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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열정에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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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열정에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주말이면 언제나 붐비는 마로니에 공원이지만, 오늘따라 부분적, 조직적으로 붐비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군데군데에 동그랗게 모여 있는 것을 보면, 필시 가운데에 볼거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창 고조된 인파를 헤치고 들어갈 자신이 없는 나는, 우선 평소와 달라진 공원을 살펴보았다. 곳곳에 공연 포스트를 알리는 기둥이 들어서 있었다. 기둥에는 알파벳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표기되어 있었는데, 각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Artist’, ‘Best’, ‘Challenge’ 등의 단어가 해당 포스트에 배치된 프로그램들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지는 공원을 한 바퀴 다 돌고서도 알 수 없었다.

한낮의 햇볕 아래 불붙은 막대기로 저글링을 하는 공연자와 자리를 떠나지 않는 관객들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앞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아이들이야 그렇다 해도, 목덜미가 따가운 햇볕을 견디며 지켜보는 성인들이 내게는 의외로 느껴졌다. 사람의 재주가 보고 싶은 거라면 편한 자리에 앉아,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이 그들의 발목을 잡아 둔 것인가?

타고났다는 말을 듣기에 가장 부족함이 없는 존재, ‘광대’. 그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겹겹이 둘러싸여 온갖 재주를 선보인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에서부터 위험천만한 묘기까지…… 한참을 웃다가도 간간이 벗는 모자 아래 땀에 엉겨 붙은 그들의 머리칼을 볼 때마다 순간 서글퍼진다. 오늘날의 광대도 걸치고 있는 옷과 분장술, 그리고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만 달라졌을 뿐, 무엇보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이렇게 재주뿐만이 아닌, ‘광대’가 가진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의 그들이 가지는 매력일 것이다.

광대의 열정에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D-Festa’에는 미국, 캐나다, 태국, 일본 등 각국의 ‘광대’들이 초청되었다. 그들은 광대의 보편적 감성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서로 다른 박자와 코드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표적인 넌버벌(non-verbal) 장르이므로 언어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야가 허락되는 어느 곳에나 효과적인 ‘거리예술’이다.

하지만 ‘광대’의 레퍼토리는 정해져 있다. 과장된 분장, 코믹한 마임, 간단한 마법, 무엇이고 금세 만들어내는 손재주, 저글링… 등. 반복해서 보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나는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 포스트를 옮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고, 중복되는 프로그램 사이에 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축제의 첫날이었기 때문일까. 아쉬운 마음에 전체일정표를 보니 축제의 후반부에는 거리 무용, 연주 등 비교적 다양한 프로그램이 배치되어 있었다.

‘D-Festa’의 안내책자는 공연마다 한 두 줄의 설명을 가지는 정도로 간단명료했다. 해당 공연의 특성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반면에 장르의 성격상 긴 설명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로그램 북에 공연자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점은 아쉬웠다. ‘D-Festa’에는 한국의 마임 1세대, 2세대, 3세대가 공존하고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공통된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공연자들을 불러 놓았다면, 각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위치를 가지는지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도 더욱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케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리는 광대와 그들 사이를 기웃거리는 관객들을 보며 생각했다. ‘광대의 열정에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각자를 돋보이게 하지 못한 기획자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광대의 열정에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사진: 한국소극장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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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53호   2014-10-02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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