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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연극’, 모두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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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연극’, 모두의 성장기

2014년 어느 날, 모두의 시계가 멈춰 섰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어찌어찌 흘러서, 이제 2015년 2월이 되었다. 두 달이 조금 지나면 다시 그날이 돌아온다. 당시에 나는 청소년연극을 준비하는 프로덕션의 드라마투르그였다. 청소년연극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성인극보다 자유로워 보이는 매체실험 때문이었다. 특히 놀이성을 극대화시키는 연극적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청소년연극은 수많은 연극 양식중 하나 정도였던 것 같다. 2014년 4월이 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양식의 연극 이외의 것은 모두 놓치고 있을 것 같다. 청소년연극에 참여하고 ‘더 많이,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날 이후로 생겨났다. 기꺼운 의무감이라고 하기는 사실 좀 버겁다. 오랫동안 그럴 것 같다.
이래은 연출가에게서 ‘이야기자리 – 청소년기와 청소년연극, 그리고 연극창작자’의 사회를 제의 받았을 때에도 이런 의무감에서 수락했다. 이 모임을 주최한 이래은 연출가는 ‘2014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New Stage’의 선장작인 <날개, 돋다>를 지난 달 무대 위에 올렸다. 15세 소녀가 주인공인 청소년연극이다. 세 작품만을 선정하는 지원 사업에 청소년연극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작년에 한국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도 이양구 연출가의 청소년연극 <복도에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연극계 안에 존재해야만 하는 미학적이고 실천적인 당위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이야기자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연극창작자들에게 청소년연극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한번쯤은 정리를 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월 12일 월요일, 서울연극센터 2층 아카데미룸에서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다.

패널:
남인우, 윤성호, 이래은, 이성권, 이양구, 최여림, 한현주
협력:
이연주, 이은서, 정진세
진행:
이은주

이외에도 이야기자리가 진지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객석에서 이십 여명의 연극인들이 함께 했다. 연극을 만드는 예술가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은 사회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도 느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 그래서 청소년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자기를 돌아보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남을 먼저 보여주어야만 하는 특성은 청소년연극을 만들 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를 크게 정리해보면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어른이 성장하는 (청소년) 극
2. 청소년이 성장하는 (청소년) 극
3. 새로운 글쓰기
4. 청소년극의 관객은 누구인가?

‘청소년연극’, 모두의 성장기

어른이 성장하는 (청소년) 극 : ‘나’를 성장하게 하는 청소년

이성권
청소년을 통해서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청소년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청소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포착해서 당사자에게 알려주고 싶다. 청소년기의 나를 떠올려보려 해도 잊어버린 것들이 있다. 나는 이들의 감성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관계는 이렇게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이래은
<고양이가 그랬어>는 어린 시절 고독에 대한 이야기인데, 공연을 보고 공감을 표한 20,30대가 많았다. 이때 연령을 초월하여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아이가 태어나서 부모가 성장해가는 연극을 만들었다. 그 시절을 통해 서로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윤성호
성장소설에 관심이 많다. 청소년의 성장자체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의 눈을 통해서 사회를 관찰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연극은 결국 성장하는 연극이 아닐까?
이양구
지금 청소년이 언제나 청소년으로만 머물러있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던 시대, 예를 들면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시대에 대한 증인이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아직 썩지 않은 세대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나 자신이, 나의 부족한 점이 노출된다. 좀 더 나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새로운 세대와 연대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성장하는 (청소년) 극 : 연극의 주체인 청소년

유원식
(관객)
청소년연극이 그 전에도 있었지만, 2010년 이후 ‘청소년’을 화두로 삼고 성인들이 참여해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청소년연극을 왜 어른의 시선에서 대중적인 공연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과연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남인우
기존에도 많이 공연하고 있었는데, 청소년연극이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시기가 2011년 국립극단에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생기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유명한 연출가들이 청소년연극을 무대에 올리니 더욱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 세대는 지금보다 청소년을 봐줄 여유가 더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사회에 집중하는 것으로도 벅찼을 것 같다.
이성권
예전에는 청소년연극은 미학적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립이 그런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연극의 주체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연주
이 시기가 청소년연극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극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다. 시민연극이나 장애인연극에 대한 관심도 이때 더 늘어났던 것 같다. 장애인의 경우, 연극의 소재가 아니라, 참여자와 같은 주도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사회가 한 개인의 고통이라고 바라보았던 문제들을 더 큰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청소년연극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성권
2011년에 청소년연극제에 나가기 위해 대본을 고르는데 교훈적인 것들만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너희의 이야기를 적어달라고 했고, 그 중 한 아이의 이야기를 택해서 무대에 올렸다. 아이들이 연극에 참여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야기가 채택된 아이가 힘들어할까봐 비밀로 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아픈 것을 숨기고 싶기도 하지만, 자랑하고 싶기도 한 것이 청소년이 아닐까. 청소년이 이야기의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서 연극이 있으면 좋겠다.

