까지는 해야 겠다, 하는 것이 있죠. 이 경우는 소재나 이야기 자체를 일련의 시리즈로 보고 왔던 것도 있었고요. 예전에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같은 경우는 애초에 3부작, 4부작으로, 그런 형식적인 것을 좇았던 시기의 연극은 어느 정도 시의를 가지고 했던 것 같아요.
강량원
김현탁 연출님은 어떻습니까?

김현탁김현탁

김현탁
작품 선정은 대부분 유명한 명작들에서 찾았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작품을 끝까지 잘 읽지를 못해서 초반에 저에게 뭔가를 주지 않으면 금방 책을 덮기 일쑤입니다. 대신 표지에서 오는 경우도 많아요. <메디아>, <변신>도 선택의 이유가 표지였고요. 제가 생각하는 제목 또는 작가의 성향, 작가의 경력 또는 생애 이런 것에 관심을 두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으면 관심이 가고, 삶이 공감이 가는 그런 작가의 작품을 먼저 봅니다. 그리고 작품을 하게 되면 컨셉 대본이라고 해서 대본이 한 6∼7개가 나오거든요. 그거는 원작에서 되게 멀어지는, 어디 까지 멀어질 수 있나 하고 쓰는데,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량원
그러면 연습을 진행하는 과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몇 가지를 가지고 가는 거군요?
김현탁
처음부터는 두 가지 정도의 컨셉이 있고요, 연습을 하면서 많아지는 거죠. <변신>도 처음에 남산예술센터에 지원서를 냈을 때는 좋은 줄 알았는데, 지나서 보니까 별로 안 와 닿아서 막상 하자고 하는 자리에 가서는 다른 컨셉을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작가로 가느냐, 작품으로 가느냐, 나로 가느냐 여러 가지가 고민되는 것 같아요. 그중에는 각 컨셉에서 하나씩 빠져 나와서 하는 경우도 있고요.
강량원
김수희 연출님은 어떻습니까?
김수희
혜화동1번지 동인 활동 전에는 제가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써서 했었어요. 그리고 동인이 끝나고 1년 정도는 매칭이 돼서 하는 연출을 했고요. 그 과정을 훑어봤을 때, 아직까지는 제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시의성이라던가, 작업의 가치라던가, 사회적인 것보다는 제가 쓰는 작품이던, 의뢰가 들어오는 작업이던, 연출로서 할 만한 게 있겠다는 조금의 가능성을 무조건 찾죠. 한 단어로 말하자면 제 취향과 재미. 그것 밖에 생각이 안 나요.
강량원
부새롬 연출님은 어떻게 선택 하십니까?
부새롬
학교에 다닐 때부터 김은성 작가와 작업을 해왔는데, 사회적인 문제나 역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둘 다 많아서 그런 걸로 잘 만난 것 같아요. 학교에서 했던 작품들을 밖에서 다시 하고, 의뢰 들어오는 작품들을 하고. 공동창작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보자 했던 것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 관심사가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올린 <순우삼촌>도 전인철 연출이 했던 초연 때는 ‘관계’에 대해 집중했다면, 저는 ‘개발’에 집중했었거든요. 내가 선택했건, 선택되어졌건 대본을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걸로 무슨 얘기를 하느냐인 것 같아요.
강량원
공연하셨던 작품을 보면, 고전, 외국 희곡들을 우리 상황에 맞게 바꾸어서 많이 해왔는데, 그 주제랄까 하는 것이 사회적인 시각을 갖잖아요. 그럴 때 이 시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해, 그러니 이런 작품을 갖고 와야 해, 이런 방법으로 하시나요?
부새롬
그렇지는 않아요. 은성 작가는 그런 생각을 염두하고 극작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왜냐면 최초의 발상은 은성 작가가 해오거든요. 하지만 이야기를 꺼낼 때는 작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강량원
작가와 연출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가니까 그런 식의 선택이 이뤄지는 것 같네요. 적극 연출님은 어떻습니까?
적 극
저 같은 경우는 ‘다페르튜토스튜디오’라는 공연 이름과 팀 이름을 만든 다음에 작품을 할 때도 그 제목을 계속 쓰고, 내용도 그거고요. 어떤 초안 같은 거를 밝히지 않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강량원
보통 의뢰가 들어온다는 것은 이런 공간에 이런 작업들을 하면 좋겠다, 하는 식으로 들어오나요?
적 극
일률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저는 공간을 많이 보는데요. 최근에 한 작업 같은 경우 <사루비아다방>이라는 이름의 개인전인데요. ‘사루디아다방’의 물리적인 공간을 몇 개 찾고, ‘다페르튜토’가 어디로든 흐른다는 뜻이라서, 적절히 흘러가게 만드는 그런 공간을 찾아내고, 라이브러리를 꺼내죠. 무언가를 배치하는 게 아니라 다시 흐르게 만들고 섞이게 하는 것을 하죠.
강량원
<신파극>은 어떻게 작업이 시작됐나요? 궁금하던데?
적 극
흔히 미술베이스의 퍼포먼스와 공연은 분명히 다른데 공간사랑의 신파극 같은 경우에는 미술 베이스로는 접근하기가 힘든, 답이 없는 상태여서 좀 더 정돈된 상태로 하고 싶다고….
강량원
큐레이터의 의뢰가 있을 때 어떻게 작업을 하겠다고 결정하시나요?
적 극
가장 첫 번째는 의뢰자에 대한 신뢰인 것 같아요. 그 다음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구현하는 쪽이 아니다 보니까 좀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것을 보죠. 한국연극사에서 정확한 통찰을 한다기보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에 대한 지점, 그런 식의 작업을 심각하지 않게 하지만 진지하게 하려고 하죠.

