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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도로는 점과 점을 잇는다. 피치 못할 사건이 생기지 않는 이상 중간에 멈추어 설 필요가 없다. 차를 어디에서 돌려 나가야 하냐는 택시 기사의 불평 섞인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나는 사진으로 본 ‘진입로’를 발견하고 도로 중간에 내려섰다. ‘명칭으로 검색되지 않으니, 주소로 네비 검색 필수’ 주최측의 염려와 배려를 반영한 ‘오시는 길’은 ‘진입로’ 사진과 함께 프로그램지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4월 23일 ‘구의취수장’에 개관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이하 거리예술센터)’는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맥락에서) 피치 못할 사건이 되었다.

구의취수장은 지난 9월 이곳을 찾았을 때 보다는 한결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설치미술 단체 ‘노노 앤 소소’의 전시 <용도변경_2045>의 텍스트가 진입로에 ‘영구’설치되어 있었다. 취수장의 과거·현재를 그리고, 거리예술의 1세대가 지났을 30년 후를 상상하며 취수장 곳곳에 그들의 언어(영상, 조명, 사운드 등)를 삽입해 두었다. 이들의 전시를 통해 ‘공간의 기억’을 안고 가려는 거리예술센터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40년 가까이 서울시민의 물 공급지였던 구의취수장이 앞으로 그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거리예술의 공급지로 자리 잡는 것을 상상하며 ‘거리예술 공원’처럼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거리극의 시작을 기다렸다.

‘프로젝트 날다’의 <시간, 기억의 축적>_공중 퍼포먼스

제1취수장과 염소 투입실 사이에 거대한 모래시계가 설치되었다. 360도로 회전하는 모래시계 안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버티컬 댄스의 움직임을 시간의 역행 혹은 탈시간화로 표현했다. 주로 건물 외벽에서 이루어졌던 버티컬 댄스와는 달리 설치무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잠상’의 <아주 작은 꿈>_미디어+버티컬 퍼포먼스

<아주 작은 꿈>은 제1취수장에서 공연되었다. 3층 높이의 천장에서 바닥까지 드리워진 스크린에 영사된 원색적인 영상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관객의 머리를 훑으며 스크린이 무대 뒤편으로 이동하면 잠상의 영상과 설치물을 볼 수 있게 된다. 꿈을 꾸는 듯한 여자가 공중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돌연변이에 관한 영상과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고, 관객은 맹목적으로 발전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파편화된 환상에 의한 혼란을 경험했다.

‘창작중심 단디’의 <단디우화>_버티컬 퍼포먼스

구 관사 외벽에 알록달록한 조명이 묻었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귀여운 움직임의 버티컬 댄서들이 등장했다. ‘창작중심 단디’는 외벽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동화책의 한 면 같은 아기자기한 움직임을 구사했다. 공간의 규모에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찾은 듯 보였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비주얼씨어터 꽃’의 <담벼락을 짚고 쓰러지다!>_거리극

<담벼락을 짚고 쓰러지다!>의 시작과 함께 취수장 반입구는 곧 골목의 담벼락으로 변했다. 술에 취한 중년의 남자가 술에 취해 등장한다. 손에 쥔 분필로 시작한 환상은 담벼락을 가득 메운 페인트 벽화가 되어 끝이 난다. 고달픔과 취한 정신을 틈타 밖으로 터져 나온 중년 남자의 환상이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배낭속 사람들’ <벌레: 멈춘시간, 흐르다>

‘배낭속 사람들’은 <변신>에 이어 <벌레:멈춘시간, 흐르다>에서도 거대한 벌레와 같은 그로테스크한 오브제를 이용했다. 거대한 알집과 레이저가 달린 가면 등 다양한 무대 장치들과, 도약이 가능한 스틸트를 활용하여 독특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예술불꽃 화랑’의 <화희낙락(火戱樂樂)>

거리예술축제의 시작과 끝을 맡아왔던 ‘예술불꽃 화랑’은 <공무도하가>에 이어 <화희낙락>도 전통에서 소재를 끌어왔다.임금을 위한 화산대를 만들며 노역을 했던 백성들의 아픔과 완성된 화산대의 웅장함을 움직임과 노래, 불꽃으로 묘사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거리예술은 그 이름처럼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연을 제작하는 장소 또한 열려 있어야 한다. 열린 공간은 고사하고 제작 공간도 녹록치 않았던 거리예술가들에게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제작·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진정한 ‘사건’이었다. 보관 장소가 없어 공연 후 폐기 되었던 세트들이 전시되어 다시금 관객을 만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거리예술’의 다음 세대가 진정 기대되는 것이었다.

[사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아시아나우 제공]

태그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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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채민 드라마터그, 축제기획자
신문방송과 연극학을 전공했고, 드라마터그와 축제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min.chae.3
제67호   2015-05-07   덧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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