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TOP

연극인

검색하기

공공 예술은 무엇 때문에 (불)가능한가?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천, 안산,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 그리고 을지로·청계천 등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는 관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예술계의 리액션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향한 ‘연속’ 포럼 그 첫 회. 왜 연속 포럼인가?
지난 2월 28일 서울연극센터 2층에서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향한 연속 포럼이 개최되었다. #1을 붙여서 목표를 가지고 계속 이어나갈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 첫 회의 제목은 ‘문화예술 현장은 지자체(정책-행동-제도)와의 관계 속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였다. 발제자들이 속한 단위를 보면 제목에서 언급하는 지자체와 독립성과 자율성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예술의 공공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인천과 안산 사태에 대한 새로운 쟁점, 공공영역에서 문화예술 생태계로 자원이 분배되는 과정에 대한 진단과 제안, 을지로·청계천 도시 재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공공과 예술계의 인식 괴리 등에 대한 발제가 이루어졌다. 이후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토론이 진행되었다. 발제와 토론에서 주목할 점은 공공의 예술에 대한 인식 분석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문화 정책을 집행할 권한과 예산이 지자체로 이양되고 지역 단위의 정책을 펼치는 매개로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지자체는 문화재단을 장악 혹은 이용하려는 시도를 해오지는 않았는지, 지역 축제 혹은 공공극장 운영 등 문화 정책 집행 과정에서 반영되는 지자체의 문화예술 철학과 인식이 예술계의 인식과 어떻게 유리되어 있는지, 지자체나 문화재단 내부의 전문성 부재가 어떻게 현장과의 괴리를 넓혔는지, 예술 현장과 유리된 지자체와 문화재단이 주도하는 시민의 참여가 어떻게 시민과 예술계를 동시에 소외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소위 ‘생활예술-엘리트예술’이라는 개념과 함께 이야기되었다.
공공-예술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이미 과천 축제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거리 공연의 입문자로서, 그 축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작년 말 안산에서 있었던 토론회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새로운 예술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거리 예술가들의 문제 제기ㅡ주로 예술감독 선임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ㅡ에 관한 안산문화재단과 안산시 측의 무대응에 가까운 대응에 대해 예술계 종사자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 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미 몇몇 공연단체가 축제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였다.1) 당시 토론회에서는 과천 축제의 ‘말(馬)축제’화 사태에 대한 평가와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과 의지를 내비쳤다. 충격이었던 점은 축제를 지켜내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자의적 결정에 의해 축제의 성격이 달라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안산문화재단의 이사장이 안산시장이기에 안산축제의 예술감독을 시장이 정하다시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되었다. 입문자가 보기에도 안산문화재단의 가장 큰 사업이 안산 축제일 것인데, 안산시장이 문화재단의 이사장이며 예술감독의 선임에 크게 입김을 행사한다는 것은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문화재단과 축제를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안산시의 현재까지의 답변과 대응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확인된 바가 없다.
그런데 이것이 안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인천도 유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신임대표이사가 선임 하루 만에 추진한 비상식적 인사이동으로 인해, 나름 모범적 케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던 인천에서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2) 뿐만 아니라,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은 지난 연말 서울문화재단 이사회의 결정으로 독립 본부에서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되었고, 극장의 인사, 예산권 역시 지역문화본부로 이동하였다. 