연습의 방식, 이야기를 찾아가는 방식
- 배우와 함께 공연을 완성해가는 과정

강량원
내친김에 작업으로 좀 더 가보죠. 제안된 이야기를 어떤 방법의 리허설을 통해서 진행을 시키나요?
적 극
물리적으로는 배우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결국에 의미가 있었던 것은 배우라기보다는 제 개인의 의견이나 연출, 기획 쪽에서 발견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방법을 이야기 하는 사례로는 어려울 것 같기는 해요. 작품 안에 좀 함몰되는 것 같은데요.
강량원
괜찮습니다.

적극적 극

적 극
1980년대 공간사랑 아카이브 자료들을 보면, 일관성 있게 신파극이 사실주의 못지않았다, 이런 변명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신파극이 이미 나름의 양식적인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저는 키치적인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세련되게 보이는 것을 찾고 있었는데, 그 분들의 아카이빙 자료에서는 설득력을 찾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신파극 출발 이전의 것, 이게 아카이빙 작업이긴 했지만 존재하지 않은 아카이빙을 제안하는 작업으로 진행이 됐어요.
강량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자들이 있었잖아요. 그들과는 어떻게 작업을 했어요?
적 극
하나의 레이어를 서정적으로 설득력 있게, 힘 있게 몰아붙이는 쪽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무관한 레이어를 여러 개로 갖고 가는 방식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배우들은 10분짜리 퍼포먼스를 하나 하고, 공연 중간에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앞에 것을 다시 반복하는 방법으로 했고, 제가 발견한 건 굉장히 직설적으로 진술하는 2막이 있었고, 앞뒤에는 <육혈포강도>라는 아카이빙 되어있는 전형적인 텍스트를 활용해서 소극 같은 것을 만들었어요.
강량원
그러면 그때 배우들 같은 경우 발견한 것이 2부라면, 1부 <육혈포강도>를 어떤 식으로든 올리게 될 때 그것은 배우들과의 연습을 통해 나온 의견인가요?
적 극
저희는 연습을 거의 안하고요. 그래도 독립된 리듬을 가지고 살아있는 친구를 선호하는데….
강량원
마치 영화를 찍을 때 그날 시나리오를 주는 것처럼 그런 방식이 되는 건가요?
적 극
제가 작업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두세 번 연습할수록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강량원
그러면 <바냐아저씨> 같은 경우는 어땠나요? 전체를 다 대본을 가지고 했던 거 같은데요.
적 극
그거는 다른 접근이었는데, 드라마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친구의 욕구도 살리고, 제가 바라보고 싶은 체홉도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사운드 작업을 좀 한 거예요. 체홉이 연극사에서 힘이 있던 것은 반행동의 연극이라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겉에 있는 멜로 드라마적인 것을 구현하는 경우를 많이 보여주는데, 연극사에서 베케트를 포섭해가고 있는 그의 특성 자체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들리는 소리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었고, 대사는 배우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한 거죠.
강량원
성기웅 연출님은 어떻게 작업을 하십니까?

