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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혹은 600초, 그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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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끝나서 좋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힘든 일도 쉬운 일도, 끝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모두가 태어나고 죽을 수밖에 없듯, 어떤 일이든 끝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바로 이런 축제가 끝날 수 있도록,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는 무수히 많은 일이 있다. 원인과 결과의 연속이 삶이고, 극 아니던가. 이 페스티벌은 무려 24명의 작가, 8명의 연출, 그리고 그 외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합치면 백여 명은 족히 되는 이들이 함께 했다. 함께 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 안에는 갈등과 고통, 그리고 자신만의 사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연일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사연까지 더해지면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을 것이다. 스물네 개의 신작이 관객을 만났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순간에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을 남겼다는 것이 뜻깊게 느껴진다. 그런 일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에 함께 했다는 것이 마음 벅차다.

십 분이라는 시간은 사실 '사이시간' 혹은 '자투리 시간' 정도로 인식된다. 이를테면 방송에서는 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광고들이 차지하는 시간, 공연에서는 인터미션에 해당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작가가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이나 독특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는 게 가능할까. 어쩌면 부족한 시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참여 작가들에게는 목마름을 축여주는 기회가 아니라, 갈증을 부추기는 일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느낀 건 시간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십 분은 분으로는 10, 초로는 600이 된다. 600초라고 생각하면 체감이 달라진다. 시간은 부피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적으로 흘려보내는 십 분과 극적인 긴장으로 채워진 600초는 완전히 다르다. 스물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삶에서 가장 밀도 높은 십 분의 시간을 만드는 공연, 그 시간의 촉감은 때로는 서늘하고 때로는 뜨겁고, 또 때로는 습하고 또 때로는 건조했다. 이야기의 소재나 스타일이 각자 다른 극들이 한 무대에서 날것의 형태로 관객을 만난다는 점에서 유례없이 특별한 기획이다. 참여 작가들 중 많은 이들에게 이 무대는 '시작'이었다. 자신이 쓴 글이 배우들의 몸을 통해 무대에 올려지는 경험을 통해 쓰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의 간극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건 열심히 쓴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무대가 주어졌을 때에만 체득되는 것이다. 한 명의 극작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무대가 절실하다. 짧지만 꼭 필요한 600초였다. 스물 네 명의 작가들에게는 어쩌면 오래도록 이어질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일이 잘 끝나서 좋다.
다음 해에는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더 많은 작가들의 시간이 여기에서 시작되어 다른 곳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으로 올해의 축제를 마무리한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

태그 10분희곡페스티벌, 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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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정

정소정 극작가
2012 부산일보 신춘문예 「모래섬」 등단
대표작 「가을비」, 「뿔」 등
제127호   2017-11-09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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