충무아트센터 사장에는 최근 중구청의 조례 개정을 통해 전 서울주택도시공사 미래전략 실장이 취임하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역문화재단이 예산과 인프라(극장·축제)·인력을 결정하는 권한을 휘두르며 문화예술인들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는 여럿이다”3) 지난 1월 28일에 있었던 ‘공공예술 축제의 한계와 (불)가능성’이라는 포럼에서는 인천 개항장축제와 인천문화재단의 사례,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사태의 경과보고에서 출발하여 공공이 주관하는 축제의 성과와 한계성, 공공예술 조직이 갖춰야 할 인사의 공공성, 예술 매개자로서의 문화재단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독립성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소위 협치의 이름으로 지자체가 문화재단 인사권을 이용하여 지역의 축제 및 극장 등의 예술 활동과 예술 공간을 행정 성과나 정치 행위로 전유하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고, 지금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여러 단위의 발제와 이후의 토론을 통해 발견되었다. (물론 이는 여러 지자체에 문의하고 확인한 것이 아닌 당시 포럼 참가자 개인으로서의 의견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안산과 인천 등 특정 지역의 상황에 국한하지 않고, 공공예술의 시스템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 바로, 지난 2월 28일의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향한 연대 포럼>이었다.
아니 대체 뭐가 문제인데? 그게 나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데?
지자체에서 문화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여 문화예술 정책을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는 오히려 문제가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하고 너무 명백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법대로’ 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다. 소위 ‘협치’의 개념조차 언급되지 않는 여러 경우들도 있다.
2017년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배포한 ‘생활예술의 비전과 쟁점’이라는 자료집에서 나타나듯, 지자체나 문화재단이 ‘생활체육-엘리트체육’과 예술을 동일선상에 놓고,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성과관계 개념을 인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체육체계에 비해 예술체계는 활용 가능성이 낮으므로 체육과 마찬가지로 생활예술을 전문예술의 논리에서 독립시키고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많은 의문이 풀리는 동시에 머리가 복잡해진다.4) 이런 인식과 철학에서 서울시 그래피티단이라는 기괴한 네이밍이 나온 것일 거다.
우리는 과연 엘리트인가? 이 수많은 논의가 예술계 종사자의 자기 정체성 고민으로 회귀할 것인가? 공공예술 오픈 포럼은 공공에서 내어놓는 문화체육관광부적 문화예술 프레임에 대응해야 할 과제를 전해주었다. 주어를 예술계 혹은 예술 종사자로 두어도 무방할 것이다. 한 꺼풀 벗겨내면 ‘포퓰리즘’인, ‘시민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예술’의 대척점이 아니라, 정치를 견제하는 본래의 예술과 예술계의 역할을 제시하고 기본적인 문화 민주주의적 절차 투명성을 확보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공공 자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공-예술의 모순적 생태계를 바꿔낼 공공예술 오픈포럼. 그 행보에 계속 주목하게 한다.5)
  1. 자세한 상황은 안산거리극축제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2. 문화인천네트워크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ultureIncheon 에 2월 28일 개제된 성명서를 참고할 것.
  3. 한겨레 2월 1일자 기사 <남산예술센터 존폐위기…연극계 ‘극장을 지켜라!’> 인용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80825.html
  4. <생활예술의 비전과 쟁점 - 서울문화재단 사이버오피스> 의 1부 생활예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 조망의 03 생활예술과 생활 체육의 비교 고찰, 계명대학교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송형석 교수의 발제문 참고. 이 문건은 2017년 11월 24일 서울 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일종의 학술행사의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였고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후원하였다.
    http://office.sfac.or.kr/UIPage/BizPublicationBook/Upload/%EC%83%9D%ED%99%9C%EC%98%88%EC%88%A0%EC%9D%98%EB%B9%84%EC%A0%84%EA%B3%BC%EC%9F%81%EC%A0%90_%EC%9E%90%EB%A3%8C%EC%A7%91_%EC%B5%9C%EC%A2%85.pdf
  5. 공공예술 오픈포럼은 페이스북 그룹을 공개로 전환했고, 위의 두 포럼의 발제문은 그룹에서 다운로드하여 읽어볼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394142764489701
[사진제공: 공공예술 오픈포럼]

태그 이리,공공예술, 예술의 독립성, 자율성, 연대 포럼

목록보기

이리

이리 배우
비건 지향 퀴어 페미니스트 이리는 극장과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이자, 개인 작업을 궁리하고 있으며, 커밍아웃했고, 현재 유산소 운동을 한 달째 열심히 하고 있다. 이리는 본명이 아니며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는 https://www.facebook.com/IriQueerFeminist 이다. 트위터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이디를 절대 밝힐 수 없다. 
제155호   2019-03-14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