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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공간, 변방의 이야기
제16회 서울변방연극제 ‘연극이라는 광장에서’

채민_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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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는 광장에서 포스터
  • 광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한가롭게 누워 햇살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재주를 뽐내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다수를 향해 억울한 일을 고하기도 한다. 더하여 광장은 오랜 옛날부터 토론의 장이었다. 이와 같은 광장의 기능들은 오늘날 비물리적 공간으로 까지 확장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머물거나 가로질러간다. 지난 27일 막을 내린 제16회 변방연극제의 주제는 ‘연극이라는 광장에서’였다. 연극의 역할과 심리적·물리적 공간성을 꽤 적절하게 은유했다. 변방연극제가 열리는 14일 동안,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전문가 그리고 관객들이 ‘연극이라는 광장’을 이용하는 여러 양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변방의 공간, 변방의 이야기

    변방의 공간 ? 중심과 변두리 그리고 사적 공간

    변방연극제의 공간은 그 다양성이 드라마틱했다. 변방연극제의 막을 연 곳은 광화문이다. 12차선 도로의 어마어마한 소음과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그곳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얽힌다. 끈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그들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두를 방관하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3대 언론사가 모두 모여 있지만, 시위대가 청계광장을 꽉 메우고 도로까지 점거해도 뉴스나 신문에는 보도되지 않는 흥미로운 곳이다. 이곳의 중심에서 스물 네 명의 사람들이 현행법의 언저리를 서성거리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다. (연출 이경성, <25시-나으 시대에 고함>)

    가리봉동 126-18, 찾아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골목이었다. 낡은 건물을 지나치면 더 낡은 건물이 나왔다. 문득 누군가의 삶을 구경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 새하얀 형광등 아래에서, 주변을 소요하는 소리 따위에 신경 쓸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는 ‘OLTA그룹’의 그로테스크한 오브제들과 시끄러운 풍악소리로 동네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가리봉동 시장을 행진했다. 마치 부도난 사무실 같은 가리봉동의 옛 실천소극장 자리에서 관객들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사방에서 움직이는 출연자들을 바라보았다.(미완성 프로젝트 x 올타OLTA, <캠프 : 사자가 된 장소들>) 그들이 재연 불가능한 연극 ‘깊은 잠’을 재연하는 동안, 깨진 창문 밖으로 자주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비행기가 날아갔다.

    변방의 공간, 변방의 이야기

    서촌에 위치한 작은 빌라의 마당에서 선발된(선발 기준은 모르겠지만) 여섯 명의 관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첫 번째로 입장한 나는 정체불명의 초록물체를 넙죽 받아먹고, 누군가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앉아 나머지 다섯 명의 입장을 기다렸다. 나는 등받이에 기대앉기도 불편한 타인의 공간에, 뒤이어 들어온 누군가는 책상위에 놓여 있던 노트를 집요하게 들춰보았다. 뻔뻔한 세 명의 외계인 탓에 채신머리없이 남의 집 싱크대 밑 찬장에 들어가고, 화장실에 갇혀 양손으로 얼음을 보석같이 쥐고 물세례를 맞았다. 공연이 한창일 때, 좋은 말씀 전하고자 현관 벨을 누른 교인 분께서는 아인슈타인을 보고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호모루덴스 컴퍼니 x 코끼리들이 웃는다, <201호 아인슈타인이 있다>)

    변방의 이야기 ? 법 앞에 선 개인 그리고 연대

    신청사 지하에 전시실이 꾸려졌다. 높이 올린 전시대에 흡사 네 발 짐승을 연상시키는 책상이 놓여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목줄처럼 걸려있는 넥타이… 그리고 주체와 객체가 뒤바뀐, 혹은 혼종 된 오브제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의 신랄한 강의를 들으며 관객들은 금융제도와 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한다. (한국 드라마투르기협회 x 차지량, <연극 속 경제: 드라마 투르기적 관점으로>) 시각예술작가 차지량은 연극 속에서 사회 경제적 모순을 분석해 낸 드라마투르그의 페이퍼들을 제사상의 젯밥처럼 늘어놓았다.

    막무가내종합예술집단 진동젤리는 ‘문화역서울 284 RTO’에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옮겨왔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법 앞에서」를 함께 읽으며 법이 종점이 정의가 아님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소송의 종결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본질을 꿰뚫고, 법 앞에 선 개인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다.

    변방의 공간, 변방의 이야기

    4월, 진도의 비극 이후 우리는 예술의 역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던졌다. 잇따른 공연취소를 지켜보며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불신을 체감했다. 우리는 거대한 슬픔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적 문제들 앞에서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제16회 변방연극제 ‘연극이라는 광장에서’는 비단 연극 뿐 만이 아닌 예술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대답 이었다.

    [사진: 유영록(서울변방연극제)]

  • 태그 서울변방연극제, 연극이라는 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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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49호   2014-08-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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