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TOP

연극인

검색하기

공연사진의 지속 가능한 공존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일시: 2016년 11월 23일(수) 오후 2시
장소: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참석: 가림토, 김솔, 남지우
사회: 박해성
기록, 정리 : 허영균

박해성
‘사라진다’는 것이 연극의 본성인데, 그것을 부여잡아 기록하는 공연 사진작가들을 모셨다. 가장 순진하고, 가장 무식하고,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고 싶다. 무엇을 찍느냐가 작가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공연 사진과 그 의외의 작업을 두루 포함하여 어떤 사진을 찍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각자의 작업과 공연 사진

남지우

남지우
본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사진계 안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특별히 분류하지 않지만, 편의상 독립영화의 분류 방식을 따르면, 내적 다큐멘터리와 사회적 다큐멘터리 중에 전자에 가까운 작업을 주로 한다. 사회적 시선보다는 내 일상과 주변을 많이 찍는다. 스트레이트 사진을 기본으로 아직 암실 작업을 한다. 연극 사진은 커뮤니티 작업이 많았다.
박해성
다큐멘터리 사진은 특정 시점으로 내적인 순간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 사진은 완성된 작업을 관객 다수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크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공연 사진을 찍을 때 작가의 시선은 어떻게 달라지나?
남지우
그래서 나는 공연 사진을 일로 생각한다. 어떻게 이쪽 분야로 흘러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는데,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네 멋대로 찍어봐’ 이런 분위기가 되어서 공연 사진을 찍게 되었다. 공연을 기록하는 사진가들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작업하기 전에 연출가나 기획자들에게 미리 말을 해둔다. 나 좀 내 맘대로 찍는데, 그래도 되느냐고.
가림토
월간 《코리아》의 기자로도 일했고, 스튜디오도 운영했다. 후배가 연극배우가 되었는데, 그 덕에 공연 사진을 찍게 되었다. 아들이 고3이고 딸도 있어서 열심히 찍어야 한다. 출판사와도 작업하고, 포럼 등 행사 사진도 겸업처럼 찍고 있다. 연극은 워낙 작업비가 적지 않나. 하지만 스태프로서 공연에 참여하여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남다른 보람이 있다. 올해 초에는 <The Seoul>이라는 전시도 열었다. 지금까지 나의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사진이었다.
박해성
지금 고3인 아드님이 더 어릴 때, 성미산 마을학교에서 사진 학교를 운영하신 거로 안다.
가림토
올해는 성미산 마을학교에서 중학생들에게 사진의 역사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김솔
나는 거의 공연 사진만 찍는다. 부끄럽게도 사진을 아직 잘 모른다. 본업은 디자이너고 사진은 겸업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의 공연이 제작 요건이 열악하다 보니, 디자인 작업을 의뢰하면서 사진까지 덤으로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스터를 비롯하여 디자인, 사진, 영상은 결과적으로 합쳐질 것 같다. 움직이는 포스터가 멀지 않아 등장할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의 연속선 상에서 영상도 공부하고 있다.

