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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
[HanPAC 자신만만 관객클럽] 공연을 코앞에 둔 안무가와 함께하는 움직임 워크숍

김지현_월간 한국연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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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공연예술센터는 2011년부터 관객 대상 교육 프로그램 ‘자신만만 관객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객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대 뒤, 극장 밖에서는 더 잘 보이기도 한다.’는 취지 아래 각종 공연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관객과의 대화, 학술 세미나, 영상물 상영회, 연습실 참관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해왔다. 지난달에는 차세대 안무가 육성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 ‘라이징스타’와 연계한 ‘공연을 코앞에 둔 안무가와 함께하는 움직임 워크숍’을 열었다.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참가자 모집 공고를 냈다.

    ‘몸에 대한 탐구욕은 많지만 움직임은 수줍은 몸치’, ‘객석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는 은둔형 관객’, ‘반면 몸으로 하는 거라면 무조건 나서고 싶은 주인공형 관객’, ‘나의 움직임에 대해 새로이 눈뜨고 싶은 호기심 덩어리’.

    3월 24일 오후 1시 아르코예술극장 옥상 스튜디오 다락에는 열댓 명의 사람이 자리했다. ‘공연을 코앞에 둔’ 안무가 정정아와 워크숍을 함께 하고자 모인 관객 참가자 열 명과 안무가 김예나, 무용수 김지민, 류선호, 박정휘, 오현정, 정덕효가 함께 했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아니 인지하지 않았던 자신의 몸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체중을 양발에서 왼발과 오른발에 번갈아 실어보고, 제자리를 벗어나 걸으면서 몸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해갔다.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스튜디오에 나직하게 음악이 흘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앞과 뒤, 옆에 누가 와 있는지 확인하고 가장 가까이 섰던 사람과 마주했다. 한 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한 사람은 눈을 떠 번갈아 타인의 몸을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다 움직이지 않는 부분을 터치해 새로운 움직임을 유도하고 자연스레 자리를 이동시키고 파트너를 바꿔가며 놀이를 반복하는 와중에 음악이 빨라지자 움직임도 속도를 더해갔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모두 눈을 뜨고 서로를 거울삼아 움직이기로 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동시에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하게 만들어야 한다니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다음에는 다섯 명이 그룹을 짓고 한 사람은 가운데서 눈을 감고 나머지 네 사람은 또다시 눈 감은 타인을 관찰하며 움직임을 유도하고 자리를 이동시킨다. 이때 맞은편 사람과 눈이 맞거든 서로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놀이를 병행했다. 움직임이 잦아지면서 스튜디오에 열기가 가득 찼다. 잠시 휴식 후 한 사람씩 평소 습관적인 움직임을 세 가지씩 보여주고 말로 설명하며 재차 선보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적인 움직임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타인의 목소리만 듣고 그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모방하는 놀이도 시도했는데, 앞서 두 차례나 보고 들었음에도 자꾸만 엉뚱한 움직임이 탄생했다. 안무가 정정아는 “목적지는 같은데, 목적지로 가는 방향은 모두 다르다.”고 지적하며 웃었다.


  • 워크숍이 끝나고 닷새 뒤 정정아와 다섯 무용수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라는 스탠딩 공연을 선보였다. 관람 전 관객들은 극장 관계자의 지시를 따라 무대에 올랐는데, 늘 바라만 보던 자리였기에 그 순간을 흥미로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관객들이 ‘낯선 공간’에 차츰 적응하고 있을 무렵 정정아가 홀로 무대가 아닌 객석에 등장했다. 그녀 또한 ‘낯선 공간’에 있었다. 그러다 무대로 뛰어올라 한 관객에게 공을 건네며 극장에 왜 왔는지 물었다. 관객은 공을 돌려주며 당연하다는 듯이 공연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그들의 대화는 무대에서 이루어졌고, 그것을 지켜본 관객들 역시 무대에 있었다. 그리고 그 관객들 중에는 무용수들도 있었다.

    몇몇 관객과 또다시 공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그들을 무대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불러내는 과정으로 일상적인 움직임, 즉 짧은 걸음걸이도 하나의 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워크숍에서처럼 일상적인 움직임을 텍스트로 바꾸고, 서로의 움직임을 모방하며 서서히 긴장을 유발했다. 또 자연스레 관객이 공연을 주도하고 무용수가 공연을 지켜보는 순간을 만들어내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 제목 그대로 관객에게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이 공연에 대해 안무가는 “이 무대에서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권력관계는 고정되지 않는다. 도리어 그 세력을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일상적인 몸이 행하는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그날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다 문득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가 방금 무얼 한 거지? 춤을 춘건가?’

    공연을 코앞에 둔 안무가와 함께하는 움직임 워크숍은 정정아와 무용수들이 공연을 만들어온 과정을 보여주면서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을 참가자들 스스로 깨닫게 했다. 휴식 시간에 워크숍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자며 나눠준 종이에 몇몇 참가자가 남긴 글귀를 보면 알 수 있다.

    “내 몸이 움직였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세상에는 모든 경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일상적인 움직임과 춤을 구별하지 않게 된다.”
    “춤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춤이 되는 순간이랄까?”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이 사실인지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라도 통한다.”

    [사진제공] 한국공연예술센터

태그 한국공연예술센터, 자신만만 관객클럽, 김예나, 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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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김지현 연극칼럼니스트
연극학을 전공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diario2046@naver.com
웹진 21호   2013-04-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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