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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수건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짧은 극

김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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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수건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짧은 극

    김세한

    kimmg1989@naver.com


    등장인물



    장소
    먼지가 낀 방 안. 물건들이 너무 오래되어 용도를 알 수 없다. 화장실이었는지, 안방이었는지… 케케묵은 방.


    갑과 을 등장한다. 방역기구를 등에 멘 갑. 을과 갑은 방독 마스크를 끼고 있다. 방역기구를 통해 방안을 소독하던 중(당연히 안에는 물이 들어있어 관객들에게는 무해하다) 을의 얼굴에 소독액을 뿌리는 갑. 을은 얼굴을 닦으며 불만을 토로한다. 갑은 낄낄댄다. 그러자 을은 화가 났는지 자신의 얼굴을 훔쳐낸 장갑으로 갑의 얼굴을 문댄다. 갑. 그런 을의 우악스러운 행위에 반항한다. 실랑이 벌어지고 이것이 무언극으로 진행되다가…

    (방독면을 벗으며) 찾아야지.

    을.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듯. 방안을 샅샅이 뒤지는 갑을. 중앙에 있는 하수구를 유심히 쳐다본다. 갑. 하수구를 들춰내자. 성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하수구에선 빛이 새어나온다. 마치 천국 같다. 하수구에 슬며시 손을 내밀어 때수건을 꺼내는 갑.

    그래. 이거야.
    (갑의 말에 급히 반응하며.)찾았어?
    (을의 말에 경직되며, 때수건을 숨긴다.)아니.
    뭐야. 그럼 왜...
    어...
    찾았지?

    사이. 시치미를 떼는 갑. 을이 불만에 찬 눈으로 쳐다보자.

    날아갔어.
    말이 돼?
    그건 새일지도 몰라.
    말도 안 되는 소리.
    (품에서 소책자를 꺼내는 갑)여기 이 부분을 보면...
    몇백 번도 더 읽었어. 초록색의 거친 재질이었으며, 커다란...
    입이 달려 있었다.

    사이.

    잡았지?
    날아갔다니까.
    날개도 없잖아!
    그 커다란 구멍은 입이 아니었나 봐. 그 입에서 바람을 내더니 ‘휙’하고 날아갔어.
    발도 없잖아!
    그러니까 날아다니는 거지.
    아냐. 문헌엔 그게 입이 달려있다 뿐이지, 생물이라곤 한 적 없어. 하물며 그게 새라고? 난 살면서 그런 새는 본 적도
    없다.
    2000년 전 문헌에 있는 말을 믿니?
    기록은 절대적인 거야.
    상대적인 것도 기록이야. 니가 어제 집 앞에서 장미를 봤다면 그게 오늘도 있을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어? 그런 거
    야.
    그건 생물 도감이잖아.
    다윗 양반이 했던 진화론 모르니?
    그럼 모양도 달라졌을 거야. 안 그래? 난 그게 절대 날지 않았을 거라 믿어.
    그렇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이 짓도 참 무의미해지는 걸 아니?
    그럼 그만둬?
    그래. 그만둬.
    난 싫어.
    난 니가 싫어.
    보여줘.
    내꺼야.

    사이. 갑. 말실수했다는 걸 직감한다.

    거봐. 니가 가지고 있는 거 맞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어! 내꺼였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딨을까, 때수건?
    내놔.
    내꺼야.
    줘.
    나한테 주라. 내가 찾았잖아.
    빨리!

    갑. 조용히 때수건을 을의 눈앞에 보여준다.

    이거야?
    응. 그런 거 같아.
    어디보자. 어 똑같아.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생겼어.

    사이

    안 움직이는데.
    난 아무것도 몰라.
    니가 찾았잖아.
    난 보자마자 숨겼어.
    어디다?
    (옷 호주머니를 가르키며)여기.
    그 좁은데다 그걸 넣어두면 어떡해! 스트레스 받았을 거야!

    사이

    혹시…
    아니야.
    아니야. 생각을 해봐. 니가 방금 그랬잖아. 스트레스 받았을 거라고.
    안 죽었어.

    갑. 때수건에 귀를 대본다.

    숨소리는 안 들리는데?

    바람이 살짝 분다. 팔락대는 때수건.

    움직여!
    바람에 나부낀 거야.
    아니야. 미동했잖아. 살아있는 거 같아.

    을. 갑에게서 때수건을 빼앗는다.

    뭐하는 짓이야!
    너한테 못 맡기겠어. 내가 가지고 있을래!
    그걸 그렇게 꽉 쥐면 어떡해! 이 멍청아!

    을. 무언가 직감한 듯 급하게 놓는다.

    뭉개졌어.
    피는 안 나는데…
    하지만 이렇게 볼품없어졌는데?
    움직이지도 않아.
    숨도 안 셔.
    막막해.

    적막해.
    적적해.
    또?
    또.
    난…
    해.

    갑과 을. 무대 뒤의 문을 연다. 그 뒤엔 무수히 많은 때수건들이 놓여있다.

    고약해
    시체 썩은 내.

    갑과 을. 이번에 찾은 때수건을 그 위에 던진다. 다시 때수건을 찾는 갑과 을. 사이.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뭘?
    살아있는 때수건.
    나야 모르지.
    얼마나 찾은 걸까?
    나야 모르지.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나야 모르지.
    (사이) 그래. 찾아야지.



    ※ 젊은 극작가들의 투고를 두 손들어 환영합니다! osenose@naver.com





호들갑 작가소개

 

태그 때수건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짧은 극,김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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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43호   2014-04-15   덧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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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열혈팬
1회 읽으며 다음회를 기대했었는데... 2회부터 바로 업그레이드... 즐감과 함께 다음회 기대를 안고 갑니다. (그런데 ... 위에.. 기창과 주란,... 이건 지난호 지문?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세한
시작부터열혈팬- 즐감해주셨다니 감사합니다.ㅠ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편집부
시작부터열혈팬님, 알려주신 사항 바로 수정하였습니다!! 이런 실수를 ㅠㅠ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세한
부산전국창작희곡공모 본선... 그냥 제가 착각했던 것 같아요.ㅡ3ㅡ 그날 기분이 좋아서 왜곡해서 들었던 듯...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이오진
우와 재밌어요 희곡도 모발 연극도 ㅎ 김세한 작가님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요! ㅋㅋ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슬기
이 희곡도 재미있네요 정말 ㅋㅋㅋㅋㅋ 발상도 대사도 짱! 그리고 이오진 작가에 이어 ㅋㅋㅋ 작가 소개가 정말 압권입니다.

2014-04-17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세한
이오진-제가 만나뵙고싶습니다. 가족오락관 대본 좋아하거든요

2014-04-18댓글쓰기 댓글삭제

김세한
김슬기-감사합니다.ㅠㅠ 신춘문예 희곡집에서 사랑이라고부르는것보고 와 난 언제이렇게섬세하고쓰지하면서 자괴감느꼈는데 그런 작가님이 그리 얘기해주시니ㅠㅠ감사합니다.ㅠ

2014-04-18댓글쓰기 댓글삭제

최준호
세한아 힘내자 나도 전국창작희곡 공모전 떨어졌다! ^^

2014-05-14댓글쓰기 댓글삭제

독자 1
작품 잘 읽었습니다. 청담동에서 백돌비가도 보았어요. 좋은 대본이었습니다. 공연도 좋았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방가웠습니다.!!!

2015-01-06댓글쓰기 댓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