박해성

무엇이 사진 ‘작가’를 만드는가

박해성
약 15~16년 전 내가 예술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학교에서 올리는 공연 사진을 거의 내가 다 찍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곧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고리타분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보통 사람과 작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남지우
일찍이 ‘~계’ 안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작가란 무엇인가’보다 사진가의 삶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가부터 고민하게 됐다. 나의 경우, 첫 개인전을 한 것이 16년 전인데 그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었다.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주변에 각인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절의 작업은 물론 지금의 것과 아주 다르다. 한때 원로 사진가분들이 (사진작가가 되려면) 사진과를 가지 말라고 했던 시기가 있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결국 철학이나 사상이란 철학자들의 세계관이더라. 철학가들의 세계관이 한 역사, 한 시대에서 가치가 증명되었을 때 그것이 고전이 된다.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이 어떤 것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세계관을 갖고 그것을 표현할 때, 결과적으로 고전을 지향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고전이란 결국 오래될 것들인 것 같다. 나는 작가란 오래될 것들을 지향하는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세계관을 다듬고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을 살피는 사람을 작가라 생각한다.
박해성
작가에 대한 신선한 답변이었다. 설득되고 말았다. 고전이 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어떤 보편성을 지향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지우 작가가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는 필름 시대에 걸쳐지는 것 같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사진 기술이 중요했다. 필름이 비싸니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다.
남지우
나의 경우는 디지털이 훨씬 어렵다. 예술도 기원이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나. 기술에서 예술의 개념이 분리되기까지는 1,000년 정도 걸렸다. 그 시간을 기술과 예술의 투쟁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술이 기술에서 분리되어 나왔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박해성
나중에 나와야 할 이야기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가림토 작가님은 20년 정도 활동하셨다. 그만큼 사진 기술의 변화도 쭉 목격했을 텐데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우리에게 나눠달라.
가림토
2000년대 초에 DSLR 카메라 붐이 일었던 일이 있다.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보면 너도나도 그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지금도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를 중심으로는 일명 장비병이라고 하는 좋은 카메라와 장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 인기도 시들해졌다. 대부분 중고 사이트에 올라오는 실정 아닌가. 많은 사람이 좋은 장비가 좋은 사진을 찍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나는 클래식 애호가인데, 음악에 비유해보자면 이제 막 바이엘을 뗀 사람에게 슈트라우스 피아노를 사준다고 해도 거장처럼 피아노를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진도 다르지 않다. 카메라는 어차피 도구일 뿐이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바라보는 장소에서,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고 포착해야할지 계산이 서는 사람이 프로다. 취미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고가의 피아노라고 해도 아마추어와 완숙한 연주자가 칠 때 첫 음부터 차이가 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좋은 ‘공연 사진’이란

박해성
김솔 작가님은 디자이너지만 업계의 필요 때문에 사진을 찍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창작자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작가인 것 같은데 그 비법은 무엇인가?

