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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
QDA 스튜디오의 <철공소에 핀 극장-13작품전>

전강희_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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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래동의 첫인상은 지하철역 문래에서 어느 입구로 나오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떤 쪽은 IMF 이전에는 힘차게 돌았던 기계가 이제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철공소 골목이고, 다른 한 쪽은 북적대는 사람들로 가득한 쇼핑타운이며, 또 다른 한 쪽은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신도심 주거 공간이다. 문래동에서도 이 모든 풍경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은 문래역 7번 출구다. 이곳 가까이 문래창작촌 인포메이션 박스가 있다.

    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

    문래동에 스며든 QDA 스튜디오

    박스는 철공소 골목 쪽에 더 가깝다. 과거 속에 멈춰있는 것 같은 골목 안쪽으로 극장 하나가 피어있다. 종합철재상가 3층에 위치한 ‘QDA 스튜디오’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마임이스트 오쿠다 마사시 씨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곳이다. ‘QDA’, 우리말 ‘크다’라고도 들리는 스튜디오는 객석이 20석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극장이다. 가로, 세로가 3m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명과 무대까지 갖추고 있는 완벽한 블랙박스다.
    오쿠다 마사시 씨는 이곳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철공소에 핀 극장>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보다 두 편이 더 많은 열세 편이다. 런타임은 5분에서 30분정도로 참여 작품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작품은 마임이스트의 극장답게 몸을 주로 사용하는 퍼포먼스다. 그는 1995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마임의 특징으로 “단순함에서 우러나오는 강렬함”을 꼽았다. “무대장치가 없는 곳에서 마임을 통해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사물과 정신을 표현할 수 있다”던 생각은 QDA 스튜디오로 이어져오고 있다.
    스튜디오가 문래동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무언가 비어있는 것이 많아 보이는 골목을 작은 극장에서 나오는 여러 명의 작은 상상력이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
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 포스터
  • 공간에 스미는 배우들

    QDA 스튜디오가 동네에 스며들듯이 배우들은 극장에 스며든다. 븍랙박스 공간과 점점 친밀해 지고 있다는 의미다. <철공소에 핀 극장-13작품전>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느낌이다. 공간을 바라보는 그들의 따뜻한 시선을 이곳에 기록하고자 한다.

    <사과나무>의 박동조
    저는 작년에도 이곳에서 공연을 했어요.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공간이어서 좋아요. 마치 공간자체가 무대 같아요. 공간이 작아서 개인 작품 위주로 발표할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창작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협업보다는 개인적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이것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작품을 하되,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함께 실험해 보는 거지요.

    <미스로렌켈리>의 박민선
    저는 이 작품을 외국인이 한국을 관광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다정한 공연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작은 공간에서 다정다감한 느낌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하다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어요. 이곳에서 더 넓은 장소를 보여주는 거지요.

    <지구별 여행>의 최정산
    이곳에 자주 오다 보니까 집 같아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마임 공연을 혼자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오쿠다 선생님이 너무 잘하려고만 하지 말라고 하셔요. 어리니까 많이 해보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이에요.

    <벌레>의 이산
    방안에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상상해서 공연을 만들었어요. 여기서 두 번째 공연을 하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이곳 넓이에 점점 더 예민해져요. 큰 무대에서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다 써서 무언가 채워야 한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이곳에서는 공간 자체에 예민해지는 거예요.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그냥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요. 작지만 넓은 곳에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관객에게 전달해 주고 싶어요.

    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

    이들은 이곳에 올수록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겨난다고 한다. 어떻게, 무엇을 해볼 것인지 고민했던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블랙박스 안에서 만들어진 상상이 극장 너머로 흘러 철공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그 안에서 피어나 문래동으로 퍼져나가면 좋겠다.

    ※ 이 공연은 11월에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 <철공소에 핀 극장-13작품전>

      작은 극장, 작은 상상 속에서 피어나는 것은 무엇일까.
      작은 극장, 작은 상상 속에서 함께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일시: 6월 20일~7월 6일 금 5시 / 토일 5시, 8시
      장소: QDA 스튜디오
      문의: http://blog.daum.net/ironworksplay / ironworksplay@hanmail.net

    태그 공간에 부드럽게 스미는 법,QDA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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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강희

    전강희 연극칼럼리스트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공연관련 글을 쓰면서,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kanghee.jeon.73
    제47호   2014-07-03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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