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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땀과 눈물로 만들어지는 연극
<일곱집매> 연습실 탐방

오세혁_작가/연출/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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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집매> 연습실 탐방
연극<일곱집매> 연습실 현장
왼쪽부터 김지원(배우) 김상보(배우) 최설화(배우) 오세혁(극작가/필자) 유명상(배우)
나하연(배우) 조시현(배우) 김시영(배우) 최윤희(조연출)

[사진] 김한내 연출

  • 대학로 연습실 3관에서 진행된 연극 <일곱집매>(이양구 작, 문삼화 연출) 연습을 연출가 김한내, 서울연극센터 직원 이주영님과 함께 참관하였다. 연습실을 찾아갔을 때 한창 대본 리딩 중이었다. 방해가 될까 싶어 문 밖에서 기다렸는데 웃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기분이 좋았다. 잠시 그 소리를 즐기다가 조연출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문이 열리고 배우 분들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그리고 분주하게 의자며 먹을거리를 준비해준다. 젊은 배우들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다. 취재 왔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연습실의 공기가 미묘한 긴장감으로 살짝 조용해진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리딩 연습이 재개되자마자 분위기는 다시 좋아진다. 읽는 내내 자기들끼리 너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표정들이다. 그러다가 대본에 관해 의견을 나눌 때는 엄청 진지해진다. 그 표정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너무 좋았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조용히 빠져나왔다. 함께 갔던 사람들과 대학로의 명물 종로빈대떡에 자릴 잡았다. 연습 참관에 대해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 기록이다. 하지만 워낙 자유자재의 대화였고 한잔한잔 마실 때마다 정신이 몽롱해졌기에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필자의 권한으로 마음껏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 오세혁(이하 오) 연습도 재밌게 보고 막걸리도 즐겁게 마시고, 참 좋네요. 마시면서 오늘 연습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죠. 허심탄회하게! 누구 먼저 하시겠어요?

    김한내(이하 김) 세혁씨가 불렀으니까 세혁씨가 먼저(웃음)

    그, 그렇잖아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저는 오늘 딱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진정성'이러는 단어입니다. 사실 제가 작품 연습을 할 때마다 가끔 힘들 때가 있는데요. 작품 자체에 대한 치열함 보다는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왜 연출을 이렇게 하지?' '저 배우는 왜 저기서 연기를 저렇게 하지?' '왜 작가는 연습 자주 안 나오지?'

    이주영(이하 이) 잠깐! 그런 생각들도 연습에서 중요한 부분 같은데요?

    물론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제가 말하는 부분은 뭐랄까, 작품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작품이 담고 있는 '어떤 진실'이 중요하잖아요. 그 '진실'을 서로 찾아가는게 '작업'이라고 생각되는데 때때로 '작업 그 자체'로만 시야가 좁혀지는 경우가 있다는 거죠. 근데 <일곱집매>의 연습과정은 뭔가 달라요. 다른 기운이 느껴져요.

    저도 비슷한 걸 느낀 것 같아요. 배우들이 이번 작업을 통해서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이양구 작가는 희곡에 담길 이야기가 자기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올 때까지 끊임없이 취재하고 공부합니다. <일곱집매> 대본도 3년 동안 쓰신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평택 기지촌 분들을 찾아가고, 친해지고,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한줄 한줄 써나간 거죠.

    아까 얘길 들어보니까 배우 분들도 그 과정에 함께 하셨데요. 기지촌에서 생을 보내신 할머님들과 그 분들을 돕는 햇살센터 직원들을 틈날 때마다 찾아갔다고 하더라고요.
  • 처음에는 경계도 많이 하셨대요. 워낙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사실 괴롭고 슬픈 이야기들이잖아요. 그런 걸 낯선 사람들한테 꺼낸다는 건 엄청 힘든 일이죠. 정말 꾸준하게 만남을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상 배우가 그런 말을 했잖아요. 다른 작품들은 '배우라는 직업으로서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작품은 '배우라는 그릇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쓰임을 받는 느낌'이라고. 그 말을 할 때 다른 배우 분들도 흐뭇하게 끄덕거리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배우들의 자부심이 느껴져요.

