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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 쇼케이스

미끄러지는 이해 <공집합>

아르코예술대극장, 무대 위에 두 개의 테이블 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텅 빈 대극장은 유독 커 보인다. 아티스트는 왜 이 공간을 선택했을까.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에 등장한 남자(하상철)는 자기소개로 공연을 시작하지만, 목소리는 본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곧 아카이빙 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믹싱하며 내레이터의 역할을 맡는다. 이때 목소리는 마치 오브제처럼 배치되어 관객들에게 단순한 플롯을 전달한다. 질문하는 목소리와 대답하지 못하는 목소리…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출발한 질문은 도무지 그럴듯한 대답을 만나지 못하고 이따금 아티스트의 자조적인 외침이 반복된다. ‘왜 이걸 하자고 했어!’

그 동안 다른 남자(박승원)가 등장하여 악기 아닌 악기를 만든다. 헬륨 가스로 부푼 풍선이 스피커에 매달려 소리를 시각화 한다. 미묘하게 운동하는 풍선은 외눈박이 괴물처럼 텅 빈 무대를 감시한다. 두 남자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들의 작업을 이곳에 풀어 놓는다. 대극장을 가득 채우는 전자음악은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언어’이다. 아카이빙 된 목소리는 우리를 무대 위로 불러올린다. 주저하며 올라간 무대는 깊었다. 줄곧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두 아티스트는 자리에서 사라지고, 전자음악 기계들과 외눈박이 괴물만 남아 전시된다. 우리는 무대를 돌아다니며 그들의 시각을, 작업을 체험한다. 어느 순간 무대의 새까만 어둠이(반입구가) 열리고 대학로의 밤거리가 등장한다. 설치된 슬로프를 통해 우리는 밖으로 나간다.

대학로 예술생태 프로젝트의 작업과정

<공집합>의 아카이브를 듣고 있으면, 그들의 작업 과정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공연을 삼 주 남겨 놓은 시점에 그들은 타 장르의 아티스트들 앞에서 무엇을, 왜 어필해야 했을까. 이것은 <대학로 예술생태 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이다. ‘도시 속 하나의 유닛으로서의 대학로가 아닌, 수많은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라 전제한 대학로’에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만난다. 그들은 ‘대학로라는 예술 생태계와 아티스트는 어떤 관계맺음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각자의 방식대로 풀어내고, 일주일간의 쇼케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협업 팀을 이룬 18개의 프로젝트로 대학로의 극장과 로비, 광장과 거리가 이어졌다. 우리는 그곳에서 서로 다른 사고체계와 표현 방법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여 접점을 찾기 위해 애쓴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공집합>은 이렇게 만들어 낸 18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그들의 작업과정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몇 가지 쇼케이스를 더 만나보기로 한다.

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 쇼케이스

과정으로서의 쇼케이스 <부산물의 산물>

<부산물의 부산물>은 총 3회에 걸쳐 완성된다. 셋업의 과정을 공유하는 이틀과, 셋업이 완료된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 그리고 무대의 철수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그것이다. 필자는 그 중간 과정인 <사운드·오브제 퍼포먼스>를 찾았다. 소극장 무대에 공연의 부산물들이 널려있다. 한 남자가 그 부산물 사이를 서성거린다. 스스로 움직이는 부산물 사이에서 남자는 비현실적인 공포를 느낀다. 무대가 밝아지고 등장한 스텝들은 공연 중 철수 작업을 시작한다. “재공연 없어. 다 뜯으면 돼.” 그들의 움직임은 해체의 소리와 함께 한다. 이렇게 부산물에서 채집한 사운드와 움직임, 이미지들이 무대를 어지럽히며 부산물의 산물을 만들어 낸다.

대학로 다시 읽기와 잇기 <57.2도 기울어진 지형>, <마로니에 광장>

<57.2도 기울어진 지형>에서는 한 개의 가상 시선(아이패드)을 제공 받는다. 관객은 공연장 로비-마로니에 공원 - 거리 - 주택가로 연결되는 여정을 밟으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 숨은 이야기, 덧입힌 이야기를 만난다. 각자의 시선과 작가 김보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대학로의 다시 읽기를 수행한다. <마로니에 광장>은 사전 워크숍의 연장선에 있는 쇼케이스이다. 박승원의 악기 만들기와 밝넝쿨의 춤 <하늘과 땅과 아프니까 사람이다>의 사전 워크숍에 참여 했던 사람들과 현장 관객들이 만나 퍼레이드로 극장과 로비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을 잇는다.

이 밖에도 방담, 무용, 플래시몹 등 다양한 형태의 쇼케이스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작업은 범주화하기 어렵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었다. 몸살 하는 아티스트들과 그 과정에서 만나는 관객들의 모습은 생동하는 생태계와 다름 아니었다.

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 쇼케이스

[사진: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태그 대학로예술생태프로젝트 쇼케이스,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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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63호   2015-03-05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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