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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기억을 따라 되짚어 보는 중국 연극의 4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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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에서 17일까지 한중연극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제 2회 중국희곡낭독공연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한중연극교류협회는 2018년 창단되어 중국 희곡의 번역, 출판과 함께 낭독공연을 기획하며 중국의 현대 희곡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궈스싱의 <청개구리>(구자혜 연출) 사예신의 <내가 만약 진짜라면>(전인철 연출), 주샤오핑의 소설을 천즈두와 양젠이 각색한 <뽕나무벌 이야기>(김재엽 연출)가 이틀씩 공연되었고, 무대에 올라간 세 편의 희곡을 포함한 다섯 편의 현대 희곡과 다섯 편의 전통 희곡이 출판되었다. 낭독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뽕나무벌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부대행사로 중국의 연극 사진작가 리옌(liyan)의 <사진으로 보는 중국연극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이 이어졌다. 리옌 선생은 스스로의 직업을 연극이나 사진과는 무관한 '도서 관리자'라 밝혔다. "이익이 아니라 오직 애호"만으로 40년가량 연극 사진을 촬영해 왔다는 그는 수십여 장의 사진을 통해 자신이 보고, 느끼고, 기록해 온 중국 연극의 40년사를 선보였다. 120분이라는 시간이 그의 연극 경험과 그가 목도한 연극사, 그의 사진 모두를 정리해내기에는 다소 짧았으나, 그는 직접 보고 찍은 연극 사진들을 통해 한국의 관객들에게 중국연극 역사의 일면을 소개했다.
80년대 새로운 연극 정체성의 탐색
80년대_새로운 연극 정체성의 탐색
리옌 선생이 연극을 보기 시작한 1977년은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 연극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1966년부터 76년까지, 문화대혁명 기간의 연극은 "창작이나 연구와 같은 모든 활동이 정지"된, "예술의 형식으로 존재했다기보다는 선전 도구로서 존재"했다고 리옌은 밝혔다. 76년 이후 "신시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5-6년간은 예전의 이론이나 형식이 여전히 남아"있었으나, 연극인들은 "해외의 연극과 글들을 접"하며 "중국연극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82년 가오싱젠(Gao Xingjian) 작 <비상경보>를 시작으로 "동시대 연극이 시작"되었다고 리옌은 정의하였다. 리옌 선생은 그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연극을 크게 10년 단위로 정리, 대표적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였다. 80년대의 작품으로는 아서 밀러가 연출로 초청되었던 북경인민예술극원의 <세일즈맨의 죽음>,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오랜시간 유일한 연극방식으로 여겨"졌던 중국 연극계에 예외적으로 브레히트를 소개한 청년예술극원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같은 날 낭독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신리얼리즘의 대표작 <뽕나무벌 이야기> 등을 소개하였다. 특히 <뽕나무벌 이야기>는 "정지와 암전 없이 회전무대"로 모든 장면을 상연하였다고 설명하였는데, 거대한 무대와 인물의 모습에서 중국 연극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90년대_장르와 형식의 다양화, 젊은 연출가들의 실험
리옌 선생은 "90년대를 젊은 연출가들이 다수 등장"한 시기라 소개하였는데, "<비상경보> 이후 두 방향"으로 발전한 중국연극의 활발함을 보여주듯 많은 양의 사진과 공연이 소개되었다. 90년대에는 크게 "전통적 리얼리즘"과 "실험극" 두 갈래의 연극 작업들이 다수 이루어졌다. 그 중 실험극에 있어서는 멍징후이(Meng Jinghui)와 머우썬(mousen) 두 젊은 연출가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둘이 활발히 활동했던 80년대 말부터 90년대 말의 기간을 '더블 M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머우썬의 작품으로는 대본 없이 몸과 시로 만들어낸 공연 <피안>과 500행의 시를 대사로 만들어 낸 <8 zero>, 정해진 대사 없이 배우들의 자유로운 발화를 통해 진행되었던 공연 <에이즈와 관련 있다> 등을, 멍징후이 대표작으로는 장쥬네 작 <발코니>와 <속세를 그리다> 등의 작품들을 소개하였다. <피안>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현대 희곡, 머우썬의 대표 희곡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며, <8 zero>는 브뤼셀 연극제에 참가, 중국 내부와 해외에서 여러 번 상연된 유명 작이다. 리옌 선생은 멍징후이의 <발코니>가 갖는 세 가지 의의를 강조하여 설명하였는데, 중국의 첫 공식적 부조리극이며, 멍징후이의 첫 대극장 작품 그리고 이전까지 국공립 프로듀싱이 이루어졌던 중국에서의 첫 공식적 독립 프로듀싱 작품이라는 것이 그 의의이다. 이들 작품 외에도 중국희곡낭독공연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워 아이 차차차>의 94년 공연, <청개구리>와 <물고기 인간>을 쓴 작가 궈스싱(Guo Shixing)의 물고기-새-바둑으로 이어지는 세 점의 한량 시리즈, 트랜스젠더 배우가 무대에 오른 티엔친신(Tian Qinxin) 연출의 <팔목을 긋다> 등을 소개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90년대는 "혁명적 작품"과 젊은 연출가들의 창작이 연이어 상연되고, "레파토리, 형식과 내용이 다양"해진 시기였다.
90년대 이후_해외작품의 적극적 소개
90년대 이후에는 외국, 특히 "홍콩과 대만의 작품이 다수 유입"된 시기였다고 그는 정의했다. 아시아 소극장전을 통해 외국의 작품들이 다수 소개되었는데, 일본 작품 하나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홍콩과 대만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들 외국 작품과 더불어 멍징후이가 일본 유학 이후 대중화를 시도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나 소극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사랑에 빠진 코뿔소>, 53년 초연 이후 계속하여 무대에 오르는 <찻집>등의 공연 사진들을 소개하였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이후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젊은 연출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였는데, 시간관계상 이후의 작품들은 사진과 함께 작품 명과 연출가, 혹은 배우만을 소개하는 데에 그쳤다.
중국의 연극, 그리고 그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큰 땅덩어리와 수많은 사람만큼 다양한 연극이 존재하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각 특수하거나 때로는 서로 유사한 많은 장르와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 개방 이후ㅡ이 시기는 리옌 선생이 연극을 보고 기록한 시기와 일치한다ㅡ서구 연극의 희곡과 양식이 도입된 후로 중국 연극에는 기존 전통 연극의 맥과 다른 흐름이 생겨났고, 이들은 서로 상호 작용하며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해왔다. 한 명의 관객이자 사진작가인 리옌 선생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거대한 중국 연극의 최근 40년사를 소개하고자 한 기획은 고무적이었다. 또한 처음 와보는 한국에서, 한국의 관객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자신이 보고 느낀 연극, 연극의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리옌 선생의 모습에서 연극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를 느낄 수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객석을 메운 많은 관객들의 모습에서 중국연극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소개와 회상을 따라 중국의 연극 40년을 함께한 듯한 시간이었다.
[사진제공: 한중연극교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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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미

예준미
글, 사진, 영상 뭐가 됐든 연극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zoommiin@naver.com
제156호   2019-03-28   덧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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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nana
강연을 정리한 글만으로도 40년 '애호로' 중국연극을 기록해온 리옌 선생의 열정과 중국연극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막연히 폐쇄적일거라 생각했는데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가 눈에 띄네요. 중극연극에도 관심을 가져봐야겠습니다.

2019-03-28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