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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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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여자 (34)
남자1 (38)
남자2 (37)

무대
옥상에 허름한 평상 하나가 놓여있다.

시간
어느 여름날의 달밤

남자1, 남자2, 여자가 옥상 위에 있는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는 중이다. 셋의 앞에는 각자의 핸드폰이 놓여 있다.

남1
(여자에게) 넌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면 현실감각이 없는 건가?
내가 뭐?
남1
게이랑 결혼하는 게 말이 돼?
왜 안 되는데?
남2
그래. 나도 이참에 물어보자. 너 왜 결혼하는 거야?
그냥…
남2
골라봐. 1번 불쌍해서, 2번 노처녀로 살기 싫어서, 3번 옆에 두고 못 살게 굴려고, 4번이…
남1
혹시나 하는 기대 같은 거야?
글쎄… 내가 지금은 남자랑 자고 그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잘 모르겠네…
남1
너만 중요한 게 아냐. 상대 입장도 고려해야지.
누가 억지로 결혼해?
남2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안 그래도 나중에 아무 놈이나 하고 막 자고 오고 그럴 수도 있잖아…
당연히 그랬다간 나한테 죽는 거지… (남2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남1
그럼 그거 아니면 어디까지 봐 줄 건데?
내 앞에서? 아님 나 모르게?
남1
일단 너 앞에서…
손 잡는 거까지는 봐 줄 수 있을 거 같아.
남2
그 이상은?
볼뽀뽀까지만! 아, 맞다! 내 앞 아니라고 신음 소리 같은 거 내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남1
설마!
자는 거야 못 말리지만 내 귀에 들리기만 해 봐 아주!

셋 다 침묵. 셋 다 수박을 다시 먹는다.

남1
너, 희생했다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야?
글쎄… 그럴지도… (남1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남1
내가 밉니?
아니… 어떻게 보면… 고맙지…
남2
(수박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쉰다) 난, 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너님이나 잘 하세요! (남2의 머리를 손으로 망쳐놓는다)
남1
안 자? 너 그러다 신부화장 망한다.
본판이 어디 가겠어?
남2
네가 원래 예쁘다는 얘기야, 안 예쁘다는 얘기야?
안 예쁘다는 얘기다 왜! 나 예뻐해 줄 것도 아니면서 왜 궁금해 하냐?
남2
넌 안 예뻐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 있는 앤데… 왜… (분위기 어두워지려는 것을 무마하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퇴장한다)

잠깐의 사이.

생각이 많아지나봐.
남1
괜찮아?
내일이 결혼인데 괜찮고 안 괜찮고가 어디 있어.
남1
왜 없어…
우리 꿀꿀한데 달밤에 체조나 할까?
남1
뭐야
뭐 어때. (수박을 내려놓고 팔 벌려 뛰기를 시작한다) 하나둘셋 하나! 하나둘셋 둘! 하나둘셋 셋! 같이 하자! (남자1에게 팔 벌려 뛰기를 같이 할 것을 유도한다) 하나둘셋 넷! 같이 해!
남1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팔 벌려 뛰기를 힘없이 같이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구호는 외치지 않는다)
하나둘셋 다섯! 하나둘셋 여섯! 하나둘셋 일곱! 잘 부탁해!
남1
(팔 벌려 뛰기를 멈추며) 뭘 잘 부탁해?
(팔 벌려 뛰기를 멈추며) 오빠, 그게 아니고,,,
남1
알아. 다… 아니까 그래… 나 먼저 들어갈게… 지훈이는 네가 데리고 자라…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너무 애쓰지 마… (평상 위에 있던 자기 핸드폰을 집어든다)

여자, 남1에게 뭐라 말하고 싶은데 그 때 남자2의 전화벨이 울린다.
남자1, 퇴장한다.
남자2에게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보는 여자,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네. 어머님… 오빠 지금 화장실 갔어요. (사이) 아, 사회요? 민혁이 오빠가 알아서 잘 하겠죠. 그 오빠도 방금 전까지 같이 수박 먹다가 24초 전쯤에 먼저 들어간다고 들어갔어요. (사이) 네. 낳아야죠. 결혼도 했는데… 여자로 태어났으면 애기는 꼭 낳아봐야죠. 피임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어머님도 이제 주무셔야죠. 혼주 화장도 따로 불렀는데 화장 안 먹으면 안 되잖아요. (사이) 네.. 저희도 이제 자야죠. 그럼 들어가세요. (상대가 전화를 끊는 소리를 다 듣고 전화를 끊는다)

여자, 한참을 핸드폰을 멍하니 보더니 하늘을 바라본다.
남자2, 등장한다.

남2
혼자 뭐 해.
(남2의 팔짱을 끼며) 부탁이 있어!
남2
같이 하자! 달밤에 체조!

남2, 여자를 못 말린다는 듯이 싱긋 웃는다.

여,남2
(정면을 보고 팔 벌려 뛰기를 시작한다) 하나둘셋 하나! 하나둘셋 둘! 하나둘셋 셋!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신랑아!
남2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왜?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우리 잘 살자!
남2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남자2 쪽으로 몸을 약간 돌린다) 잘 살 수 있을 걸?
남2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여자 쪽으로 몸을 약간 돌린다) 진짜?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아마도?
남2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떨려?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응. 떨려?
남2
(팔 벌려 뛰기를 계속 하며) 떨려.

여자와 남자2, 서로 마주보며 팔 벌려 뛰기를 한다. 웃는 얼굴이다.

남2
달이 참 밝다.

여자와 남자2, 계속 서로 마주보며 팔 벌려 뛰기를 한다. 한 명이 몸을 돌리면 다른 한 명이 따라 붙어서 팔 벌려 뛰기를 하고 다른 한 명이 좀 움직이면 다른 한 명도 마주 보고 움직여 흡사 팔 벌려 뛰기를 하며 강강술래를 하는 듯하다.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호들갑 작가소개
방혜영. 10분 희곡에서 레어템인 81년생이다. 2003년에 아무도 모르게 연극집단 공외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게 창작극을 만들고 있다. 집에 인터넷도 안 되고 카카오톡도 안 하는 삶을 사는데도 아무도 전화는 안 한다며 외로운 티를 사방에 내고 다니며, 집에 TV도 없어서 집에 들어가기 싫어해 주6일 대학로에서 연극을 본다고 한다. 본인의 결혼 전야는 안 올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면서도 공연할 때 아역한테 입혔던 곰돌이 귀 달린 후드티를 종종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편집위원 오세혁)

 

태그 결혼+전야,방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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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접수합니다.상반기와 하반기, 연2회 작품 공모를 시행하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 드립니다. 신진작가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64호   2015-03-19   덧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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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1st
무대화 되면 어떤 연출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상상력을 무한대로 키워 주는 것 작품으로 들어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대학로 나가면 곰돌이 귀 달린 후드티를 눈여겨 보고 기회가 된다면 결혼+전야 잘 읽었노라 인사 건네겠습니다^+^ 다른이가 누구세요? 할 지라도 많지는 않겠죠^^ㅋ

2015-03-21댓글쓰기 댓글삭제

방혜영
아... 이런 리플 좋은데요? 저 매일 곰돌이 후드만 입고 다닐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 / 저도 나중에 이 작품이 무대화되면 어떤 모습일지 알고 싶어서 그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2015-03-27댓글쓰기 댓글삭제