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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듣다’, 이야기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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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연극센터에서 <삼인삼색 연출노트 REPLAY>가 있었다. 이 연극토크는 한 해 동안 대학로에서 화제가 되었던 연극 세 편을 다시 한 번 ‘재생’해 보는 시간이다. 이때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가, 작가, 사회자도 무대에 오른다. 연기가 아닌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연극센터 1층은 무대를 ‘듣고’,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REPLAY

극단에 주목하다

올해 선정된 작품은 ‘크리에이티브 VaQi(바키)’의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코끼리 만보’의 <먼 데서 오는 여자>, ‘달나라 동백꽃’의 <로풍찬 유랑극장>이다. 작년 세 작품 <알리바이 연대기>, <여기가 집이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가 작품 자체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극단에 무게를 두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들여다보았다. 크리에이티브 바키는 리서치를 중심으로 공동 창작을 하는 극단이다. 바키의 배우들은 리서치를 하고 텍스트를 만드는 과정에 모두 동참하기 때문에, 극중 인물에 기대지 않아도 무대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시간이 갈수록 연출가와 배우의 호흡이 일치해가는 것이 느껴지는 극단이다.

코끼리 만보는 다른 두 극단의 선배 격이 되는 단체다. 연륜이 묻어나듯이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레퍼토리만으로 ‘근현대사 3부작’을 완성했다. <착한 사람 조양규>와 <말들의 무덤>이 공동창작이라면, <먼 데서 오는 여자>는 배삼식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창작 방식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극단이다. 달나라 동백꽃은 대학로에서 가장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극단이다. 아직 3년 밖에 안 되었지만,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는 팬이 많은 극단이다. 이들은 매년 함께 김장을 한다. 처음 극단을 만들었을 때에는 현대사 스터디도 했다. 내년에는 극작 스터디와 팟케스트 방송 ‘희곡을 들려줘’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극단을 넘어 어떤 공동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연극 한 편 만들기 힘든 요즘, 극단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작품별로 연출가와 스태프, 배우를 구성하는 프로덕션이 추세인 요즘에 고유한 색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켜주는 극단이 반갑기만 하다. 프로젝트 극단은 한시적이라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코끼리 만보 김동현 연출가의 말이 떠오른다. 깊은 주제를 오랜 시간 파고들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울림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필자는 이번 삼인삼색에 협력구성으로 참여하면서 극단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이번 연극토크가 작품 너머, 극단 자체를 잘 보여줄 수 있었기를 희망한다.

삼인삼색 연출노트 REPLAY

관객에게 자리를

작품이 완성되면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 독자/관객 개개인의 것으로 남는다는 말을 한다. 작품과 만든 사람은 이제 별개의 것이 된다는 뜻인데, 연극은 사람이 모여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관객들도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객석질의응답 순서에서 관객들이 하는 질문은 작품보다는 대부분 극단, 바로 사람에 집중되어 있었다. 배삼식 작가와 이연규 배우에게는, 두 사람이 부부인데 함께 작업하는 방식이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달나라 동백꽃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은 극단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관객도 있었다. 바키의 토크쇼를 듣고 나서는, 연극 관람 행위를 완성시키는 것은 세 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나름 정의를 내린 관객도 있었다.

첫 번째는 극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무대 위에 올리는 것, 마지막으로는 삼인삼색 같은 형식으로 창작자와 수용자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관객들은 극단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작품을 이해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토크쇼의 분위기는 다른 관객과의 대화와는 전혀 달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극단에 호감이 있는 사람들이 객석을 매웠다. 이들 중에는 공연을 사정상 놓쳐서 못 본 사람들도 예상외로 많았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의 생각이 궁금한 것처럼 이들도 만드는 이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했나보다. 인상에 남는 관객이 있었다. <먼 데서 오는 여자>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로의 어떤 공연을 보기 전에 극장 위치를 확인하러 센터에 잠시 들린 노부부가 였다. 이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다음번에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떠났다. 그리고 <로풍찬 유랑극장> 시간에 센터를 다시 찾았다. 노신사는 이 공연을 보지는 않았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며 질문도 던졌다.

김은성 작가는 여러 공연이 한창인 이 시간에 이야기를 듣기위해 방문해준 관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김은성 작가의 말이 담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고맙다.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는데도, 연극을 이리도 좋아하는 ‘순수’ 관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연극하는 사람들이 이런 관객을 대학로에서 소외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인의 언급이 떠올랐다. 사회를 맡은 김소연 평론가가 자신의 역할을 대화를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표현한 것도 생각났다. 삼인삼색이 관객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프로그램으로 대학로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 서울연극센터 연극토크,삼인삼색 연출노트 R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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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희

전강희 연극칼럼리스트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공연관련 글을 쓰면서,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kanghee.jeon.73
제58호   2014-12-18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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