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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긴장의 끈을 놓으며
2013 PLAY-UP 아카데미 ‘배우를 위한 자유로운 호흡과 발성’

서미영 _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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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위한 자유로운 호흡과 발성
[2013 PLAY-UP 아카데미]
배우를 위한
자유로운 호흡과 발성
2013.07.01~22
  • 7월 12일 비오는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나는 하품과 기지개를 켜고, “하하, 하하, 하하” 가볍게 소리 내어 본다. 7월 1일부터 시작된 김혜리 선생님의 ‘배우를 위한 자유로운 호흡과 발성’ 수업을 시작한 후 생긴 습관이다. 잘 자고 일어나서 내뱉어보는 소리는 나에게서 아주 편안하게 날아 나간다.

    나는 7년차 연극배우다. 공연의 횟수가 늘어가면서 극장의 크기도, 배역도 달라지는데 나의 소리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소리를 우려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외형적으로는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지만, 정작 소리는 쉽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리를 어떻게 훈련해야할지 막막했다. 음성훈련에 관련된 책들도 글로 만나니 훈련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김혜리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갈증이 났던 만큼 이 수업은 나에게 새로운 생각을 안겨주고 있다.

    첫 수업은 척추의 자각부터 시작되었다. 바르게 서고, 걸으면서 신체의 불필요한 긴장을 제거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바르고 편하게 서 있고, 걷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고, 어깨에 힘을 주고, 척추는 주저앉고, 보폭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아서 복부와 허리에 불필요한 긴장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불필요한 긴장들은 연기를 함에 있어 좋지 않다고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안다고 생각만 했던 것이다.

    플레이업 아카데미
  • 그리고 이어진 수업에서 나를 흔드는 말이 있었다. 김혜리 선생님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라는 말 대신에 “호흡 날아 들어가요, 날아 나가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 숨을 들이쉰다는 말에는 이미 숨을 쉬어야하는 생각이 먼저 개입하고 그러다 보니 신체에 불필요한 긴장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었다. 다호흡훈련을 하면서 “숨 들이마시고” 라는 말을 들으면 이미 뇌에서 ‘숨 들이마셔야 해!’ 라고 명령을 내리고 나는 수동적으로 명령을 따르기 위해 숨을 들이마시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아! 그동안 내가 숨 쉬는 것조차 긴장하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다. ‘날아 들어간다, 날아 나간다.’ 호흡훈련을 하면서 주문을 걸 듯 선생님의 이 말씀 자유롭게 날고 싶은 어린 배우의 마음까지 흔들어 주었다. 긴장과 강박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처럼 생각도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게 생각을, 호흡을 막고 있었다. 그러 보니 긴장하고, 예민해지고 무대 위에서 유연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은날부터 나는 틈만 나면 내 몸에서 긴장하고 있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어깨는 어떤지, 무릎은 어떤지, 턱은 어떤지, 입은 어떤지, 시선은 어떤지. 아직은 틈만 나면 내 몸이 긴장하고 있다. 그러다 아차 싶어서 생각을 다잡고 자세를 다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수업은 막힘없는 호흡에 대해, 세 번째, 네 번째 수업은 막힘없는 호흡과 소리, 그 다음은 턱에 대해서 관찰하고 훈련했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선생님은 생각의 크기에 맞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다. 소리는 우선 생각을 통해 턱과 혀와 연구개軟口蓋를 지나 나오는데, 명확한 생각이 소리의 방향성과 크기 등을 만들게 된다는 것다. 그렇기 때문에 말에 맞는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대사라는 활자를 보게 되면 이러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어떻게 연기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플레이업 아카데미

    이번 수업에서 독백으로 개인의 호흡과 소리의 문제점을 짚어주셨는데, 대부분 대사가 말하고 있는 상황들은 사라지고 분위기만 남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표현해야하니 자유로움에 방해요소가 있고, 그러다 보니 생각의 크기에 맞는 소리가 아닌 개인의 습관과 태도가 대사에 드러나는 것이다. 대사의 에너지는 큰데 배우의 소리 폭이 부족하거나, 소리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자신에게 맴도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는 소리의 운용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긴장 탓에 혀가 연구개軟口蓋를 막거나, 호흡을 가슴으로 하며 가슴과 어깨 쪽의 많은 긴장을 유발해 소리의 경로를 스스로차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업 아카데미

    배우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 꼭 참여하기 위해서, 잘 해내기 위해서 등의 많은 강박 속에 억지로 ‘편안하게’라는 주문을 걸고 있다. 나에게는 짧기만 한 10번의 수업이 끝나고도 나는 많은 긴장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긴장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하는 이유가 이번 수업으로 분명해졌다. 내가 맡은 인물을 원하는 소리로, 신체로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훈련이 부족해서, 또 불필요한 긴장으로 인해 표현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대 위에서 정말 단 1%의 긴장도 없이 서는 날이 있을까? 그건 불가능 할지 모른다. 그러나 편안한 상태에서 출발하겠다고 노력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믿는다.

태그 PLAY-UP 아카데미, 링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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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영

서미영 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졸업
출연작-<정물화><벌><햄릿><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그 샘에 고인 말>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깃븐우리절믄날><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1,2,3> 외 다수
이메일 our83@hanmail.net
웹진 28호   2013-07-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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