성기웅성기웅

성기웅
20대 때는 메시지 혹은 감정 이런 것들을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발산하는 방식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지나치게 과하다. 말하자면 서양연극 같은 경우, 번역극으로 받아들이다 보니까 우리가 평소에 일상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표현 방법이 너무 관습적으로 굳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처음에 작업할 때는 가급적 일상적인 표현을 모사하는 방법을 선호했었어요. 요즘 작업에서 의식하는 것은 그 동안은 일종의 동화의 문법이었다. 배우는 그 인물의 감정이나 사연에 밀착하고 몰입하고, 연출자는 그것을 같이 도와주면서 관객들에게 그 감정을 전염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저는 그게 분리되거나 동화되지 않은 상태, 뭔가 이화되어 있는 상태의 것들이 극장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흐름 안에서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거죠.
강량원
금방 말씀하셨을 때 한국 배우들이 ‘이화’보다는 ‘동화’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면, 성기웅 연출님은 자기 작업에 있어서 배우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더 일상적인 언어나 이화된 관계를 갖게 하시나요?
성기웅
연기라는 것이 인물의 감정에 100% 빠지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상태는 아닐 거예요. 제가 만들어가는 방식은 그 인물자체의 감정을 먼저 보는 것보다 오히려 자기 인물의 이야기를 내려놓게 합니다. 인물에 대한 것을 조금 내려놓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리액션에 어떻게 주목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거죠.
강량원
연출들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겠는데, 배우의 경우 본인들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가만있으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성기웅
그래서 선배 연출들이 그런 디렉션을 하게 됐죠. “가만있어라, 연기하지마라.” 예전과 다른 문법의 리액션이 나오는 거죠. 중요한 것은 보통 자기한테 포커스가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할수록 배우들은 그 인물 안으로 들어가요. 그런데 우리가 집 밖에 나오는 순간 사회적인 존재로서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대부분의 순간에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과 관계에 집중하는 거죠. 그 집중은 몇 가지로 분산되는 집중이고, 그러면서 뭔가가 찾아지는 거 같아요.
강량원
이런 거죠. 어떤 장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행해야하는 목표가 여러 가닥들이 같이 가는데, 그것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한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플롯이 여러 가지로 이루어지다보니 그 사이의 객관성이 발생하는 거죠. 이게 말씀하신 일상이라고 하는 것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 같긴 한데요. 플롯이 복잡한데,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창조적으로 그 순간을 만든다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지는 않은지요?
성기웅
기본적으로는 사실적인 성격이 있는, 모사의 성격이 있는 작품들은 라이브성이 적죠. 연습실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해 예측을 해나가면서 작업을 해야 하죠. 그러면서 라이브성이 적다는 것에 대해서 느낀 것도 있어서 공연 자체의 현장성을 넓혀가려고 하는 거죠.
강량원
일상이라는 말이 나왔었는데요. 김수희 연출님 작업도 꽤 일상적인 호흡을 가지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김수희
저는 주로 창작극만 했었고, 작가님들 만나기 전에 제가 글을 쓸고 연출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처음에는 제 이야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어요.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보니까 플롯이 정해져 있고, 동선이 정해진 상태에서 배우들을 만났어요. 배우들에게 드라마를 강요할 수 없지만, 다만 제가 정한 타이밍과 동선을 지켜달라는 거였어요. 그러면 결국 제가 원하는 그림으로 가게 되거든요. 거기에 배우들이 갖고 있는 즉발적인 다른 호흡들을 원해서 노련한 배우들보다는 날 것이 강한 사람들, 캐릭터가 분명한, 그래서 캐스팅을 많이 했었어요.
강량원
캐스팅을 많이 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수희
내가 쓴 이 오합지졸이 더 풍성해 질수도 있겠다는 욕심? 하하하. 또 그 낯섦이 저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관객들이 볼 때에도 많이 봤던 드라마가 아니라 조금 더 연극적으로 보시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낯선 배우들은 저에게 그런 자극이 되는, 말하자면 좋은 재료가 되는 것 같아요.
강량원
어떠십니까? 부새롬 연출님은?

