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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페스티벌 갈래? 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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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금요일, 이화사거리에서 극단 낯선사람을 영국까지 데려다 줄 ‘플레이버스’ 시승식이 열렸다. 극단 단원들과 사전에 인터넷으로 시승을 신청한 시민들이 플레이버스를 타고 대학로에서 서울역까지 가보는 행사로, 시승이 끝난 뒤에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PLAY BUS

‘젊은극단’을 자처하는 극단 낯선사람은 ‘대학로에서 에든버러까지’라는 기치를 내걸고,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버스를 타고 육로로 이동하여 참여하기로 했다. 플레이버스는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로 이동하여 핀란드, 덴마크, 독일, 프랑스, 영국, 모로코, 스페인 등 22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캠핑카로 개조를 마치고 처음 서울 땅을 밟은 플레이버스는 극단 낯선사람이 3월부터 11월까지 먹고, 자고, 공연을 할 극장이자 집이다. 창단한 지 3년이 된 극단 낯선사람은 그동안의 공연 수익금과 단원들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버스를 구입하여 캠핑카로 개조했다. 버스 안은 9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과 누울 수 있는 매트리스가 2단으로 깔려있고, 샤워부스와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있어 간단한 조리도 가능했다. 이영재 배우는 플레이버스를 운전하기 위해서 지난 1월에 운전면허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운전은 3명이 돌아가면서 할 예정이다.

why not?

각자의 삶으로 모이기 바쁜 평균연령 28.2세의 낯선사람은 더 늦기 전에,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을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아비뇽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되 새로운 방식으로 가보자고 황유택 연출가가 제안하고, 패기 넘치는 단원들이 흔쾌히 승낙하여 일을 벌였다고 한다. 단원들은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날아가는 것이 아닌,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땅에서 발을 떼지 말고 국경이라는 모든 경계를 넘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버스에 탑승하니 비비드한 색상의 정장을 입은 배우들이 운전을 하고, 진행을 한다. 전작 <그냥, 슬기로운 생활>의 무대의상이었다고 한다. 버스가 조심스레 출발하자 한 배우가 능청스럽게 조용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라디오나 듣자고 제안한다. 플레이버스를 운전하는 배우가 라디오를 틀자, 익숙한 로고송과 알림음이 섞인 라디오 방송이 나온다. 그러나 일반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놓은 녹음파일이었다. 사연을 읽어주고, 라디오극의 출연자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신청곡을 틀어주고 전화인터뷰를 시도한다. 중간중간 플레이버스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후원계좌를 집요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실시간 방송되었고, 극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서울역 서부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여 시승식에 참여한 시민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한 뒤, 플레이버스 곳곳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버스에 응원의 문구를 매직으로 써서 남기기도 했다. 배우와 기획자, 연출가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시승식은 끝이 났다.

시승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무모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궁금해 했다. 황유택 연출가는 “굳이 관객을 만나는데 있어서 극장이라는 벽을 둘 필요가 있나”하여 극장 대관을 따로 하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 낯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멈춰서서 함께 음주가무를 즐기며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놀기 위해 버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음주가무’

극단 낯선사람에게 플레이버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버스 안에서 낭독극도 펼쳐질 예정이며, 미리 제작해놓은 영상을 프로젝터로 함께 보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페이스북 라이브로 방송될 예정이며, 유투브 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버스는 극장의 한쪽 벽으로 기능하여 간단한 포장마차가 되기도 할 예정이다. 외국에 가서 한국적인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한 끝에 낯선사람이 택한 한국적인 것은 ‘8-90년대 음악’과 ‘음주가무’ 문화다. 잘 알려진 K-POP이나 국악보다는 한국인들이 좋아하고 즐겨 듣는 8-90년대의 음악과 함께 소주를 한잔 한다. 배우들은 서버로 분하고, 요리사로 분하며 ‘한국적인 음주가무’가 가능한 분위기를 처음 밟아보는 땅에서 재현한다. 술자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술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던 선을 없애는 작업을 한다. 한국인의 흥을 함께 느끼는 것. 배운 것이 아니고, 알고 있는 것도 아니라 극단 낯선사람이 직접 경험한 것을 세계에 전해주려고 한다.

외국 관객과 함께 즐길 영상은 3월, 출발 전까지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영상이나 퍼포먼스 모두 소통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논버벌 형식이나 영어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거나 한국말을 사용하려고 한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상황이 주는 느낌으로 분명히 외국인과도 소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 낯선사람은 대학교 때부터 함께 작업하며 호흡을 맞춘 동료들이 모여 창단한 극단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여 화장실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서 낭독극을 하고, 이제는 버스에서, 세계에서 공연을 하는 도전을 하며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않으려는 단체이다. 무모하다 싶은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온 뒤에 이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작은 마을버스였던 플레이버스도 세계 각국의 흙이 묻은 후에 어떤 유물이 되어 있을지도 궁금하고, 다음엔 우주연극을 하거나 상상 불가능한 차원 너머로 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극단이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 페이스북 페이지,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보면 즐겁게 여행을 준비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 여정을 시작하려는 젊은극단에게 힘이 될 것이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 선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선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선을 긋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패기 넘치는 극단 낯선사람의 여행을 응원한다.

#젊은극단 #낯선사람 #세계일주 #에든버러 #유랑버스 #플레이버스 #이동극단

태그 젊은극단, 낯선사람, 세계일주, 에든버러, 유랑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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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김연재 연출가
요지컴퍼니 소속. 연극과 전시를 하며 작가, 연출가, 드라마터그, 월간 <한국연극>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candylock@naver.com
제133호   2018-02-08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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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
우리나라 연극계를 책임질 젊은연극인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극단 낯선사람 파이팅!!

2018-02-16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