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top

연극인

검색하기

탈대학로, 장소가 아닌 진단과 대안의 문제

목록보기

  • 링크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지난 5월 8일 성북아트홀에서는 공유성북원탁회의, 성북연극협회, 성북구청, 성북문화재단 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길을 잃다, 길을 묻다> 포럼이 열렸다. 정재진(대학로극장 대표), 박정의(극단 초인 대표, 성북연극협회 이사), 임인자(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김세환(연출가), 유영봉(극단 서울괴담 대표, 공유성북원탁회의 공동위원장), 김종휘(성북문화재단 대표) 등 여섯 명의 발제자들은 ‘성북과 대학로’, ‘연극과 공연예술’, ‘마을과 공동체’ 등을 테마로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했다. 포럼의 주제가 다소 광범위하게 다가왔지만, 지역과 장르예술의 이슈를 나란히 놓고 살피고 있다는 점이 이번 포럼의 특징이자 흥미로운 점이었다. 개념이나 가치로서의 지역이 아닌, 그리고 광역 시도가 아닌 기초자치단체 ‘성북’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연극 및 공연예술의 다양한 현안을 나란히 또는 교차시키면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연극인 포럼 <길을 잃다, 길을 묻다>

‘성북’과 연극 현안을 교차시키다

정재진 대표는 대학로극장의 폐관과정을 소개하면서 대학로 민간소극장의 현실을 전했다. 앞으로 대학로극장은 대학로를 떠나 단양군에 재개관할 계획으로 단양군과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박정의 대표는 ‘대학로’라 불리워지는 한국연극이 놓여 있는 창작환경, 특히 연극지원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의 예술지원제도는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소수의 우수한 작품과 다수의 실패한 작품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새로운 시도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정의 대표는 공유성북원탁회의, 미아리예술극장 워킹그룹을 소개하고 지원제도의 수혜대상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창작환경의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임인자 대표는 서울변방연극제가 탐색해온 테마를 주요 프로그램과 함께 소개했다. 도시와 연극공간의 관계, 새로운 무대언어, 탈근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역사적 주체, 국가 자본 노동의 문제, 소수자문제에서 드러나는 혐오와 배제 등 서울변방연극제가 탐색해온 주제들은 우리 사회와 연극이 억압하거나 배제해왔던 질문들이다. 변방은 그저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변방은 고착화된 경계를 스스로 문제 삼으며, 경계 안에서의 안주하기를 넘어 경계를 질문하여 탈주하며 횡단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과 가치를 모색하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김세환 연출은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연극계의 현실을 살피고 젊은 연극인들도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연극생태계로 시선을 돌리고 연대를 통해 자신들의 무대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지난 겨울 SNS를 통해 모인 20대 연극인들이 함께 주최한 ‘이십할페스티벌’을 계기로 연대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연극인들의 움직임을 소개했다.
유영봉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된 대학로 민간소극장의 열악한 현실에는 구체적인 지역, 구체적인 공동체의 토대를 갖지 못한 연극활동의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현재 성북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아리예술극장 운영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소개했다. ‘활인소극장’ ‘아리랑아트홀’ 등 으로 극장 이름은 물론 운영주체 운영방식이 계속 바뀌어왔던 미아리예술극장은 공유성북원탁회의에서 출발하여 지역예술가와 젊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워킹그룹을 만들고 극장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공론장을 통해 공연예술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지역극장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는 극장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프리젠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종휘 대표는 “성북은 왜 연극도시를 고민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성북은 서울의 타 자치구에 비해 상당한 규모의 현업 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예술대학을 두고 있는 대학들이 몰려 있다. 게다가 최근 대학로 민간소극장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탈대학로 논의와 함께 성북이 후보지로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김종휘 대표는 현재 성북구나 성북문화재단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점과 함께 대학로 사태의 보완책이 아닌 ‘지역의 재발견과 주체의 재구성’의 문제가 함께 논의되길 제안했다.

남느냐 떠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 필자 가 참여했다. 지원의 대상이 아닌 지원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세대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주체, 새로운 연극으로서의 젊은 연극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발제문의 발표는 매우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고 있지만 토론에서는 성북이 탈대학로의 대안인가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성북구 성북문화재단이 연극도시 성북에 대한 구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탈대학로 논의가 대학로를 벗어나 대학로 이외에 소극장 밀집 지역을 다시 만들자는 것인지, 아니면 극장 밀집 지역을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극장을 분산시키자는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제안되었다. 그동안 명동, 신촌, 대학로로 소극장 밀집지역이 형성되었던 공간의 특징은 주요한 관객층이 밀집해 있거나(신촌 대학가), 대관 중심 공공극장(명동국립극장, 시공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이 존재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지역의 재발견과 주체의 재구성’ 문제가 최근 공공미술의 부정적 양상에서 드러나는 봉사하는 예술, 착한 예술에 대한 구상인가에 대한 문제제기, 정책수립에 앞서 성북구에 주거하는 예술인 수, 예술대학 재학생 수, 문화예술 단체 공간 현황 등 현실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번 포럼은 성북구 성북문화재단이 연극계에 탈대학로를 제안하는 자리도, 역으로 연극계가 제안하는 자리도 아니다. 물론 최근 대학로 민간소극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탈대학로가 이번 포럼의 주요한 주제가 되었지만, 사실 ‘탈대학로’가 현재 연극계의 여론인 것도 아니다. 발제나 토론에서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활동이나 미아리예술극장의 새로운 운영방식에 대한 모색이 자주 언급되었던 것은 성북구에서의 활동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현안이 대학로 민간소극장의 임대료 상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대학로’라는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도리어 연극을 창작하고 관객을 만나는 연극활동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 현재의 연극생산방식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아직 성과를 말할 수 없지만, 공유성북원탁회의나 미아리예술극장 워킹그룹은 그러한 문제제기를 진전시키고 있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제공]

태그 연극인 포럼,길을 잃다, 길을 묻다,김소연

목록보기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을 보고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제68호   2015-05-21   덧글 0
댓글쓰기
덧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