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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방가르드, 옆에서 탐색하다
‘포스트 아방가르드 이후 연극의 방향성’ 국제심포지엄

심채선_무대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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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심포지엄
“연극은 해답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질문이 드러나는 무대이다.”
-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국제심포지엄
국제심포지엄
  • 지난 10월 19일부터 이틀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포스트 아방가르드 이후 연극의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연극학자들과 연출가 등이 참석한 국제 연극 심포지엄이 있었다. 14명의 패널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각자의 의견과 다양한 공연의 실례實例 는 350페이지 가량의 문건으로 묶여 나왔는데, 필자의 소견으로 이것은 대학원 한 학기 수업내용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의‘성찬’이었다. 비록 짧은 지면이지만 간략하게나마 각 패널들이 발표한 주제와 핵심개념을 소개한다.

    포스트드라마 연극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한스-티스 레만 교수(프랑크푸르트대 연극학)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계보학과 예술사적 의미’에서 이전의 전통적인 예술형태로는 표현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새로운 표현 양식을 찾으려는 시도를 ‘아방가르드’라고 상정하고, 포스트드라마는 전통적 극 양식의 연극을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예술 표현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미디어 환경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포스트드라마의 특성은 살아있는 연기, 실황과 가상의 결합 및 상호작용, 물리적인 의사소통, 관계형 극작술 등을 꼽고, 결과적으로 연극이론과 퍼포먼스 이론은‘라이브 아트’라는 공동 기반 위에서 작동함을 강조했다.

    신현숙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연극적 소통 형식의 변화: 사이트 스페시픽site-specific,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라는 주제로 21세기 시장 전체주의 사회에서 시장논리와 시장가치, 시장의 명령을 떠나서는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그 어떤 것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 맞서 지역과 일상의 특정한 사이트에서 살아있는 몸이 지각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감과 지금 여기의 구체성을 확보하고, 그곳에 새겨진 정치, 문화, 사회적 이슈를 밝히고자 하는 대안 연극 양식으로 사이트 스페시픽 퍼포먼스를 정의하며 몇몇 구체적인 실례를 소개했다.

    세계연극학회 회장 크리스토퍼 밤의 ‘분산된 미학: 포스트 아방가르드 퍼포먼스와 네트net, 공공영역 상황에서의 공동의 영역’에서 흥미로운 것은 급증하는 통신 매체의 상황에서 공공영역의 확대와 관객과 관중 그리고 군중에 대한 비교이다. 즉, 관객은 개인화된 주체이고, 관중은 집단화된 미학적 주체로서 현장의 연극적 교환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공존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군중은 잠재적이거나 혹은 현장 공연의 시공간 밖에 존재하는 분산된 공간의 개인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공공영역은 연극의 지속을 위해 다양한 담론을 생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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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웅 작가
  • 프랑스 연극학자 패트리스 파비스는 ‘한국의 연출’에서‘연출(staging / mise en scene)’이라는 용어를 언급함과 동시에‘한국화(Koreanization 또는 Koreanizing)’의 정의, 대상, 기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를 사례로 들면서 한국화의 긍정적 성과와 문제점을 되짚었다. 그리고 한국화는 한국의 과거에만 속한 것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으로 봐야하며, 한국인이자 세계시민으로서 자문화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문화상호주의적이며 글로벌한 장으로의 이동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김형기 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 교수는 ‘창극 수궁가의 포스트 드라마적 변신과 그 함의-혹은 아힘 프라이어의 그림연극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그리고 다시 판소리-오페라로 재탄생한 <수궁가>를 먼저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수궁가>에서 구현된 연출가 프라이어의 연출 컨셉에서 예술과 삶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한 네오 아방가르드Neo-Avantgarde 의 미학을 도출해 낸다.

    ‘아방가르드의 연속성: 다다이즘에서 어릿광대, 서커스, 그리고 아방가르드 연극’을 발표한 연극학자 크리스토퍼 인네스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시작부터 가장 대중적인 문화에 의지했으며, 그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세기말 알프레드 자리에서 21세기 로베르 르빠주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광대와 서커스 이미지의 차용’이라고 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의 광대와 서커스 차용은 전복적이며 방어적이었으나, 21세기 오늘날의 경우 서커스와 연관된 것은 가장 상업화된 스타일의 공연과 동시대의 아방가르드가 결합하여 화려하고 대중적인 스펙터클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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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학자 수 엘렌 케이스는 ‘포스트아방가르드 연극과 새로운 젠더이론’에서 규범화된 코드가 여성과 인종 그리고 성적 소수자들에게 어떠한 폭력을 가했는지, 사회적 억압의 역사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3명의 페미니스트 공연을 그 예로 소개하고 있다.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통과 산대백회’에서 먼저‘전통’과‘예술’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을 지적하고, 극단 우투리의 산대백희 양식 작업은 전통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라, 전통 속에 살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언급한다.