부새롬부새롬

부새롬
저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연출을 해요. 동선도 안 정하고, 아무렇게나 씬 스케치를 해요. 그걸 보면서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거죠. 그러니까 배우들에게도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그 의도가 더 잘 될 수 있으려면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배우들에게 얘기할 때 집중은 하되, 몰입을 하지 말라는 표현을 쓰는데, 집중을 하면 바깥을 볼 수 있지만, 몰입은 자기 밖에 볼 수 없는 것 같거든요. 다른 배우들의 리액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의도를 다른 배우들이 만들어 주는 식으로 많이 해요.
강량원
부새롬 연출의 경우 공동창작이라는 게 눈에 띄던데, 그것에 대한 지향성은 무엇일까요?
부새롬
극단 친구들이 재능이 되게 많아요, 음악도 잘하고, 이런 식의 표현을 해보고 싶어, 이런 것도 많고. 배우는 역할이나 작품을 만나야지 그것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좀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공동창작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 표현들을 해보자는 뜻을 같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사실 잘 못했어요.
강량원
희곡을 창작하는 방식이나,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만을 창작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지금 하는 방식은 공동으로 전체 작업을 해나가는 것 같은데요?
부새롬
사실주의를 할 때도 평상, 방 이건 주어진 전제니까, 거기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배우들이 하는 걸 보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식으로 하죠. 연극이라는 게 그렇게 따지면 기본적으로 공동창작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강량원
이 부분에서 김수희 연출님과는 좀 다른 것이 아닌가요. 김수희 연출님은 ‘말은 아무렇게나 해도 돼, 다 바꿔줄게, 다만 동선, 타이밍은 바꾸지마’ 하는 것이고, 부새롬 연출님은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고 그것이 조금씩 굳어지는 방식으로 하는 거죠. 이 두 개의 방법론이 굉장히 다른 것 같은데요. 그러면 처음부터 모든 스케치를 다 하시나요?
김수희
쓸 때는요. 그리고 테이블 작업이 좀 길어요.
강량원
부새롬 연출은 테이블에서 나와야 가능하잖아요.
부새롬
제가 처음 연출 했을 땐 무대를 머릿속에 그리고 기본적인 동선을 그리고, 내가 딱 만들고 싶은 그림이 있었어요. 근데 나중에 작품을 하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 배우가 지금 발생하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한 대로 하는지, 어떻게 해야 내 마음대로 설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배우가 가려고 하는 것을 잘 보고 갈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김수희김수희

