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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떼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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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프린지 빌리지’는 예술가들이 경기장의 빈 공간을 점유하여 각자의 작업공간으로 삼는 경기장 공간탐구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나흘 동안 ‘여행’을 테마로 진행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에는 총 아홉 팀이 빌리지에 참여했다. 입주한 단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반상회를 진행하는데, 이때 경기장에서 보낸 지난 일주일간의 리뷰와 공간탐구일지, 작업과정 등을 공유한다. ‘마이크로포럼’은 빌리지 참여 예술가들과 소규모로 진행하는 프린지 속의 작은 포럼이다. 반상회 마지막 날, 근 한 달을 함께 보낸 서로에게 안녕을 고하던 젊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안녕을 위협 하는 것들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나아가 마이크로포럼의 첫 번째 주제가 되었다. 이름하여 ‘돈 떼인 사람들’이다.

7월 21일 오후 2시경, 경기장 스카이 박스의 원탁에 예술가들이 둘러앉았다. 연극을 한다고 집에서 쫓겨난 ‘사단법인 학교밖 청소년 학교’팀의 예술가 김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학교를 뛰쳐나온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느 또래와는 달리, ‘공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다. 작업을 하기 위해 ‘청소년 회관’을 이용했던 그녀는 최근 법으로 규정하는 성인의 나이가 되자 더 이상 그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김가현은 빌리지에서 마음껏 작업했던 지난달을 추억하며 작업공간의 높은 문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공연에 참여하여 ‘시간’과 ‘노동력’을 착취당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그들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공연료의 지급제외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처우의 불합리함을 공론화 했던 그들에게 연출부는 ‘모두 합심하여 공연을 만들어 냈는데... 연극계를 모르는 너희들의 태도에 상처받았다’며 논지를 흐렸다. 그녀는 소모품처럼 쓰였던 그때를 회고하며 대체 그들이 이야기하는 ‘연극계’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창작집단 위선자’팀의 예술가 박성원은 신생단체로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지방의 공연장에 지원서를 내도 소위 말하는 ‘듣보잡’은 처음부터 배제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은 할 수 없이 각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이름난 극단의 막내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인격모독과 임금체불을 감수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연극을 한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취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같은 팀의 예술가 이수현은 지원금으로 제작하는 공연의 예산에서 임금이 가장 나중의 문제로 밀리거나,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연에만 몰두하라는 연출의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문화 제도의 한계에서 오는 부작용으로 그쳤어야 하는 ‘배고픈 예술가’라는 현상이 아주 오래전부터 예술가뿐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 인식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러한 사고위에 구축한 문화예술계의 관습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착취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각자의 사례를 공유한 그들은 한동안 조용해 졌다. ‘처음부터 돈 안 되는 거 알고 시작했으니까...’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돈은 좀 못 벌어도 된다.’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제살 깎아먹기를 해온 젊은 예술가들의 지친 모습이었다. ‘프로젝트 극단 우아’의 예술가 김성민은 ‘그러면 좋아서 하는 대통령은 월급을 왜 받느냐’라는 농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술을 위해 강요받는 개인적 희생이 너무나 크다며, 제대로 된 지원이 힘들다면 규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정당한 작업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기성 연출가라면 처음부터 판도 못 짜게 하는 규제 말이다.

마이크로포럼을 참관하던 프린지 페스티벌의 운영위원인 홍은지 연출은 조심스럽게 지난 4월에 진행했던 ‘올모스트프린지’ 포럼의 이슈로 말문을 열었다. 포럼의 둘째 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연극의 뿌리 깊은 가족주의와 연출을 중심으로 한 극단의 가부장적인 구조가 시간이 지나 예술 학교에 자리 잡으며 더욱 견고화 되었다는 사실을 진단했었다. 홍은지 연출은 예술가들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본인이 목격했던 ‘지속성’의 한계를 이야기 했다. 더하여 문화예술제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언급되는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연구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후 포럼에서 문화예술계의 악습과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자리는 아니었다. 젊은(어린)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불합리한 구조에 익숙해진 스스로를 인식했다.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각자의 인식 전환은 좀 더 빠르고 실질적인 행동의 시작이 될 것이다. 독립예술가로서 프린지에 참석했던 예술가들은 다양한 예술생태계를 구축하며 이미 행동중인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와, 예술 학교 및 기성 극단을 벗어나 동료 예술가들과 자유롭게 창작했던 경험이 생존의 동력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이것이 착취가 빈번한 예술계의 악순환을 끊어낼 힘 있는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사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제공]

태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마이크로포럼1, 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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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121호   2017-08-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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