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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듣는 연극과 삶
예술가의 집 - 목요일, 연극감상석

정진세 _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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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집’ 2013 상반기 요일별 예술감상 프로그램 - 목요일, 연극감상석
‘예술가의 집’ 2013 상반기 요일별 예술감상 프로그램 - 목요일, 연극감상석

  • 사람이 변하듯, 연극도 변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대학로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간다. 새단장을 위해 한창 공사 중인 마로니에 공원 너머의 ‘예술가의 집’ 을 찾았다. 예술계의 대표 커뮤니티 공간인 예술가의 집에서 주말이 아닌 평일, 각각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화요일엔 브로드웨이 뮤지컬, 수요일엔 흘러간 옛 시절의 대중음악, 목요일엔 재해석된 연극, 그리고 금요일엔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무용을 테마로 꾸며지는 ‘요일별 예술감상’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목요일 연출가이자 무대미술가로 알려진 신일수 선생님이 들려주는 <공연의 재해석 - 다른 시대 같은 무대> 강연을 참관했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나, 혹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은 그리고 시야를 넓히기 원하는 전공자에게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장내를 살펴보니 젊은 학생들부터, 현장의 연극인 그리고 중년의 관객들까지 꽤 다양한 청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수업은 강연자의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신일수 선생님은 무대미술가, 연출가라는 본업을 갖고 있는 동시에 서울시극단장과 국립예술자료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알고 보니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무대의 창작과 공연제작은 물론, 예술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까지도 했으니,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연극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적임자임에 분명하다.

    “내가 한양대 60학번입니다. 좀 오래됐죠?” 하는 멘트에 예술가의 집 2층 영상감상실을 가득채운 청중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선생님은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극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혀주셨다. 군부독재가 기승이던 시절, 그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숨어든 은사님의 집에서 읽었던 수많은 영미 희곡으로 인해 연극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설명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 배경, 그리고 미국에서 교수를 하다가 한국으로 급히 돌아오게 된 일들 등을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셨다. 신일수 선생님은 말미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돌이켜 보니 인생사가 꼭 연극 같잖아요.” 라는 말을 덧붙였고, 청중들은 그 말에 공감하여 웃음을 더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인생사가 곧 한국연극사가 아닌가 싶다.)
  • 신일수 선생님의 강의는 연극 창작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세세하게 풀어주어서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흥미로웠다.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무대화할 때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등장인물의 의상과 소품, 무대를 준비할 때 그 바탕이 되는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잘못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당시 뉴올리언스 지방의 대중교통 수단이었던 전차에 붙여진 실제 이름이 ‘욕망’ 이었다는 점. 막연하게 어떤 상징으로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 희곡의 지문과 대사가 구체적으로 무대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무대미술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료조사입니다. 어서 도서관으로 달려가세요!” 선생님은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급하게 만들어오는 장면들을 예로 들어주었는데, 젊은이들의 도발적이면서 치기어린 해석들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자아내었다. (예를 들면,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하얀색 여행 가방을 밀고 당차게 들어오는 스텔라는 학생들의 비슷한 선택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연극 <햄릿>도 수백 년간 수십만 번의 공연이 이루어졌겠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적은 없었겠죠?” 선생님은 연극 장르의 특성과 본질에 대해 말을 이어가면서, 작품을 충실히 해석하는 연출가와 작품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연출가를 비교하였다. 두 개의 포지션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작업의 기본은 철저한 텍스트의 분석이라는 것. 한편으로는 테이블 작업장면을 직접 실행하기 이전에 테이블에서 머리로 이뤄지는 연습의 중요성과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연극연습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16주에 걸쳐 이뤄지는 미국 프로덕션과 6주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이뤄지는 한국 프로덕션의 차이는 제작환경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새겨 들어야할 이야기임에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연극을 보러갈 때 미리 희곡을 꼭 읽어보고 가라는 진심어린 당부를 덧붙이셨다. 그리하면 연극이 더욱 풍성해지고 재미있어진다는 관람의 팁. 이미지를 중시하는 창작자지만 텍스트를 존중하고 섬기려는 자세가 극작가 못지않아 퍽 감동적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질 박정자 배우, 신선희 무대미술가, 김석만 연출가의 강의도 실로 기대되는 바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학로에 가면 공연 전에 시간 보낼 공간이 없어서 방황하거나, 상업화된 골목 사이에서 길을 잃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평일 낮 시간에도 ‘예술적인 자아’를 보호할 수 있는 은신처가 대학로 도처에 생겼다. 이를테면, 서울연극센터에서 희곡을 미리 검색해 볼 수도 있고, 대학로 예술극장 1층 씨어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예술가의 집에서 품격 있는 전문가의 강의를 들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속해있는 예술 환경은 꼭 나쁘게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로의 상업화 흐름을 극복하고자 다채롭게 기획된 ‘요일별 예술감상’ 프로그램에 여러분도 한번 동참해보시길!
  • 목요일, 연극 감상석

    일시/장소: 매월 2,4주 목요일 14:00~16:00 / 대학로 예술가의집
    강연 일정
    - 4월 11일, 25일 : <공연의 재해석-다른 시대 같은 무대>
    신일수(연출가, 무대미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 5월 23일, 30일 : <같은 인물 재해석하기>
    박정자(연극배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 6월 13일, 27일 : <시대에 따른 무대미술의 변화상>
    신선희(무대미술가,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 7월 11일, 25일 : <원작을 뛰어넘어>
    김석만(연출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태그 연극감상석, 신일수, 예술가의집, 예술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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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극단 문(Theatre Moon) 극작가.
연극원에서 연극이론과 서사창작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주로 홍대 앞에서 공연제작 및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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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2호   2013-04-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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