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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들의 축제, 마니아답게!
2014마로니에 여름축제 <연극퀴즈왕>

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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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마로니에 여름축제 <연극 퀴즈왕> 포스터
2014마로니에 여름축제
<연극 퀴즈왕>
  • 마니아들의 축제, 마니아답게!

    그렇다. 연극을 보는 것도 함께 만드는 것도 아닌, 연극을 푸는 축제가 대학로 한복판 대극장에서 열렸다. 사회는 연극배우 정선아와 오의식이 함께했다.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등장한 그들은 처음부터 서로를 물어뜯는 방식으로 친분을 드러냈다. 사사롭고 유치한 농담에도 객석은 애정 어린 웃음으로 응답했다.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매표소에서 나누어 준 귤색 티셔츠를 입었다. 대부분이 여성이었지만 가뭄에 단비 같은 남성 참가자들도 보였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이제 곧 올라서게 될 무대를 바라보는 그들은 사회자들만큼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간단한 이벤트로 알아본 참가자들의 연극 애(愛)수준은 상당했다. 거의 모든 참가자가 올해만 공연을 10편 이상 관람했고, 50편 이상을 봤다는 참가자도 4명이나 되었다. ‘연극인’이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관객들을 일컫는 이름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은 죽는다. 그들은 연극이라는 토양의 생명줄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김태형 연출, 김소연 평론가, 박계배 한국공연예술센터장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조광화, 김광보, 박호산, 박해수 등 5~6명의 연출가와 배우들의 짤막한 축하메시지 영상도 이어졌다.

    마니아들의 축제, 마니아답게!

    갖가지 오프닝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퀴즈가 시작되었다. 질문은 ‘연극’이라는 화두를 둘러싼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첫 번째 라운드인 OX 퀴즈에서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극장, 인터미션과 마로니에의 의미 등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되었고, 이어진 ‘골든벨’ 형식의 보드 퀴즈에서는 <날 보러 와요>, <에쿠우스> 등의 작품이름, <라이어> 주인공의 직업, 배우 故장민호, 사랑티켓, 에든버러나 변방연극제와 같은 연극 축제의 명칭을 물었다. 뮤지컬 <빨래>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 각 라운드를 정리하며 소소하게 진행된 막간 퀴즈들도 그 범위와 난이도가 널을 뛰었다. 대부분 문제는 최근작보다는 고전, 배우보다는 작가나 연출가에 대한 것으로 집중되었다.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진지한 성격의 문제들에 당황한 것은 나뿐이었던가. 참석자들은 울퉁불퉁한 문제들 사이에서 오히려 긴장과 희열, 어이없음과 무한 아쉬움을 느끼며 맹렬한 승리욕으로 퀴즈를 즐겼다. 진정한 마니아들의 잔치였다.
    패자부활전은 패널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패널들은 문제에 따른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근거를 말해야 했다.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맞추는 문제에서 김소연 평론가는 매우 논리적인 설명을 덧붙이며 브레히트의 ‘사회효과’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틀린 답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창한 말발로 근거를 대는 그들의 재치와 연기력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우정 참석’을 한 <히스토리 보이즈>와 <유도소년> 배우들도 활약했다. 그들은 등장만으로도 대다수 여성 참가자들을 설레게 하는 듯했다. 배우들은 공연연습 전 몸풀기 게임으로 유명한 일명 ‘컵차기’ 대결을 직접 선보이고 참석자들에게 경품을 안겨줬다.
    라운드가 심화되며 문제도 점점 난이도를 더해 갔다. 1950년 국립극장의 개관기념 작이었던 <원술랑>, 1977년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초연된 <빨간 피터의 고백> 등 한국 연극사의 중요한 공연들이 출제되었고,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나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도 실제 희곡을 읽어봤던 사람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로 등장했다. 후반에 등장한 이러한 문제들은 양날의 검이었다. 연극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고취하는데 일조했지만, 순수한 일반 참가자들의 흥미를 다소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연극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 높아져 버린 무대는, 퀴즈를 통해 새롭게 연극을 경험하는 열린 장이라기보다 전문가들의 지식대결 장으로서의 풍모를 내비쳤다. 최후 3인을 남기고 객석으로 돌아간 다수 관객의 호응은 점차 사그라졌다.

    마니아들의 축제, 마니아답게!

    전체적인 진행은 아쉬웠다. 패자부활전이 시작되자마자 문제와 동시에 해답이 노출되어 버리는 실수를 시작으로 음향과 영상의 소소한 방해가 계속되었다. 급기야 미리 촬영된 영상으로 문제를 내는 최종 라운드에서 영상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가자들은 음성만 듣고 문제를 풀어야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두 사회자와 맞물려 역효과를 더했다. ‘뻥을 친다’, ‘웃짱을 깐다’ 등 비공식적 언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지만, 그 자유로움이 지나치기도 했다. 다음 진행을 위한 규칙을 무대에서 즉흥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잦았고, 그러다 보니 두 진행자의 말이 겹치거나, 잘리거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 등의 사소한 실수가 계속되었다. 도서상품권이나 커피 교환권 등 다량으로 준비된 경품을 다 소진할 목적으로 남은 문제들을 급히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것은 진짜 실수다. 참가자에 대한 성의를 의심하게 하는 태도는 더욱 조심했어야 하지 않을까.

    마니아들의 축제, 마니아답게!

    ‘왔노라 풀었노라 퀴즈왕 됐노라!’


    거대한 현수막이 펼쳐지며, 쇼가 시작된 지 2시간 8분 만에 드디어 상금 100만 원의 주인공 퀴즈왕이 탄생했다. 공지된 시간보다 30여 분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사회자와 참가자 그리고 참가자들 간 묘하게 조성되는 경쟁심리, 지적 유희의 풍성함을 끌고 나가는 힘이 여러모로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연극 마니아, 즉 ‘연극인’들의 존재와 그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바로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새롭고 의미 있었다. 형식과 운영의 측면에서 더욱 다듬어진 마니아들의 축제를 내년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 태그 2014마로니에 여름축제, 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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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영

    유혜영
    뮤지컬 공연장에서 일하다가,
    음악보다는 이야기가 더 좋아 올해부터 연극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있다.
    yoohy_87@naver.com
    제49호   2014-08-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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