김솔

김솔
원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무대를 하다가 디자인을 하고 지금은 사진까지 찍고 있다. 보통 공연은 예산이 적지만, 일단 내가 공연을 좋아하기도 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 이제 겨우 3년 정도밖에 찍지 않았다. 하지만 극장에서 찍는 사진만큼은 조선희 씨가 와도 밀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극장 사진만큼은 내가 훨씬 많이 찍었을 것이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우선, 작가는 돈을 받는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일을 부탁할 때는 내가 하기 싫거나 못하는 일이다. 공연 사진은 다른 시장에 비해 전문성이 없다. 그래서 내가 쉽게 진입할 수 있었고. 나의 목표는 공연 사진이 보다 예술적으로 진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해성
극장은 광량이 부족하다 보니 장비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배우들이 연기를 멈추고 자세를 잡은 뒤에 사진을 찍었다. 그때 사진들은 죽은 사진이었다. 그나마 디지털카메라가 상용화되면서 좀 더 생동감 있는 장면을 잡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공연 사진에는 다른 또 하나의 프레임이 있는데, 바로 연출자의 의도다. 작품의 의도를 고려해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공연 사진의 전제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공연 사진이란 무엇일까? 작가 자신이 원하는 사진과 연출자가 원하는 사진은 서로 다른가?
가림토
배우들은 무대 위의 자신을 보지 못한다. 동영상에 찍힌 모습과 사진에 찍힌 모습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물론 조명 등의 장비와 당시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배우들이 종종 자기 사진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이 장면에서 자신이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동영상에도 잡히지 않는 찰나를 사진은 포착할 수 있다. 가끔 연출가와 무대 위의 배우와 교감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희열을 느낀다. 그럴 때 좋은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김솔
프레임에 담겨야 하는 것은 관계다. 무대 세트와 배우의 관계든, 배우와 배우의 관계든. 요즘은 관객들이 후보정에 익숙해져 있어서, 공연 분위기에 맞게 보정 작업도 많이 한다. 공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사진은 실제가 아닌 것을 미리 보여준다. 이러한 판타지 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공연 사진의 역할이기도 하다. 나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드는 사진도 많다. 그런 사진도 종종 보정한다.
박해성
왠지 남지우 작가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남지우
두 분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도 많다. 연극 안에서 좋은 사진이란 서사가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리하게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때문에 작위적인 사진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걸 넘어서서 서사를 감각적으로 잡아 담아내는 사진이 좋은 사진 아닐까? 배우든, 연출가든 클라이언트를 놀라게 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 앞에서 이기적인 편이라, 사진을 보아야 할 사람들 다시 말해,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박해성
공연 사진에 서사가 담겨있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더 나눠보자. 가장 영리하게 작업하는 것은 광고사진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보도 사진도 그렇다. 광고 사진과 공연 사진은 목적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거의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공연계에서 사진을 소비하는 방식은 사실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은 뻥을 치기에 딱 좋은 수단이다. 그 뻥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것이다. 특히나 연출들은 자기 작업을 근사하게 보여주고 싶어 하기에 그들이 원하는 사진과 작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지우
광주에서 만난 영국 연출가와 작업할 때였다. 그는 내가 서 있을 자리, 찍어야 하는 컷까지 모두 지정했다. ‘그럼 네가 찍지 그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지시하길래 구체적으로 수행해줬다. 해가 질 무렵에 꼭 찍고 싶은 풍경이 생겼고, 나는 30초 안에 그 순간을 찍어서 연출에게 제안했다. 결국, 그 사진이 포스터로 채택됐다. 내 감각 속에 더 좋은 이미지가 있다면, 강경한 연출이라도 설득하고 내 의견을 제안할 의지가 있다.
가림토
모든 것을 사진작가에 일임하는 연출들이 있다. 그럴 경우는 대본을 정독하고, 홍보 담당자와 분과 기획회의를 한다. 나에게 모든 권한이 있기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내 나름의 생각과 홍보 방향에 맞게 사진을 찍으면 된다. 반면에 옆에서 모니터하면서 하나, 하나 코멘트 하는 연출도 있다. 내 개인 작업이 아니므로 결국은 그의 취향에 맞춰 주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지 않을 때는 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진은 충분히 공연을 담아내고 있는가

박해성
쿨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기록할 가치가 있는 공연은 어떤 것인가?
김솔
사진으로 공연을 충분히 느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관객이 자신이 본 공연을 떠올릴 수 있는 메타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이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되도록 예쁘게 찍고 싶다.

가림토

가림토
공연은 라이브이기에 매일 조금씩 다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의 마음가짐도 매일 다르다. 그래서 연극의 경우에는 공연 때 찍은 사진이 제일 좋더라. 나는 살아있는 사진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객석에서 사진을 잘 안 찍는 추세고, 대극장은 허락도 잘 안 해줘서 아쉽다.
남지우
공연 사진에 있어 과장된 느낌이 과연 문제일까? 직접 공연을 보는 것과 사진은 다를 수 있지만, 사진 역시 공연이 전달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과 다르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작품을 잘 보여주기 위해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것이지, 오로지 사실 전달이 목적은 아니다. 이 점에서 사진의 역할이 생기지 않을까?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기록과 차이가 없다.
박해성
매우 적은 작업비로, 공연을 꽃단장하는 용도로 사진을 요구하는 작업 환경이 사진작가들에게 매우 답답할 거라 생각했다.
김솔
물론 그런 점도 있다. 작년에 플레이DB에 연극인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사진이 연극의 필수 요소도 아니고 포지션도 모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연극 사진도 찍을 거고, 뮤지컬 사진도 찍을 테니 기능직이지 연극인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매우 상처가 됐다.

