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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 자란다
[현장리포트] 남산희곡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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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예술센터는 요즘 여느 때와는 다른 상서로움으로 가득하다. 두근대는 따스함과 새로움으로 가득 찬 봄을 목전에 둔 2월의 기운처럼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창작 희곡 4편을 만날 수 있는 남산희곡페스티벌이 이 상서로움의 근원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남산예술센터가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창작희곡 상시 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두 작품과 남산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미발표 창작 희곡 두 작품을 선정해 선보이는 ‘이들을 주목해!’ 낭독공연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특별프로그램으로 극단 달나라 동백꽃이 운영하고 있는 팟캐스트 ‘희곡을 들려줘!’의 공개방송,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의 ‘극작가 마스터클래스’ 특강도 준비되어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2009년 재개관작 <오늘, 손님 오신다>를 시작으로 국내 창작 초연 희곡을 무대화하는 창작극 중심 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주목받기 어려운 창작 초연 공연들을 탄탄한 제작 시스템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왔다. 그중 ‘초고를 부탁해’는 극작을 꿈꾸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상시 투고 시스템으로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접수된 모든 원고는 극장 드라마터그의 1차 검토와 피드백 작업을 거친다. 여기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통과된 작품들은 극작가, 평론가, 연출가의 2차 멘토링 과정을 거쳐 낭독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가능성 있는 작가와 희곡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자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싹을 틔우고 양분을 공급하며 보듬어 키우는 온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지금도 가슴 설렌다>(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가 2월 14일 남산희곡페스티벌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정규공연이 아닌 처음 발표되는 희곡의 낭독공연, 거기에 평일 낮 시간 열린다니 객석에 찬바람이 불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였을 뿐, 객석은 꽉 들어차 있었다.

    남산희곡페스티벌
    <지금도 가슴 설렌다>
    저는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지만, 돌아가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나와 가장 가까이 관계 맺던 사람들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첫 번째는 가족일거라 생각했고 좀 더 성숙한 눈으로 내 가족을 바라보길 원했어요. 이 희곡은 그런 노력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희곡 한 편을 썼다기보단 러브레터를 썼어요.

    - <지금도 가슴 설렌다> 이혜빈 작가의 글 중에서

    구정을 앞두고 3대가 모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지금도 가슴 설렌다>는 무대 위에 아파트 평면도와 같은 공간을 구현한다. 큰방, 작은방, 마루, 복도와 난간. 연출은 아파트 내부에서는 오로지 낭독을 중심으로 대사에 집중한다. 모두 청력으로 작품을 보는 와중 관객의 눈을 집중시키는 공간은 바로 아파트 복도 난간이다. 작은 발레바 Ballet Barre 로 표현한 복도 난간에서의 대화들은 기존의 완성된 공연과 같이 배우들의 연기가 가미된다. 다소 무표정한 아파트 내부에서의 낭독과는 달리 마치 배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과 같았다. 배우들이 복도 난간으로 동선을 옮길 때마다 대사만으로 상상했던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관객들의 시선 역시 바빠지게 만드는 독특한 연출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4편의 낭독공연은 관객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희곡과 같은 맥락의 작업을 하는 연출가와 안무가, 작곡가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태프와 함께 약 2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각자가 지닌 외로움과 고독을 그려내고 있는 <지금도 가슴 설렌다>는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등의 작품을 통해 가족의 절절한 애정과 슬픔을 무대화해온 극단 이루의 손기호 연출가가 맡았다. 역시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발굴된 <바둑이와 워리>는 원전폭발이라는 시의성 있는 가상의 상황을 음악극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젊지만 단단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컬 연출가 변정주가 연출을, 3호선버터플라이의 성기완이 작곡으로 참여했다.

    남산희곡페스티벌
    <바둑이와 워리>
    아이들의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서기 2084년 어느 가상의 공간. 우리의 후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바둑이와 워리가 있다. 이미 터져버린 어느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더미를 처리할 수 있도록. 누군가 그 근본 구조를 바꾼 유사인간들이다. 둘 중 하나는 인간과 바퀴벌레의 후손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과 나무의 후손이다. 그들을 둘러싼 척박하고 잔인한 환경에서, 둘 중 하나라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바둑이와 워리> 성기영 작가의 글 중에서

    작가의 초고에서 시작하여 많은 전문가들의 검토와 피드백을 거친 후 낭독공연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긴 시간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 이 작품들이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완성된 무대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남산희곡페스티벌
  • 남산희곡페스티벌
    일시 : 2월14일(목)~23일(토) / 장소 : 남산예술센터 (전석 무료)
    ‘초고를 부탁해!’ 낭독공연
    2월14일(목) 3시 <지금도 가슴 설렌다> 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
    2월16일(토) 3시 <바둑이와 워리> 성기영 작, 변정주 연출,
    성기영&성기완 작곡
    특별프로그램
    2월18일(월) 8시 극단 달나라동백꽃 희곡을 들려줘! 공개방송<달의 뒤쪽>
    2월19일(화) 3시 특별프로그램 '극작가 마스터 클래스'
    ‘이들을 주목해!’ 낭독공연
    2월21일(목) 3시 <나와 할아버지> 민준호 작/연출
    2월23일(토) 3시 <립笠 명鳴!> 권영준 작, 백석현 연출

태그 남산희곡페스티벌, 초고를 부탁해, 낭독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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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진 자유기고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사다리에서 기획을 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웹진 기획·운영을 담당했다. 현재는 건강과 힐링에 집중하고 있다.
funkyiju@naver.com
웹진 18호   2013-02-21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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