    조시현, 유명상 이 두 배우가 이양구 작가와 항상 작업하는 배우들이죠. 그 말은 지금같은 작업과정을 늘 거쳤다는 뜻이에요. 함께 찾아가고,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연극을 만들어 간거죠. 그래서 그런지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내가 정말로 그 작품에 필요한지' 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깊게 해요. 조시현 배우는 제 친구거든요. 이번에 '한밤의 천막극장' 준비하면서 함께 하자고 했더니 밤 늦게 전화와서 묻더라구요. "나라는 배우가 너의 작품에 정말로 필요하니?" (웃음)

    문삼화 연출님은 코미디에 상당히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일곱집매> 같은, 어찌 보면 진지한 작품에도 강하신 걸 보고 놀랐어요.

    제가 초연을 보면서 놀랐던 게, 러닝 타임이 거의 두세시간 되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어요. 그렇다고 코믹 코드가 대놓고 나오지도 않았거든요. 이야기도 진지하고 등장인물들도 진지한데, 이상하게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대본을 구해서 읽어봤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안 읽히는 거에요.(웃음) 쉽게쉽게 읽어지지가 않더라고요. 이야기 자체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또 이양구 작가님이 정말 치열하게 진실을 담아냈기 때문에 재밌게 만들기가 힘들 것 같은데 공연을 보면 아주 재밌단 말이죠. 이게 바로 문삼화 연출의 힘이 아닐까요?(웃음)



  • 이번에 새로 상철 역을 맡으신 김상보 배우(극단 여행자) 말씀이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 공연을 봤을 때는 그저 따뜻한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구나 정도의 감흥만 있었대요. 그런데 배역을 맡고 대본으로 읽으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두통이 오더라는거에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픈 이야기였다는 거죠. 세상의 괴로운 진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이었다는 걸 깨달았대요. 다른 작품에서는 배우로서 새로운 배역을 창조한다는 기쁨이 있었는데, 이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게 아닌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사람 그대로를 진실 되게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닌가. 내가 과연 관객에게 진실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계속 생겨나신대요.

    김상보 배우님 말씀은 참 와 닿아요. 이렇게까지 배우 전원이 작품에 애정을 느끼는 작업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다 진실을 마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배우들의 사명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이죠.

    어떤 배우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래서 너무 좋기도 하지만 너무 힘들기도 하다. 이양구 작가가 체험한 3년간의 고민을 따라가려니, 그 고통의 순간들을 마주하려니 힘들다"고요.

    아마도 즐거움과 괴로움 이 두 가지는 예술가들이 평생 가지고 가야할 감정들인 것 같아요. 주인공 할머니역을 맡은 배우에게 <일곱집매> 초연 때 일화를 들었어요. 기지촌 할머님들이 단체로 보러 오셔서 특별 공연을 했었데요. 공연 후반부에 주인공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거든요. 순간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온몸을 감싸더래요.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자신의 실제 모델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저 분들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실 텐데 하는 생각, 지금 이 순간 저 분들은 어떤 감정이 생겨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 등등 엄청 복합적인 감정이 막 밀려오더래요. 무대에서 나와 대기실로 들어가면서 눈물이 마구 나는데, 자세히 보니 이양구 작가님도 무대 뒤 커튼을 붙잡고 엉엉 울고 있더라는 거예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즐거움과 그 분들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이 같아지는 순간을 동시에 경험한 거죠. '관계'가 맺어진 거죠.

    유명상 배우가 그러던데, 이양구 작가는 울 때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 된다고.(웃음)
  • 얘길 들어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일곱집매>는 발과 땀과 눈물로 만들어지는 연극이라고.

    와! 너무 좋은 표현입니다! 발과 땀과 눈물로 만들어지는 연극 <일곱집매>가 2013 서울연극제 참가작으로도 나오고 연우소극장에서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재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많은 관객 분들이 오셔서 이 작품에 담긴 발과 땀과 눈물을 접하시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술값은 제가 쏩니다!

태그 일곱집매, 이양구, 문삼화, 오세혁, 김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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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오세혁 작가, 연출, 배우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에서 작가 연출 배우로 활동중.
트위터 @gulpanart
홈페이지 www.gulpan.com
웹진 20호   2013-03-21   덧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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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유쾌한 작가님의 유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일곱집매 좋아하는 연극인데 재공연 정말 기대되네요! 조시현, 유명상 배우님 팬이에요~

2013-03-21댓글쓰기 댓글삭제

정대용
배우라는 그릇으로 의미있는 일에 쓰임 받는 느낌.. 가슴을 훑는 말이네요.. 공연이 기대됩니다..^^

2013-03-22댓글쓰기 댓글삭제


2013-03-22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