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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재생하고 경험을 해석하다
‘삼인삼색 연출노트-REPLAY’ <알리바이 연대기>

남은정 _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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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월 27일 오후 7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연말 분위기를 낸 서울연극센터 1층 정보교류관은 평소보다 훨씬 북적였다. ‘삼인삼색 연출노트-REPLAY’에 참여하고자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삼인삼색 연출노트’는 2013년 화제의 연극 세 편 <알리바이 연대기> <여기가 집이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를 두고 평론가, 연출가, 스탭, 배우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작품의 영감을 떠올린 순간부터 그 뒷이야기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11월 27일 <알리바이 연대기>를 시작으로 3주에 걸쳐 진행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연극센터는 토크쇼의 현장으로 변신하게 된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첫 번째 시간 “연극이 아니어도 좋은” <알리바이 연대기>에는 김소연 연극평론가의 사회로 연출가 김재엽, 배우 정원조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문화연구소 김일수 책임연구원이 함께했다. 연극 토크쇼에 역사학자가 함께 한다는 것이 좀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으나, 김일수 연구원과 연출가, 배우가 시놉시스부터 함께 읽고 한국 현대사에 대한 공부와 토론을 했었다는 이야기에 감탄했다. ‘개인의 역사와 국가의 역사가 만나는 지점’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알리바이 연대기>라는 작품이 단순히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서 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관객과 공통된 경험을 이끌어 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얼마나 많이 했었는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알리바이와 연대기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피의자가 범죄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알리바이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은 거기에 없었다고 말하며 사는 개인과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는 김재엽 연출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개인의 삶의 궤적과 거대한 역사가 조우하는 순간에 나는 어떤 증명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알리바이 연대기>를 착상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김재엽 연출은 “작년에 아버지가 되었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알고 배우는 모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던 것, 지난 대선을 지나며 부모님 세대와의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 보다 훨씬 가깝고 공감되는 이유로 느껴졌다. 김소연 평론가는 “모든 작가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알리바이 연대기>에서처럼 책에 둘러싸인 지식인 아버지는 처음인 것 같다. 지우거나, 거부하거나, 죽여야 하는 아버지가 아닌 점이 새롭다.”며 극중 아버지와 재엽의 관계에 대한 해석을 넓혀 주었다.

그렇지만 단지 가족사에 그치지 않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알리바이 연대기>의 공감대를 만들어 주었다. 김재엽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오버’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다. 의도의 과잉이나 과장이 없는지 살폈고, 본인의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누구의 아버지라도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나의 대통령을 만나다>라는 가제를 붙인 백 페이지가 넘는 에세이 형식의 초고를 배우들과 함께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긴 시놉시스가 대체 연극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진 않았냐는 질문에 정원조 배우는 “그건 연출이 알아서 할거니까.”라는 대답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재엽을 연기하는 배우로 정원조를 선택한 것을 두고 자신을 너무 미화한 것이 아닌가하는 물음에 김재엽 연출은 “관객이 와야 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배우가 필요했다.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다.”며 농담처럼 받아넘기면서도, 어떤 대사를 넣고 뺄지, 리플렛에 나오는 줄거리는 어떻게 할지 정원조 배우와 상의하며 서로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연출가와 배우 간의 신뢰와 호흡이 느껴지는 대화였다.

사회자와 초대손님이 선정한 <알리바이 연대기>의 명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넘어갔다. 김재엽 연출은 아버지가 한국전쟁을 만난 1막 3장을 꼽았다. 연출로서는 매우 풀기 힘들었던 장면이었고 대본 수정도 여러 번 거쳤다고 한다. 한 씬에서 독백, 내레이션, 방백이 이루어지고, 학생이었던 아버지는 군대에 입대하고 제대하며 어린 시절의 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극의 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매우 연극적인 장면이었다. 김소연 평론가는 1986년 대구에서 삼성과 해태가 코리안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하던 날의 소소한 추억을, 김일수 연구원은 아버지가 생을 마무리하는 병실에서 재엽에게 진실을 밝히는 ‘반전’의 장면을, 정원조 배우는 아버지, 재엽, 형이 같은 사건을 두고 이야기하는 1막의 엔딩 장면을 꼽았다. 아버지 역의 남명렬 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무대를 돌때마다 시간과 공간이 이동하는 느낌이 여운으로 남는 장면이었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초대손님
삼인삼색 연출노트 초대손님


짧은 질의응답으로 오늘의 프로그램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연극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참석자들은 쉽게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삼인삼색 연출노트’의 협력 기획과 사회를 맡은 김소연 평론가는 “2013년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화제작들이다. 공연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이야기 나눌 주요 장면의 영상도 함께 준비했다. 누구나 함께 공연을 더 깊이 있게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며 이 특별한 작품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꼼꼼히 해석해 볼 수 있는 이 자리에 보다 많은 열혈관객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 참석자 역시 “주변에서 많이 추천했던 이 작품을 어쩌다 놓쳐버려 매우 아쉽고 궁금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한 편을 다 본 것 같다. 내년 재공연이 무척 기다려진다.”며 이 친절한 토크쇼에 대한 만족과 작품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12월 4일에는 “가짜 희망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여기가 집이다>의 연출가 장우재, 무대 디자이너 손호성, 배우 김정민이 작품에 대한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12월 11일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할 때 연극을 만든다”는 타이틀로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의 연출가 윤한솔, 극작가이자 드라마투르그인 김민승이 이야기꾼으로 나선다. 2013년 가장 ‘핫’했던 공연을 되새겨 보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해설과 해석을 준비하고 기다린다. 당신은 그저 연극 이야기로 겨울밤을 지새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즐거운 마음만 가져오면 된다.
[사진 : 김성훈]
    ‘삼인삼색 연출노트-REPLAY’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ㅇ 일시 : 2013.12.11(수) 19:00~20:30
    ㅇ 장소 : 서울연극센터 1층 정보교류관
    ㅇ 사회 : 김소연(연극평론가)
    ㅇ 게스트 : 윤한솔(연출가), 김민승(드라마터그)

    >>>> 참가신청 바로가기 : http://bit.ly/18ZkXRj

태그 알리바이 연대기,삼인삼색 연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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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정

남은정 프리랜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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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2013-12-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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