공연 사진작가의 지속 가능한 공존

박해성
작가적 욕구와 경제적 필요가 충족되기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에 대한 애정을 저버리지 않는 작가들을 만나니 한 방 먹은 기분이다. 예전에는 주로 기관에 소속되어 일하는 전속 작가가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연 사진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공연 사진계가 직업군으로 존속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지우
공연 사진가들이 공연계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공연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진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과거의 공연 사진가들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그들이 찍은 사진 안에 분명 고전으로 남을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딱딱한 사진계 안에서 공연 사진이 기술적이고 상업적인 작업으로서만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해성
김솔 작가는 얼마 전에 산울림 갤러리에서 <온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공연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어땠나?
김솔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공연 사진이 정말 볼만한 사진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 한 분야가 발전하려면 그 사회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공연사진 작가들이 가격 담합을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작업비를 산정하고, 그것을 서로 지키는 것이다. 이런 의견 통합이 이뤄지려면 전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장비도 공유하고, 세트도 함께 만드는 사진작가 공유 스튜디오가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로에만 300개 넘는 극단이 있는데, 공연 전문 스튜디오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림토
연극 한 편을 위한 제작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지원금을 많이 받는 작업이면 모를까, 그 현실을 아는 상황에서 사진작가의 작업비 문제를 거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작업자들에게는 특히 “이 돈으론 못 찍겠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김솔 작가의 제안을 지지한다. 협회까지는 아니어도, 조직을 만들어 최소한의 권위 보장을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스태프 명단이나 포스터 등을 보면 사진작가는 가장 밑에 이름이 적힌다. 사진은 있으면 좋다 정도로 섭외되는 경우도 사실 많다.

