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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우리의 공연이 완성되었다.
열두 번째 독창포럼 <두 도시 주물 이야기>

김윤경 _ 서울연극센터 웹진[연극in]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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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 저녁 을지로 3가 출구를 나와 점점 더 좁아져가는 골목길을 서너 개 지나칠 때 쯤, 그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작은 가게를 만난다. 그곳은 오랜 시간동안 입정동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온 공연예술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이하 ‘코.웃.다’)의 아지트로, 오늘은 그 작업의 결과물인 <두 도시 주물 이야기>의 독창포럼이 있는 날이다.

서울시 중구 입정동은 아직까지 1970~80년대 산업화시대의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63빌딩이나 남산처럼 높은 고공도시 이미지의 서울에서, 골목사이로 빽빽하게 들어찬 작은 기계공장들의 모습은 ‘입정동’ 이라는 이름만큼 낯설어 보였다. 모진 20대를 보내며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찾았던 서울고용지원센터 건물 건너편, 수많은 상점들과 오토바이 그리고 항상 바빠 보이던 상인들의 모습같은 내가 알던 을지로 3가에서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2~30년 이상 그곳을 지켜온 기계공장 사람들이 있는 입정동이다.

두 도시 주물 이야기
코끼리들이 웃는다 <두 도시 주물 이야기>의 입정동 공연 모습 [출처] 코끼리들이 웃는다 페이스북
두 도시 주물 이야기 포스터
열두 번째 독창포럼의 주제인
<두 도시 주물 이야기>
  • ‘독창포럼’은 ‘독립예술창작포럼’의 별칭으로 지난 2011년 1월 첫 프로그램을 시작해 오늘은 코.웃.다의 <두 도시 주물 이야기>가 그 열두 번째 만남의 자리에 초청받게 되었다. ‘독창포럼’은 현재진행형인 작품의 창작과정에 창작자가 아닌 사람들이 참여하여 그 작품의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고 새로운 개선안을 함께 찾아보는 워크숍으로, 새로운 작가-관객 공동체 기반의 열린 창작 프로그램이다. 오늘 포럼의 주제인 <두 도시 주물 이야기>는 서울과 도쿄 두 도시의 주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커뮤니티 다큐멘터리 예술로, 주물 노동자의 작업을 관찰하고 개인사를 청취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와 기록 전시를 지난 10월 18일과 19일 양일간 진행하였다.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필자는 지난 10월 18일 경성주물 앞 사거리에서 공연된 퍼포먼스를 잠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삶에 일상적으로 닿아있는 퍼포먼스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참에, 같은 퍼포먼스를 본 다른 사람들과 작품을 만든 창작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에 선뜻 입정동 코.웃.다의 아지트에 모여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두 도시 주물 이야기 포스터
‘독창포럼’ 프로그램
  • 독창포럼은 총 7가지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다소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하는 워밍업 1단계 ‘얼음장 깨기’ 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근황을 물어보기도 하는 ‘얼음장 깨기’에선 누군가의 직업이나 나이와 같은 겉모습이 아닌 요즘의 관심사나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이렇게 오늘의 독창포럼의 판이 벌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작품 읽기’다. ‘작품 읽기’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작품에 참가한 작가가 본인의 작업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공연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은 파리가 되어 벽에 붙은 상태로 발언권을 잃고 듣기만 해야 하는 시간이 된다. 코.웃.다의 이진엽 대표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주물공장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와 작업과정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왜 주물이었을까?’ 포럼에 참가한 우리에겐 아직 궁금함이 많지만, 잠시 그 궁금증을 내려놓고 포럼 참가자들만의 시간인 요약하기(3단계)-좋았던 점(4단계)-발전적 제안(5단계)에 돌입한다. 퍼포먼스를 보면서 각자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을 끄집어내고, ‘주물’, ‘광장’, ‘전시와 퍼포먼스’ 등 공통된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서로가 느꼈던 좋았던 점과 향후 작품을 위한 발전적 제안을 이어간다. 다른 사람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만, 경성주물 앞 사거리에서의 기억을 필자 역시 끄집어 내어보았다. <두 도시 주물 이야기>의 퍼포먼스는 주물공장에서의 주물씨(주물아저씨)의 모습을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하루 일과로 엮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의 길을 막지 않고 입정동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보여준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었다. 특히 그 사거리 어딘가에서 또 다른 주물씨가 내가 본 퍼포먼스와 같은 모습으로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나의 입에서 나온 풍경이라는 기억은 다른 사람의 기억과 이어져 퍼포먼스가 주는 근본적인 의미와 표현방식에 대한 또 다른 논의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얼굴한번 찌푸리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파리가 된 창작자들은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열두 번째 ‘독창포럼’에 참여한 창작자와 토론자들의 모습
    열두 번째 ‘독창포럼’에 참여한 창작자와 토론자들의 모습 ⓒ Rabbear

    작업에 대한 토론자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면서 토론자들의 이야기는 근본적인 곳으로 다가간다. 결국 왜 이곳 입정동에 들어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조심히 작가에게 던져본다. 이것은 개인사일 수도 혹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작가와의 토론(6단계)에서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진엽은 지난 5년간 입정동에서의 역사를 이야기로 남긴다. 마지막 독창포럼의 발전을 위해 참가자들의 간단한 평가가 진행되는 회고를 끝으로 오늘의 순서가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다 나누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는 테이블 위 막걸리와 파전과 함께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난 지난 10월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았다. 그 기억은 페이스북에, 때론 블로그나 예매처 사이트 후기에 나만의 기억의 퍼즐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운이 좋아 연출가와의 대화에 참가해 연출의 변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작업을 만든 그의 퍼즐일 뿐이다. 오늘 나는 이 작품을 만든 창작자와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토론하며 두 개의 퍼즐을 맞추며 기억 속 한편의 공연을 완성했다. 그리고 다음 독창포럼의 창작자는 바로 당신이다.

태그 독창포럼, 두 도시 주물이야기, 인디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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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서울연극센터 웹진[연극in] 담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였으며, 공연기획, 축제, 문예지원사업 등을 기웃거리다가 현재 서울연극센터에서 웹진을 담당하고 있다.
www.facebook.com/yunkingi
웹진 36호   2013-11-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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