‘청소년연극’, 모두의 성장기

새로운 글쓰기

한현주
청소년연극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좋은 극, 재미있는 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했었다. 극을 직접 쓰면서 서사의 맥락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청소년 극의 길이가 짧아야 하는지 몰랐다. 호흡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다만 것 같다는 불안감도 느꼈다. 장편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서사의 힘, 이 강렬한 경험이 청소년연극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양구
청소년이 할 만한 공연이 있는지 문의를 받았었는데,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었다. 그래서 대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이 공연할 수 있는 대본을 만들고, 그것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내가 이 대본을 이용해서 만드는 공연은 청소년들에게 샘플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극을 만들다보면 문제아 캐릭터를 빼게 된다. 배역을 맡은 아이가 왕따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극작 방식을 모색하면서 극의 전략이 달라진다. 주인공 한 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아를 빼고 나니, 문제아 탄생의 배경이 되었던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의 주체가 되었다. 이들의 역할을 탐색하다 보니, 그들 사이의 소통과 연대, 그리고 신뢰에 대해서 다루게 되었다. <복도에서>가 그런 작품이다.
최여림
박근형의 <청춘예찬>이 지금 시대에 나온다면 청소년 극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날 청소년연극이 지향하는 것과 만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의 현재 지형도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최근 <팸의 아이들>을 연출했는데, 이 작품에도 <청춘예찬>의 남자주인공처럼 거칠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여럿 나온다.
이종승
(관객)
청소년들과 작업을 몇 번해보았다. 예전에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바른 길로 나가는 극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솔직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떻게 생기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미화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를 통해 아기가 나오는 거야라고 직접 말하는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청소년극의 관객은 누구인가?

요한
(청소년 관객)
연극을 접하는 기회가 별로 없다. 학교에서 보라고 할 때 본다. 만약 친구들과 약속을 정하고 대학로에 온다면 청소년연극을 안볼 것 같다. 청소년연극과 일반연극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일반극을 볼 것 같다. 요즘 청소년들은 좀 이상하다. ‘청소년극이라는 것은 우리를 위한 건데, 이거 뭐야, 우리 이야기랍시고, 또 써놓은 거 아니야? 이건 차별 아니야? 우리도 어른 공연 볼거야’ 라고 할 것 같다. 부모님과 같이 오거나 학교에서 연극 관람하라고 할 때에 청소년극을 선택할 것 같다.
이종승
청소년극은 이양구 연출가가 말한 것처럼 어른이 보기에 불편한 극이어야 할 것 같다. 성인이 공연을 불편해 한다면, 청소년들이 청소년연극 보러 오지 않을까.
이양구
청소년극은 사실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관객은 주로 교사와 학생이다.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오는 학생은 많지 않다.
요한 군
아버지
(관객)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마무리

이래은
왜 청소년극이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청소년연극이 사회와 만나야 하는 구나라는 결론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사람들만이 청소년기 시절을 잊지 않고 만나게 해준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생긴 질문들을 안고 가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도 한 가득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청소년 연극은 사회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글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처음 자신이 해왔던 작업에 대해서 소개를 하는 순서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성장, 공감, 연대, 미래’였다. 이 단어를 사회 속에서 어떻게 엮어갈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다음 자리에서 오늘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두 한 뼘씩 더 성장해서 만날 것을 제안해 본다.

태그 청소년연극,연극창작자,전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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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희

전강희 연극칼럼리스트
영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공연관련 글을 쓰면서, 드라마터그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kanghee.jeon.73
제61호   2015-02-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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