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는 지금, 젊은연극제가 한창이다. 젊은연극제는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들 혹은 연극반이 주축이 되어 학교의 이름을 걸고 한편의 공연을 올리는 행사로 1993년에 시작되어 올해 21회를 맞이하고 있으니, 연극동네에서는 꽤 이름난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연극제는 기량을 겨루는 경연의 형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대학로 일대의 소극장에서 여러 학교의 작품들이 일제히 공연되는 축제형식을 갖고 있다. 올해는 총 52개 학교가 대학로의 8개 소극장에서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연극제 시즌이 되면 작품의 제목과 학교 이름이 새겨진 반팔티를 입고 대학로 거리를 활보하며 준비에 한창인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연극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절로 느껴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고 보면 대학로가 '대학로' 답게 변하는 시간은 바로 청춘들이 거리의 주인이 되어 예술적으로 활개치고 다니는 이 기간이 아닐까.
필자 역시 학생시절 2005년 젊은연극제 공연에 기획보조로 참가한 적이 있다.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기를 팍팍 세워주는 축제 분위기에 반해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보조 스텝을 자처해 밀양으로 내려간 기억도 난다. 학교라는 타이틀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웃 동료들에게 자극도 받고 기운도 얻는 것이 축제참가자들 모두의 한결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
재학 중인 학생들이 만든 것이기에 미숙하고 불안하다는 걱정 어린 말들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기성연극 못지않은 작품성으로 예측할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실상 그러한 감상은 연기력을 보완하는 개성과 매순간 살아있는 이들의 진지함, 그리고 성실하게 공연에 임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평소엔 좀 야박한(?) 대학로 관객들도 젊은 무대 앞에선 인심 후한 반응을 보내곤 한다. 시작할 때 보내는 열렬한 환호와 뜨거운 박수야말로 젊은연극제만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