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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극인들이 쏟아져 나온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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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고 마시고 쉬는 연극인들의 파티가 지난 11월 20일부터 12월 1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 일대에서 열렸다. 삼일로창고극장 기획프로그램 2019 ‘창고개방’은 ‘누구나, 아무거나, 무엇이나’라는 모토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아무거나 표현할 수 있고, 무엇이나 될 수 있는 열린 축제였다.
창고개방은 크게 세 범주로 구성되었다. ‘기억의 개방’은 온·오프라인으로 개인들이 간직한 연극사(演劇史)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이고, ‘24시간 연극제’는 참가 신청한 개인 48명이 10팀이 되어 24시간 안에 연극 한 편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연극하는 멋진 우리들’에는 음악회, 무도회, 독백회&시음회, 바자회, 아무것도 아닌 밤 5개 행사가 있었다. 이번 지면에서는 음악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연극인들을 조망한 음악회와 무도회를 주로 다루고자 한다.
음악하는 멋진 연극인 송은지, 옴브레, 목소
22일 음악회는 포스터에서 많이 봤던 이름들을 단독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연극에서는 한 역할만 담당했던 배우에게 독무대가 주어지고, 사람들 앞에 등장할 일 없던 스태프들이 자기 얘기를 하며 음악인으로서 작업을 선보이는 무대이기도 했다.
첫 순서로 송은지 배우가 등장하여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음악생활을 했던 것을 소개하며 본인의 싱글앨범 곡과 연극 관련 음악을 들려주었다. <폭스 파인더>, <춘향>, <뿔> 등 직접 참여하거나 관람한 연극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곡을 쓰게 됐는지를 이야기하고, 노래해 주었다. 송은지 배우의 감상과 노래만으로도, 미처 보지 못한 공연의 정서를 느끼고 상상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음악감독으로 익숙하지만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옴브레가 기타리스트 손희남과 함께 자리했다. 스스로를 “음악하다가 연극에 빠진 연극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우주도깨비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만든 음악과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정글북>을 위해 만든 음악을 들려주었다. 음악을 만들며 겪었던 간단한 에피소드와 공연을 위해 만든 음악이 공연에 사용되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초연한 덕목을 자랑했다.
  • 송은지
  • 옴브레
마지막으로 목소 디자이너는 영상으로 먼저 등장했다. 래퍼(rapper)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에 전국을 누비며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했었던 삶의 한 궤적을 볼 수 있었다. 무대에 등장한 목소 디자이너는 “묵혔던 것을 꺼내 놓으며 서로의 활동을 보고 확장된 만남”을 갖는 것이 ‘창고개방’의 목적이라 생각하고, “다 필요 없으니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숨겨두었던 랩 실력을 뽐냈다. 갤러리를 가득 채운 동료들과 함께 “한 걸음 두 걸음 걸어만 가지”를 노래하며 막연히 걸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추억하고, 교감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목소
어렵지 않은 흥겹기
24일 무도회에는 김서영 배우와 이세승 안무가가 흥을 내주었다. 먼저 김서영 배우는 ‘흥의 역사’를 주제로 90년대 대중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무대를 달궜다. 자신의 성장기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그 시기에 들었을 만한 가요를 틀어놓고 립싱크를 하며 춤을 추었다. 김완선, 박미경, 백지영, H.O.T, 보아, 이정현을 거쳐 대학 응원단 활동 당시 응원곡이었던 신해철 ‘그대에게’에 맞추어 관객과 함께 추었다. 김서영 배우가 집에서 혼자 흥을 돋울 때 어떤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지 몰래 보는 기분이었다. ‘꼭 안아줄래요’라는 동요와 함께 다시 김서영 배우의 성장기 사진을 보여주며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시간을 거쳐서 이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을 주목하게 한 무대는 연극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해주었다.
김서영
이어서 한 시간 동안 이세승 안무가와 함께 컨텍증흑(Contact Improvisation) 워크숍이 진행됐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자기소개를 하고, 손가락 끝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움직여내는 시간이었다. 처음 자기소개할 때와 마무리 소감을 말할 때 참여자들이 보인 태도의 변화는 확연했다. 처음에는 큰 원을 만들고 앉은 만큼 서로 거리감이 있었지만, 끝날 때는 원이 굉장히 작아졌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워크숍 중 자기 몸과 상대방의 몸에 집중하며, 서로를 이끌고 의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을 거친 게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된다. “연극하는 우리들은 무용을 배우거나, 무대 위에서 춤을 추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춤도 뽐내보자. 흘러넘치는 흥을 보여주자”는 허영균 창고극장 운영위원의 기획의도대로, 무도회는 흥겹게 춤추고 움직이며 몸으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이세승
간략히 다른 행사도 소개하자면 ‘독백회&시음회’에서는 독백을 한 편 발표하면, 칵테일 한 잔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웰컴주를 마시고 흥이 오른 뒤에는 줄을 서서 독백 실력을 뽐냈으며, 중간에 서정식 배우의 축하무대도 있었다. 바자회에서는 공연 관련 상품이나 공연에 사용했던 소품과 의상 등이 판매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빈백(beanbag)에 눕거나 앉아서 따뜻한 차를 마셨다.
행사는 주로 갤러리에서 이뤄졌는데, 프로그램마다 무대와 조명과 음향 세팅이 바뀌었다. 삼일로창고극장 스태프들이 고생해준 덕분이었다. 누구도 하지 않는, 그렇지만 극장에서 기획하기에 주목받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삼 ‘실험의 장’이라는 극장의 전통적인 정체성이 떠올랐다. 1기 운영위원들은 ‘새로움’, ‘실험’, ‘동시대성’을 지향하며 ‘창고개방’ 초특급 연극인 대출몰 행사를 벌였다. 덕분에 멋진 연극인들의 다른 면면을 만날 수 있었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2기 운영위원들은 어떤 프로그램들로 극장 정체성을 만들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일로창고극장 창고개방
일자
2019.11.19(화) ~ 12.01(일)
장소
삼일로창고극장
관련정보
http://www.nsac.or.kr/Home/Perf/PerfDetail.aspx?IdPerf=1247
[사진 제공: 삼일로창고극장]

태그 창고개방, 삼일로창고극장, 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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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김연재 연출가
요지컴퍼니 소속. 연극과 전시를 하며 작가, 연출가, 드라마터그, 월간 <한국연극>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다.
candylock@naver.com
제173호   2019-12-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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