    ‘포스트드라마 이후, 연극의 지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한 안치운 호서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는 먼저 신자유주의 시대, 연극과 삶을 통합하기보다 분리시키는 과잉의 연극과 구분의 패러다임에 갇힌 연극을 경계한다. 그리고 포스트드라마 이후 한국연극은 과거의 연극, 근원의 연극인 아시아의 연극으로 향하면서 아시아의 삶의 근원에 닿아야 하는 것과 삶에 대한 교양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 제8대학 장 마리 프라디에 교수는 ‘카테고리는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에서 민족 중심적 공간에서 문화상호주의적 아방가르드까지 그리고 다시 인류학, 역사, 정치학까지 종횡무진 언급해가며 세계는 언제나 다양하고 격동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가시적인 세상과 시대에서 더 이상 유럽 중심적인 규범적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스스로 재창조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작품들의 복잡한 측면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연극학회 회장 야스시 나카타는 ‘일본의 포스트 아방가르드 연극’에서 196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연극의 중요한 특징은 산업화된 미래사회를 동경했던 서구의 아방가르드와는 다르게 사회적 관습과 일본의 전근대적 토속문화를 계승하는 것이었음을 언급한다. 그리고 전근대적 토속 문화의 계승과 같은 관점은 일본의 극단 이시나의 작업 등을 통해 현대 아시아 지역 간의 문화 교류와 국적 없는 공연 예술의 발현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지향점을 갖게 되었음을 소개한다.

    레이첼 펜셤 영국 서리대 교수가 발표한 ‘정서 그리고 공연에서 타인보기’는 연극 스펙테이터쉽spectatorship, 관람, 관객성에 있어 정서의 개념화에 대한 연구 즉, 우리가 객석의 타인 옆에서, 타인과 함께 연극의 정서를 어떻게 경험하는가이다. 그리고 그녀의 주장은 관객들 입장에서 타인과 더불어(besides) 타인을 보는 구체적 경험이 정서적인 스펙테이터쉽의 미학과 정치학이 필요로 하는 타인 옆에서라는 비평적 공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학자 월리엄 선은 ‘중국의 전통과 서구 요소들을 섞는 문화 상호적 실험: 아방가르드 연극과 그 이후’에서 20세기 서구의 아방가르드 연극인들이 관심을 갖았던 아시아 연극은 아시아 연극 자체가 아니라, 종종 탈구조나 탈맥락화로 나타나는 자신들의 아방가르드 실험에 대한‘아시아 연극의 이용 가능성’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1980년대 중국을 관통한 포스트 아방가르드는 새로운 내용과 함께 전통예술 형태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 서구의 고전 텍스트를 전통적인 중국 오페라 양식에 담아내는 것으로, 자신의 오페라 작품들을 실례로 설명하였다.

    ‘지금 여기 연극적 저항은 가능한가?’ 라는 주제로 발표한 연출가 이윤택은 먼저 아방가르드와 포스트 아방가르드 시기를 구분함에 있어서 세계와 한국의 시점이 다름을 시사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의 포스트 아방가르드 시기는 3당 합당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와 신념의 붕괴와 상실을 초래한 80년대 말에서 90년대까지이다. 이 시기 일련의 연극적 흐름의 특징은‘해체와 실천’이며, 이후의 90년대 양상은 재구성과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그리고 대중성과 세계와의 소통으로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이윤택은 연극의 정치성은 삶의 본질과 진정성에 닿지 않는 현상적 세계에 대한 저항이고, 포스트 아방가르드 문화의 성립은 이러한 삶에 대한 투쟁과 저항이라는 사상적 기반을 필요로 함을 강조했다.

    나는 앞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의 심도 깊은 주제와 방대한 양을‘성찬’으로 언급했었다. 연극학자가 아닌 현장 작업자로서‘옆에서(besides)’ 보기에, 너무도 잘 차려진 그러나 시간제한의 뷔페에서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채 급하게 주워 먹고 나가야 하는 듯한 아쉬움이 컸다. 단 이틀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소개해야 하다 보니, 패널들에게 주어진 짧은 발표시간(15-20분)과 간간히 동문서답 같은 질의응답의 시간들은 말의 파편으로 객석을 맴돌았던 같다. 결국, 자료집을 다시 들쳐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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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연극, 포스트아방가르드, 포스트드라마연극, 한스 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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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선

심채선 프리랜서 무대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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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1호   2012-11-0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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