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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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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 이후, 예술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성예술인들의 다층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자신의 피해경험을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해준 이들, 동료의 피해를 지원하고 조력한 이들,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법과 정책, 제도적 변화를 요구한 이들.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모여서 성평등한 예술현장을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힘을 잃지 않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연극계에서 시작된 시카고 씨어터 스탠다드(CTS)에 관한 강연과 워크숍을 바탕으로 <한국 공연예술 자치규약>(KTS)이 진행되고, 이후 다양한 예술현장에서도 안전한 창작환경을 위한 규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현장의 움직임들이 반영되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예방 행동강령>에 대한 사업을 실시하고 <여성예술인연대>, <페미플로어>,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가 주관하여 #safezone_for_us <예술계_내_행동강령>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예술계_내_행동강령>에서는 미술, 무용, 인디음악 세 장르에 대한 워크숍을 통해서 현장의 다양한 위치에 있는 예술인들이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고, 의견을 모아 각 장르에 맞는 행동강령을 만들고자 한다. 워크숍은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부산과 광주 등과 연계해서 지역예술현장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 있도록 순환하며 진행되고 있다.
10월 19일 무용계 행동강령을 첫 시작으로 10월 27일에는 부산에서 세 장르가 결합하여 동시에 워크숍을 열었다. 부산 문화예술계에서는 2016년부터 지역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지역이라는 좁고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예술인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늘 벽처럼 느껴졌다. 지역 예술인들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구조,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의 부족함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과제이기도 했다. <예술계_내_행동강령> 워크숍을 통해서 지역예술인들이 현장에 모일 수 있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기대감도 있었다.
부산에서 진행된 <예술계_내_워크숍>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단체의 협력을 통해서 기획자, 안무가, 밴드, 작가, 기관 및 재단의 담당자, 예비예술인 등 50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 했다. 기획자와 창작자, 예비예술인이 많이 참여한 미술계에서는 다양한 미술현장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주요하게는 전시공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성희롱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었다. 이후 뒤풀이 공간에서 여성들이 주로 자리를 정리하고 챙기도록 부여되는 성차별적 역할과 노골적인 성적 언동에 대한 불편함을 함께 공유했다. 인디 음악계는 주로 공연장에서 일어나는 사례들이 많았는데, 뮤지션이나 공연 사회자의 발언과 멘트에서 나타나는 성희롱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초점이 되었다. 더불어 가사에 드러나는 성차별 내용과 여성혐오 가사들이 어떠한 경각심 없이 만들어지는 현상에 대한 토론도 중요하게 이어졌다. 무용계에서는 공연 연습 시 지켜져야 하는 환경과 신체기반의 예술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되었다. 무용수의 신체와 외모에 대한 평가와 품평, 비하 발언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례들, 신체를 기반으로 창작한다는 이유로 사전에 공지 없이, 서로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신체 접촉들이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장르별로 공연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대응방안, 계약 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제안하고 구체화 해보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워크숍의 마무리는 참여한 예술인들이 소감을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는데, 그 목소리들을 나누고 싶다.
“행동강령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각각의 예술 단체나 모임에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행동강령을 전달하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이 내용들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인디음악에 대한 엄청난 동경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디음악씬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의 장소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워크숍에 와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어요. 더 생각하고 고민해야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미처 공론화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무력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오늘 모여서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워크숍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행동강령이 뭐지? 라고 생각했던 예술인들은 워크숍이 마무리 될 즈음 행동강령이라는 말을 낯설지 않게 생각하고,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예술현장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토론을 통해서 함께 경험했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강령은 누군가 만들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지키기 위한 약속이라는 점에서 강력한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행동강령 워크숍 이후 부산문화예술계에는 작은 변화들이 아주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행동강령이라는 말이 예술현장에서 서로의 입과 입으로 전해지고 있고, 각 예술단체나 조직들은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하는지를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문화예술현장의 곳곳에 종사하는 우리들의 현명함과 용기, 결단으로 이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예술계_내_행동강령> 부산 워크숍을 통해서 다시 실감하였다. 우리는 한 걸음을 내 딛었고, 이 걸음 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 예술계_내_행동강령 워크숍의 이후 일정은 아래 페이스북 참조.
https://www.facebook.com/safezoneforus2019
[사진제공: 예술계_내_행동강령 부산 워크숍 ⓒ이영아]

태그 예술계_내_행동강령,부산 워크숍, 송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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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송진희 미술작가
2016년 00_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계기로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를 만들고, 성폭력 피해지원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지원 센터 추진 및 정책제안 활동다수의 반성폭력 캠페인과 집담회를 기획하였다현재는 예술가와 활동가를 겸하며 여성주의 예술사회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제172호   2019-11-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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