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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연극제를 진단한다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

김미지_본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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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26일 월요일 오후 5시 예술가의 집 컨퍼런스 룸에서 ‘2014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 (한국연극
    평론가협회의 주최)가 열렸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서울연극제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1일 동안 대학로 일대에서 개최됐으며,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식참가작 8편, ‘미래야 솟아라’ 8편, 자유참가작 8편이 참가했다.
    2014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는 서울연극협회와 한국평론가협회가 매년 공동주최하던 ‘서울연극제 합평회’를 한국평론가협회가 단독으로 주최하면서 명칭을 변경한 행사다. 이날 좌담회에는 연극평론가, 연출가, 작가, 배우를 비롯하여 서울시와 문화재단 측 인사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허순자 회장은 본격적인 행사 진행에 앞서 “올해 세월호 사고로 서울연극협회와의 공동 합평회가 취소됐으며, 국민 모두의 마음이 아플수록 차분해진 마음으로 이런 의미 있는 자리를 반듯하고 성실하게 임함으로써 아픔을 앞서야 한다”는 생각에 독자적으로 공개좌담회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2014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

    참가작 총평, 각 부문별 모호한 작품 선정 기준과 미흡한 질적 완성도에 큰 아쉬움...

    공개좌담회는 1, 2부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총 5명의 발제자가 약 10분씩 발제문을 낭독했다. 먼저, 연극평론가 김성희와 임선옥이 공식참가작 8편을 작품 주제와 양식을 기준으로 4편씩 나누어 총평했다. 8편의 공식참가작은 크게 ‘역사, 가족, 환상적(우화적) 리얼리즘’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됐다. 임선옥 평론가는 연극이 과연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2014 서울연극제의 슬로건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는 명제가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뒤이어 연극평론가 엄현희가 ‘미래야 솟아라’ 부문 총평, 연극평론가 백로라가 자유참가작 총평을 발제했다. 엄현희 평론가는 이전보다 형식적 다양함을 꾀한 프로그래밍은 신선했으나, 그에 비하여 도발성과 실험성이 다소 약해졌음을 지적했다. 백로라 평론가는 자유참가작 선정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극제와 같은 공연 기간이라는 외적 참가 조건만으로는 차별적 기획력을 가질 수 없으며,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저하한다고 평했다. 참가작 총평에서는 공통으로 작품 선별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두드러졌다.
    다음으로 1부의 마지막 순서인 연극평론가 최윤우의 서울연극제 운영 및 방향에 관한 발제가 진행됐다. 최윤우 평론가는 현재 “서울연극제가 어떠한 예술적 담론을 생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서두로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해 온 ‘균형감’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는 연극제의 모호한 운영방향과 비전 그리고 적은 예산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보다 확연하게 저하된 서울연극제의 위상을 직시하고, 서울연극제의 비전이 곧 한국 연극계의 발전을 이끄는 흐름이라는 것을 전제로 발전 방안 모색을 촉구했다.

2014 서울연극제 포스터
2014 서울연극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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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예산 확충, 현 지원제도에 적합한 효율적 방안을 찾으려는 고민과 시도 필요

    2부에서는 1부의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서울연극제 운영상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개선 방향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먼저, 서울연극제의 부족한 예산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연극제는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받는 2억 9천만 원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타 지역 연극제들이 평균적으로 그것의 2~3배가 되는 예산으로 치러지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서울연극제에 참여한 예술가이자 서울연극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배우 남명렬은 “나름대로 작품의 질을 담보하는 유수의 극단들의 연극제 참여를 부르는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한 달 반 이상을 작품에 매진하는 예술가들에게 최저임금도 보장할 수 없는 지원금은 참가 욕망을 저하할 수밖에 없으며, 서울연극제의 질적 담보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이사장은 “예산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지원 정책 제안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연극인 전체의 한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심재찬 연출가는 “지원금이 적어서 늘려달라고 하는 건 큰 설득력이 없으며,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극계 내부의 서울연극제를 향한 무심함을 꼬집으며, 이것이 현재 합심하지 못한 채 분열되고 있는 한국 연극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극이 사회에 어떤 이슈를 던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실제로 연극이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주었을 때 연극인이 합심하여 지원금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서울시 문화예술과 김지현 주무관은 “예산이라는 것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현 지원정책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서울연극제의 위상 확립을 위해서는 심사 결과의 신뢰도와 투명성 회복이 시급

    서울연극제의 심사제도 역시 뜨거운 담론으로 부상했다. 이진아 연극평론가는 “과연 현재 예산이 두 배로 증가하면 질적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축제의 위상은 명예로움과 자부심이 존재할 때 확립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심사의 투명성이 필수이고, 심사위원 구성이 서울연극협회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장 역시 “심사위원 선정 문제는 중요하며, 심사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박태완 연출가는 “예술은 재단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심사위원은 감상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책임을 지고 심사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며, 연극제의 추구 방향에 따라 명쾌하고 합당한 심사위원이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서는 실제로 2014 서울연극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임선옥 평론가가 경험했던 바를 바탕으로 명확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그는 10년 전쯤 이와 유사한 주제로 월간 <한국연극>에서 좌담회를 진행했으며, 당시 심사 기준을 정확하게 표기한 항목평가표를 제안했음을 회상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심사에 참여해 그때와 똑같은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선옥 평론가는 “심사기준을 세부적으로 데이터화해서 방향을 제시한다면 신뢰도의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이경미 연극평론가 역시 심사위원과 선정기준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기에 객관적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산이 30억 원이 되어도 작품의 질은 담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4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

    서울연극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연극계 안에서의 역할 재정립 필요

    이날 공개좌담회에서 모두가 공감한 중요한 명제는 “현재 서울연극제의 위상은 3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는 것이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이제는 서울연극제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역할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임을 주장했다. 또한, “현 집행부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소통의 창구가 부족해지는 것 역시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재찬 연출가 역시 “서울연극협회가 문제점을 공유하고 드러내야 한다”고 말하며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한 지점에서 서울연극협회 측에서 이날 공식적으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4 서울연극제에서 <만리향>으로 대상을 받은 정범철 연출가는 “젊은 극단이 서울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생존할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하는데, 서울연극제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바라봤고 열심히 했다”고 밝히며 서울연극제의 위상이 반드시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정글과도 같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젊은 창작자들에게 창작 욕구를 자극하고 지속할 힘을 주는 것은 서울연극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허순자 회장은 “공적기관들, 협회가 축제를 운영하는 것은 모순이며 축제는 홀로서기를 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덧붙여 “협회는 공공의 이득이 되는 이슈와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에서는 서울연극제의 개선 방향부터 한국 연극계 내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까지 생산적인 토론이 오갔다. 무엇보다 이렇게 생산된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실천이 이루어져 이날의 자리가 진정한 의미와 힘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 1부에서 발표된 발제 원고는 <연극평론> 여름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 태그 서울연극제, 공개좌담회, 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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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지

    김미지 이웃문화협동조합 이음새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웃문화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mjmjii@naver.com
    제45호   2014-06-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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