김수희
성격과 호흡이 있는 것 같아요. 공동창작을 한 번 했었어요. 동인 할 때 ‘전통’이라는 난해한 주제가 던져져서, 봉산탈춤을 가지고 공동창작을 해보자고 했었는데, 플롯이 다 따로따로 잖아요. 전 그게 힘든 거예요. 저도 헤매고, 배우들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일주일 지나니까 서로 지쳐서, 술자리에서 연출 무능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하하하. 결국 대본으로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그것에 대한 긴 호흡이 있었으면 더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제가 했던 방식이 흔들리는 배처럼 보이는 거죠. 공동창작이 너무 어려웠어요.
강량원
김현탁 연출님의 경우 버전들이 이렇게 나오잖아요. 처음 시작할 때 두 세개 정도는 연출님한테 나오는 것 같고, 진행을 하다보면 배우들에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현탁
제가 항상 예열시켜 놓는 방식이 있어요. 연극이란 장르에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 거기서 얼마나 더 유연성 있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느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기로 있느냐, 배우로 있느냐, 배역으로 있느냐.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은 서 있는 배우의 몸 상태가 너무 중요해요. 심리적인 영향을 받았건, 의도적으로 움직였던 간에. 그래서 저는 배우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다 컨트롤 해요. 무슨 일 있으면 여기 써놔야 해요.
강량원
일지 같은 게 있습니까?
김현탁
네. 실연이면 실연, 복통이면 복통. 혼나고 왔으면 혼나고 온 거. 본인이 그걸 가지고 연기에 들어가거든요. 앞에서 보는 사람은 그 데이터를 놓고 얘기를 해요. 모든 데이터를 찔러주고, 몸이 정신 차리도록 하는 거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전체적으로 속인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걸, 내가 속느냐의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속지 못하고 계속 가는 건 정말 힘들어요. 낱낱이 가니까. 저 사람이 실력이 좋건 안 좋건 나만 속이면 되는 거죠.
강량원
배우들은 그 순간에 속이려고 애를 쓰겠네요. 그것이 배우들이 해야 하는 유일한 것이고, 그것이 취합돼서 결국 공연으로 올라가는 거죠. 속이기 이전에 판이 깔릴 때, 그건 어떻게 하나요? 구체적으로 제시를 하시나요? 배우들이 찾아가나요?
김현탁
지금 현실로는 제시를 해주는데 요즘은 알아서 많이 하죠. 많이 적응이 됐으니까.
강량원
문법이 배우들과 통해져서 공동창작이 조금은 가능한 상태가 된 거네요.
김현탁
확연히 제가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죠.
강량원
그러면 전체구성, 작품이 있으면 제목과 연관이 있는 것을 다 짜놓고 그것을 제시합니까?
김현탁
그렇죠. 그걸 배우들이 해야 하니까. 말로만 하는 것부터 몸으로 완전히 움직이는 것까지 순간에 해줘야 하니까. 이기적이긴 하지만 이 양쪽의 소화가 안 되면 연습이 삐걱대니까 그 긴장감이 좀 있죠.

