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극작에서 낭독까지, 희곡의 모든 것
2013 남산희곡페스티벌 두 번째

김주연 _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
  • 한여름의 끝자락, 무더위가 한풀 꺾여가던 지난 8월 말 남산예술센터에서는 두 번째 남산희곡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페스티벌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지난 페스티벌과 차별점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로는 이번 희곡페스티벌 기간 중 극작 강의와 낭독공연이 병행되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일 오후 배삼식, 김명화, 선욱현, 박상현 등 동시대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들이 하루씩 맡아 플롯과 대사, 인물과 구조 등 극작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제에 대해 밀도 있는 강의를 진행했다. 다음으로 매일 강의가 끝난 후 진행된 이번 페스티벌의 낭독공연은 그간 창작희곡 발굴과 작가 지원을 목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온 남산예술센터의 두 가지 프로그램 ‘초고를 부탁해’와 ‘상주극작가 시스템’의 중간성과를 보여주는 무대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

    극작가가 들려주는 극작의 원리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관에서 진행된 극작 강의는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신청자들로 발 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주로 극작가 지망생과 극작과 학생, 그 외에 극작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로 이루어진 수강자들은 출석률뿐만 아니라 강의에 대한 집중도나 평가서 작성에 있어서도 상당한 열의를 보여주었다.

    배삼식(플롯), 김명화(대사), 선욱현(인물), 박상현(구조적 글쓰기)의 순서로 이루어진 강의는 단순히 자신의 극작 경험에 대한 소개나 조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작의 본질과 원리에 대한 극작가들 스스로의 깊이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대체로 작가들이 각기 자신이 맡은 주제에 대해 한 시간 정도 밀도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이어서 한 시간 가량 그 주제에 대해 실제로 자신이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수강자들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터그

    (왼쪽부터) 남산희곡페스티벌 극작강의를 맡은 배삼식(플롯), 김명화(대사), 선욱현(인물), 박상현(구조적 글쓰기)
    강의는 극작가 네 명의 각기 다른 문체와 경향만큼 서로 다른 강의방식과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조용한 목소리로 조근 조근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인용과 비유로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도 있었고, 동료 배우들의 참여와 도움으로 한 편의 공연 같은 강의를 보여준 작가도 있었다. 각기 스타일은 달랐지만, 각각의 주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준비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따끈한 신작 희곡을 처음 만나다
    극작 강의에 이어 남산예술센터가 발굴한 신작희곡을 처음 선보이는 낭독공연이 이어졌다. 첫날과 둘째 날에는 신작희곡 발굴 시스템인 ‘초고를 부탁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손희영 작, 윤정환 연출의 <희망고시원 방화사건>과 전성현 작, 박상현 연출의 <철수연대기>가 공연되었다. 이어 셋째 날과 넷째 날에는 올해 남산예술센터의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두 작가 백하룡, 안재승의 미완성 신작이 각기 김한내, 김승철 연출의 낭독공연으로 소개되었다.

    ‘초고를 부탁해’ 우수작인 <희망고시원 방화사건>은 탄탄한 장면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철수연대기>는 작가의 독특한 주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 각기 새로운 가능성과 성취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낭독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는 높은 편이었으나 <희망고시원 방화사건>의 경우 중반 이후 극의 흐름과 초점이 갑작스레 변한다는 점에서, <철수연대기>는 주제와 구조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아쉬움과 불만족스런 평가도 없지 않았다.

    두 상주극작가 백하룡과 안재승의 신작 <고제>와 <위대한 유산>은 낭독공연을 이틀 앞두고 초고가 나온, 정말 김이 날 만큼 ‘따끈따끈한’ 작품들이었다. <고제>는 한 남자의 왜곡된 기억이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90년대 학번의 자화상을 그려낸 이야기로, 마치 그들의 청춘처럼 묵직한 아픔과 가벼운 수다가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위대한 유산>은 작가 안재승이 자신의 데뷔작 <청구서>와 <오딧세이아>의 형식을 엮어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그분’의 귀환, 그리고 이를 집필하는 작가 자신의 귀환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 독특한 구조의 작품이었다.

상주극작가 안재승의 신작 <위대한 유산> 낭독공연(왼쪽) 김승철 연출 안재승 작가의 관객과 대화 모습 (오른쪽)
두 작품 모두 아직 미완의 초고 상태였으나 오히려 그로 인해 두 작가의 작가적 지향점이나 고민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낭독공연은 두 작가와 관객 모두 이 작품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고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하고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하다. 또 공연 후 이루어진 ‘작가, 연출과의 대화’ 시간과 관객 평가서를 통해 이루어진 활발한 피드백 역시 두 작품이 더 나은 공연으로 완성되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태그 남산희곡페스티벌

목록보기

김주연

김주연 공연 칼럼니스트와 드라마터그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월간 [객석]에서 연극 담당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연극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공연 칼럼니스트와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teatralka@gmail.com
웹진 31호   2013-09-05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