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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뒤, 노랗게 뒤덮인 마로니에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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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기획프로그램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전 국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과 깊은 슬픔 속에 잠겼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는 각기 다른 모습의 추모행사가 일어나고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추모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공연과 축제로 아직 끝나지 않은 비극을 무대 위로 불러내고 있다. 올해 36회를 맞이한 서울연극제도 추모의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15년 4월 16일, 노랗게 물든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현장을 찾았다.

2015년 4월,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매스컴에서는 이를 주요 사건으로 다루었고, 좋지 않은 소식도 들려왔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16일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하늘에서는 우리의 슬픔을 대변하듯 빗줄기가 추적추적 내렸다. 유독 쌀쌀한 공기에 옷깃을 여기며 마로니에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4시 반쯤에 도착한 마로니에 공원은 이미 노란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노란리본이 나무를 기둥삼아 사방을 드리우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 걸린 노란 깃발들에는 많은 연극인이 추모의 의미를 담아 직접 작성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를 한걸음씩 천천히 둘러본 후 야외무대 앞에 마련된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연극제 기획프로그램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제36회 서울연극제 기획프로그램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는 오후 5시부터 진행됐다. 시간이 다가오자, 사회자가 행사를 찾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추모제의 시작을 알렸다. 관객들의 큰 박수와 함께 첫 번째 순서인 안산의 고등학생, ‘노래하는 사람’, 연극배우들로 이루어진 12명의 합창 공연이 시작됐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라는 노래 가사가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 퍼졌다. 그 울림은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점차 관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합창이 시작되고 얼마 후, 하늘에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잦아들며 해가 얼굴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공원이 화창한 햇빛 아래 쌓였다.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순간이 마치 하늘에 있는 희생자들이 노래에 응답을 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합창이 끝난 후 안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의 발언은 추모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되새겼다. 그는 “작년 이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시간이 야속하게 빠르게 지나가지만 많은 이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친구들의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올리고 싶다”고 말하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는 총 8개의 짧은 릴레이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다. 극단 ETS <사랑해, 4월 16일 그 후>는 두 대학생이 TV 뉴스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사건의 진행상황을 정리해가고 그에 따른 의문점들을 풀어냈다. 또한, 무분별하게 기사들을 쏟아내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던 매스컴들을 향한 비판을 함께 담아냈다. 1894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뮐러 목사의 시를 낭송한 퍼포먼스 <그들이 왔다>는 현장에 있던 많은 이의 경종을 울렸다. 가야금 연주와 함께한 극단 북새통 음악극 <안녕, 내사랑>, <노래극단 희망새>의 노래, 304개의 한지인형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양혜경 춤 <넋전>, 조석준 배우의 창작랩 <그 세월>, 이두성 움직임 <새야새야>, 낭독극 <내 아이에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추모의 의미를 담은 공연들이 마로니에 공원 야외무대를 한참동안 채웠다.

서울연극제 기획프로그램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전국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 노랗게 물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로부터 1년 뒤 오늘, 마로니에 공원이 노랗게 물든 이유는 무엇일까? 뜻하지 않게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닐까? 바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것.

그러고 보니 새삼스레 배의 이름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세월은 야속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세월은 덧없이 흐른다고 했던가. 부디 그 ‘세월’만은 다르기를, 그러지 않기를 희망한다.

태그 서울연극제 기획프로그램,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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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김미지 이웃문화협동조합 이음새
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 예술, 놀이를 통해 협동하며 다함께 잘 놀고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웃문화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mjmjii@naver.com
제67호   2015-05-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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