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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열정을 더하다
제21회 젊은연극제

정진세 _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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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는 지금, 젊은연극제가 한창이다. 젊은연극제는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 혹은 연극반이 주축이 되어 학교의 이름을 걸고 한편의 공연을 올리는 행사로 1993년에 시작되어 올해 21회를 맞이하고 있으니, 연극동네에서는 꽤 이름난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연극제는 기량을 겨루는 경연의 형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대학로 일대의 소극장에서 여러 학교의 작품들이 일제히 공연되는 축제형식을 갖고 있다. 올해는 총 52개 학교가 대학로의 8개 소극장에서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연극제 시즌이 되면 작품의 제목과 학교 이름이 새겨진 반팔티를 입고 대학로 거리를 활보하며 준비에 한창인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연극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절로 느껴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고 보면 대학로가 '대학로' 답게 변하는 시간은 바로 청춘들이 거리의 주인이 되어 예술적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이 기간이 아닐까.

    젊은 연극제
    “전국 52개 대학 연극에 빠지다” 젊은 연극제 내달 7일까지 열려 [출처] 경기일보 2013년 6월 26일


    필자 역시 학생시절 2005년 젊은연극제 공연에 기획보조로 참가한 적이 있다.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기를 팍팍 세워주는 축제 분위기에 반해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보조 스텝을 자처해 밀양으로 내려간 기억도 난다. 학교라는 타이틀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웃 동료들에게 자극도 받고 기운도 얻는 것이 축제참가자들 모두의 한결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만든 것이기에 미숙하고 불안하다는 걱정 어린 말들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기성연극 못지않은 작품성으로 예측할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실상 그러한 감상은 연기력을 보완하는 개성과 매순간 살아있는 이들의 진지함, 그리고 성실하게 공연에 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평소엔 좀 야박한(?) 대학로 관객들도 젊은 무대 앞에선 인심 후한 반응을 보내곤 한다. 시작할 때 보내는 열렬한 환호와 뜨거운 박수야말로 젊은연극제만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서울대학교 다락방
동서울대학교 <다락방>

극동대학교 루나사에서 춤을
극동대학교 <루나사에서 춤을>
  • 이번에 관람한 공연은 동서울대의 <다락방>과 극동대의 <루나사에서 춤을>이었다. 동서울대 학생들은 일본의 극작가 사카테 요지의 작품을 상연하였는데, 동시대 희곡을 선택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락방' 이라는 공간을 통해 단절되고 폐쇄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극화한 이 작품은 우리사회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아 시종일관 흥미롭게 관극하였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히키코모리 동생과 죽음의 원인을 추적하는 형, 그리고 다락방을 설계한 원조제작자 등 중심인물을 맡은 남자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근래의 젊은연극제에서는 동시대 일본작가들의 최신 희곡들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연극으로부터의 영향을 실감케 한다. 아마도 멜로드라마틱한 구성과 독특한 캐릭터, 당대적 주제의식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극동대 학생들은 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의 <루나사에서 춤을>을 무대화했다. 199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여성 자매들의 이야기로, 높은 희곡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젊은연극제는 그 특성상 가급적 성비를 맞추거나 최대한 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은데, 극동대의 이번 공연은 원작의 느낌 그대로 인물들을 소화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개성 넘치는 여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소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극 초반에는 활기찬 춤과 흥겨운 음악으로, 극 중반에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1900년대 아일랜드의 시골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여기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관객들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열정이 차고 넘치는 두 작품을 보니 한껏 흐뭇하고 뿌듯하다. 이들의 노력이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게, 한 여름 밤의 꿈으로만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게, 이를 수렴하는 축제가 여름만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지속되기를. 전국의 연극학과 학생들과 연극반 친구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완성한 작품이 젊은연극제-전용관에서 매달 공연되는 상상도 감히 해본다. 젊은연극제는 현재 연극학과 교수협의회에서 주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일 더욱 멋있어질 축제를 기대하며, 오늘의 축제 또한 맘껏 즐겨주시길! 젊은연극제를 함께한 학생 여러분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 제21회 제21회 젊은연극제 포스터
  • <제21회 젊은연극제>
    기간 : 2013.06.22(토) ∼ 2013.07.08(월)
    장소 : 노을소극장, 대학로예술극장3관 등
    주최 : 한국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주관 : 제21회 젊은연극제 집행위원회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연극협회,
    한국연극학회, 한국연극교육학회, 밀레21
    홈페이지 : http://www.ytf.or.kr/

태그 젊은연극제, 한국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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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극단 문(Theatre Moon) 극작가.
연극원에서 연극이론과 서사창작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주로 홍대 앞에서 공연제작 및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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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7호   2013-07-04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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