연출가 방법론Ⅱ : 다섯 연출가들의 작업노트 엿보기

관객은 어떻게 만날 것인가
- 어떤 것을 경험하기 원하는가

강량원
이제 관객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현탁 연출님의 자전거 같은 경우, 관객이 어떤 것을 경험하길 원하셨나요?
김현탁
일반 관객과 자전거 관객이 다른 것을 가져가기를 원했는데요. 자전거 관객은 제가 맨 처음 돌려봤죠. 그런데 가져가는 게 없더라고요. 너무 힘들죠. 그런데 굴리다보면 배우하고 호흡이 거의 같이 가요. 그래서 그들이 관객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요. 하하하.
강량원
어느 순간에 행위자가 된 거죠.
김현탁
관객은 여러 가지 마음이 들 텐데, 대체로 반응은 나도 굴려 보고 싶다, 그리고 굴리지 않길 잘했다 이 두 가지예요.
강량원
자전거의 역사 뭐 이런 거보다는 굴려보고 싶다와 안 하고 싶다, 그걸 원한 건가요?
김현탁
저에게 자전거 컨셉은 이쪽에 있는 사람들이 동참하거나, 앞으로도 영원히 동참하지 않을 결심을 하거나. 그 안에 많은 것들이 담긴 거죠.
강량원
보통 관객들이 지금 이 순간에 즉발적으로 오는 그러한 것과 연결을 시키는 것 같네요. 그러면 작업할 때 관객들에게 가장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요?
김현탁
체험이죠.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몸 대 몸으로 만난다, 그게 언어라고 하더라도 몸 대 몸으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내 몸이 같이 움직여지고, 싫어서든 좋아서든, 나로든 저 배우한테든, 저 배역한테든 움직여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강량원
그래서 움직임을 유발시키기 위해, 그 순간의 즉발성을 유발시키기 위한 트레이닝을 하는군요. 적극 연출님은 관객 연출이라는 말을 쓰시는 것 같은데, 관객을 굉장히 중요한 창조자로서 보시는 것 같은데요.
적 극
관객이라는 건, 저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 저를 탐구하는 거랑 관객을 탐구하는 거랑 똑같은 거고. 제가 인위적으로 구획 짓는 것이 없기 때문에 흘러가는 거고, 나는 이걸 바라보고 있구나, 이게 중요하구나 하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흘러가는 나는 이걸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도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런 알갱이를 수집하는 거죠.
강량원
연극이 몇 개의 부분들로 이어져 있잖아요. 여기에서 취해지는 각각의 사람들이 제각각 멈춰지는 지점이나 참여되는 지점들이 다른 것을 유발하는 건가요?
적 극
그건 대략적인 설명을 위해서 놔둔 것이지, 사실은 훨씬 더 세부적으로 쪼갤 수도 있고요. 관객이 흥미롭게 흘러갈 수 있는 단위들에 불과한 것이고, 그 자체로 유형화를 한다거나 그렇게 되면 의도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제거 하는 식으로 하는 거 같아요.
강량원
그때 발생되는 의도 없는 일상들의 모음, 행위들은 뭘까요?
적 극
보통은 반대적인 것이라고 할까요? 연극을 팀플레이로 정의할 수 있잖아요. 팀을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기존 선배들하고 어떻게 다른가. 그게 같으면 제 작업에 대한 신뢰가 안 생기는 거죠. 구멍이 뚫리더라도 이게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신뢰를 가지려면, 예를 들어 훈련법이 없어야 팀플레이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 어느 것을 해체하는 것은 계속 흘러가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강량원
언어가 안 되게 만드는 일이 오히려 훨씬 더 언어군요. 훈련을 안 하는 게 훈련이고, 어떤 것들을 만들어 놓고 무화시켜놓는 거고. 그래서 관객들의 평을 보면 대부분 “솔직히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와 닿는다.” 라는 게 많아요.
적 극
의도 하지 않는데 관찰을 하면 반복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 직전이랄까 반복은 되지만 자연스러운, 유한한 시간 밖에 쓸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이 작품에 담기는 것 같아요.
강량원
부새롬 연출님은 어떤가요?
부새롬
관객들 역시 제가 받아들이는 거랑 비슷하겠지 생각하는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감정적으로는 분노에 가까워요. 어떤 사실에 대해서 이런 분노를 관객들이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강량원
작업 자체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분노를 일으키도록 만들게 되나요?
부새롬
의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관객이면 이런걸 보고 분노가 치밀 텐데 하는 생각을 하죠.
강량원
그러면 연출님은 관객의 위치라기보다 창작자의 자리로 더 들어가 있는 건가요? 말하자면 이 작품을 분노, 비극적이라는 시각과 생각을 갖고 배우들과 끊임없이 만든다, 그러면 이걸 밖에서 바라볼 때 이들이 해내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은 안하시는 건가요?
부새롬
하죠. 저에게 영향을 미치고, 제가 느끼는 것을 관객도 느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그 괴리가 좀 있어서 고민을 하죠. 아직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거고요.
강량원
김수희 연출님은 어떨까요?
김수희
처음에는 정말 관객맞춤형 스타일이어서 제일 뒤에서 관객을 함께 보면서 봤어요. 내가 원하는 이야기와 호흡이 관객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나? 그런 것에 굉장히 집착을 했어요. 그런데 동인을 하면서 연극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발언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됐고, 이후에 <창신동>이나 <소년 B가 사는 집>을 하면서 같이 하고 있는 배우들이 진정성 속에 놓아질 수 있게 플롯이 잘 짜여 져 있나 하는, 즉 관객을 덜 의식하게 되면서 즐거워지더라고요. 말씀하셨던 대로 연극만이 갖고 있는 몸과 몸이 만나는 그 다음 단계로 나가고 싶은 거예요. 그게 새로운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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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량원
그것이 어떻게 해서든 관객이 편안하게 보고 즐기는 상태의 반응에서 좀 더 관객이 개입하고 관객이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이뤄보고 싶다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성기웅 연출님은 어떻습니까?
성기웅
관객을 능동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인데요. 저는 관객한테 주입하지 않는 연극을 하고 싶어요. 저는 나름대로 제가 하는 연극이 관객을 능동적으로 만드는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관객들을 고독하게 만들면서도 일상에서 하지 않았던 반응들, 감각들을, 뇌세포를 가장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강량원
네, 감사합니다. 장시간 말씀 나누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관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관객에게도 다른 관계 개선이 되는 이런 게 좋은 지점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연출님들의 각각의 의견들이 올곧게 독자적으로 계속 발전하시길 바라며, 오늘 자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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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제73호   2015-08-06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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