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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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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오후, 속보가 떴다.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7년·조윤선 징역 6년 구형”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는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청산과 개혁’이라는 주제로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대토론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섞인 도종환 장관의 인사말에 이어 김미도 연극평론가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의 내용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서 진술차원으로 이루어져야 할 만큼 구체적인 사례와 연루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 이라는 시간동안 블랙리스트 사태의 피해자이자 내부고발자로서 그의 소회와 갈등이 차분하게 갈무리 되어있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법정

대체 9,473명의 문화예술인 목록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검열과 배제는 어떻게 이루어졌단 말인가.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당시 블랙리스트 사태에 부역했던 문화예술계 공무원들이 피해자의 프레임으로 재판정에서 진술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같은 상황에서 내부고발자가 되기를 선택했던 한국공연예술센터 직원 김진이를 상기시켰다. 2015년 팝업씨어터 공연방해 사건에 대해 진술하며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 그녀와 배제를 위하여 심사의 공정성을 해치고 당사자들을 협박한 공무원들을 같은 프레임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발언권을 갖지 못한 채 부당함을 외친 독립기획자 임인자는 지난 두 번의 재판에서 끌려나온다. 이렇게 법정에는 진정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존재하지 못했다.

검열과 배제가 쓸고 간 자리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블랙리스트 시행 이후 쑥대밭이 된 예술계의 모습을 토로했다.

누가 우리를 이렇게 서로 의심하고 불신하도록 만들었는가. 평소 호형호제하며 격의 없이 지내던 동료들 사이에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감정의 골이 왜 생겼는가. 심각한 부역 혐의가 포착되는 몇 몇 연극계 선배 및 동료들에 대해 후배들은 왜 철저한 배신감을 느껴야 하는가.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대부분 연극계 원로들은 왜 함께 나서서 싸워주지 못했을까. 더구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들은 왜 지금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가.
- 연극평론가 김미도의 발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의 필요성과 의미’ 중

결국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국민들까지 모두 피해자로 규정했다. 그녀는 ‘응징과 처벌이 아닌 치유와 화해’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또다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반성을 요구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이어 이양구 극작가는 발제를 통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마땅히 어떠한 형태를 갖추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그는 블랙리스트 사태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국가적 범죄이니 만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과 범위도 전 국가기관으로 설정해야만 사태의 총체적인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보고, 과거 “경찰청 과거사 진상 규명 위원회”의 사례를 들어 조사위원회의 조사권 보장을 강조한다. 조사위원회의 구성, 조사기간 및 방법,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대책 등 실질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법은 존재해도 문화가 문제

이양구 작가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피해자의 시선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이번 사건의 특징으로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어버린, 심지어 아직도 관련여부를 모르는 개인들이 존재한다는 것.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그것이 어떻게 기능했고 무엇을 살피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곳에는 공무원들의 요구(그다지 강압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에 응했던 심사위원들도 포함된다. 그는 사회의 공적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문화예술계를 보며 법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던 ‘무엇’, 혹은 그렇게 여기는 ‘문화’가 존재함을 지적했다. 이것에 대한 자기반성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제도의 공정성과 공공성

2부 토론에서는 노이정 연극평론가가 예술지원제도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고연옥 극작가가 ‘국립극단의 작가의 방 사태’를 사례로 들어 국공립제작극장의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노이정 연극평론가는 먼저 문화예술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출범이후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블랙리스트 검열기관으로 까지 전락한 예술위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정부부처의 산하기관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극장에서도 예술가가 아닌 기관 직원 혹은 행정가나 기획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음을 지적했다. 예술가가 공공극장에서 소외되고, 지원금의 상당부분이 작품과는 관계없는 임대료나 대관료 형식으로 지불되고 있는 현재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지원제도의 효율도 제자리걸음에 불과할 것이다.

고연옥 극작가는 논란을 일으켰던 ‘공공성’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어떤 예술작품이 공공성을 해치고 공인에 위배된다는 말은 마치 어떤 예술가들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 작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그것을 제어하는 것이 국가 혹은 국공립단체의 의무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동력은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다.”

“...예술의 공공성이란 결코 제약이나 한계가 아닌 개인과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며, 공통의 문제에 대한 확장, 미학적인 영역으로의 가치 실현일 것이다.”


또한 국가의 지원금을 받았으니 해당 정부의 성격과 맞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은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사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는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지원제도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논리다.

고연옥 극작가는 ‘현대의 극작가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과 무형의 믿음, 지지, 조력 속에서 탄생된다.’고 말하며 국립극단의 ‘작가의 방’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국공립제작극장의 존재이유를 물으며 시급한 과제로 고사상태에 빠진 창작극 되살리기를 제안했다. 국공립제작극장은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창작자를 소비하던 기존의 제왕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현장의 연극인들과 더욱 밀접하게 소통해야 할 것이다.

드디어 블랙리스트 형사 재판에서 차관급 이상의 관련자들에 대한 구형이 내려졌다.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었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힘겨운 싸움 끝에 인정받게 되었다.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총체적 규명이라는 과업을 앞두고 있다. 사실 ‘검열과 배제’는 ‘블랙리스트 사태’ 이전에도 별다른 이름을 갖지 않은 채 사회전반에서 공공연하게 존재해왔다. 이것의 오래된 답습이 거대한 권력과 의지를 만나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조직적으로 굴러갔던 것일지 모른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지만 우리는 이를 계기로 ‘청산과 개혁’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리고 ‘검열과 배제’가 사라진 곳에 뿌리 내려야할 ‘공정성과 공공성’의 의미를 기쁘게 그리고 치열하게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태그 청산과 개혁, 블랙리스트, 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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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120호   2017-07-20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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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청산과 개혁은 내부에서부터 하시길. 유치진 "토막"이 국립극장에 오르고, 아직도 친일 유치진을 동랑이라고 호도 붙이는 연극인들, 유인촌 때는 과연 박근혜 때와 달랐는지?? 내부부터 돌아보시길. 이슈가 되는 사항에만 깨시민코스프레 하지 마시고. 이름 값. 친목. 자기식구 챙겨주기. 몰아주기, 도 이야기 할 때 아닌가? 남산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2017-07-21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