복제 시대, 사진작가의 정체성 지키기

박해성
디지털 카피가 가능하게 되면서 저작권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금처럼 기술과 장비가 대중화된 상황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에 불리하지 않은가?
남지우
난 완전히 생각이 다르다. 공연 사진은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이 연극 안에서 공존하려면, 오히려 공공재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생각마저 한다. 어느 정도 내 마음속에서 포기가 된 일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밝혀야 할 때 밝히면 되지 않을까.
가림토
디지털의 무한복제는 막을 수 없는 본성이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는 중요하다. 저작권 자체는 사진가에게 있다는 판례가 이미 많이 나와있다. 돈을 받고 납품한 사진이라 하여도 그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사진가에게 있다. 그러므로 정확한 표기와 출처를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김솔
모 극장에서 연락이 와서 얼마에 찍을 수 있는지 물었다. 너무 불쾌했다. 일반 극단에서는 제대로 작업비를 못 받으니 공공기관에서라도 제 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공공기관에서 작가를 두고 재다니. 최근에 한 공공극장에서 대형 에이전시와 작업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조명기만 10대였다. 나는 최소 15만 원을 받는데, 조명기 하나 대여할 때 3~5만 원 정도 든다. 또 조명기를 옮기려면 차량도 필요하다. 물론 극장 입장에서는 조명기 10대를 설치하고 찍은 사진과 나의 사진의 결과가 매우 다를 것이다. 비용이 있다면 그렇게 작업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굉장히 분했다.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 몇 년 안에는 대형 에이전시와 부딪혀도 지지 않고 싶다.
박해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남지우 작가가 사진이 공공재가 되어도 좋다고 하셨지만 그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 김솔 작가는 공연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지속을 위한 고민을 두루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신규 사진작가들이 공연계에 진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김솔
신규 진입은 많다. 보통 돈이 없으니 주변에 사진기 있는 지인을 불러서 찍는다. 결과가 좋은 사람들은 남는다.
박해성
크레디트에 사진작가의 이름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남지우
크레디트뿐만이 아니라 존재가 남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진작가의 생존문제는 진입장벽과 관련이 있다. 아마 오늘도 이 대담시간을 촬영하면 5만 원을 준다고 포털에 올린다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연락할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보기에 그들과 우리의 작업이 큰 차이가 없으면 결국 싼 편을 택한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집단의 퀼리티를 올리고, 그들끼리 자신의 생존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매그넘이 있지 않나. 신문사들도 이들의 사진을 쓸 수밖에 없다.
박해성
창작자가 아닌 다른 협상 대상을 통해 영속적인 직업으로서 공연 전문 사진가가 남을 수 있겠다.
김솔
공연 사진이 사진 자체로서 예술적인가?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자기 고민도 필요하다. 사진이 예쁘면 사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아까 이야기 나왔던 산울림 갤러리에서 했던 전시를 통해 만난 작가들과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우리에게 아직 나의 사진이 아름답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박해성
<온스테이지>는 첫 시도로서 충분히 주목받을 요소가 있었다. 기사도 나고 했었는데, 어떤 관람객을 대상으로 했는지 궁금하다. 사진계인가 공연계인가? 혹은 대중인가?
김솔
산울림 갤러리는 일단 홍보가 거의 안 된 공간이다. 보도사진전을 해보자고 했는데, 내가 공연사진 작가전을 제안했다. 갤러리가 매우 작아서 몇 점 걸지 못하지만, 나를 포함해 6명의 사진작가를 모았다. 특이한 것은 그 6명 중에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 중 단 한 명만 전시 경험이 있었다. 그들과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얼마나 자존감이 없는지 깨달았다. 엽서도 만들었는데 거의 팔리지 않았다. 비싸서가 아니라 아름답지 않아서 일 것이다.
가림토
누가 사겠는가. 그건 공연 사진의 한계다. 그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살 필요도 욕구도 없는 것이기에 아름답지 않아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공연 사진 전시를 제안받은 일이 많은데 모두 거절했다. 그 공연의 스태프나 배우들에게나 추억이 될 전시일 것이지, 공연을 안 본 사람들에게는 ‘그냥 공연 사진’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일단 연극 자체를 안 보지 않나. 또 한 가지는 그 전시에는 전문 큐레이터가 없었을 것이다.
김솔
맞다.
가림토
그것이 결정적이다. 보는 눈이 다르다. 전시는 역시 전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것도 일종의 협업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사진 사람들이 공연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하여도, 전시에 대한 전문 인력은 필요하다.
박해성
공연을 봤던 사람들에겐 미덕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사진과 글이 보지 못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매체인데 과거에는 글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사진이 매체로서 훨씬 중요하다. 공연에 대한 독점적 기록 매체로서의 사진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남지우
기록에서는 이미 영상이 그 역할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과 비평이 함께 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비평이 창작으로 인정받고 작품이 된다면, 사진과 함께 문학 작품처럼 될 수 있다면 사진이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내 상상 안에서는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미래다. 상업적 지속성을 위해서는 다른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동선에 공연 사진을 걸어 두고, 작가나 배우의 사인을 받아 판매한다거나. 사진이 꼭 화이트큐브에 걸릴 필요는 없다.
가리온
그러려면 공연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엽서든, 포스터든, 사진이든 사지 않는다.
김솔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되고, 안 본 사람들은 궁금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그 공연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
박해성
오늘 대담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 극단이나 기관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 있다면 해 달라.
가림토
외국의 공연단체를 보면 어떤 사진이든 사진가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스파프(SPAF)만 보아도 우리나라 공연에는 사진가 크레디트가 없어도, 해외단체의 사진에는 있다. 사진을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사진과 사진작가의 인식 변화를 위해 우리도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겠지만, 함께하는 작업자들, 기획자들이 특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홍보자료를 전달할 때도 사진작가의 이름을 명시할 것을 반드시 요청해야 한다.
남지우
그렇다. 협업의 관계로 사진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열심히 공연 사진을 찍었는데, 그 작품이 해외 공연을 갈 때 사진작가는 빠진다. 그러면 이 작품의 사진은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는다.
박해성
오늘 대담 준비차 작가님들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말씀하신 대로 표기가 안 된 경우가 참 많았다. 이 시간을 통해 그 당연한 일이 정말 당연한 일로 인식되길 바란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

태그 공연사진, 사진작가, 허영균

목록보기

제105호   2016-12-01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